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돌아가는 프리미어리그
8월 23일 경기에서 노츠 카운티는 홈에서 3:0으로 레스터 시티를 완파했다. 점수뿐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4-2-3-1의 진형으로 레스터 시티에 전혀 빈틈을 주지 않았다.
토마스와 마티야 두 이적생이 중앙수비수로 출전했다. 왼쪽은 베노 오른쪽은 카스퍼가 자리했다. 지난 경기와는 달리 둘은 수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차범수와 그레이가 출전했다.
왼쪽 윙은 새로 이적해온 가르시아가 출전했고 오른쪽은 엑토르가 출전했다. 중앙에는 보나비치가 자리하고 헌터가 공격수를 담당했다. 보나비치가 해트트릭을 했고 헌터, 엑토르, 가르시아가 각각 도움 한 개씩 나눠 가졌다.
노츠 카운티의 수비진은 레스터 시티에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90분 동안 레스터 시티는 유효 슈팅을 3번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중 2개는 30미터 밖에서 날린 중거리 슈팅으로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승점 6점에 골 득실 6개의 노츠 카운티는 리그 1위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갓 승급한 QPR을 7:0으로 쓸어버린 토트넘이 1위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맨유는 첫 경기에 패배에 이어 2라운드에 1:1 무승부를 했다. 맨시티와 리버풀의 경기에서 맨시티가 승리했다.
8월 24일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에서 노츠 카운티는 나쁘지 않은 추첨을 받았다. 샬케와 리스본 그리고 슬로베니아의 마리보르와 같은 조가 되었다. 바르셀로나와 PSG 그리고 최근 상승세인 아약스의 조가 죽음의 조로 불렸다.
8월 30일 경기에서 맨유가 원정에서 또 한 번의 무승부를 기록하며 3경기 2승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맨시티는 홈에서 남자의 팀 스토크 시티에 0:1로 패했다. 점수보다 더 맨시티 팬을 힘들게 한 것은 경기의 과정이다. 주전뿐 아니라 로테이션 선수들도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스완지가 홈에서 웨스트브롬을 이기며 3연승을 하여 리그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31일 노츠 카운티는 원정에서 에버튼과 대결하게 되었다. 지속적인 투자로 에버튼은 점점 강한 스쿼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만 팀의 명성이나 성적 때문에 탑클래스 선수의 영입에 애먹고 있다.
에버튼은 노츠 카운티의 선수들을 노리는 팀 중에서 가장 집요한 편이다. 언론을 통해 터너, 엑토르, 후안 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표했다. 기신은 중앙이 강한 에버튼을 상대로 4-4-2의 진형을 내세웠다.
토마스와 나이스가 중앙수비수를 담당했다. 나이스의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제레미는 느리고 토마스는 빠른 편이지만 아주 빠른 건 아니다. 마티야는 속도가 평범하다.
왼쪽에는 베노가 출전했고 오른쪽은 카스퍼가 출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차범수만 출전했고 산시스가 중앙 미드필더로 차범수와 발을 맞췄다. 왼쪽 윙은 후안이 출전하고 오른쪽은 호만이 출전했다.
중앙 공격수로는 헌터와 르노가 출전했다. 속도가 느리고 몸놀림이 둔한 에버튼의 중앙수비수를 상대로 둘 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엑토르는 미열이 있어 경기에서 제외되었고 보나비치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하자 에버튼은 강한 공격태세를 갖췄다. 공격이든 수비든 중앙이 강세인 에버튼이다. 4-5-1의 에버튼은 노츠 카운티의 중앙수비수와 풀백 사이의 공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노츠 카운티도 미리 준비가 있어 수비진을 중앙으로 압축하고 양측을 내줬다. 에버튼의 양측 공격은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 크로스가 빠르기만 하고 정확도는 부족하다.
그러나 항상 부정확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에버튼의 크로스를 출격한 터너가 놓쳐버렸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가끔 공중볼을 놓치는 문제점이 오랜만에 드러냈다. 사실 문제점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 터너가 출격을 잘 하지 않아서 드러나지 않았었다.
애초에 쳐내려고 했으면 괜찮았겠으나 터너는 공을 잡으려다 놓쳤다. 에버튼의 공격수가 나이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몸을 날려 골을 만들었다. 토마스와 나이스가 곧바로 터너에게 다가가 다독여주었다. 베노도 터너에게 곧 점수를 만회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안했다.
