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 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하다
신기는 마법의 사용에 성공한 뒤 곧바로 여러 가지 마법을 연습했다. 하지만 시전한 몇몇 마법이 얼음 마법으로 바뀌어 시전되었다. 불화살을 만들려고 했는데 얼음화살이 나오는 식이었다. 그리고 마법 몇 번 사용하자 곧바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
"육신이 마법의 사용에 적응하지 못하는구나. 마나가 없는 세상에서 성장한 육체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침대에 누운 신기는 몸에 힘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편으로 영입해야 할 선수들을 머릿속에서 되새겼다. 다른 선수들은 이름 혹은 소속이 생각나는데 멕시코의 센터백만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네, 여기는 기신입니다."
"기 감독, 에릭 헌터입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 겁니까?"
"멕시코입니다. 선수 영입하러 왔습니다."
"마르코 에르난이오? 만나서 얘기를 해 보았습니까?"
"아직은요. 몸이 불편해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주급은 3500 파운드로 협상을 보았습니다. 오셔서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수 영입이 끝나면 곧 계약서에 사인을 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신기는 힘이 좀 돌아오자 곧바로 호텔 프런트에 전화를 해서 마르코 에르난의 연락방식을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십분도 되지 않아 마르코 본인의 전화번호를 받은 신기는 곧바로 전화를 했다.
"노츠 카운티의 감독 기신입니다. 마르코 씨와 만나서 대화를 하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마르코가 직접 신기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오기로 했다. 통화를 마친 신기는 다시 침대에 누워 기력을 회복했다. 반 시간 뒤 다시 전화벨이 울렸고 마르코는 호텔 지하에 있는 바로 신기를 불렀다. 신기는 곧바로 옷을 차려입고 바로 향했다.
"노츠 카운티의 감독 기신입니다. 당신을 영입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노츠 카운티 면 4부리그 팀 아닙니까?"
"3부리그 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 나가는 팀이기도 하죠."
"그야 저도 알지만 유로파리그 여섯 경기를 위해 3부리그 팀으로 갈 생각이 없습니다."
"결승전에서 벵거의 아스널이나 과디올라의 맨시티도 우리에게 우승컵을 넘길 생각을 안 했을 겁니다. 유로파리그에는 아스널이나 맨시티보다 강한 팀들만 나오는가 보군요."
"단판 승부는 승패를 예측하기 힘들죠."
"지난 시즌 4부리그 팀인 노츠 카운티는 맨시티와 3번 대결했습니다. 리그 컵 준결승 2게임 그리고 FA컵 결승전이죠. 그리고 우리는 2승 1패로 맨시티에 우세 전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저를 더 논리적으로 설득해 보세요. 지난 시즌 잘했으니 이번 시즌도 잘할 것이라 고 하지 마시고요."
"올해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잖아요. 우리 팀에는 국가대표가 한 명도 없습니다. 월드컵 후유증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번 시즌 저의 목표는 2부리그 승급과 유로파 우승입니다. 유로파 우승을 이루어내면 그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참가 가능한 거 아시죠?"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은 리듬이 깨져 클럽 경기에서 죽을 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약팀들의 반란이 많이 기대되는 게 월드컵 후 시즌이다. 일단 이 설득까지 안 먹히면 신기도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아주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군요. 하지만 노츠 카운티에서 제 주급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간단하죠. 당신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 이적료의 일부를 당신에게 지급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그럼 협상은 제 에이전트와 구단에 맡기고 술 한잔하죠."
마르코 에르난은 자존심이 몹시 상한 상태다. 이번 월드컵 국가대표에 탈락한 것이다. 주전 자리는 힘들어도 벤치 정도의 실력은 되는데 협회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면서 마르코를 탈락시켰다. 유로파리그에서 훌륭한 활약을 보여 모든 언론이 협회와 감독을 비난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아침에 멀쩡한 정신으로 일어난 신기는 콜롬비아로 향하는 비행기편을 구했다. 이번 영입 대상인 에두아도는 26세의 미드필더이다. 마약 운반을 도운 혐의로 2년간 감옥생활을 하고 현재 무직 상태이다. 덴마크 국적도 가지고 있기에 워크퍼밋 걱정도 없다.
