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헌터천마
먼저 포기선언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셋에 의해 은밀한 소문이 퍼졌다. 정식으로 기사가 나지는 않았지만 각종 게시판과 커뮤니티들에서 이번 촬영이 극한생존을 컨셉으로 해서 첫날에 세명이 포기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제작진의 동의를 얻지 못해 기자들이 기사화하지 않았다 뿐이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마가 써누의 그곳을 돌려차기로 터뜨리는 장면은 의외로 남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솔로부대들이 천마의 행동에 박수갈채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호매령에게 진주를 건네는 장면에서 대거 이탈이 발생했다. '아군이 아니야' 라는 댓글이 수만개 달렸다.
그후 세명이 포기선언을 하는 장면은 나름 각색되었다. 한국에서 추가 인터뷰로 그럴듯한 포기 이유를 만들어준 것이다. '카메라에 비춰지진 않았지만 이러이러한 어려움들이 있었다','모기에게 한방 쏘였는데 너무 크게 부어서 겁 먹었다' 등등 이유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상어떼의 출몰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가 되었다.
그때 천마가 불을 피우는 장면, 점토로 증류시설을 만드는 장면 등이 방송되면서 그 긴장된 분위기를 조금 가라앉혔다. 커뮤니티에서는 도끼와 칼을 부딪혀 불꽃을 만들어내 점화하는게 가능한지 논쟁이 벌어졌고 점토로 증류시설을 만드는게 가능한 것인지 심도있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다 제작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천마가 바다로 향하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오분의 기다림이 편집없이 그대로 방송되었고 오분뒤에 천마가 두마리의 미터급 물고기를 들고 올라오자 커뮤니티들이 다시 한번 끓어올랐다.
- 날아올라라 주작이여
- 저 밑에 잠수함이 있다에 천원 건다
- 밑에 미리 산소통을 배치했을거야
방송분이 끝날 때 제작진이 뒤늦게 확인한 상어떼의 이동소식을 첨부했다. 무수한 논란을 낳고 첫날 방송이 끝났다. 하지만 논란 덕에 두번째 방송 시청률이 껑충 뛰었다. 천마의 화려한 칼질이 끝났고 모두가 포식을 한 뒤 바닷물을 끓여서 만든 증류수로 말끔하게 씻고 잠이 들었다.
둘째 날 세대의 카메라가 천마와 함께 바다사냥에 들어갔다. 천마의 잠수가 너무 오래되어 셋이 교대로 촬영을 한 것이다. 거기에 천마 본인의 소형카메라까지 해서 네개의 화면이 싱크를 맞춰 동시에 방출되었다. 첫날의 분란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수많은 추종자를 만들어내는 장면이었다. 물론 여전히 조작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극한생존이라는 주제와 달리 풍성한 먹거리와 튼튼하게 잘 지어진 집 덕분에 느긋한 삶이 이어졌다. 김병무와 강북은 방송분량을 위해 이것저것 자신들끼리 미션을 만들어 수행했다.
나무로 된 이층집을 만들었고 한켠에 돌과 나무 그리고 점토로 부엌을 만들었다. 이층집안에는 천마가 만든 수많은 장식품들이 가득 진열되었고 부엌에는 김병무와 강북이 만든 접시들이 진열되었다.
방송 중간중간 제작진의 고통에 찬 얼굴과 한숨소리를 내보내어 작은 웃음을 유발했다. 물을 제공하는 것 빼고는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겠다고 미리 말했기에 제작진도 속수무책이었다.
천마의 촬영분이 다 방송된 후 신화공의 양이 배로 늘었다. 천마는 잘 몰랐는데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자막을 입혀 인터넷으로 천마의 활약을 지켜본 것이다. 신도수가 무척 늘어난 덕에 신화공의 공력도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호매령이 진주를 받은 보답으로 저녁식사를 대접한다고 해서 천마는 약속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명현공 덕분에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을 수 있었기에 변장이 필요 없었다. 그때 트럭 한대가 어떤 남자를 덥치는 장면에 천마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날렸다.
"야 이 개자식아, 나를 왜 구한거야. 몇달만에 겨우 찾은 회귀트럭인데. 맨날 환생트럭만 보이다가 어쩌다 회귀트럭 발견했는데 네놈 때문에 놓쳤잖아."
그 남자는 바로 천마에게 가왕의 자리를 빼았겼던 회귀자이다. 이대로는 또 F급 헌터가 되어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지랄맞은 열세번째 회귀를 위해 회귀트럭을 열심히 찾아다니다 겨우 하나 눈에 띈 것이다. 환생트럭은 하루에도 몇개씩 보는데 회귀트럭은 이름탓인지 희귀했다.
