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대표팀 경기
- 한국 대표팀 원정서 11:0 대승, 쾌조의 스타트.
- 박정현 4골, 황희, 유재범, 차범수 2골, 이종수 1골. 대표팀 골 잔치의 주역은?
- 기신 단독 인터뷰 : 이번 경기가 한국팀이나 미얀마팀에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 황희, 감독님 지시대로 했더니 골을 넣었어요.
- 미얀마 유효 슈팅 2회, 수비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대승에 곧바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차범수는 원거리 슈팅 하나에 프리킥 하나로 두 골을 기록했다. 박정현이 넣은 네 골은 전부 헤딩슛이다.
상대가 약팀이지만 시종일관 빠른 템포로 진행되었고 한국팀은 끝까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경기를 지켜본 사람은 전부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평가했다.
"철범아, 너는 약점이 너무 많아. 그런데 내가 너를 국가대표로 뽑은 건 네게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야."
김철범은 현재 대학생이다. 그리고 예전에 김시웅을 발견할 때 보았던 두 명의 잠재력이 40대 후반인 선수 중 한 명이다. 기신은 속도가 빠른 김철범의 장점 때문에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너는 속도가 무척 빨라. 단순히 달리기가 빠른 게 아니라 가속 능력도 좋아. 두 가지를 겸비해야 훌륭한 공격수가 될 수 있어."
대신 김철범은 약점이 너무 많다. 드리블이 안 되고 슈팅 정확도가 낮다. 흔히 말하는 개발이다. 예전 김시웅의 크로스와 동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말대로 훈련하면 너는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어. 그러나 대표팀이든 프로팀이든 주전은 힘들 거야. 너는 전술 이해가 너무 낮아."
기술적인 문제만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김철범은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약점이 있다. 우선 수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 그리고 경기 상황 판단도 부족하다.
"감독님 말에 따르겠습니다. 프로 선수가 못 되더라도 월드컵 잔디 한번 밟아보고 싶습니다."
"너 매주 3회씩 와서 개인 훈련을 받아. 우선 몸을 만들어야 해."
김철범은 성향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경기에서 수비는 생각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공격만 생각한다. 가끔 템포를 늦추고 휴식이 필요한 타이밍이 있다. 팀 전체의 체력이 하락했을 때 혹은 팀이 앞서갈 때 전술의 필요로 템포를 느리게 한다.
그러나 김철범은 공격만 생각한다. 백 패스는 김철범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드리블하며 시간을 끌어야 할 타이밍에도 슈팅을 날린다. 신체적으로는 참 괜찮은데 기술과 정신 둘 다 너무 부족하다.
기신은 김철범을 한방이 있는 공격수로 만들 생각이다. 슈팅 훈련과 침투 훈련만 죽어라 시켜서 반격에 유용하게 이용할 생각이다.
기술 훈련은 하비가 책임지고 몸을 만드는 일은 피지컬 코치 고덴이 책임졌다. 김철범은 훈련을 시작하고 나서 바로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고등학교나 대학 축구부에서 하던 훈련보다 수십 배는 고통스러웠다.
허벅지와 발목 그리고 엉덩이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그리고 활배근과 팔 근육도 집중적으로 단련해야 한다. 물론 다른 근육들도 적당히 해야 한다. 그리고 슈팅 훈련도 다른 의미로 고통스러웠다.
슈팅 훈련을 하는 데 공이 없다. 지시에 따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포인트로 이동하는 훈련이다. 가끔 뒤로 달려야 한다. 훈련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머리를 비우고 훈련했다. 훈련을 아무리 해도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 마음마저 힘들었다.
"김철범 선수, 지금 훈련이 견디기 힘드신가요?"
정기적으로 대표팀의 심리 치료사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철범은 큰 거부감을 가졌지만 감독 지시라 어기지 못했다. 심리나 정신 치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다.
"아니요. 견딜 만 합니다."
"여기서는 솔직히 말하는 게 좋아요. 훈련이 힘들다, 훈련 그만하고 싶다고 말한다고 해서 진짜 훈련을 그만둘 게 아니잖아요. 솔직하게 말해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는 게 중요해요. 자신을 정확히 아는 상태에서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싫은 훈련을 억지로 하면 오히려 자신을 망치는 거예요."
