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찌 감히
제목 : 기신 국대 감독 결사반대
글쓴이 : 꼬출든남자
길게 쓰지 않겠다.
1. 기신은 선수 키우는 감독이지 전술 잘 쓰는 감독 아니다.
2. 같은 맥락, 고정된 전술 없음. 국대 수준으로 기신 장단 못 맞춤.
3. 어리다. 나보다 동생이다.
4. 코치진 없다. 협회에서 코치진 구성해주면 국대는 결국 협회 손에 놀아난다.
5. 백마 사귄다. 형인 나도 아직 솔로인데. 암튼 반대다.
제목 : 기신 국대 감독 적극찬성
글쓴이 : 가위손
위에 병신글 보고 참다못해 끄적인다.
1. 기신은 전술 잘 쓰는 감독 아니다. 그게 오히려 국대 수준에 맞는다. 전술 잘 쓰는 감독 데려와봤자 선수들이 따라가지 못함.
2. 고정된 전술 없다. 아시아에서나 콧방귀 좀 뀌지 월드컵 가면 빌빌이다. 약팀이 무슨 전술이냐, 강팀 만나면 온갖 수를 다 써야지.
3. 어리다. 나 영계 조아해.
4. 코치진 없다는 건 지금까지 도움 없이도 잘 해냈다는 뜻이다.
5. 나도 사귀고 싶다. 내 마누라는 돼지.
게시판에서 온갖 잡귀가 날뛸 때 주요 언론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 기신 국대 감독 취임에 겸손하게 대답, 제가 어찌 감히.
- 기신은 아직 국대 감독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 기신 국대 감독 최대 걸림돌은 계약금? 노츠 카운티에서 주급은 얼마?
기신이 노츠 카운티에서 받는 돈은 연봉으로 50억 정도 된다.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이다. 국대 감독에게 20억 이상의 연봉을 준 적이 없으니 돈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온갖 소문이 무성할 때 기신은 버지니아를 설득해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자료를 찾은 후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 논문을 써서 설득했다. 버지니아도 어차피 몇 년은 쉬어야 하는 상황이라 먼 동양의 땅에 흥미를 느꼈다.
가장 큰 일을 해결한 기신은 곧바로 열공을 시작했다. 열일곱 권의 노트에는 그간 경기 도중 혹은 경기 후 적은 생각과 감상들이 적혀있다. 경기 영상과 결합하여 최근 경기부터 시작해 뒤로 훑었다.
그렇게 보름 정도 두문불출하자 분위기가 적당히 달아올랐다. 9월부터 월드컵 예선을 해야 한다. 벌써 6월 하순이라 국대 감독 자리를 계속 비우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 기신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 6년간 우승컵 9개, 그중 5개는 하부리그에서 획득.
- 국대 감독의 자격,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 약팀 노츠 카운티를 강팀으로 만든 기신의 힘, 그 근원을 파헤친다.
- 2002년이 그립다. 기신은 제2의 히딩크가 될 수 있을까.
S 그룹의 도움으로 여론 몰이가 시작되었다. 초반에는 토론의 분위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모든 언론이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치열한 토론을 거쳐 의견의 일치를 본 모양새다.
"준비가 되었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모았다."
에릭 헌터는 그간 분주하게 보냈다. 기신을 도와 코치 지원자를 모으느라 힘들었다. 노츠 카운티는 기신과 일 년의 계약이 남았지만, 계약 해지에 흔쾌히 동의했다.
우선 하비가 노츠 카운티에서 사직하고 기신의 코치진에 포함되었다. 새로 오는 감독이 자기 코치진을 데리고 온다. 노츠 카운티 기존 코치들은 리저브팀이나 유스팀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주급은 오히려 상승했다.
오늘은 면접 시간이다. 물론 면접을 보는 코치 지원자들은 기신이 국가대표 감독을 맡을 것을 모르고 있다. 다만 기신이 코치진을 구성한다는 말에 지원한 것이다.
기신은 재삼 유럽에 훌륭한 코치가 많음을 느꼈다. 오십 명이 넘는 지원자가 있는데 대부분 현재 무직이다. 수치가 9 혹은 10이 되는 코치들이 정규직을 얻지 못하고 임시직으로 밥벌이한다는 말에 기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럽도 은근히 텃세가 강해 구단 출신의 코치를 더 우대하기 때문에 선수 출신이 아닌 코치들은 일자리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전술 코치와 피지컬 코치는 선수 출신이 아닌 사람이 많아 무직자도 많다.
