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 만월의 밤 - 23 화
만월의 밤 – 23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올리베이라를 바이베노파시스가 산산조각내는 것을 본 맥케이와 사신교 신도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모두가 말없이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하는 것을 본 바이베노파시스는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기껏 한 번 죽은 올리베이라에게 내가 새로운 육체를 주었더니 그 짧은 찰나에 그의 육신에 악신이 파고들었더구나. 나의 일을 방해하려고 했던 게지.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생명의 정수까지 내가 태워버렸다.”
맥케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바이베노파시스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주인님, 올리베이라는 성자입니까? 아니면 마지막에 변절한 배신자입니까?”
그 말을 들은 바이베노파시스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속으로만 맥케이를 비웃었을 뿐, 겉으로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 질문에 대답했다.
“내가 방금 올리베이라의 목숨을 다시 거뒀을 때, 내 마음이 천 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뿐이다.”
“아!”
그 대답을 듣고 맥케이는 뭔가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등을 돌려 다른 신도들에게 바이베노파시스가 방금 한 말에 대해 자기의 뜻을 전했다.
“여러분, 올리베이라는 성자가 아닙니다. 그는 주인님으로부터 새로운 몸을 받아 부활하는 은혜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순간에 주인님을 배신한 변절자입니다. 대신 그는 부활하기 바로 직전 악신의 영향을 받아 주인님을 비방하고 모욕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신께서 그를 다시 무로 돌리신 것입니다.”
한 신도가 손을 들며 맥케이에게 질문하였다.
“그럼 그 무로 돌아갔다는 것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입니까?”
“그 얘기는 주인님께서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의 생명의 정수를 거두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이제 그 어떤 방법으로도 부활할 수 없습니다. 그의 정신 역시 그의 육체처럼 곧 소멸할 것입니다.”
이번엔 옆에 있던 성도에게서 또 다른 질문을 받았다.
“그럼 우리도 일단 올리베이라처럼 새로운 육체를 받을 수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끝까지 충성해야 하고요.”
“그렇죠. 하지만 우리는 충성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아니면 바이베노파시스님은 언제든지 당신 안에 있는 생명의 정수를 없애버리실 겁니다. 아시겠죠? 그러니 우리는 끝까지 충성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악신들... 그 악한 것들이 언제든 당신들의 생명의 정수를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그 유혹에 넘어간다면 그 악신들은 당신들로 하여금 우리의 신에게서 등을 돌리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당신이 죽은 후 새로운 육체로 부활할 때까지도 말이지요.”
맥케이의 설명은 상당히 주관적이었다. 바이베노파시스의 단 한 마디 말이 맥케이로 인해 10 마디, 100 마디로 변했다. 설명을 들은 성도들은 다시 웅성거렸다. 그들은 서로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꽤 자세하게 토론을 하려고 했다.
“하암......”
바이베노파시스는 한 번 크게 입을 벌리며 하품을 하고는 탁자 뒤 의자에 털썩 앉았다. 방금 올리베이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자꾸 생각나는지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눈치였다. 거기에 여러 명의 신도들까지 자기들이 하고 싶은 얘기, 믿고 싶은 생각을 주절거리고 있으니 그는 짜증이 났다.
‘벌레 같은 것들. 짜증 나게 자꾸 왱왱대는군! 그러나저러나 나의 이 새로운 몸, 그럭저럭 움직이는 데는 별문제는 없겠지만 케르케로우스나 베토케로우스와 맞서기엔 분명 많이 부족해.’
“맥케이!”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이 급조한 교리를 신도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맥케이를 불렀다. 맥케이가 달려와 그 앞에 엎드렸다.
“이 종을 부르셨습니까?”
“맥케이, 너와 네 집안은 대대로 내게 충성해왔다. 난 그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맥케이는 그 말에 감격하여 더욱 머리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죽음의 신께서 저와 제 집안을 축복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제 충성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 직접적으로 말해도 되겠구나. 난 지금 내가 깃들어 있는 이 육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네? 그 말씀은.... 설마 제 육체도 바쳐야 한다는......”
맥케이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입이 얼어붙어 버렸다. 설마 자기도 아까 마르티네즈가 겪었던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르티네즈는 그로 인해 소멸해버렸는데 잘못하다간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며 새하얘졌다. 그가 말을 끝마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바이베노파시스가 손을 턱에 괴었다.
“왜 그러느냐? 네가 말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구나?”
“아닙니다. 주인님께서 무엇이든 제게 명하시옵소서.”
“내가 지금 이 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만 했지, 너더러 내게 네 몸을 바치라고 했느냐? 난 네 몸을 받을 생각이 없다.”
“아.....”
그 말을 들은 맥케이의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돌았다.
“아... 아닙니다!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하지만 이 몸을 가지고서는 내가 다시 엘리시움으로 돌아갈 수 없다. 오랜만에 그곳으로 돌아가 거기 있는 수많은 악신들을 내가 단죄해야 할 것인데, 이 몸을 가지고서는 그 일을 이룰 수 없다. 이 몸은 내 강한 정신을 담기에는 너무 연약하다. 본시 내 몸은 암흑으로 이루어진 것. 인간의 몸을 약간의 암흑으로 개조한 것만으로는 내가 잠시 머무르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그 이상은 무리다. 그래서 난 내 형제, 텔로토마를 꺾고 내 원래 육체와 똑같이 암흑으로 이뤄진 그의 몸을 취할 것이다.”
“그러하시면.....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바이베노파시스는 시선을 방 안에 있는 다른 신도들에게 돌렸다.
“지금부터 너희 모두에게 내가 힘을 나눠주겠다. 너희들은 그 힘을 받고 나를 위해 싸워야 한다. 모두들 내 곁으로 오거라.”
맥케이를 비롯하여 모두 10 명의 신도들이 바이베노파시스에게 다가와 엎드렸다. 바이베노파시스는 한 명씩 자기 가까이 오게 하며 그들의 머리에 빛나는 손을 얹고 그의 힘을 나눠주었다. 마지막 열 번째 신도에게 힘을 나눠준 바이베노파시스는 신도들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내게서 힘을 받았기 때문에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힘은 너희들이 경거망동하라고 나눠준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사용하라고 준 것이다. 너희의 목표는 악신으로 변한 내 형제를 찾아 나와 함께 그를 무찌르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또 하나의 악마, 검은 늑대를 함께 처단해야 한다. 그럼 너희 모두에게 내 힘을 사용하는 요령을 알려줄 터이니 두 눈으로 똑똑히 보기 바란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바이베노파시스는 마지막 열 번째 신도의 멱살을 움켜잡더니 베란다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의 몸을 난간 밖으로 들어 올리고 신도들을 바라봤다. 열 번째 신도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바이베노파시스에게 두 손 모아 빌었다.
“신이시여! 저를 사... 살려... 저를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신도들은 모두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맥케이도 바이베노파시스를 말려보려고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신이시여! 왜 그를 죽이시려고 하십니까?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그는 죽습니다! 제발 그를 살려주십시오!”
하지만 바이베노파시스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희들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라.”
그렇게 말하고 그는 후려잡은 열 번째 신도의 멱살을 놓았다. 신도는 긴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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