"왜 그렇게 회귀에 집착하는데. 환생해도 나쁠건 없잖아."
"멍청아, 신급의 힘이 아니면 환생할 때 다 사라져. 그저 기억과 경험만 가지고 다시 삶을 사는 것이란 말이야. 곧 헌터의 시대가 온다. 이거 재벌물이나 비트코인 사서 돈 많이 벌면 갑질할 수 있는 그런 외전이 아니라고. 힘, 힘을 가져야 해."
"회귀해도 아마 똑같을걸. 그러니 헛수고 하지 말고 이대로 살아."
"네가 뭐라고 해도 난 지랄맞은 열세번째 회귀를 꼭 해내고 말거야."
"이 글의 주인공은 나야나. 외전의 주인공도 나야나."
천마의 대답에 충격을 받은 회귀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만약 천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트럭에 치여 그저 죽을 것이다. 만약 회귀를 한다고 해도 천마의 라이벌이 되어 사이다를 만드는 재료가 되거나 천마의 꼬봉이 된다. 가장 섬찟한 것은 여자로 회귀해서 천마의 하렘 구성물이 되는 것이다.
오한에 걸린 사람처럼 바들바들 떠는 회귀자를 두고 천마는 가던길을 계속 갔다.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선글라스에 모자에 마스크까지 꽁꽁 싸맨 호매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마는 명현공을 어느정도 풀었다. 인지는 하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명현공을 풀고 호매령과 함께 식사를 했다.
스테이크에 따라 나오는 와인 한잔만 마셨지만 호매령의 얼굴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가는 그때 갑자기 호매령이 벌떡 일어섰다. 어떤 기운이 호매령의 몸에 깃드는 것이 감지되었지만 삿된 기운이 아니라서 천마는 그저 지켜보았다.
'띠링, 축하드립니다. 헌터로 각성하셨습니다.'
'종합판정 결과입니다. 당신은 C급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스킬 검색중입니다.'
'SS급 패시브 스킬 설태매골(雪態梅骨)을 익혔습니다. 숙련도는 삼성입니다.'
'A급 액티브 스킬 검술 매화검을 익혔습니다. 숙련도는 칠성입니다.'
'스킬 목록에 청풍부월검이 추가됩니다. 본인의 깨달음에 따라 등급이 정해집니다. 기본 등급은 S급입니다. 매화검을 십성 대성으로 익히면 청풍부월검의 수련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팁입니다. 매화검을 십이성 극성으로 익히시면 청풍부월검의 등급이 SS급으로 상승됩니다.'
"오빠, 나 헌터가 됐어."
호매령은 천마보다 한살 어리다. 그래서 둘은 오빠 동생으로 호칭하고 서로 편하게 말 놓기로 했다. 천마는 회귀자가 헌터의 세상이 온다는 말이 생각났다. 레스토랑안에 백명에 가까운 손님이 있는데 헌터로 각성한 것은 호매령 하나뿐이다. 헌터가 아무나 되는게 아닌 귀한 존재라는 뜻일 것이다.
'어머 아들, 엄마 헌터로 각성했어. C급 헌터이고 난화지라는 무공을 얻었다.'
'아들, 아빠다. A급 헌터로 각성했다. 스킬은 만천전우(滿天錢雨 - 온하늘에 돈의 비가)라고 은행 이자를 이용해 타격을 주는 광역계 스킬이야.'
'오빠, 초선이야. 급히 물어볼게 있는데 나 헌터로 각성했어. SSS급인데 동탁소환과 여포소환 두 스킬중 하나를 선택하래. 어느게 좋은지 조언 좀 해줘. 동탁하고 여포 누가 더 잘 생겼어?'
'형, 나 초신이야. E급 헌터로 각성했는데 패시브로 쾌검술 하나가 달랑 생겼어. 나 망한거 맞지?'
'자운이야, E급 헌터인데 생사응사박이라는 SSS급 스킬이 생성되었어. 이 소설 밸런스 똥망인거 맞지?'
'천마, 나 강사성이다. A급 헌터로 각성했다. 횡련일기공이라는 B급 스킬도 각성했고 말이다. 기대해~'
'천마야, 창훈이 형이야. E급 헌터로 각성했는데 EX급 심법 선천지기를 얻었다.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되는거 맞지?'
