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 솔로우스 - 62 화
솔로우스 – 62
사신교의 4 신도들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죽어서 늘어져 있는 시체들인 줄 알았던 병사들이 하나씩 일어나자 그들은 순간 당황했다.
“뭐야? 이것들. 다 죽었던 거 아니었어?”
“이봐, 이건 심각한데? 우리가 아무리 불사신의 몸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 녀석들이 한꺼번에 우리를 덮친다면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마른 체격의 로버트가 나머지 3 명을 보고 말했다. 4 명의 신도들은 분명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상처를 입게 되면 그걸 회복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자기들보다 몇 배나 되는 인원들이 동시에 공격해온다면 그 시간을 벌지 못하고 쓰러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는 그렇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에뮤니우스는 솔로우스를 안은 채, 그들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그들은 에뮤니우스가 상황을 틈타 도망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들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신도들은 그의 그런 과감한 행동에 황당해했다.
“뭐야? 우리에게 그 할아범을 넘기고 도망가려고 그러는 거냐?”
에뮤니우스는 아무런 말없이 희미한 미소를 흘리며 4 인의 그룹 가운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 너희 불사신들은 일을 좀 해야지?”
뚱뚱한 제임스가 고개를 뒤로 당기며 물었다.
“뭐야,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녀석들은 엘리시움에서 온 전사들이다. 그리고 모두 날 죽이려고 하고 있지. 모두 내가 붙잡고 있는 이 노인을 되찾으려고 하는 거다. 너희 또한 이 노인을 원하고 있지 않나? 이 노인을 데려가려면 내게서 빼앗기 전에 저 놈들을 전부 쓸어버려야 할 것이다.”
“뭐야?”
“이 노인은 솔로우스라는 녀석인데 저놈들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이거든. 너희가 모시는 신께서도 이 녀석을 원하시는 것을 보면 어떤 인물인지 대충 감이 오지? 너희가 이 자를 너희의 신께 온전히 데려가려면 저 녀석들을 무찌르란 말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내게서 빼앗든지 말든지 하라고.”
네 명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에뮤니우스의 얘기가 틀린 것 같지 않았다.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새군 병사들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뒤늦게 데비아나가 다른 병사들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솔로우스를 인질 삼은 에뮤니우스가 사신교 4 인의 중앙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저 놈들은 아까 우리 병사들을 공격하던 그 녀석들 아니야? 뭐야? 역시 에뮤니우스와 한 패였나?”
그녀가 자기들을 에뮤니우스와 한 패로 묶자 펄쩍 뛰며 부인했다.
“저 여자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우린 이놈과 한 패가 아니야. 신의 명령에 따라 그저 이놈이 잡고 있는 노인을 데려가려고 하는 것뿐이라고!”
그 말을 듣자 데비아나와 신도들을 에워싸고 있는 다른 병사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뭐라고? 솔로우스님을 데려간다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병사들아! 저 뻔뻔하고 추악한 적들을 단 번에 해치워라!”
“옛!”
“솔로우스님께서 다치시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데비아나의 부관, 베도아도 깨어나서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그녀는 아까 에뮤니우스의 기습에 당해 한 쪽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한 병사가 그녀의 검을 주워 그녀의 손에 들려주자, 그녀는 그것을 의지해서 땅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데비아나에게 비틀거리며 걸어가더니 고개를 숙였다.
“데비아나님, 제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베도아는 데비아나가 불새로부터 힘을 받았지만,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늘 곁에서 그녀를 보호해야 했는데 자신이 먼저 쓰러진 것에 대해 큰 책임을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은 비난을 받아야 하는데, 데비아나는 부관의 부상을 걱정했다.
“한 쪽 눈은 어떤가?”
“전혀 뜰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쪽 눈으로도 적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데비아나는 전투에 있어 자신보다 더 실력이 좋은 베도아가 다시 일어섰다는 것에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그렇다면 됐다. 어서 병사들과 함께 저놈들을 당장 없애버려.”
“옛!”
베도아는 한 쪽 눈을 감은 채 두 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잡아서 들어올렸다. 그리고 병사들의 틈을 비집고 가장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 전까지 비틀거리던 걸음걸이는 사라지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베도아의 표정은 단호하면서도 분노에 차 있었다. 그녀는 장검을 들어올리며 에뮤니우스와 사신교의 4 명에게 소리쳤다.
“네 이놈들! 감히 그 분이 누구신줄 알고 더러운 손을 댄 것이냐? 우리의 대사제님을 모욕한 것은 곧 그 분을 자식처럼 아끼시는 우리의 신수, 에피로제님을 모욕한 것이다. 도저히 네놈들을 그냥 살려보낼 수 없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재빨리 장검을 휘둘렀다. 달빛을 받은 검날이 번쩍하고 빛을 내더니 4 명 중 하나인 미스터 윌슨의 목이 떨어졌다. 나머지 셋은 번개 같은 그녀의 솜씨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다. 날씬한 로버트가 뚱뚱한 제임스에게 속삭였다.
“이봐, 내가 아까 목이 거의 잘려봐서 아는데, 미스터 윌슨의 몸에 저 잘린 목을 붙여줘야 해. 아니면 무슨 수로 붙겠어. 목이 저절로 굴러가서 저 몸에 붙지는 않을 것 아냐?”
“무슨 소리야. 저 애꾸 년이 저렇게 빨리 칼을 휘두르는데 무슨 수로 저 아저씨의 목을 주워준단 말이야?”
“그럼 미스터 윌슨을 그냥 저렇게 죽으라고 내버려두란 말이야?”
“모... 몰라. 일단 다음은 네 목이 될 지도 모르는데, 또 잘리기 싫으면 네 일이나 신경쓰라고!”
데비아나는 베도아의 첫 일격이 적을 주눅 들게 한 것을 보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아까 보니 저 녀석들이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모두 일제히 달려들어 끝장을 내라! 그리고 에뮤니우스를 내 앞에 데려와 무릎을 꿇려라!”
“옛!”
병사들은 칼을 앞으로 뻗으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에뮤니우스 주위에 있는 3 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분명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칼날을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쟁터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일반인들이었다. 지구에 오기 직전까지 전쟁터에서 전투를 벌이던 불새군 병사들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퍽! 퍽! 쉬익!’
“으아악!”
병사들이 찌르고 휘두르는 칼날에 사신교 3 인은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그 중 뚱뚱한 제임스는 큰 몸집을 가지고 있어서 병사들의 칼에 제일 많이 당했는데, 온 몸이 피로 물들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참혹한 모습이었다. 사신교의 3 인은 끝내 모두 핏덩이로 변해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 에뮤니우스는 몸에 힘을 집중시켜 하얗게 변하게 한 뒤 흉측한 십자 형태의 입을 벌리며 말했다.
“너희 불새군이 친절하게도 나대신 4 명의 괴물을 전부 처리해줬으니, 이젠 내가 여기를 빠져나가야 할 때로구나!”
그가 다시 한 번 온몸에서 독무를 피워 오르려고 하는데, 베도아가 달려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의 머리를 향해 긴 칼을 휘둘렀다.
“이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에뮤니우스가 잠시 움찔거리며 반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데, 그의 등 뒤에서 병사들이 그의 어깨와 다리에 칼을 찔러 넣었다.
“크아아악!”
에뮤니우스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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