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자의 숨결

내겐 꿈이 있지

차범수는 김시웅의 패스를 받은 후 간결한 드리블로 자신을 마크하는 선수를 제쳤다. 돌파는 아니고 그저 패스 경로를 확보한 것이다. 공격수 위치에 있던 보나비치가 내려오면서 차범수의 패스를 받았다.

차범수가 앞으로 달렸고 호만이 차범수가 비운 곳으로 향했다. 토트넘의 풀백은 김시웅을 내버려 두고 호만을 따라 달렸다. 보나비치는 공을 띄워 김시웅에게 패스했다. 안정적으로 공을 잡은 김시웅은 헌터의 머리를 겨냥해 크로스를 올렸다.

부정확한 김시웅의 크로스는 토트넘 수비수가 헤딩으로 처리했다. 코너킥이 되자 김시웅은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제레미와 블랙 그리고 헌터가 골문 앞에 자리 잡자 토트넘의 수비수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헌터와 제레미는 오늘 제공권을 단단히 잡고 있어 특별 주시 대상이 되었다.

카스퍼의 코너킥은 포물선이 아닌 직선에 가까운 궤적을 그렸다. 그레이의 차지이던 가까운 포스트에 매복한 보나비치는 슈팅에 가까운 카스퍼의 공에 머리를 갖다 댔다. 공은 보나비치의 머리에 살짝 스치면서 먼 포스트로 향했다.

공의 속도가 느렸더라면 가까운 포스트로 헤딩슛을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카스퍼의 공은 속도가 빨라 슈팅 겸 패스를 노려 먼 포스트 쪽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나비치는 오늘 되는 날이다.

포물선을 그리며 먼 포스트로 향하는 공을 키퍼는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 경로에 있던 두 명의 토트넘 선수와 한 명의 노츠 카운티 선수가 공을 건드리려 시도했지만, 누구도 공의 궤적에 간섭하지 못했다. 골대 옆에 서 있던 토트넘의 풀백이 최대한 높이 뛰었지만 보나비치의 헤딩슛이 골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후반전 80분에 기신은 보나비치를 내리고 벤자민을 출전시켰다. 해트트릭을 해낸 보나비치에게 노츠 카운티의 팬뿐 아니라 일부 토트넘의 팬들도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88분에 제레미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으로 한 골 추가하면서 토트넘에 대승을 거두었다.

"사실상 2년 전부터 우리 구단은 보나비치의 영입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번마다 실패했죠. 오늘 경기를 보고 그때 2천만 유로 정도 질렀어야 했다는 후회가 생기는군요. 보나비치 선수가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같은 편으로 경기할 수 있는 날이 빠르게 오기를 기원합니다."

맨유는 터너에게, 리버풀은 엑토르에게, 토트넘은 보나비치에게 공개 구애를 한 셈이다. 기신은 포체티노의 말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농담으로 대응했다.

"해리 케인에 에릭센까지 더해서 교환하는 것이라면 저희는 추가로 돈을 지급할 용의도 있습니다."

12월 21일 경기에서 노츠 카운티는 홈에서 카디프 시티를 3:1의 점수로 이기고 리그 1위를 탈환했다. 아스널이 최근 3경기에 첼시와 리버풀과 무승부를 내고 맨시티에 패배하면서 2점의 승점만 획득했다. 같은 36점이지만 골 득실로 노츠 카운티가 1위가 되었다.

그리고 12월 27일 원정에서 맨시티와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하루 쉬고 29일 원정에서 첼시를 상대해야 한다. 두 경기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기신이기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이번 경기는 지난 토트넘과의 경기와 똑같았다. 다만 가해자에서 피해자의 입장으로 바뀐 것만 달랐다. 더 브라위너, 스털링, 권도안, 제수스, 사네 등이 미친듯한 경기력으로 노츠 카운티의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르노와 보나비치가 자주 수비에 투입되다 보니 헌터 혼자서 아무런 풍랑도 일으킬 수 없게 되었다. 지원을 받지 못한 헌터는 자신의 드리블이 얼마나 엉망이고 중거리 슈팅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차범수의 수비 지휘와 터너의 선방으로 2실점만 했다. 그리고 헌터의 정신을 초월한 육체의 슛으로 골 하나를 넣어 1:2로 패했다. 점수만 보면 비등한 경기라고 생각하겠지만 내용을 본 사람들은 노츠 카운티의 분전에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대여섯 골을 먹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노츠 카운티의 선수 중 차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차가 좀 더 위대한 선수가 되면 맨시티에서 영입을 시도할 것입니다."

