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쌍수
"횡련일기공을 배우고 싶습니다."
교주는 천살의 말에 가타부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한참 생각했지만 고민이 풀리지 않는지 이마를 찌푸린채 천살에게 질문했다.
"내공과 외공을 동시에 익히면 그 진전이 느려지는 것을 알고 있느냐?"
"네, 그리고 내공이 경지에 오르면 외공을 익히는게 아예 불가능하다고도 알고 있습니다."
내공수련은 체외의 기운을 체내의 혈도들이 끌어들이고 그런 혈도들의 기운을 단전에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반면 외공은 수련초반에 단전에 내공을 쌓는건 똑같다. 단전에 어느정도 내공이 쌓이면 약물이나 특별한 동공 혹은 외부의 타격을 이용해 몸속의 혈도들을 자극한다.
자극을 받은 혈도들은 기운의 부족을 느끼고 외부로부터 기운을 흡수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느리기에 단전이 알아서 내공을 각 혈도에 보낸다. 자극이 멈추면 단전이 다시 내공을 회수하고 자극을 받으면 내공을 내준다. 그렇게 단전과 혈도들이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단전의 내공은 천천히 늘어나고 전신혈도의 내공은 빠르게 늘어난다.
소성의 경지에 오르면 단전과 전신혈도의 내공이 거의 비슷하게 된다. 그후 굳이 내공을 단전에 모은 후 다시 전신혈도로 보낼 필요가 없이 전신혈도에 직접 내공을 쌓는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외공이 소성의 경지에 이르면 웬만한 자극으로 혈도들에게 위기를 느끼게 할 수 없기에 내공에 비해 외면을 받는 것이다.
내공은 초반에 어렵지만 어느정도 경지에 이른 후 일정 경지까지 순탄하게 도달할 수 있다. 반면 외공은 초반에 내공보다 진전이 빠르지만 경지에 이른 후 한발 더 나아가기 힘들다. 내공은 자질을 많이 보고 외공은 뚝심을 많이 보는게 이러한 이유이다.
소림의 금강불두공은 소실된 몇몇 칠십이절예를 대신해 새롭게 소림의 절예로 기록되었다. 위력의 강함보다도 내공과 외공을 동시에 수련하는 무공이기에 연구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단전으로 기를 모으려는 내공과 전신으로 기를 퍼뜨리려는 외공은 서로 모순되기에 함께 수련하면 이도저도 안된다.
내공이 경지에 이르면 웬만한 자극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외공의 수련이 힘들다. 그리고 단전속의 기운이 충분히 정제되어 단전에 응집하려 하지 혈도속에 머물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외공을 익히다 더이상 진전이 없어 내공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있어도 내공을 익히다 막혀서 외공으로 바뀌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때문에 외공을 익히는 자들은 문파를 이루기 힘들다. 누군가 확실히 외공을 대성할 방법을 알고 개파하면 몰라도 소성이후 수련이 힘들어지는 외공을 익히려 문파에 가입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외공만 익히는 문파들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외공은 대부분 혈연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소림은 외공이 가장 강한 문파이다. 중이 되는데 무공자질을 따질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자질이 부족한 자들은 외공을 익힌다. 하지만 소림 칠십이절예에 외공이 몇개밖에 없고 그마저 오랫동안 대성하는 자가 나오지 않는것을 보면 외공을 익히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흡기공의 존재를 모르는 교주로서는 아무리 박학다식하고 많은 무공을 알고 있다고 해도 천살의 속셈을 알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천살의 결심이 확고한지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튿날 아침 수련하려고 냇가로 향한 강사성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맨날 모옥에 처박혀있던 천살이 기관속에서 대나무의 두들김을 받고 있었다. 곁에서 교주가 전음으로 이것저것 가르치는 듯했다.
"칠사제가 횡련일기공을 익히기로 했으니 서로 교류를 하면서 수련을 돕도록 해라."