"노츠 카운티의 감독 기신입니다. 당신을 영입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저 같은 범죄자를요?"
"당신 누명을 쓴 거잖아요."
에두아도는 벌떡 일어섰다. 불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두 눈으로 신기를 쏘아봤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잖아요."
"나는 믿습니다."
사실 신기는 몸이 바뀌기 전에 게임기에 마나를 주입해서 데이터 암호화를 풀어 선수들의 정보를 열람했다. 그래서 에두아도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르헨티나 리그에서 축구를 하던 에두아도에게 승부조작 의뢰가 들어왔고 에두아도가 거절하고 경찰에 고발하자 누명을 씌워 에두아도를 감옥에 넣었다.
승부조작에 관련해 말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였다. 나름 유망주였던 에두아도였기에 목숨을 부지했다. 만약 크게 주목을 받지 않는 선수였다면 간단히 죽이는 것으로 입막음했을 것이다.
신기는 에릭 헌터에게 전화를 해서 에두아도의 에이전트가 되어 계약 협상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고 에릭은 흔쾌히 승낙했다. 콜롬비아의 일정을 마친 신기는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영국이 아닌 이태리였다.
보나비치는 이태리 아탈란타 유스팀의 선수이다. 하지만 감독의 지시에 불복종하고 경기 중 돌발행동이 많다는 이유로 방출 통보를 받았다. 키는 178이 되지만 몸무게가 70킬로 밖에 안되는 보나비치는 공격수를 지망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기본기가 좋은 보나비치를 미드필더로 사용하려고 했다.
"혹시 네가 스테판 보나비치?"
"저를 아세요?"
"맞군요. 스물이라고 들었는데 훨씬 어려 보여서 아닌 줄 알았습니다. 아스널과 맨시티의 손에서 우승컵을 빼앗은 남자, 노츠 카운티의 감독 기신입니다."
보나비치는 얼떨결에 기신과 악수를 나눴다. 기신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보나비치를 데리고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당신에게 흥미가 생겨서 많이 알아보았습니다. 그간 무능한 감독들을 만나 고생 많이 하셨더군요. 누가 봐도 공격수 감인데 감독들은 하나같이 미드필더로 사용하더군요."
보나비치는 기본기가 훌륭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평균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능형 미드필더로 키우기에 적합한 인재인데 보나비치 본인은 공격수가 되고 싶어 했고 경기 중 자주 공격수 위치까지 올라갔다가 수비시에 미드필더 위치로 돌아가지 못했다.
"당신의 능력을 보면 미드필더 자리가 정말 적합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성향은 공격수에 어울리죠. 감독들은 당신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당신을 자기들 입맛대로 바꾸려 했습니다. 유스 감독으로서 어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종합형 미드필더는 팀에 정말 필요한 존재이다.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팀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정말 중요한 선수이다. 콜롬비아에서 만났던 에두아도가 바로 그런 선수이다. 보나비치의 능력치도 미드필더에 어울리지만 성향이 지극히 공격적이다.
"나는 당신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그리즈만과 같은 유형의 선수라고 봅니다. 공격수의 자리에서 미드필더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만능형 공격수가 제격이라고 보죠. 그리고 노츠 카운티는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 출전합니다. 유럽의 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증명해 눈이 옹이구멍에 불과한 무능한 감독들에게 한방 먹여주지 않겠습니까?"
보나비치는 노팅엄 사투리가 심한 신기의 영어를 이해하느라 대답을 한마디도 못했다. 하지만 신기의 말들을 전부 해독하자 그 내용이 마음에 쏙 들었다. 마치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생각이 일치했다.
"제가 유로파리그에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나요?"
