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삥
다음날 미래 스마트폰의 열 개 라인업이 발표되었다.
30만원 대 최저가 제품부터 60만원 대 최적가 제품까지.
인터넷이 열악한 지역을 위한 오프라인 위주 상품과 카메라 성능 극대화, 게임성능 극대화 등 다양한 컨셉의 제품이 발표되었다.
비슷한 성능의 중고품보다 싼 제품이 쏟아진다.
이를 위해 지엘스마트폰만 산 게 아니다.
핵심 부품사 60여개를 인수했고, 살 수 없는 기업은 지분을 잔뜩 사들였다.
수직계열화.
가치가 오를 걸 미리 아는데 넘쳐나는 돈으로 사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덩달아 부품업체의 장난질도 미리 막을 수 있고.
이는 5년 쯤 후 중국기업 중심으로 불어올 변화의 바람인데 내가 한발 앞서 인터셉트 했다.
중저가 회사들이 뒤늦게 따라 하겠지만, 우리가 선점한 후에는 늦었지.
최소 5년간은 경쟁자 없이 독식할 수 있다.
3개월 후 2021년 출시가 예정인데 벌써 예약물량이 쇄도하고 있다.
세계는 스마트폰 조립체계를 원하고 있다.
(베스트글)<게임 최적화 예약했다>
근데 부품라인업 좋은 거 맞아?
-110만 원대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ㄴ근데 60만원이라고? 졸라 사기네
ㄴㄴ 대신 카메라 똥임 너 사진 찍을 일 없으니까 너한테 개이득
ㄴㄴㄴ 내가 친구 없는 거 니가 알아? 아냐고?
ㄴ친구 없다고 안했는데 풀발기하누
ㄴㄴㅋㅋㅋㅋㄹㅇㅋㅋ
ㄴㄴㅇㅈ?ㅆㅇㅈㅋㅋㅋ
<인터넷 최적화 예약함>
이거하면 빨라지냐?
-ㄴㄴㄴ 빨리 취소해
-ㅋㅋㅋㅂㅅ정법나가냐?
-그거 빨라지는 거 아니야 아프리카에서 쓰는거야
-통신 안잡히는 히말라야나 정글에서 실낱같은 통신 잡는데 최적화
-힉 ㅅㅂ 위약금 10미래블록
ㄴㅋㅋㅋㅋ교육비냈다 쳐
<최저가 모델 뭐야? 왜케 싸? 중고폰보다 싸네>
사기 아니냐? 벽돌 오는거 아냐?
-재고모델. 철지난 재고부품으로 조립한대
-재고 털어줘서 고맙다고 기사남
-앜ㅋㅋㅋ 싼게비지떡이네
-근데 솔까 효도폰으로 좋지 않냐
-난 우리 애들 사줄까 하는데 최신겜 안돌아가잖아
ㄴ 이거다
ㄴ 이거네 애들용이네
ㄴ 스트리밍도 잘 안댐 딱 좋네
ㄴㄴ 뽀로로 못틀어주면 우리 밥 못먹는대
ㄴㄴㄴ좀 사랑으로 길러라 새꺄
패러다임을 바꾼다.
당장은 열 개 라인업이지만, 파티가 늘어나면 더 세분화 할 수 있다.
조립라인이 복잡해지겠지만, 지엘 말고도 인도, 스웨덴, 브라질 기업을 인수했기에 조립라인은 많다.
바닥부터 삼켜 점유율을 올리고 프리미엄 폰까지 올라가면 된다.
한국의 스마트폰 세계 점유율 1위.
어렵지 않다.
그리고.
[리나 칸 콜롬비아 교수 : 애플의 독점체제 무너질 것]
이라는 기사가 났다.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프리미엄폰까지 올라갈 수 있겠다.
리나 칸은 내년 32세의 나이에 미국의 연방거래위원장, 한국으로 치면 공정거래위원장이 되는 여성이다.
그녀는 3년 전 대학원생 시절 독점의 새로운 시각을 꺼내들었다.
기존의 독점은 시장을 지배한 회사가 가격을 마음껏 올려도 소비자가 저항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정부가 개입해 회사를 쪼개버린다.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최소가격을 제공함으로써 독점 규제로부터 벗어났다.
하지만, 아마존은 소비자를 독식함으로써 아마존에 상품을 공급하는 수많은 소상공인을 쥐어짜는 새로운 형태의 독점구조를 만들어 거액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리나 칸의 이론은 시장을 독점해 소비자에게 비싸게 파는 것만이 독점이 아니라, 시장 지배자가 하청업체의 이윤을 가로채 거액을 챙기는 것 또한 독점이라는 시각이다.
