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타는 노츠 카운티
2월 11일 노츠 카운티는 홈에서 본머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본머스는 현재 31점으로 리그 10위에 자리하고 있다. 전 라운드에서 노츠 카운티가 맨유에 0:2로 질 때 본머스는 원정에서 첼시를 3:0의 확실한 점수로 이겨버렸다.
2연승의 본머스와 5연패의 노츠 카운티의 대결에 대다수 전문가는 무승부를 예측했다. 본머스의 수비 후 반격이 위력적이기는 하지만, 노츠 카운티도 수비로 나올 게 뻔하니 0:0 무승부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수비진은 구즈믹스와 칸투가 주전으로 출전했다. 몸싸움에 스트레스를 받는 베르베는 벤치에 앉혔다. 좌측 풀백은 베노가 출전했고 우측 풀백은 김시웅이다. 미드필더진에는 차범수와 그레이가 출전했고 르노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보나비치가 오른쪽 윙, 바기오가 왼쪽 윙으로 출전했고 엑토르가 중앙 공격수로 출전했다.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노츠 카운티는 라인을 높게 끌어 올렸다. 속도가 빠른 구즈믹스와 수비 판단력이 뛰어난 칸투를 믿고, 빠른 공격수가 없는 본머스를 압박했다.
관객석에는 후안을 비롯해 몽겔로 차베즈 등이 경기를 관람했다. 몽겔로는 현재 유스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전술 이해가 몹시 부족하여 유스팀에서 기본기를 다지며 여러 가지 전술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나이스도 새롭게 만든 몸에 적응하면 유스팀에서 전술 훈련을 받아야 한다.
공을 잡은 바기오는 안으로 컷인을 한 후 르노에게 패스했다. 르노는 공을 거친 듯 세심하게 다루며 수비수들을 유인한 후 침투하는 보나비치에게 패스를 찔렀다. 패스하는 동작이 너무 은밀하여 본머스 선수들은 반응 속도가 느렸지만 훈련을 통해 타이밍을 예상하던 보나비치는 공을 정확히 받아냈다.
보나비치는 작은 각에서 슈팅 대신 패스를 선택했다. 그러나 공은 엑토르와 수비수 그리고 키퍼의 다리를 전부 비껴갔다. 먼 포스트에서 베노가 슬라이딩으로 보나비치의 패스를 빈 골대에 집어넣었다.
바기오는 르노에게 패스한 후 곧바로 왼쪽 터치라인으로 달려갔다. 본머스의 오른쪽 풀백은 그런 바기오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때 베노가 바기오가 비운 자리를 차지했고 베노를 담당해야 할 본머스의 윙은 공이 보나비치에게 향한 순간 베노를 놓쳐버렸다.
아주 기본적인 전술이다. 성공한 데에 르노의 패스가 결정적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패스 때문에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순간 흔들렸고 작은 틈이 생겼다. 경기가 시작한 지 3분도 되지 않아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경기 초반에 실점했지만 본머스는 라인을 끌어올리지 않았다. 반면 득점을 한 노츠 카운티가 기세를 돋워 더욱 심하게 몰아쳤다. 헌터가 출전하지 못한 대신 그레이가 빈번하게 페널티 구역 안으로 진입해서 헤딩을 성공시켰다. 훈련했던 대로 번마다 먼 포스트를 향해 헤딩했다.
그레이의 헤딩 수치는 7이다. 꽤 준수한 편이지만, 번마다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게 오히려 본머스 키퍼를 괴롭게 했다. 가끔은 가까운 포스트나 중간으로 향하는 헤딩이 고의인지 실수인지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엑토르 역시 몸싸움이 부족해서 헤딩을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간혹 헤딩할 때마다 본머스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렇게 베노와 보나비치의 크로스 및 그레이와 엑토르의 헤딩 때문에 본머스의 수비진은 좌우로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은 차범수와 바기오 그리고 르노였다. 르노의 패스는 타이밍이 종잡을 수 없는 것이지, 워드처럼 정확한 킬패스는 아니다. 그러나 슈팅도 괜찮고 패스도 괜찮은 르노가 공을 잡고 드리블하면 본머스 선수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팍팍 올라간다.
차범수의 원거리 슛은 정확하다. 날카롭지는 않지만 보통 골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바기오의 슈팅은 정확도가 낮지만, 항상 키퍼가 막아내기 힘든 곳을 노린다. 이들 셋이 패스를 주고받고 엑토르가 앞에서 움직이면 본머스의 수비진은 크게 출렁였다.
좌우 간격을 좁히면 크로스로 위협한다. 좌우를 넓히면 중앙에서 패스 워크로 위협한다. 수비 라인을 너무 내리면 중거리 슈팅으로 괴롭히고, 수비 라인을 올리면 엑토르가 맹수와 같이 은밀하고 치명적인 침투로 골키퍼의 심장을 뛰게 했다. 중계 카메라는 가끔 몸이 굳어질까 혼자 가벼운 운동을 하는 터너의 모습을 비췄다.
르노는 드리블로 한 명의 미드필더를 제쳤다. 곧바로 다른 선수가 앞을 가로막았다. 르노는 앞과 뒤에 선수 한 명씩 둔 상황에서 왼쪽으로 공을 짧게 차고 가속했다. 슈팅 각도가 나오자 바기오를 수비하던 선수가 어쩔 수 없이 르노의 슈팅 각을 막으러 달려왔다.