후안이 공을 잡자 에버튼의 수비수는 긴장했다. 속도가 너무 빠른 게 문제다. 잠깐만 집중하지 않으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치고 달리기를 했다. 여럿이 에워싸면 훌륭한 드리블로 패스 경로를 만들어낸다. 후안을 상대하려면 속도가 빠른 수비수가 일대일로 제압해야 하는데 에버튼에는 그런 수비수가 없다.
베노가 터치 라인을 따라 달리자 수비수의 집중력이 순간 흔들렸다. 후안은 수비수가 멈칫하는 사이에 컷인을 시도했다. 수비수는 중앙으로 꺾은 후안을 따라갔고 수비수 한 명이 후안의 앞을 막으러 달려 나왔다.
후안이 곧바로 베노에게 패스하자 후안을 마크하던 수비수는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후안이 컷인을 한 순간 베노를 따라갔어야 했다. 너무 긴장하다 보니 자신이 정확히 해야 할 일을 까먹었다.
베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가까운 포스트로 달리는 르노와 헤딩이 위협적인 헌터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먼 포스트로 슬며시 달려간 호만을 놓쳤다. 수비도 잘 하는 네덜란드 윙은 이번에 자신의 득점 능력을 뽐냈다. 다만 헌터가 다가오기 전에 도망쳤다. 해괴한 세리머니를 하기 싫었다.
에버튼의 젊은 공격수는 속도가 빠르고 순발력이 좋다. 드리블도 나쁘지 않고 슈팅도 정확하다. 다만 득점 능력이 부족하다. 뭐든 다 잘하는데 골 넣는 것만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돌파도 잘 못 하는 선수가 되었다.
나이스는 경험이 부족하지만 일대일 수비는 블랙과 그레이 그리고 김시웅의 도움으로 매우 잘한다. 그레이는 몸싸움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유형이고 블랙은 상대에 따라 간격을 조절하는 법에 능하다. 김시웅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방해하는 방식의 수비를 즐긴다. 나이스는 셋의 지도를 받으며 훌륭한 일대일 수비 능력을 키웠다.
나이스의 오른발이 살짝 바깥쪽으로 움직였다. 에버튼의 공격수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나이스의 왼쪽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나이스의 무게 중심은 왼발이 있지 않았다. 오른발을 살짝 움직인 후 곧바로 무게 중심을 오른발로 옮겼다. 그래서 돌파를 시도하는 상대의 공을 왼발로 손쉽게 낚아챘다.
산시스가 빠르게 달려와서 나이스의 공을 받았다. 공을 받은 산시스는 곧바로 카스퍼에게 패스했다. 카스퍼는 차범수에게 패스했고 차범수는 호만에게 공을 주었다. 호만과 카스퍼는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에버튼의 수비수 세 명을 유인했다.
호만은 전통적인 윙으로 속도가 빠르고 크로스가 정확하다. 왼발이 아마추어 수준이라 컷인은 안 되지만 카스퍼가 컷인 플레이가 가능하기에 둘의 조합은 위력이 강하다. 카스퍼에게 패스한 호만은 앞으로 빠르게 달렸고 카스퍼의 패스가 호만의 발 앞에 배달되었다.
베노나 카스퍼에 비하면 호만의 크로스는 다양하다. 호만은 높은 크로스가 아닌 낮은 크로스로 헌터를 스치며 가까운 포스트로 향하는 르노에게 공을 보냈다. 르노를 마크하던 수비수는 헌터의 방해로 끝까지 따라가지 못했다.
르노는 왼발의 발등으로 호만의 크로스를 건드렸다. 르노의 발등에서 방향을 바꾼 공은 크로스바에 맞은 후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르노와 헌터가 호만에게 달려갔고 속도가 빠른 호만은 둘을 피해 도망을 쳤다. 어쩔 수 없이 베노가 가세하여 셋이서 세리머니를 완성했다.
전반전 44분에 차범수의 침투 패스를 헌터가 정확한 슈팅을 하여 골로 연결했다. 강한 대포 슛이 아니라 각을 정확히 노린 정밀 슛이다. 팬들은 아직 헌터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헌터의 위치 선정과 슈팅 정확도가 훨씬 훌륭해진 것을 느꼈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발목을 살짝 다친 호만을 대신하여 호넨이 출전했다. 아직 기본기가 부족하고 개인 능력도 부족한 호넨은 영리함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다. 수비 능력이 부족한 선수를 상대로는 엑토르처럼 간결한 동작으로 돌파를 하고 수비에 능한 선수는 화려한 발재간으로 현혹하며 동료의 지원을 기다렸다.
