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노츠 카운티
기신의 첫 목적지는 아프리카의 가나다. 맥스와 함께 가나에 도착하니 사장이 직접 마중 나왔다. 적은 돈을 받고 넘겨준 나이스가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하였고 캐리어와 몽겔로도 FA컵이나 리그컵에 출전했다.
이쯤 되면 사장도 기신의 선수 보는 눈이 범상치 않음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에는 비싼 값을 불러야겠다고 다짐했다. 기신이 구매하는 선수를 안 팔고 다른 구단에 비싸게 넘기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셈이다. 사장은 그렇게 미욱한 인간이 아니다.
"일곱 명의 선수를 계약하려 합니다. 번거롭게 일곱 번 협상할 게 아니라 총 가격을 협상하죠."
사장의 예상과 달리 기신은 한꺼번에 일곱 선수의 계약을 원했다. 일곱 명이 다 나이스는 아닐 것이다. 사장은 어설프게 머리를 쓰는 대신 기신과 협상을 했다.
"괜찮은 선수를 몇 명 알려주시면 230만 유로로 해드리죠."
백 명에서 하나만 건져도 대박인 사업이다. 대신 모든 어린 선수에게 심혈을 기울이지 못한다. 그저 알아서 잘 크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기신 덕분에 집중적으로 키울 선수를 몇 명만 알아낸다면 훨씬 큰 이득을 뽑아낼 수 있다.
"이 세 명을 잘 키우면 빅리그 진출이 가능합니다. 윙이나 공격수는 노츠 카운티에 필요하지 않아서 계약을 포기했죠."
기신이 뽑은 선수들은 수비수와 미드필더 자원이다. 한 명은 잠재력이 57이지만 체력이 9여서 마음에 들었다. 다섯은 잠재력이 60대이고 미드필더 한 명은 잠재력 77을 자랑했다. 두 명은 17세이고 남은 다섯은 15세이다.
에이전트 사장으로부터 좋은 접대를 받은 후 기신은 멕시코로 향했다. 지난번에 혼쭐이 난 맥스는 마르코의 거듭된 도발에도 침묵을 고수했다. 멕시코와 온두라스의 유소년 클럽들을 돌아보며 기신은 괜찮은 선수를 꽤 발견할 수 있었다.
후안이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하자 유소년 클럽들은 전부 선수를 파는 것을 보류하고 기신이 오기를 기다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스카우트들이 훑고 지나간 후 선택해야 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기신이 훑고 지나간 후 스카우트들이 선수를 골라야 한다.
마르코와 후안의 아버지 로베토는 따로 에이전트 회사를 차렸다. 후안의 계약금이 꽤 되었고 마르코는 벌어놓은 돈이 꽤 된다. 기신은 자신에게 필요 없는 선수를 둘에게 넘겼다. 유럽 진출은 힘들고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리그에서는 잘 먹힐만한 선수들이다.
그래서 멕시코와 온두라스에서 17명의 선수를 계약했다. 그 중 노츠 카운티로 향할 선수는 다섯이고 남은 열둘은 마르코와 로베토의 회사 MR하고 계약했다. 열두 명의 선수는 마르코와 로베토의 지원을 받으며 더욱 훌륭한 조건에서 훈련을 받을 것이다.
그 후 기신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로 향했다. 하지만 몸값에 거품이 많고 주급에 대한 요구가 높은 선수들만 있어 결국 한 명도 계약하지 못했다. 노츠 카운티의 선수층이 훨씬 두꺼워진 이유도 있어 칸투나 바기오보다 나은 선수가 보였지만 결국 계약하지 않았다.
두 곳을 한 번 돌아본 후 기신은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계약한 열두 선수는 2년 뒤를 내다본 선택이다. 혹시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하고 일부 선수들이 이적한다고 해도 노츠 카운티의 전력을 쉽게 유지하려는 조치이다.
토마스 델라니는 30세의 중앙수비수이다. 키가 189이고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다. 노츠 카운티는 2800만 유로로 협상을 끝냈다. 기신이 확인하고 최종으로 승인하면 선수 개인과 주급 협상을 시작할 것이다.