기신은 피지컬 코치 세 명을 뽑았다. 한 명은 체력 훈련을 맡고 한 명은 유연성 그리고 순발력 훈련, 한 명은 컨디션 체크를 맡게 할 작정이다. 노츠 카운티에서 이 일을 두 명의 코치가 했는데 약간 힘에 부쳐 했다.
전술 코치는 두 명 선택했다. 한 명은 전술을 짜는 코치이고 한 명은 분석 코치다. 분석 코치는 상대뿐 아니라 팀 전술도 분석해야 한다.
수비 코치는 독일인으로 뽑았다. 면접하면서 보여준 엄격함이 마음에 들었다. 차범수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선수가 자기 몫을 잘 해낸다면 차범수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이번 시즌 다른 선수들의 성장으로 차범수는 전 시즌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격 전술을 짤 코치로는 이탈리아 코치를 뽑았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수비를 중시한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 코치는 적은 인원으로 유효한 공격을 하는 전술 몇 가지를 선보였다. 기신이 보기에 꽤 그럴듯해 보여 임용을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골키퍼 코치로 이탈리아 출신을 뽑았다. 선수 생활을 한 적은 없고 이탈리아 3부리그에서 골키퍼 코치로 있었다. 그러다 구단의 골키퍼가 은퇴하여 코치가 되자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에릭은 기신을 도와 이들과 연봉 협상을 완성했다. 계약 기간은 일단 전부 일 년으로 했다. 기신도 코치진을 직접 구성한 경험이 없어 우선 넉넉하게 뽑았다. 적응력 수치가 높은 코치들로 뽑았으니 한국에 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 기신 결국 국대 감독직 수락
- 기적의 주술사, 대표팀을 살릴 수 있을까.
- 가장 기대가 되는 한국인 감독, 국대에서 기적을 이룰까.
- 22~23시즌 최우수 감독 기신, 대표팀에서도 신화를 쓸까.
기신은 7월 1일 노츠 카운티와 작별 인사를 했다. 구단의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선수들과 작별을 고했다.
"혹시 지금 다른 팀으로 이적하려는 멍청이가 있다면 내가 확실하게 말해주겠다."
기신은 떠나면서 노츠 카운티를 위해 마지막 서비스를 했다.
"지난해 우리는 참가한 모든 리그와 대회에서 우승했다. 올해 어떤 경기든 노츠 카운티는 챔피언으로서 도전을 받게 된다. 평생 이런 경험을 하기 힘들 것이다. 강대한 적들이 너를 이기려고 온갖 수를 다 쓸 것이다. 무엇을 주고도 사기 힘든 천금 같은 기회를 버리고 이적하려는 멍청이는 없기 바란다.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자신을 제대로 증명한 후에 더 나은 대접을 바라는 게 현명한 생각이다."
구단 직원과 선수들과 작별인사를 한 후 기신은 기자회견을 통해 팬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고했다.
"당신들의 응원은 우리와 나를 힘든 줄 모르고 달리게 했습니다. 지금 저는 새로운 꿈에 도전합니다. 꿈을 이루고 그때도 그대들이 나를 잊지 못했다면 염치 불고하고 돌아와서 그대들과 함께 승리의 함성을 지르겠습니다."
헌터와 그레이가 울었다. 엑토르도 무척 서운한 표정이다. 나이스의 웃음은 서글퍼 보였다. 후안과 호넨은 새우 배에 타는 아버지를 배웅하는 아이처럼 안절부절못했다. 밖에는 토미가 기신의 사인을 받은 백 년이 넘는 스카프를 들고 시위하고 있었다.
끝내 기신도 눈물을 보였다. 중요한 일을 위해 떠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슬픔을 주체할 수 없다. 어떤 수단도 서슴지 않고 꼭 퀘스트를 완성할 결의를 품었다.
"노츠 카운티 운영진 대표 로만입니다. 기신 감독은 이후에도 노츠 카운티의 기술자문으로 활약할 것입니다. 노츠 카운티의 유소년 시스템 구축과 유소년 선수 양성을 위해 자신의 힘을 이바지할 것입니다."