경기 60분이 되자 헌터를 내리고 팀 아일츠를 출전시켰다. 아일츠는 나이 28세에 처음으로 빅리그 출전 기록을 가지게 되었다. 평생소원이 분데스리가 출전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프리미어리그에 출전하게 되었다.
호넨은 위태로운 드리블을 하다가 공을 받으러 온 카스퍼에게 패스하고 한숨을 돌렸다. 왜 코치들이 기본기를 그렇게 강조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유스나 리저브팀에서는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출전하니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호넨이 카스퍼에게 공을 준 다음 움직이지 않자 수비수는 호넨에 대한 방비를 소홀히 했다. 공을 다루는 감은 훌륭하지만 기술 동작이 다소 어설프다. 크게 위협적이지 않은 선수로 판단되어 잠깐 주의력을 다른 데로 돌렸다.
호넨은 수비수가 방심한 듯 보이자 급가속으로 앞으로 달렸다. 카스퍼의 공을 받은 차범수가 오른발 바깥쪽으로 침투 패스를 찔러주었다. 균일한 속도로 패스된 공은 경험이 부족한 호넨도 쉽게 계산할 수 있었다.
호넨은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오른발로 한번 건드려서 공의 회전을 죽인 후 곧바로 크로스를 올렸다. 카스퍼의 크로스와 달리 호넨의 크로스는 포물선이 큰 크로스다. 호넨의 크로스는 정확히 두 수비수 사이에서 199센티의 키를 자랑하는 아일츠를 찾았다.
호넨의 크로스는 아일츠가 179센티였어도 헤딩에 성공했을 정도로 정확히 아일츠의 머리로 떨어졌다. 아일츠는 굳이 점프하지 않고 허벅지와 엉덩이 그리고 허리의 힘까지 충분히 이용해서 헤딩했다. 아일츠의 강한 헤딩슛이 에버튼의 골망을 흔들었다.
골을 넣은 아일츠는 중계 카메라를 찾았다. 노츠 카운티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몰라 가족들은 독일에 있다.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게 뻔한 아내와 두 아이에게 커다란 손으로 커다란 하트를 만들어 보냈다.
호넨은 발정 난 망아지 세리머니를 기대했는데 아일츠가 딴짓을 하자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5분 뒤 후안이 세 명의 수비수를 제친 후 정확한 슈팅으로 여섯 번째 골을 만들자 베노와 함께 셋이서 발정 난 망아지 세리머니를 해냈다.
후반 75분에 르노 역시 개인기로 두 명의 수비수를 제친 후 슈팅을 하였다. 리듬을 잘못 타서 골대를 벗어나는 슈팅이었는데 에버튼 수비수가 자책골을 넣었다. 적극적으로 압박을 한 아일츠에게 절반의 공을 돌려야 했다.
기신은 카스퍼를 내리고 몽겔로를 올렸다. 능력치가 아직 50에 조금 못 미치지만 빠른 속도 덕분에 꽤 위협적인 몽겔로이다. 요즘 발전이 정체된 몽겔로에게 데뷔전을 치르게 하여 긍정적인 자극을 주려는 목적이다.
몽겔로가 약점이 되어 노츠 카운티는 남은 17분 동안에 2골을 먹었다. 그러나 몽겔로는 공격에서 빠른 속도와 호넨과의 훌륭한 호흡으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일츠도 팀워크 10의 수치답게 제공권을 장악해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었고 동료들을 이용하여 이득을 만들기도 했다.
노츠 카운티와 스완지가 9점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2승 1무의 애스턴 빌라다. 리버풀은 원정에서 토트넘에 승리하며 첼시, 맨시티, 토트넘을 연속 상대하여 6점의 승점을 얻어냈다. 토트넘과 맨시티 역시 6점의 승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프리미어리그가 미쳐 돌아갔다.
- 작가의말
월드컵 후유증을 받는 리그가 있고 안 받는 리그가 있습니다. 약팀이 많고 강팀이 적으면 영향을 덜 받죠. 프리미어리그는 많이 받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실제로 월드컵 후에 강팀이 흔들리는 모습을 꽤 보여주었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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