"힘듭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만두고 싶어요."
억지로 버티던 김철범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심리 치료사는 김철범에게 시간을 주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이럴 때 다그치면 마음의 상처가 오래간다.
"그런데 불구하고 버텨내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아버지가 아들이 국가대표라고 무척 자랑스러워하세요. 그리고 기신 감독님도 자기 말에 따르면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어요. 친구들도 전화나 문자로 많은 격려를 해주고 있어요. 이들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어요."
"뭔가 더 있지 않을까요? 더 결정적인 무언가가."
"저를 깔보던 축구부 선배나 동료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경기 중에 패스도 예전보다 훨씬 친절해요. 예전에는 대충 패스해놓고 내가 공을 놓치면 빠른 놈이 그 공도 못 잡냐 핀잔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제 실수로 공을 놓쳐도 자기 탓이라고 해요."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해요. 주변에서 찾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서 찾으세요. 김철범 선수는 분명 강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으로 지금 훌륭하게 훈련을 이겨내고 있는 거예요."
심리 치료사는 암시를 통해 김철범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우선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왜곡된 상태에서 치료해봤자 소용이 없다. 발이 아픈데 손에 약을 바른 거나 마찬가지다.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게 한 후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저 현실을 직시하게만 하는 건 네티즌 댓글 부대도 잘 하는 일이다. 아픈 곳을 확인한 후 치료까지 해줘야 한다.
"제가 어릴 때부터 악바리였어요. 남들이 안 된다 안 된다 해도 끝까지 고집을 부렸거든요. 그래서 잘된 일은 없지만요."
김철범의 말의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그렇게 믿는 게 중요하다. 힘든 상황을 인지하고 그 힘든 상황을 이겨낼 근거까지 만들어냈다. 힘든 게 아니라고 자신을 속이는 것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다.
"그래요. 김철범 선수는 근성이 있는 청년이군요. 꼭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예요."
- 한국 13:0 라오스, 홈에서 또 한 번 골 잔치 벌여.
- 국가대표 새내기 채운 첫 골 기록. 가족과 감독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 차범수 프리킥으로 해트트릭, 대표팀의 강력한 공격 무기로 급부상.
- 라오스 자책골 만들어낸 황희, 공격에 눈을 뜨다.
수원에서 라오스 대표팀을 만나 기신은 첫 경기와 똑같은 선발진을 내세웠다. 채운의 슈팅은 라오스 수비수의 다리에 맞아 골이 되었다. 골키퍼의 정면을 향하는 공이었는데 운이 참 좋았다.
- 태국 원정 8:0의 대승, 이 대표팀 어딘가 낯설다.
- 3경기 32골 실화냐?
- AFC 동남아 국가 리그 구상, 여섯 개 국가가 참여할 예정.
- 축구의 빈부 차이,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한 사색 세 가지.
- 차범수와 김시웅의 환상 호흡, 태국 선수들 중앙선 넘기도 힘들어.
태국 공격수들은 개인 능력이 괜찮다. 그리고 다이빙으로 카드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채운 대신 김시웅을 출전시켰다. 프리미어리그 선수의 기에 눌렸는지 주심은 웬만한 반칙은 다 눈감아 주었다. 선수의 명성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1월에 한국팀은 한 경기만 있다. 9월과 마찬가지로 한 라운드 쉬게 되었다. 베트남으로 원정을 간 한국팀은 여러 곤란에 봉착했다.
- 한국팀 호텔, 경기장과 2시간 거리.
- 훈련장 잔디 상태 처참. 부상이 걱정되어 훈련을 취소할 정도.
- 호텔 위생상태 열악, 식사를 현지 한식당에서 해결.
기신도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니 화가 몹시 났다. 그래서 기신은 김시웅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4-1-4-1의 진형을 처음부터 꺼냈다.
- 7:0의 승리에 만족 못 한 기신,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
- 완벽한 승리에도 화난 기색의 감독, 이 정도로 월드컵 우승이 힘들다.