어차피 강사성이 하루에 수련하는 시간은 두시진에 불과하다. 천살과 함께 수련해도 지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장우민을 이기고 선우검파와도 대등해 보이게 맞서던 천살이 왜 하찮은 횡련일기공을 수련하는지 강사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살은 교주로부터 횡련일기공의 운기방식과 주의점을 상세하게 들었고 아침이 되자 기관속에 들어가 수련하면서 미흡한 부분들을 교정받았다. 횡련일기공은 외공의 수련방식에 내공수련법의 일부를 차용하여 육체의 단련보다 내공의 단련에 더 비중을 두는 수련법이다. 몸을 몽둥이로 두들겨 맞으며 호흡과 운기를 정확히 일치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한시진 정도를 수련하고 천살이 기관을 멈추자 강사성은 어이가 없어졌다. 한시진정도 두들겨맞아야 혈도가 충분한 자극을 받는다. 그때부터 한시진의 시간이 수련효과가 가장 좋은 때이다. 그 뒤로부터는 효과가 서서히 떨어진다. 그래서 강사성이 하루에 두시진만 수련하는 것이다.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정시간 휴식한 후 다시 수련해야 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강사성처럼 매일 수련할 수 있는 체질이라면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정도 수련하다보면 얼마의 주기로 수련해야 하는지 본인이 깨닫게 된다.
하지만 강사성을 더욱 경악하게 한 것은 그뒤로 천살이 수련하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딱 한시진만 횡련일기공을 수련한 후 천살은 또다시 모옥에 틀어박혔다. 심지어 선우검파까지 천살이 교주로부터 하나의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생각했다.
비무가 끝난 뒤 보름이 지난 후 교주와 제자들은 함께 청해호의 사도로 돌아갔다. 다른 여섯 제자와 심지어 교주까지 천살이 외공을 수련해보고 효과가 없어서 포기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체는 달랐다. 천살은 대나무 몽둥이가 주는 자극이 흡기공이 주는 자극의 일푼도 되지 않아 수련효과가 없어서 기관에서 수련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번 흡기공으로 한꺼번에 내공을 쌓을 때 천살의 전신혈도는 강한 자극을 받았다. 모든 기운을 다 빼앗기는 자극을 받아 외공을 수련하지 않았음에도 천살의 전신혈도에는 적지 않은 기운들이 머무르고 있다. 다만 천살이 외공을 익힌적이 없어서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간 천살은 곧바로 연화훈에게 횡련일기공을 수련할 기관을 제작하게 하였다. 냇물이 아닌 소나 나귀같은 가축으로 작동할 수 있게 제작하게 하였다. 몸을 타격하는 몽둥이는 갈아낄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한달의 시간뒤에 기관이 완성되자 천살은 철로 된 몽둥이를 끼우고 횡련일기공의 수련에 임했다. 몇개의 철봉이 규칙적으로 몸을 강하게 두드리자 천살은 횡련일기공의 운기법에 따라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단전이 한톨의 내공도 내주지 않자 위기를 느낀 혈도들은 한달여전에 깨어났다가 다시 잠든 혈도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깨어난 혈도들이 또 인접한 혈도를 깨우기 시작했으며 수련을 시작한지 석달만에 피부 표면에 위치한 혈도들까지 깨워냈다.
천살이 수련하지 않는 시간에는 고삼에게 횡련일기공을 익히게 했다. 기존에 익힌 외공은 육체만 단련하는 무식한 외공이다. 물론 순수하게 육체를 단련하는 외공중에서는 정종에 속하는 외공이지만 무인이 익히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익힌 횡련태보의 덕분인지 아니면 고삼이 원래부터 외공을 익히기에 적합한 체질인지 몰라도 매일 두번씩 수련을 했고 효과도 매우 빨랐다. 반응이 느려서 상대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못하지만 방어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고삼은 기관을 통해 횡련일기공을 익히는 동시에 고일이 몽둥이로 횡련태보의 수련을 계속 도왔기에 육체의 수련과 내공의 수련을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몽둥이로 머리를 잘못 가격하여 동생을 둔하게 만든 죄책감에 시달리던 고일은 고삼이 내공을 쌓아 머리의 상처를 치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동생의 수련을 열심히 도왔다.