기신은 능력치 73의 토마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는 것은 패스 정확도가 몹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비 능력은 흠잡을 데 하나 없고 수비지휘에도 능하다. 기신은 토마스에게 노츠 카운티의 다음 시즌 목표를 알려주었고 주전의 자리도 약속했다.
다음 만난 선수는 마티야 벨코비치로 역시 중앙수비수이다. 키가 188이고 나이는 28세로 역시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능력치 68인 마티야는 평균적인 수비수이다. 어느 하나 특출난 게 없는 반면 어느 하나 빠지는 것도 없다. 유사시 수비형 미드필더도 가능한 멀티 자원이다.
2200만 유로의 가격으로 구단끼리의 협상은 끝났다. 기신은 스카우트팀의 분석 자료와 직접 만나서 확인한 능력치로 영입 결정을 내렸다. 강철 체력을 가진 차범수는 체력이 부족한 상황이 거의 없지만 가끔 컨디션 난조를 겪는다. 안정이 최대 미덕인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마티야라는 백업 하나 있으면 정말 시름이 놓일 것 같다.
그다음 만난 프랑스 미드필더는 영입을 포기했다. 27세의 나이인데 잠재력과 능력치의 차이가 18이나 되었다. 83의 잠재력이 아까웠지만 기본기 3의 수치가 기신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아마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육체 능력이 떨어지면 곧바로 은퇴해야 할지도 모른다.
스위스에 가서 만난 가르시아는 왼쪽 윙이다. 바젤과 이미 1300만 유로의 이적료 협상을 끝냈다. 능력치는 66으로 특출나지 않지만, 크로스와 슈팅 다 괜찮은 편에 속했다. 윙 버전의 보나비치라고 말할 수 있다. 수비도 괜찮고 크로스도 괜찮고 돌파도 괜찮고 컷인 플레이도 드물지 않게 한다.
스쿼드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선수다. 기신은 가르시아의 영입 역시 동의했다. 후안은 아직 안정감이 부족하고 수비에 대한 공헌이 너무 적다. 약팀을 만나 일방적인 공격을 하거나 강팀을 만나 일방적 수비를 할 때는 괜찮지만, 비등한 팀을 만나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큰 약점이 된다. 공격과 수비의 전환이 매끄럽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만난 선수는 팀 아일츠이다. 노르웨이 출신이지만 독일에 입양되어 독일에서 자랐다. 199의 키에 능력치 55인 중앙 공격수이다. 현재 28세로 독일 2부리그에서 백업으로 뛰고 있다. 이적료 150만 유로로 노츠 카운티의 현재 위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선수다.
몸싸움 6에 헤딩 7의 수치는 평범했지만 기신의 마음에 꼭 드는 수치가 있다. 팀워크 10에 공격 위치 선정 9의 수치는 정말 마음에 든다. 골 결정력 3이라는 수치가 마음 아프기는 하지만, 어차피 골을 넣으라고 데려오는 공격수가 아니다. 몸무게가 기신이 본 표준 몸무게보다 6킬로 더 많았다. 나이스가 보기만 해도 욕지기를 하는 피지컬 코치를 또 한 번 고용해야 할 듯싶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서 유스 선수를 12명 계약했다. 그리고 선수 네 명을 계약하면서 지출할 비용까지 합치면 이미 7천만 유로를 소모해 선수를 영입했다. 그러나 기신도 1년 사이에 배포가 커져서 7천만 유로에 놀라지 않았다. 어차피 네이마르 다리 한 짝도 사기 힘든 돈이다.
다시 한국으로 향하기 전에 기신은 팀 선수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했다. 다음 시즌의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니 다들 다른데 정신 팔지 말고 쉴 때는 푹 쉬고 훈련할 때는 정신을 집중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을 길고 장황하게 풀어서 했다.