매해 12월에는 국가대표 경기가 없다. 선수들에게도 휴식일이다. 유럽 리그가 아니라 한국 K리그를 비롯한 동양권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얘기다. 기신은 그때 노츠 카운티를 위해 유소년 선수를 찾아주기로 했다.
힘겨운 이별을 한 기신은 새로 구성한 코치진에게 한국 국가대표 감독이 되었음을 알리고 한국으로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계약을 해지해주겠다고 말했다. 예상외로 모든 코치가 매우 기쁘게 받아들였다. 국가 대표팀의 코치로 일하는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7월 2일 김 사장이 보내준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했다. 버지니아도 기신과 함께 전용기에 탔다. 코치 중 일부도 가족을 대동했다. 전용기를 타고 한국에 가게 되자 코치들의 사기가 무척 높았다.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다. 아마 이후에는 이런 대접을 받기 힘들 것이다. 9월부터 2026 북미 월드컵 예선전이 시작된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연합으로 주최한 이번 월드컵에는 48개 팀이 참여한다. 아시아는 8.5개의 쿼터를 배정받았다.
월드컵에 진출하는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그러나 기신은 최대한 많은 경기에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통합 퀘스트를 조금이라도 덜 어렵게 진행할 수 있다.
수석코치와 팀닥터는 축구 협회에서 지정했다. 기신은 심리 치료사도 한 명 요청했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과정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었다.
- 기신 축구협회와 3년 계약 체결. 2026년 월드컵 후 계약 만료.
- 기신 국대 감독 취임.
- 네티즌, 기신 연봉이 궁금하다.
기신은 김 사장과 만나 식사를 했다. 이번 일은 김 사장의 도움이 무척 컸다.
"자네가 살 집은 이미 다 찾아두었네. 부디 사양하지 않았으면 하네."
"감사히 받겠습니다."
"대단한 사람이 되었구먼. 예전에는 풋내기였는데 말이야."
"이번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자네와 나는 남이 아니야. 자네가 잘 되면 나도 잘되고 내가 잘 되면 자네에게도 나쁘지 않을 거야. 지금 자리가 꿈이었는데 정작 앉고 보니 너무 편해서 남 주기 아깝더군. 이번에 자네를 국대 감독으로 추천하는 건 나에게도 작지 않은 모험이야."
"그래서 제가 좋은 아이디어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이튿날 각 언론은 기신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다. 내용은 똑같고 제목만 바꿔서 나온 기사도 수두룩했다.
- 기신 국가대표 감독 연봉 50억으로 밝혀져.
- 축구협회 관계자 누설, 기신의 연봉은 S 전자에서 부담.
- 기자의 질문에 S 전자 홍보팀 묵묵부답, 진실은 어디에?
오전에 기신의 연봉으로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졌다. 너무 많은 거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고 50억이 세금 전이냐 후냐는 논쟁도 벌어졌다.
- S 전자 공식성명 발표, 기신의 연봉은 S 전자에서 전액 부담.
- 세상에 이런 일이, 기신 감독 연봉 50억 전액 기부.
- 기신 감독 연봉 전액 기부, 기부받은 S 재단 사용 명세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약속.
- S 전자가 준 연봉을 S 재단에 기부,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기신은 한국에 기반이 없다. 김 사장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래서 기신은 연봉을 전부 재단에 기부했다. 어차피 그룹의 재단이다. 말마따나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식이다.
- 기신이 기부한 150억 사용 명세 인터넷에 공개할 것을 약속.
S 재단은 기신이 기부한 3년 연봉의 사용처를 전부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결국, 기신은 대표팀을 위해 자기 돈을 털어 봉사하는 셈이다. 코치들의 연봉은 기신이 주어야 하니 말이다.
'퀘스트 성공만 생각한다. 돈은 됐다.'
일단 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없지 않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젠 축구협회도 기신이 하는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다. 성적만 좋으면 된다. 그리고 기신은 자신이 있다.
- 작가의말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죠. 시작이 좋으면 뒤에 문제가 생겨도 쉽게 수습이 됩니다. 시작이 나쁘면 점점 나아져도 잡음이 끊이지 않죠. 이 도리를 알면서 글 초반에 항상 임팩트를 주지 못합니다. 머리로 아는 거랑 가슴에 새기는 건 정말 별개의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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