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 솔로우스 - 65 화
솔로우스 – 65
자신을 몸을 활활 불태우며 돌진해오는 데비아나를 보자 바이베노파시스 곁에 서있던 멕케이는 걸음의 속도를 늦췄다. 그녀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이베노파시스는 여유만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 저런 덜떨어진 녀석 같으니. 겨우 불새가 나눠 준 힘만 믿고 감히 나를 대적하려 들다니.”
그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며 그녀가 충분히 가까운 거리까지 올 때까지 기다렸다. 데비아나는 바이베노파시스가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가 무슨 짓을 또 꾸미려는가 싶어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저 자식이 뭘 어쩌려고 손을 들고 있는 거지? 아까 병사를 공격했던 방식으로 내게 공격해 오려고 하는 건가?’
그녀는 적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공격해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그에 맞게 대비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아까 병사의 몸에 구멍을 냈던 것처럼 손으로 뭔가를 던지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게 되자, 그녀는 한쪽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면서 바이베노파시스가 자신을 겨냥할 수 없도록 신경 썼다.
‘어림없지! 혹시 네가 뭘 던지든지 간에 이렇게 움직이면 쉽게 맞추기 힘들 거야. 게다가 에피로제님의 불은 세상의 어떤 것도 태울 수 있다. 내 몸이 에피로제님이 주신 불에 휩싸여 있는 동안, 네 놈이 내게 돌을 던지든 바위를 던지든 그것은 내 몸에 닿자마자 녹아 없어질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방금 전 바이베노파시스가 병사에게 돌 같은 것을 던져서 그의 몸에 구멍을 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이 전혀 아니었다. 바이베노파시스는 실실 웃으면서 데비아나가 마음껏 움직이도록 그냥 잠자코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저 멍청한 여자애는 내가 손으로 뭔가를 던지는 줄 알고 저렇게 생난리를 피우고 있구나. 내 공격 방식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있군. 공간을 압축하고 팽창시켜 공격한다는 걸 말이야. 크크크.”
그 원리야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아마도 바이베노파시스가 공격하는 방식은 그녀가 예상한 것처럼 무슨 물체를 던진다던지 하는 것이 아닌 것이 확실해보였다. 데비아나는 몸을 지그재그로 기민하게 움직이다가 바이베노파시스와의 거리가 겨우 수 m 정도 남게 되자 땅에 떨어진 숨진 병사의 방패를 줍더니 자신의 몸에 붙은 불로 그것을 불태웠다. 그리고 그것이 다 타서 없어지기 전에 바이베노파시스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받아라!”
그와 동시에 그녀는 전력을 다해 바이베노파시스에게 뛰어갔다. 아마 그녀의 계획은 불붙은 방패로 바이베노파시스의 주의를 끈 다음, 그에게 가까이 간 후에 결정타를 날리려는 심산이었던 것 같았다. 그녀의 계획대로 바이베노파시스는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불덩어리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가 아까부터 들고 있던 손으로 불붙은 방패를 막으려고 하자 데비아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됐어! 이젠 내 주먹이 닿는 곳까지만 파고 들어서 저 녀석을 쓰러뜨리기만 하면 돼! 방패를 막느라 균형이 무너질 테니, 그대로 저 놈의 첫 번째 공격은 피하고 그 다음 상대방의 심장에 내 주먹을 꽂아 넣는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바이베노파시스에게 돌진했다. 그런데, 아뿔싸! 그녀가 던진 불붙은 방패가 그에게 닿기 전 코앞거리에서 공중에 떠 있는 채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닌가!
“아! 혹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건가?!”
데비아나는 그것을 보고 너무 깜짝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 나왔다. 뭔가 일이 잘못 되어간다는 것을 깨닫고 뜀박질을 멈추려고 했으나 그렇다고 갑자기 멈춰 설 수도 없었다. 적에게 너무 가까이 왔던 것이었다. 지금 등을 돌려 돌아간다고 하면 자신의 몸을 무방비로 적에게 내어주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이 자식아! 나와 함께 죽자!”
데비아나는 목숨을 거는 각오로 바이베노파시스에게 덤벼 들었다. 혹시라도 그의 공격을 받게 되더라도 그를 붙잡고 불새의 불로 함께 불타서 죽을 생각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죽게 되더라도 솔로우스 대사제와 베도아, 그리고 자신의 부하들에게 살 길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명예로운 죽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무모함을 보고 바이베노파시스는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정말이지 무모하고 어리석구나! 자신의 작은 재주만 믿고 감히 죽음의 신에게 도전하다니.”
그는 손짓 한번으로 공중에 매달아둔 불타는 방패를 그녀에게 던졌다.
‘퍽!’
방패가 날아가 데비아나의 다리를 때리자, 그녀는 휘청거리며 땅에 쓰러졌다. 그러자 바이베노파시스는 다른 쪽 손을 들어 그녀를 공중에 들어 올렸다.
“자! 어디 네가 원하는 대로 내게 와서 그 불타는 주먹으로 나를 해치워 보거라. 크크크.”
그녀의 몸이 두둥실 떠올라 바이베노파시스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팔과 다리를 버둥거리며 다시 땅으로 내려가려고 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인지 그녀의 발은 땅에 닿지 않았다. 그녀가 공중에 들린 채로 바이베노파시스의 코앞까지 오게 되자, 그녀는 사력을 다해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그의 몸에 닿으려고 애썼다.
“안 돼지. 안 돼. 네가 가진 힘이 별 것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불새의 불만큼은 진짜다. 그건 세상의 모든 것을 태울 수 있는 화염이라는 것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단다. 그러니 그 불에 닿는 것은 나로서도 그렇게 유쾌한 일이 될 수 없지. 하지만, 네 손 끝 하나 내게 닿을 수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크크크.”
바이베노파시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리고 있던 다른 한 손을 들어 그녀에게 뻗었다. 그러자 강한 압력이 휘휘 휘젓고 있던 그녀의 팔을 압박했다.
“아아아악!”
‘뿌득!’
끝내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팔이 부러지고 말았다. 데비아나는 엄청난 고통에 휩싸여 소름끼치는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악!”
바이베노파시스는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띄며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데비아나에게 말했다.
“이런.... 네년은 가지고 있는 헛된 자신감만큼이나 시끄럽기도 대단히 시끄럽구나. 하지만 난 네 비명을 듣는 일에는 조금도 취미가 없다. 내 동생, 키쥬아라면 또 모를까.”
데비아나의 한 쪽 팔이 축 늘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쉬지 않고 공중에서 바이베노파시스에게 발길질을 해댔다.
“이 망할 놈! 네가 반드시 네놈의 목을 칼로 베어 에피로제님께 바칠 것이다!”
“오! 칼로 내 목을 벤다고? 크크크. 그것 역시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 아니다. 그건 내 동생, 텔리가 좋아하는 거지. 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바이베노파시스는 들고 있는 한 쪽 손을 시계방향으로 반 바퀴 비틀었다. 그러자 데비아나의 다른 한 쪽 팔이 ‘우드득’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적을 우그러뜨리고 쥐어짜서 터뜨리는 것을 좋아한단다. 그렇게 산산조각이 나면 아주 기분이 좋아져. 그게 사람이든, 신이든, 세상에 어떤 것이라도 말이다. 크크크.”
바이베노파시스는 말을 마치면서 반 바퀴 틀었던 손을 다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반 바퀴 틀었다.
‘우드득....’
한 쪽으로 뒤틀렸던 데비아나의 팔이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틀어졌다. 그녀는 엄청난 고통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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