리나 칸은 아마존을 예로 들며 논문을 발표해 교수가 되고 내년에 연방거래위원장이 되지만, 그녀의 논문에 걸리는 독점기업은 아마존 뿐만 아니라, 애플, 구글 등에도 똑같이 통용된다.
그런 그녀의 시각과 미래그룹의 방향이 일치한다.
애플의 가혹한 하청조이기를 비판하고 부품 공급회사들과 소액의 이윤을 나누는 정책.
시간이 갈수록 미국 정부는 미래그룹에 협조하며 함께 애플을 공격하게 될 것이다.
좋아.
이게 회귀한 자의 정책방향인 거지.
다 좋은데.
[어나더어스의 폭력성. 아이들이 난폭해진다]
[심각한 어나더 어스 중독 증상]
[한국에서 돈 벌고 해외로 빼돌리는 미래게임즈의 탈세기법]
[게임 셧다운제 어나더 어스 적용 검토]
작정하고 때리기가 들어왔다.
미래 게임즈가 너무 커졌구나.
올해 미래게임즈의 매출은 3000조 예상하는데 우리의 수익은 40조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미래게임즈를 한국기업으로 등록했다면 법인세와 상관없이 여성부에 30조를 납부해야 한다.
이게 싫어서 처음부터 아일랜드 기업으로 등록했다.
지금 여성부에서는 그 돈이 자기 돈 같고 막 돈 뺏긴 기분인가보다.
“예하야. 나 정도면 애국자 아니냐?”
“세금 많이 안내잖아.”
예하가 뼈를 때렸다.
“작년에나 적었지 올해는 100조 낼 거 같은데. 고용한 임직원들한테 뺏어가는 돈도 합치면 수십조 될 테고.”
“에헤헤. 오빠 애국자 맞아. 오빠 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힝. 그런데 나라에선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예하의 잘못을 바로잡아줘야겠다.
“나라가 아니야. 개인이 잡아먹으려는 거잖아.”
“국가 기관인 여성부가 하는 거잖아.”
“그렇다고 해서 그게 국가전체의 정책은 아닌 거지. 여성부의 어떤 개인이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스타플레이를 시도하는 것 뿐이야. 국가에 속한 다양한 개인 중 누군가가 날 물어뜯는 것뿐이지. 원래 민주주의가 그런 거니까.”
북한이 아닌 한 다 비슷하다.
“응? 그래도 돼?”
“성공하면 스타정치인이 되는 거고, 실패하면 잘려서 백수가 되는 거지. 원래 이런 건 매일, 매번 있어. 스타플레이에 성공한 이들이 지금 국회의원 중진들이고, 실패한 이들은 완구 총리처럼 사라지는 거지.”
예하는 완구 총리가 누군지 모르는 듯 갸웃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걸 나눠야 해? 국가가 하는 건 똑같잖아.”
“나눠야지. 경찰 한명이 음주운전 했다고 경찰 전체가 음주경찰은 아니고, 검사 한명이 떡값 받는다고 검사 전체가 떡검은 아닌 거지. 개인의 일탈은 개인에 대한 욕으로 끝내야해. 당장 해수부랑 농림부도 정부기관인데 우리한테 극도로 친절하잖아.”
해양수산부는 미래수산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미래수산을 만들면서 어촌에 현재까지 3조를 뿌렸고, 미래건설이 들어가 본전사업인 살기 좋은 집 만들기 프로젝트로 할머니들 집을 교체해주면서 어촌경제가 전체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일부 어촌에선 현금을 달라며 아직도 시위하고 있지만, 대부분 고장에선 미래수산의 위그선 피딩이나, 물대포 형식으로 먹이를 쏴주는 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함께 하고 있다.
시골 할매, 할배가 보기에도 젊은 피가 들어오고 식당, 상점이 따라 오니 편리해지는 게 많겠지.
농림부에선 우리와 협의한대로 농지임대를 강력단속하기 시작했다.
농지임대.
‘농지는 실제 경작할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 와 정면으로 대치된다.
그럼에도 막지 못했던 것은, 작년까지 실제 경작하던 분들이 한살씩 나이를 먹으면서 버티지 못하게 되는 경우 때문이다.
나이가 많아 쉬겠다는데 억지로 팔게 할 수도 없으니 땅 빌려주는 걸 유야무야 눈감아주는 것이다.
임대료가 많아보여도 1평당 1년에 1천원 수준이다.
이걸 강제로 단속해 임대를 금지시키면 ‘에라이 더러운 새끼들’ 하며 땅을 팔지 않고 그저 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니 공무원들도 알면서 눈감게 된다.