한국에서 S 전자의 후원으로 축구선수 발굴 프로그램 촬영이 시작되었다. 만 14세 이상 24세 이하의 지원자를 받아서 축구선수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게 프로그램의 취지다. 심지어 현역 프로 선수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기신은 혹시 모를 최종 퀘스트를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잠재력이 높은 선수를 노츠 카운티에서 계약한 후 키워주려는 목적이다. 노츠 카운티에서 출전이 힘들면 하부리그나 다른 리그로 임대 보내면 된다.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딱히 손해 보는 게 없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지원자는 현기철이다. 만 21세의 이 지원자는 프로팀과의 계약에 실패했다. 이유는 드리블과 개인 돌파가 많고 팀워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흡사 몇 년 전의 르노를 보는듯한 느낌이다. 다른 점은 결과만 내면 드리블에 관대한 유럽과는 달리 현기철이 처한 환경은 드리블러에 대해 더욱 가혹했다.
잠재력 66의 현기철을 기신은 낙점했다. 약팀의 경우 현기철과 같은 드리블러가 필요하다. 슈팅만 다듬으면 잘 써먹을 수 있다. 다만 노츠 카운티에서 써먹을 일은 없다. 현기철이 르노와 엑토르 등과 경쟁해서 한 자리 차지할 것 같지는 않다.
다음으로 마음에 든 지원자는 골키퍼 황동근이다. 19세의 황동근은 중학교 때 잘못 넘어져서 팔이 골절된 적이 있다. 지금은 아무리 검사해도 문제가 없지만, 고등학교 축구부에서 황동근을 받아주려 하지 않고 있다. 괜히 또 팔이 부러지기라도 하면 감독이 옷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그 책임자가 되기 싫은 감독과 코치는 황동근을 아예 거부했다. 아무리 병원의 증명을 갖고 문제없다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 기신은 잠재력 70의 골키퍼 황동근을 점찍었다. 잘 키우면 독일이나 이탈리아 1부리그로 임대되어 주전을 뛸 수도 있다.
그다음 지원자는 한윤이다. 이 불행한 아이는 아버지의 성 한 씨와 어머니의 성 윤 씨를 합쳐 한윤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19세인 한윤은 공부가 싫지만 어머니의 강박에 의해 대학시험을 봐야 한다. 축구부도 대학에 붙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어머니가 허락했다.
2부리그 구단이 한윤과 계약을 시도했지만, 어머니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이번 프로그램도 들킨 후 종아리를 맞을 각오로 몰래 지원했다. 잠재력 69의 왼쪽 풀백 자원인 한윤도 기신의 목록에 추가되었다.
그리고 노츠 카운티에서도 경쟁력을 가질만한 선수가 한 명 나타났다. 현재 서울팀 2군에서 프로 선수로 뛰고 있는 공민훈이다. 현재 17세인 공민훈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 계약을 따냈다. 다만 기대했던 만큼 성장하지 못해 최근 코치들이 공민훈을 쳐다보는 눈초리가 따갑다.
잠재력 69의 공민훈은 오른쪽 풀백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대신 기본기가 3밖에 안 된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1군 주전보다 더 잘 뛰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평범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험이 부족해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르니 좋은 모습보다 부족한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
부족한 기본기로 자꾸 실수하게 되고 실수를 만회하려고 무리한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며 코치들에게 점점 신임을 잃어가는 것이다. 같은 중학생을 상대하다 갑자기 프로 선수를 상대하니 그 차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족한 모습만 보였다.
코치들도 그 점을 알고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았다. 하지만 공민훈이 전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어린 선수여서 부족한 것은 이해하지만 발전이 없는 것은 게으른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 외에는 별로 눈에 띄는 지원자가 없었다. 특별한 사정이 아니고는 대단한 인재를 놓칠 가능성이 매우 작다. 공민훈의 경우만 해도 그 잠재력이 인정을 받았다. 다만 코치들이 기신과 같은 능력이 없어서 정확하게 지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월드컵이 끝난 후 방영된다. 월드컵의 열기가 가시기 전에 화제에 힘입어 좋은 시청률을 노리는 것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많은 선수가 노츠 카운티와 계약을 체결하기를 바랐다. 미리 화제가 된다면 시청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츠 카운티는 서울팀에 1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제안했다. 7월이 되어야 공식 발표가 되지만 알음알음 소문이 퍼졌다. 뒤늦게 야망이 큰 젊은 선수들이 프로그램에 지원했지만 기신의 눈에 드는 선수가 없었다.
- 작가의말
오늘은 2편으로 마칩니다. 과민 때문에 약을 먹었는데 부작용으로 정신이 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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