- 기신 완벽한 언행일치, 아시아 범위에서 적수는 없다.
- 4경기 40골,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마라.
11월 15일, 한국팀은 안산에서 친선경기를 펼쳤다. 상대는 다음 월드컵 주최국 중 하나인 캐나다이다. 10일 중국팀과 경기를 치른 캐나다는 바로 한국에 왔다. 비슷한 수준으로 생각한 중국팀에 3:0의 완패를 당한 캐나다는 한국과의 경기에 더욱 집중할 생각이었다.
차범수는 벤치에서 시작했다. 김시웅과 채운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채운의 과감함과 영리함, 김시웅의 신중함과 안정감 있는 수비가 묘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중앙수비수는 길서준과 고현성이 출전했다.
고현성은 김철범과 함께 옛날에 기신이 발견했지만 포기했던 두 선수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김철범과 달리 고현성은 이미 프로 선수가 되었고 팀에서 주전도 차지했다.
길서준은 수비수 중 개인 수비 능력이 가장 강하다. 능력치가 무려 60이다. 그러나 다른 선수와 팀워크가 잘 안 맞고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 전술 이해가 낮아 차범수의 지시에 제대로 따르지 못해 후보로 머물러 있었다.
팀에 융합되지 못하더라도 전담 마크를 책임지면 무척 잘할 선수다. 육체 능력도 뛰어나고 개인 수비 기술이 훌륭하다. 기신은 이번 경기에 평소에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캐나다 팀은 선수 개인 능력은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캐나다 선수들의 능력이 조금 부족하다. 다만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캐나다의 전술 이해가 많이 부족해 선수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전반전에 3골을 넣은 박정철을 내리고 김철범을 출전시켰다. 진형을 5-4-1로 바꾼 후 반격 전술을 연습했다. 양쪽 윙은 수비에도 능한 배성국과 최길수를 출전시켰다.
프리롤을 받은 길서준은 전반전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호세처럼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 위치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다. 후반 60분에 김시웅을 내리고 차범수를 올렸다. 채운과 김시웅 둘 다 패스 능력이 부족해 김철범에게 좋은 공을 찔러주지 못했다.
차범수는 출전하자마자 김철범이 만들어낸 프리킥으로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수비진을 지휘했다. 상대의 공격에 반응하는 수비진이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제한하는 수비진으로 만들었다.
실점 네 개를 한 캐나다는 점점 많은 선수가 공격에 투입되었다. 차범수는 공을 빼앗아도 급하게 공격하지 않았다. 천천히 패스를 주고받으며 진영 전체를 밀고 올라갔다. 그러다 수비 상황이 되면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려버렸다.
그렇게 몇 번 올리고 내리고를 하자 캐나다의 수비 라인에 틈이 생겼다. 김철범은 차범수가 지시한 위치에 대기하고 있다가 최길수가 찔러주는 침투 패스로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게 되었다.
디딤발인 왼발 발목과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급하게 오른 다리를 휘두르지 않고 허리와 엉덩이로 먼저 회전을 가했다. 다리에 회전력이 붙은 후에야 허벅지와 종아리에 힘을 주면서 가속했다.
슈팅할 때 발목에 알아서 힘이 들어갔다. 예전과는 달리 슈팅하며 발목이 밀리지 않았다. 슈팅하며 임팩트를 주는 순간 발목이 버텨줘야 한다. 예전에 김철범은 발목이 버텨주지 못해 다리 힘이 공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공이 총알처럼 날아서 골문 안에 들어갔다. 김철범은 치타처럼 달려 기신의 품에 안겼다. 국가대표 경기가 참으로 즐겁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작가의말
김철범하고 고현성은 김시웅 뽑을 때 확인했던 잠재력 40대 후반의 선수입니다. 김철범은 스피드 + 슈팅으로 반격만 가능한 선수로 키우려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점을 3년 동안 훈련해봤자 평범한 선수밖에 되지 못합니다. 차라리 장점을 키워서 한방 있는 선수로 키우는 게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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