이게 문제를 확대시킨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시골의 논밭을 팔지 않고, 전에 임대하던 이에게 그대로 임대하는 경우.
도시에서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이 논밭을 소유해 임대수익을 거두는 최악의 예시가 나타난다.
또한 임대가 불법이기 때문에 계약서 없이 현찰임대가 이뤄지며 이 경우 국가에서 퍼주는 농업보조금이 힘들고 가난한 임대인에게 가지 않고 대도시에서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이에게 들어간다.
가뜩이나 농업이 힘든데, 임대료와 보조금을 땅주인에게 뺏기면 임대농부는 진짜 먹고 살 수 없게 된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국가에 요구한 것 딱 두 가지.
미래그룹이 임시로 땅을 소유해 정당한 주인에게 넘기는 걸 용인해줄 것.
농지 임대를 강력히 단속할 것.
실제로 나이가 많아 농업이 불가능한 분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이건 4~5년을 보고 하는 사업이다.
당장 확보한 땅을 3핵타르씩 쪼개 기계농업이 가능하게 정리하고 미래건설의 집과 연결해 3년 무료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돈이 있다면 미래그룹이 구매한 본전가격 그대로 사서 소유해도 되며, 무이자 대출도 동시에 해준다.
10조원을 농지정리와 새로운 피 수혈에 넣어준다.
꾸준히 하다보면 농촌이 살고 나라 전체가 균형 있게 발전하게 되겠지.
가뜩이나 좁은 땅에 인구 5000만도 미친 인구밀도인데, 그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건 너무하잖아.
“오빠, 오빠.”
“어?”
“오빠 개인홈피에 여성부장관님이 글 올렸는데?”
“응?”
예하가 화면을 보여줬다.
-주영혜장관 : 법인속인주의 입법발의. 탈세기업 미래게임즈는 각오하세욧!
그녀의 말 아래 수천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찬성, 반대, 욕설, 젠더비하.
아주 지랄이구나.
왜 이딴 똥글을 내 홈피에 올리는데.
“법인속인주의가 모얌?”
예하가 물었다.
“나도 처음 듣긴 하는데. 속인주의는 한국인이 외국에서 마약을 해도 한국법의 적용을 받는 거니까 법인도 거기 적용하겠다는 거겠지. 한국인이 한국에 세운 법인이니까 미래게임즈에 한국의 법을 적용하겠다는 거 같은데. 아일랜드 법인이 아니라.”
“엥? 가능해?”
“몰라. 불가능하지 싶지만, 결론이 날 때까지 10년 이상 걸리겠지. 어쩌면 그동안 자산동결 같은 미친 짓을 할 수도 있고.”
아무튼 기분이 더럽다.
내 홈피의 자유게시판은 전세계 감정의 쓰레기통이다.
마음껏 쓰도록 제한을 걸어두지 않았더니 1초에 10개씩 글이 리젠된다.
아예 서식하며 날 욕하거나 옹호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저 사람들은 직업이 없나.
“오빠, 또 올라왔다.”
예하가 알려준 번호를 눌러 찾았다.
-주영혜장관 : 통신 3사에서 데이터이용료 청구할 겁니다. 기대하세욧 호홋.
저 미친년이 날 물어서 대통령 되려나보다.
저렇게 당당한 거 보면 뒷조사로 나올 비리는 없겠지.
비리 있는 이는 조용히 숨고, 저런 저격수는 비리 없는 이로 뽑히니까.
빡치네.
자기 이득을 위해 누군지 모를 누군가를 웃으며 죽일 사람이 많다는 건 알지만 직접 당하니 열받는다.
유투버나, 미래방송에서도 날 욕하면 엄청난 어그로가 끌려 수익이 오르니까 내 욕하는 걸 컨텐츠 삼아 그걸로 먹고사는 이도 많지만, 너무 많아서 조용히 고소만 할 뿐인데 장관이 직접 저러니 화가 난다.
“예하야 도와줘. 친구만 글 올릴 수 있는 게시판 만들어줘.”
내가 등록한 친구라야 가족과 사장 몇 뿐이다.
그들만을 위한 게시판은 없었다.
다들 메신저로 대화하지 뭣 하러 다 볼 수 있는 게시판에 글을 써.
하지만 이제 만들어야겠다.
예하가 만들어주자 날 물어뜯는 장관을 친구로 등록했다.
게시판에 글을 쓰자.
-주영혜장관님, 윤동욱입니다
키배를 시작하지.
- 작가의말
이제 서로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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