"지금 당신의 실력이라면 당연히 가능하죠. 노츠 카운티는 겨우 3부리그 팀입니다. 당신 정도면 2부리그에서 주전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보나비치를 에릭 헌터와 연결해준 신기는 빠르게 스페인으로 움직였다. 월드컵 개막전까지 열흘 정도 남았다.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기에 조별 경기만 관람할 수 있다. 에릭의 도움으로 신기는 표를 몇 장 구했다. 한국의 경기는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 티켓만 구할 수 있었다.
올해 21세의 호세는 센터백이다. 하지만 경기마다 결정적인 실수를 하기 때문에 바르샤와의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지금 호세에게 오퍼를 던진 팀들이 몇 개 있지만 전부 하부리그 팀들이라 계약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호세, 노츠 카운티의 기신이라고 합니다. 과디올라와 세번 대결해서 두번 이긴 사나이죠."
호세는 기술적으로는 완성에 가깝지만 정신적으로 몹시 불안정한 아이다. 그래서 센터백 위치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자주 하게 된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당장 1군에 데려가고 싶을 정도의 안정감을 보여주지만 그런 경기가 일 년에 다섯 경기도 안된다는 것이 문제다.
"노츠 카운티라면 3부리그로 갓 올라간 팀 아닌가요?"
"이번 시즌 3부리그 우승을 할 팀이고 유로파리그의 우승을 노리는 팀이죠."
신기의 말에 호세는 비웃음을 흘렸고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3부리그 팀이 유로파리그의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4부리그 팀으로 리그 컵과 FA컵 우승을 했는데요. 혹시 가능하다고 미리 생각했던 사람 있었나요?"
신기의 말에 호세는 말문이 막혔다.
"당신도 바르샤의 주전을 꿈꾸고 있잖아요.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도전하는 건가요?"
호세의 자존심은 신기에게 무참히 짓밟혔다. 하지만 듣는 건 괜찮지만 영어로 말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호세는 곧바로 반격하지 못했다.
"어차피 지금 연락이 온 팀들도 다 하부리그 팀들이잖아요. 당신에게 유로파리그 주전 자리를 약속할게요. 그리고 이적 요청이 들어왔을 때 가격만 적당하다면 무조건 동의해 줄게요. 지금 당신에게 이 정도 매력적인 제안을 해줄 팀이 있나요?"
호세는 자존심이 강하고 야망이 큰 선수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야망이 자존심을 이겼다. 이대로 하부리그나 라리가 하위팀들만 전전하다가는 평생 유로파리그를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 노츠 카운티와의 계약서에 유로파리그 주전으로 출전하는 조항을 넣을 수 있다면 2년 정도의 계약을 하는 것을 고려할 생각이다.
영국으로 건너가서 3년 계약에 사인을 한 신기는 러시아로 이동했다. 현재 구단에서 트라이 아웃 소문을 크게 내고 있다. 이미 작년 트라이 아웃으로 주전이 되고 크게 이름을 날린 터너나 빅게임 플레이어로 명성이 자자한 헌터가 있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참여할 것이다. 선수 데이터 중에는 한 번도 축구팀에 소속된 적이 없어서 아무 정보도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제발 트라이 아웃에 참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러시아에 도착한 신기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월드컵이 시작되기를 기대했다. 국가가 열 개도 안되는 신기의 세계에서는 월드컵이 불가능하다. 영국처럼 전역을 다 지켜줄 수 있는 보물을 가지고 있는 국가나 한가하게 축구 경기를 할 수 있다. 가문의 영지에서는 한달에 한 경기 정도 축구 경기가 있고 그때마다 신기는 평민으로 위장하고 구경을 갔다.
기대를 품고 개막전 경기를 관람한 신기는 크게 실망을 했다. 전술이나 기술 등은 확실히 훨씬 낫다. 하지만 육체적 능력이 마나의 영향을 받은 신기의 세상 사람들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경기의 격렬함이 많이 부족했다. 사실 전술 같은 것보다 축구의 치열함을 좋아하는 신기였기에 월드컵 경기가 동네 축구보다 재미가 없었다.
'제길, 그냥 돌아갈까?'
- 작가의말
그렇습니다. 사실 신기는 축알못입니다. 그저 그 치열한 부딪힘을 좋아했던 것이죠.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