과디올라는 터너처럼 골문을 나오기 싫어하는 키퍼를 원하지 않는다. 경기에서의 활약이 크게 돋보이지 않는 차범수가 과디올라의 눈에 띄었다. 차범수의 훌륭한 수비 지휘는 과디올라의 마음에 꼭 들었다.

맨시티는 자아가 매우 강한 선수들이 모여있다. 당장 차범수를 데려온다고 해도 순순히 차범수의 지휘에 따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차범수의 지휘라고 실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차범수의 명성이 아직 작기에 실수했을 때 선수와 팬들이 차범수를 가혹하게 비판할 수도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들이 노츠 카운티의 기둥들을 허물어가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리그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노츠 카운티와 같은 약소 구단의 선수를 금전으로 유혹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곧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게 된다. 지금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노츠 카운티의 선수들이 먹음직스럽게 보일 것이 분명하다. 기신은 구단의 당부대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애절한 호소를 했다. 물론 내용만 애절할 뿐 기신의 표정은 전혀 애절하지 않았다.

바로 런던으로 이동한 후 28일 가벼운 회복 훈련만 했다. 29일 첼시와의 경기는 또 다른 양상이었다. 노츠 카운티도 지쳤지만, 첼시 역시 마찬가지다. 첼시의 스쿼드 역시 충분하지 않다. 물론 노츠 카운티와 비교하면 풍족하다 못해 넘칠 정도다.

단박에 리그 4위로 떨어진 노츠 카운티는 첼시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겨냥했다. 이번 시즌 리그의 모든 경기에 출전한 블랙이 노란 카드 누적으로 강제 휴식을 했다. 속도가 빠른 호만과 엘리엇이 수비를 돕다가 기회가 되면 반격에 투입되었다. 헌터, 르노, 보나비치 전부 벤치에 앉았고 지난 경기에 휴식을 취한 엑토르만 출전했다.

죽어라 수비만 하는 노츠 카운티와 주전선수의 피로 및 로테이션 선수의 실력 부족으로 유효한 공격을 하지 못하는 첼시의 경기는 몹시 무미건조했다. 그리고 이 경기는 프리킥 대결이 되었다. 윌리안이 두 개의 프리킥에 성공했고 노츠 카운티는 교체로 출전한 워드가 한 개의 프리킥을 골로 만들었다.

정확히 리그의 절반인 19라운드가 끝나고 나서 노츠 카운티는 36점으로 리그 5위를 차지했다. 1위는 42점을 기록한 올해는 다른 아스널, 2위는 41점의 맨시티, 3위는 40점의 첼시, 4위는 37점의 리버풀이 차지했다.

맨유와 토트넘이 똑같은 34점으로 6위와 7위를 차지했다. 대부분 팬은 오랜만에 리그가 재밌게 진행된다며 기뻐했지만, 리그 우승을 바라는 구단의 팬들은 달랐다. 그들은 구단에 선수 영입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12월 31일, 2021년의 마지막 날에 로만과 아이들은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노츠 카운티 구단의 실질적인 일인자인 로만과 구단의 모든 직원은 회의하고 있다.

"내겐 꿈이 있지. 노츠 카운티가 모든 우승컵을 최소 하나씩 가져오는 꿈이야. 저 빌어먹을 노팅엄 포레스트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2개나 가지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로만의 연설이 또 시작되었다. 아마 구단에서 청소하는 청소부도 다음 대사를 로만을 대신해 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츠 카운티는 FA컵 우승컵, 리그 컵 우승컵,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이미 얻었어. 남은 건 프리미어리그 우승컵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컵뿐이야."

로만의 연설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듣는 직원은 한 명밖에 없었다. 바로 로만과 함께 기신과의 계약을 체결한 그 직원이다. 기신과 계약한 공을 인정받아 중간 관리자로 승진했다.

"나와 이 친구가 기 감독을 정중하게 모셔왔지. 이 노츠 카운티로 말이야. 모두가 애송이 동양인 감독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이 친구만 긍정적인 의견이었지. 그리고 나는 현명하게도 이 친구의 의견을 받아들였어."

기신의 면접 이후 가장 크게 화를 냈던 것이 로만이었다. 하지만 흘러간 세월은 로만의 기억을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내가 평생 가장 잘한 일은 내 마누라와 결혼해서 아름다운 딸을 만난 것이야. 그리고 두 번째는 기 감독을 노츠 카운티로 모셔온 것이고. 세 번째는 엑토르를 계약한 것이다."