그때 대형 TV의 화면이 갑자기 바뀌면서 뉴스속보가 흘러나왔다.
"전통무예인 선우검파씨가 방금 방송국에 자신이 SSS급 헌터로 각성했음을 알려왔습니다. 선우검파씨는 SSS급 심법인 소양공과 SSS급 검술인 반양검을 얻었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위력시범 장면을 생중계해 드리겠습니다."
방송국이 급하게 섭외한 군부대 관계자들이 나왔다. 방탄유리를 향해 수많은 총알을 쏘았지만 전혀 흔적이 없었다. 그 방탄유리를 선우검파가 가볍게 구멍내자 레스토랑 안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성인의 허리보다 더 굵은 살아있는 생나무가 선우검파의 일검에 쓰러졌다. 검에 베인 자국을 보면 어찌나 매끈한지 물만 묻히면 거울로 써도 될 것 같았다. 선우검파의 위력시범이 끝나자 앵커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보시다시피 헌터들은 초인입니다. 정부에서는 헌터들을 위한 전문 부서를 만들고 삼만명의 공무원을 배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헌터진흥발전위원회를 만들고 대한민국 유일의 SSS급 헌터인 선우검파씨를 초대회장으로 추대했습니다."
길옆에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있던 회귀자는 E급 헌터로 각성했다. 그리고 뉴스를 통해 확신했다.
'젠장, 이전 생에는 보지 못했던 천마라는 작자가 나타났고 나는 F가 아닌 E급이 되었다. 거기에 정부의 대책도 너무 빠르다. 나 말고도 회귀자나 환생자가 있는게 틀림없다. 글쇠의 역량으로 이렇게 많은 환생자와 회귀자를 등장시키면 스토리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나는 더이상 등장하기 힘들겠군.'
청와대에서는 몇몇 회귀자 혹은 환생자라 자칭하는 자들이 오만한 표정으로 소파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이들의 말대로 헌터가 나타나고 선우검파가 SSS급 헌터가 되자 정부측 인사들도 더이상 이들의 말을 허무맹랑한 말이라고 여길 수 없었다.
"이제부터 주의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F급 헌터를 쓸모없는 놈들이라고 괄시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멸망으로 향할 때 우리는 알았습니다. F급 헌터야말로 이 세상을 구해줄 구세주라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 당장 F급 헌터들 중에서 고아이거나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랐고 여동생이 있는 자를 찾아야 합니다. 그중 삼일안에 여자친구에게 차인 헌터가 세상을 구원할 영웅입니다. 단칸방이나 고시원에 살아야 하고 고아나 편모슬하임에도 군대는 현역으로 다녀와야 하고 머리는 멍청하지만 명문대에 입학해야 합니다. 대화를 나눠보면 중딩이나 고딩 느낌이 들어야 하고 남들이 자신에게 했던 나쁜짓을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할 수 있는 선량한 인성을 가져야 합니다. 아, 만약 집안에 사채빚이 있다면 거의 백퍼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사채업자들을 다 죽이고 사채업자들의 돈을 빼앗아내면 제 모가지도 걸 수 있습니다."
천마는 자신의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는 기운이 귀찮았다.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만 할 뿐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아마 신화공 때문이거나 사지와 거기에 봉인된 다섯마리의 염룡들 때문일 것이다. 한마리가 풀리면 지구가 사라지고 두마리가 풀리면 태양계가 먼지조차 남기지 못한다. 세마리면 은하계가 네마리면 우주가 멸망한다. 다섯마리가 다 풀려나면 모든 차원이 태초의 무로 돌아가버린다.
그때 호매령이 자리를 옮겨 천마의 곁에 착석했다. 천마가 마주보자 호매령은 미소를 지으며 두손을 천마의 어깨에 올렸다. 호매령의 부드러운 손길에 천마는 점혈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호매령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둘의 입술이 마주쳤다.
천마는 목석처럼 미동도 없고 호매령의 키스는 서투르기 그지 없었다. 천마의 입에서 입술을 뗀 호매령은 천마의 두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 슬픔이 가득한 천마의 두눈을 바라보며 호매령은 용기내어 입을 열었다.
"오빠, 나 믿지?"
- 작가의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다음 소설 제목인데 어떤식의 제목이 좋은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어, 용의힘, 드래곤 파워, 이렇게 둘중에 어느게 나은지입니다. 물론 저 둘다 제목후보는 아닙니다. 형태를 물어보는 겁니다. 게이트키퍼, 문지킴이 이런 식으로 영어와 우리말이 어느게 더 나은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Commen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