합동수련이 끝나고도 열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천살은 횡련일기공의 수련을 통해 혈도들을 깨워나갔다. 다만 더 강한 자극을 주지 못해서 깨어났던 혈도들이 다시 서서히 잠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초반에 쇠몽둥이로 깨웠지만 이제는 쇠몽둥이로 아무리 두드려도 육체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천살을 기쁘게 하는 것은 아홉달만에 고삼이 쇠몽둥이로 수련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강사성은 육체의 단련이 부족하여 쇠몽둥이로 하는 수련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강사성이 횡련일기공을 배운지 오년정도 되는 것이니 고삼은 아홉달만에 강사성의 오년 수련을 초월한 것이다.
왕쌍말이 물어온 정보에 의하면 강사성이 몇달전부터 육체만 수련하는 외공을 구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고삼의 소문을 듣고 겨우 깨달은 모양이었다. 화운이 어떻게든 명화교에 녹아들려고 노력하는데 비해 강사성은 아무 생각없이 교주가 가르친 무공만 수련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횡련일기공의 수련이 큰 효과가 없은지 몇달 되었지만 천살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단전의 내공이 정순해져서 다시한번 흡기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공은 같은 성질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어서 내공이 정순한 상태에서 흡기공을 사용해야 모이는 기운이
보다 정순해 정제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연화훈이 왕쌍말과 고일을 데리고 몰래 판 지하실로 들어간 후 입구를 단단히 막아버렸다. 천살은 내공수련 도중에 누군가 건드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 보통 중요한 혈도를 타통하는 중에 건드리면 해당 혈도에 큰 충격이 가지만 내공을 수련하기 전부터 토혈공 덕분에 혈도가 깨끗해진 천살은 연공도중에 누가 발로 걷어차도 상관이 없다.
천살은 자신의 흡기공 수련을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을 뿐이다. 연화훈이나 왕쌍말은 가끔 다른 제자들이나 큰 가문들의 내밀한 비밀도 어디에서 물어온다. 암만 생각해봐도 당사자들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일들을 대단한 정보조직을 가진것도 아닌 둘이 알아내는 것을 보고 비밀이라는 것은 본인만 알고 있을 때 지켜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알몸상태가 된 천살은 흡기공을 시작했다. 단전의 내공이 소용돌이치자 혈도의 기운들이 단전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때 천살은 마음 한갈래를 따로 분리해서 횡련일기공의 운기법을 운용했다. 횡련일기공의 운기법은 단전의 내공을 전신 혈도들로 이끄는 운기법이다.
단전은 소용돌이의 흡력으로 전신혈도들의 기운을 단전으로 당겼고 전신혈도들은 횡련일기공의 운기로 대동단결하여 단전으로부터 자신의 기운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역시 단전의 기운이 우세하여 혈도들은 내공을 빼앗겼다.
열달간의 횡련일기공 수련으로 전신혈도들의 대응은 빨랐다. 잠들어 있던 혈도들이 신속히 깨어나서 단전과의 항쟁에 뛰어들었다. 혈도들이 많아짐에 따라 횡련일기공의 기운이 힘을 얻어갔지만 단전속의 소용돌이가 점점 빨라지는 관계로 단전의 우세는 계속되었다.
결국 피부의 혈도들까지 다 깨어나 횡련일기공의 기운이 무척 강해졌음에도 단전의 흡력에 대항할 수 없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외부의 기운들이 미친듯이 천살의 체내를 향해 밀려들었다. 다만 천살도 예상 못한 변화가 이때 일어났다.
- 작가의말
내외쌍수는 다들 무슨 뜻인지 아실 겁니다. 내쌍꺼풀과 외쌍꺼풀을 동시에 수술해주는 최신 성형기법입니다. 내외쌍수를 하면 쌍꺼풀이 더욱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격도 쌍꺼풀 수술 두번하는 가격의 육할밖에 안된다고 하네요. 이건 광고가 아닙니다. 그저 지식을 전파하는 것입니다.
한번쯤 이런식으로 마무리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필력이 부족해 이제야 겨우 소원성취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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