엑토르 계약 당시 구단 운영진 모두가 반대했다. 물론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던 사람은 로만이다. 기신이 하도 강하게 나와서 구단이 돈 버리는 셈 치고 양보했다. 그리고 로만은 독신주의자여서 하기 싫다고 억지로 버티는 결혼을 노츠 카운티의 운영진에서 쫓아낸다고 협박해서 겨우 성사시켰다.

"우리는 5만4천 석의 구장을 가지게 되었고 이번 시즌 3번이나 리그 1위를 달성했지. 그래서 나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선수 영입을 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기신은 1월 1일 홈에서 리버풀과의 경기를 준비하느라 몹시 피곤한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회의에 불려오니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선수 영입의 필요성을 기신이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노츠 카운티는 구장을 확장하느라 은행에 많은 빚이 있다. 그리고 시즌 초에 선수 영입을 하느라 3천만 유로에 가까운 돈을 사용해서 여력이 없다.

"지금 후원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까르띠에에서 노츠 카운티의 팀과 감독 및 선수의 초상권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후원을 제안했습니다."

초상권 일부는 선수에게 있지만 대부분 구단에 있다. 구단은 선수들의 초상권을 이용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의 일부를 선수에게 돌려준다. 이번에 까르띠에가 눈독을 들인 것은 바로 노츠 카운티 구단이 보유한 초상권이다.

"계약이 성사되기 위해 기 감독과 헌터 엑토르 그리고 그레이가 1월 초에 광고 촬영을 해야 합니다. 일정은 총 사흘이고 실제 촬영은 이틀입니다."

기신은 동양인, 헌터는 백인, 엑토르는 아메리카 대륙, 그레이는 흑인을 대표하는 컨셉이다. 잘생긴 차범수와 기신 사이에서 고민하다 인지도가 훨씬 높은 기신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신의 초상권은 전부 기신과 에릭이 함께 만든 회사에 있기에 로만이 기신에게 구걸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리버풀과의 경기가 끝난 후 2일에 촬영을 시작합니다. 4일에 촬영이 끝나고 돌아와서 5일 올덤과의 FA컵 경기를 지휘하시면 됩니다."

기신은 고민했다. 풀백이 한 명 더 필요하고 중앙수비수도 한 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적을 원하는 선수가 생기면 주급 체계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여러모로 돈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

"후원금으로 영입할 수 있는 선수 명단입니다."

박스 투 박스 형 미드필더 한 명,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가 가능한 선수 두 명이다.

"이 중 한 명의 선수를 영입 가능합니다. 이적료 협상도 어느 정도 진행했습니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는 리버풀의 마르코 그루이치다. 현재 스물다섯인 이 선수는 리버풀의 전술에 적응을 못 해 임대만 다니고 있다. 중앙수비수와 미드필더가 가능한 선수는 오코너로 몸싸움에 능하고 속도가 빠르다.

남은 선수는 기신이 모르는 선수다. 기신은 주섬주섬 노트를 꺼냈다. 예전에 확인한 것이지만 선수의 능력치는 보통 큰 폭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그루이치는 능력치 63이고 오코너는 능력치 62다. 남은 한 명은 분데스리가 선수라 기신이 확인한 적이 없다.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루이치가 더 마음에 듭니다."

작가의말

오늘 한 편으로 마칩니다. 오늘은 강호정담에 논쟁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후속작 고민 중입니다. 물론 이 글은 아직 남은 분량이 꽤 됩니다.

[묵향]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글쇠]

응원 감사드립니다.

[오빠나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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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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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霧梟]

자기 선수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보는 멘트네요. 해이 케인. 뭐 성격이겠지만...

[글쇠]

제가 서술을 제대로 못했네요. 둘을 합쳐서 교환한다면 돈도 주겠다는 뜻입니다.
보나비치 + 돈 = 해리 케인 + 에릭센
기신이 보나비치를 팀의 핵심급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고민해보고 확실하게 수정하겠습니다.

[독찾]

강호정담에 논쟁이 있었던가요?

[글쇠]

미투 운동때문에 말들이 많았습니다. 강호정담에 글에 대한 괜찮은 의견들이 있어서 자주 들르는데 글과 상관없는 게시글이 많아서 좀 그렇더군요.

[OLDBOY]

잘 봤습니다.

[글쇠]

댓글 감사합니다.

[물물방울]

화이팅하셔요.

[글쇠]

감사합니다.

[하얀손㈜]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