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늑대소년

6 부. 솔로우스 - 68 화

솔로우스 – 68

“이런 괴물이 다 있나!”

다시 조금씩 앞으로 발을 내딛는 베토케로우스를 보자 바이베노파시스는 진심으로 그의 괴물 같은 힘에 탄복했다.

“이이익! 어디 갈 데까지 가 보자. 옛날처럼 내가 네게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 거다!”

아주 오래 전, 베토케로우스에게 한 번 패했던 일을 언급하며 그는 괴수를 어떻게든 저지하려고 더 많은 힘을 팔에 집중시켰다. 그의 앞으로 내뻗은 두 팔이 어깨까지 하얀 빛을 내면서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자, 이제 거의 모든 방향에서 ‘휭휭’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리면서 베토케로우스를 압박하는 힘이 작용하는 것이었다. 바이베노파시스는 그 힘의 소용돌이 안에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가두고 속박하려고 했다. 베토케로우스는 사방에서 자신을 억누르는 그 힘을 감당하기 괴로운 지, 자꾸 고개를 치켜들며 울부짖었다.

“죽이겠다! 텔... 리! 널... 죽여! 죽이겠다! 크와아아앙!”

검은 늑대 괴수는 한 번 크게 울부짖더니 온몸에서 빛을 냈다. 눈부시도록 하얀 빛이 그의 몸을 감쌌다. 바이베노파시스 역시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은 힘을 그의 팔에 집중시켰다.

‘찌이이익... 투툭... 툭툭!’

그 때였다. 베토케로우스의 몸에서 뭔가 갈라지고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피부가 갈라지는 소리였다. 생살이 찢길 만큼이나 강한 압력이 그의 육체에 작용하는데도 그는 여전히 서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칼로 베인 듯 쩍쩍 갈라진 피부에서 피가 터져 나오자, 베토케로우스는 고개를 숙이며 울부짖었다. 하얀 빛에 휩싸인 그의 몸 주위로 피보라가 피어올랐다. 그는 괴로운 듯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쳐들더니 외쳤다.

“텔리! 죽음의... 신이... 내게.... 오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죽음의 신이라도... 날.. 죽일... 수 없다! 하지만... 난 널... 죽이겠다! 널... 죽여.... 텔...리!”

‘파앗!’

베토케로우스의 몸에서 지금까지 어떤 신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번쩍 거리는 섬광과 함께 ‘펑’ 소리가 나면서 충격파가 발생했다.

“아닛?”

바이베노파시스는 베토케로우스가 내뿜는 빛과 충격파에 그만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그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의 눈앞에는 자신을 한 입에 삼켜버릴 정도로 크게 벌린 괴수의 입이 그를 덮치고 있었다.

‘으적!’

눈 깜짝할 사이에 바이베노파시스의 코앞까지 달려온 검은 늑대 괴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덥썩 깨물었다. 어찌나 그 행동이 빨랐는지 바이베노파시스 주변의 신도들도 지금 벌어진 상황이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크헉!”

바이베노파시스는 그의 몸통 깊숙이 박힌 베토케로우스의 이빨 때문에 단발마적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괴수의 이빨 크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오장육부를 꿰뚫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짓뭉개버리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아까 전 텔리가 그에게 물려서 오랫동안 사용했던 육체를 포기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던 것은 결코 텔리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단 한 번이라도 물리게 되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바로 괴수의 아가리였다.

“으아아아악!”

베토케로우스에게 물려서 몸이 들어 올려지자 바이베노파시스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괴로워했다. 그가 어찌어찌 정신을 차려서 다시 손에 힘을 모아 그 빛나는 손으로 자신을 물고 있는 베토케로우스의 입을 때렸다. 하지만 괴수는 조금도 꿈쩍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런 그의 행동이 베토케로우스를 화나게 했는지, 늑대는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며 바이베노파시스의 진을 빼놓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맥케이와 신도들은 모두 핏기가 사라진 얼굴을 하고 조금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아아.... 신이시여! 신이시여! 아아.... 어떡해야 하지?”

그들은 바이베노파시스의 능력을 받아 불사의 몸을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은 제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를 뿐, 누구 하나 나서서 베토케로우스와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불새군 병사들이 그 틈을 타고 몰래 그들 뒤로 다가와서는 그들 한 명, 한 명의 몸에 차가운 칼을 쑤셔 넣었다.

“크으윽!”

사신교 신도들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늦었다. 불새군 병사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 칼을 휘둘렀다. 불사의 육체를 가진 신도들이 주먹을 들어 병사들을 공격했지만, 맨 주먹이었던 그들은 칼을 휘두르는 병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죽어라! 이 괴물들아! 절대로 솔로우스님을 네놈들에게 넘길 수 없다!”

“이 괴물들은 그냥 죽여서는 자꾸 되살아난다! 아예 움직이지 못하도록 사지를 잘라내야 해!”

그렇게 서로 외치면서 병사들이 열심히 칼을 휘두르며 사신교 신도들을 베었다. 그 와중에 몇 명의 다른 병사들은 땅에 축 늘어져 있던 데비아나를 뒤에서 안고는 자기들 진영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들 중 하나가 동료들에게 외쳤다.

“자! 모두 후퇴하자! 여기 우리가 데비아나님을 구했다. 대장님을 모시고 어서 돌아가자! 어서 빨리 엘리시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베토케로우스는 물고 있는 바이베토파시스를 여러 번 위로 들어 올렸다가 땅에 강하게 처박았다. 그 때마다 바이베노파시스는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몇 번이나 땅에 내리꽂히자 그는 끝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의식을 잃어갔다.

“끄으으으으으.......”

급기야는 입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의 팔과 다리가 모두 생기 없이 축 늘어지자, 베토케로우스는 그를 땅에 뱉고는 입을 벌려 그의 머리를 씹어버리려고 했다. 그냥 놔둬도 바이베노파시스는 죽을 것이 분명했는데 확실히 일을 마무리지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때, 그의 귀에 어떤 자의 음성이 희미하게 들렸다.

“...돌아가자! 어서 빨리 엘리시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응?”

베토케로우스는 벌렸던 입을 다물고 그 소리가 났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콧구멍이 살짝 움직였다.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이 냄새... 케르케로우스..... 가까이에... 검은 방이.... 있다...”

그러더니 그는 바이베노파시스를 뒤에 놔둔 채, 케르케로우스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침 그 쪽은 검은 방의 입구 바로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불새군이 있는 방향이었다. 괴수는 절뚝거리며 다시 그 쪽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엘리시움.... 그곳.... 돌아가야 한다... 살려면... 엘리시움으로.... 가야......!”

베토케로우스가 다시 몸을 움직여서 검은 방의 입구 쪽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가자, 데비아나를 데리고 후퇴하던 불새군 병사들이 앞에서 사신교 신도들을 상대하던 병사들에게 외쳤다.

“모두 저기! 저 괴수를 막아라! 저 놈이 솔로우스님이 계신 쪽을 향하고 있다! 지 괴물도 솔로우스님을 노리고 있다!”

이제 막 기습에 성공해서 사신교 신도들을 거의 토막 내다시피 했던 불새군의 전투병들은 그 외침을 듣고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뭐라고? 저 괴물도 솔로우스님을 노린단 말이냐!”

그들은 사신교 신도들을 베었던 칼에서 피를 털어낼 겨를도 없이 검은 방으로 향하고 있는 베토케로우스에게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