양치기 늑대소년

5 부. 만월의 밤 - 21 화

만월의 밤 – 21

마르티네즈는 열 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인데도 서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걸 본 사신교 신도 중 하나가 맥케이의 팔을 끌어당겼다.

“미스터 맥케이, 뭔가 이상합니다. M을 보십시오. 어떻게 저런 모습인데도 살아 계실 수 있는 거죠?”

“하하하! 이상하신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저분의 빛나는 눈을 봐! 신께서 M의 육체를 받으신 것이네. M은 이제 신의 일부로서 그분과 영원히 함께 하는 거야.”

맥케이가 큰 소리로 떠들자 마르티네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르르..... 이 육테..... 너우... 야카다.....”

마르티네즈가 맥케이를 보고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그는 비정상적으로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마 방금 요란스럽게 신과 결합했던 과정에서 턱이 빠지기라도 했는지 싶다. 맥케이가 손가락으로 자기의 턱을 가리키며 마르티네즈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보여주었다.

“M, 당신의 턱. 턱이 이상합니다.”

그 말을 듣고 마르티네즈는 손으로 턱을 만져봤다. 그는 혼자 힘으로 빠진 턱을 잡고 도로 제 자리에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혼자 해결하기 버거웠던지 침을 질질 흘리면서 턱을 잡고 낑낑거리기만 했다.

“흐으어어어...... 그어어... 내 터... 내 터이...”

“안 되겠습니다. 제가 좀 도와드려야 할 것 같군요.”

보다 못한 신도 하나가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케이는 그가 함부로 마르티네즈에게 다가가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그를 불렀다.

“안 돼! 돌아와! 위험해!”

하지만 신도는 이미 마르티네즈에게 가까이 접근한 상황이었다.

“M,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M...? M이하고?”

마르티네즈는 자신에게 접근한 신도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맥케이는 바닥을 치면서 신도에게 큰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 사람아! 지금은 절대 그분에게 접근하면 안 돼! 위험하다고!”

맥케이의 경고를 들은 신도는 뒤를 돌아 맥케이에게 말했다.

“응? 위험...? 저는 단지 M이 너무 고생하시니까 도와드리려는 것뿐입니다. 걱정하지 마세...... 어.. 어라?!”

신도의 손이 마르티네즈의 몸에 닿자, 손이 마치 자석에 붙은 쇠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었다.

“어? 내 손에 마비가 왔나? 왜 안 움직여지는 거야?”

그 상황을 지켜본 맥케이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 바보. 내 경고를 들었어야지. 아아, 이젠 늦었어.”

신도는 마르티네즈가 어떻게 하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손을 그의 몸에 붙여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마르티네즈에게 빌었다.

“M, 왜 이러십니까? 제 손을 놓아주십시오.”

“M.... 나더허 자흐 M이라 하지 마라!”

순간 마르티네즈의 눈이 번쩍 빛나더니 곧 그의 전신이 하얀 섬광를 내뿜었다. 그 빛이 너무 강렬해서 그 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을 멀게 만들 지경이었다. 그들은 서둘러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잠시 시간이 지나서 신도들이 다시 시력을 회복하고 마르티네즈를 봤을 때, 방금 전 그의 곁에 있던 신도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 인간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는 이미 여러 조각의 고깃덩어리 신세가 되어 마르티네즈 주위에 무참히 널려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신도가 저토록 잔인하게 죽음을 맞은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울었다. 단 한 사람, 맥케이만은 침착하게 아무 말 없이 그 끔찍한 광경을 눈에 담고 있었는데, 그런 그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지 한 신도가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미스터 맥케이!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까? 저분은 우리가 오랫동안 섬기던 신이 아니십니까? 어떻게 그를 따르는 우리들 중 하나를 저렇게 잔인하게 죽이실 수 있나요? 네?”

맥케이는 신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착잡한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당신들은 몰랐겠지만 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미리 알았기 때문에 방금 저 사람이 신께 다가가는 걸 막았던 거야. 그런데 저 바보는 내 말을 듣지 않았어. 당신들도 그냥 잠시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신께서 무슨 일을 하실지 그냥 지켜보게. 나처럼 말이지. 지금은 죽음의 신께서 아직 새로운 몸에 적응하지 못하셨기 때문에 그에게 접근하면 우리가 위험해져.”

맥케이는 다시 앞을 보면서 잠시 옛 생각을 했다.

몇십 년 전, 그에게도 지금 마르티네즈와 같은 입장이었던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바이베노파시스의 존재를 알았던 집안에서 태어났던 그는 처음부터 신에게 육체를 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준비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혹시라도 그 일에 영향을 줄까 봐 어려서부터 착실한 삶과 바른 태도로 인생을 살았다. 그리고 강인한 정신과 육체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가 성년이 된 후, 그는 사신교를 만든 아버지의 뜻에 따라 바이베노파시스에게 자신의 육체를 넘겨주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결과는 대실패였다. 바이베노파시스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그는 지금 마르티네즈가 겪었던 지옥같은 고통을 겪었어야 했다. 그 고통은 감히 말로 다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것이어서 그는 끝내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실패한 것은 바이베노파시스에게 육체를 이양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의식 중에 정신을 잃었던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의식의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몸이 조각이 난 채로 바닥을 뒹구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시체 조각들 중 일부는 의식을 이끌던 그의 아버지의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맥케이는 끔찍한 옛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되자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 날 이후, 나는 내 실패의 원인에 대한 단서를 찾는 것에 일생을 바쳤다. 하지만 한 동안 진척이 전혀 없었지. 왜냐하면 난 그때 돌아가신 아버지와 달리 바이베노파시스님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부재가 그때처럼 크게 느껴진 적이 없었어. 아무런 수확도 없는 연구를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을 때, 내게 키쥬아님의 환영이 찾아오셨다. 그리고 내게 신의 육체와 검은 방의 비밀을 알려주셨지. 그 비밀은 바로 암흑이란 물질! 바이베노파시스님을 포함한 그분 형제의 신들의 육체는 원래 암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분의 정신을 담기 위해서는 역시 그 암흑이 필요했지. 그리고 암흑은 오직 검은 방 안에서만 존재하는 물질...... 난 키쥬아님의 도움을 받아 이 세상에서 검은 방에서 암흑을 캐오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 인생과 가문의 모든 재산을 투자했지. 그리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나온 것이 푸라 글로리아. 난 그것을 이용하여 검은 방의 암흑을 이 세상에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내가 직접 내 몸을 드리지는 못했지만, 영광스럽게도 내 두 눈으로 직접 바이베노파시스님의 부활을 볼 수 있게 되었지.’

맥케이는 많이 고생했던 과거를 생각하다가 현재의 결과를 보게 되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의 뺨에 눈물이 주루륵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