르노는 슈팅할 것처럼 페이크를 준 후 공을 가볍게 굴렸다. 공을 잡은 바기오는 역시 슈팅 동작으로 수비수를 속인 후 빈 곳에 자리한 차범수에게 패스했다. 르노와 바기오에게 4명의 선수가 몰리는 바람에 차범수가 일시적으로 자유롭게 풀렸다.
차범수의 슛은 정확했지만, 의외성이 없다. 골키퍼는 정확히 공의 경로를 판단하고 몸을 날렸다. 힘겹게 차범수의 슈팅을 오른손으로 쳐낸 키퍼는 몸이 잔디에 떨어지는 순간 숨을 꾹 참았다. 노련하게 몸에 오는 충격을 최소화한 후 키퍼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수많은 훈련과 실전을 통해 다져진 본능과도 같은 행동이다.
차범수가 슈팅하는 순간 엑토르와 보나비치가 이미 리바운드를 목표로 달려 들어갔다. 공을 잡은 엑토르는 슈팅하지 않고 보나비치에게 패스했다. 비록 키퍼가 몸을 일으키고 있지만 엑토르가 슈팅해도 되는 공이다. 하지만 엑토르는 팀을 위해 가장 많이 헌신하는 보나비치에게 골을 양보했다.
보나비치는 간간이 골을 넣기는 하지만, 슈팅이 막혀 흘러나온 공이나 수비수가 건드려 경로가 변한 공을 잡아서 골을 넣은 게 대부분이다. 이렇게 골 넣으라고 누군가가 패스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골을 넣은 보나비치는 엑토르를 꼭 끌어안았다.
머리에서는 시원한 얼음물이 내려오는 데 발끝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시원함과 뜨거움이 교차하면서 보나비치는 처음으로 맛보는 절정의 편안함을 느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여러 구단에서 겨울에 이적 요청이 왔을 때 잠깐 흔들렸다. 고정된 위치가 없고 많은 위치에서 많은 전술을 소화하다 보니 정체성을 잃은 기분이었다.
기신은 인터뷰에서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로 항상 보나비치를 꼽았다. 그리고 자신을 원하는 팀들도 결국 노츠 카운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멀티 능력이 필요해서일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두 골을 실점한 본머스는 라인을 올리려 했다. 하지만 노츠 카운티는 라인을 내리지 않고 계속 본머스를 압박했다. 속도가 빠른 공격수가 없는 노츠 카운티는 경기의 주동을 가져가기 위해 계속 라인을 올려 본머스를 압박했다.
베노와 바기오는 왼쪽에서 서로 스위칭을 하며 본머스의 수비진을 교란했다. 보나비치는 오른쪽에서 안정적으로 공의 소유권을 지켜갔다. 르노와 엑토르는 각자 개성 있는 드리블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레이는 빈번하게 페널티 구역 안으로 들어가 공격에 가담했다. 차범수는 프리킥과 중거리 슈팅으로 본머스의 키퍼를 괴롭혔다.
후반전이 되자 본머스는 속도가 빠른 공격수를 출전시켰다. 기신은 곧바로 수비라인을 뒤로 물린 후 르노를 내리고 헌터를 올렸다. 보나비치를 내리고 테일러를 올려 차범수와 그레이와 협력해서 수비하게 하고, 바기오와 헌터 그리고 엑토르는 공격에 전념했다.
후반전에 반격으로 헌터, 엑토르가 한 골씩 넣었다. 비록 경기가 끝날 때 실점 하나를 했지만 노츠 카운티는 마지막까지 공격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라인은 전반전처럼 극단적으로 올리지 않았지만 시종 본머스에 압박을 가했다.
18일 FA컵에서 맨유에 또 한 번 0:2로 패배하였다. 훌륭한 경기를 펼쳤지만 데 헤아의 선방과 터너의 실수로 희비가 엇갈렸다. 점유율이나 유효슈팅 및 위협적인 기회 등은 비슷했지만 골키퍼에서 승부가 났다.
24일 원정에서 울버햄튼을 4:0으로 완승했다. 역시 헌터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고 엑토르가 중앙 공격수로 출전했다. 3월 3일 토트넘과의 경기에 0:5로 대패를 하였다. 베노가 자리한 왼쪽을 제외하고 노츠 카운티의 수비진은 토트넘에 여지없이 뚫렸다.
3월 10일 홈에서 스완지 시티를 6:0으로 대승했다. 경기 전반전에 스완지 시티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붉은 카드를 받고 퇴장했다. 그레이에게 팔꿈치를 날린 것이 들켜서 누적 없이 바로 퇴장당했다. 기신은 오랜만에 전반전에 그레이를 내리고 공격수 한 명 투입했다. 그레이의 정신 상태가 불안해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30라운드가 끝난 지금 노츠 카운티는 36점으로 리그 9위에 자리했다. 강등권과는 7점의 거리를 두게 되었다. 반면 유로파리그가 가능한 5위와는 22점의 차이가 있어 강등을 면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
31라운드에 크리스탈 팰리스를 홈에서 3:0으로 이겼다. 점수는 안정적이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차범수의 컨디션이 저조하여 수비에 애를 먹었다. 터너의 선방과 수비수들의 노력으로 실점을 면했고 많지 않은 공격 기회에 엑토르가 2골을 득점하고 르노가 하나 보태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31라운드의 힘겨운 경험이 있고 난 뒤 노츠 카운티의 훈련장에서는 '까따로'라는 신조어가 난무했다. 차범수가 수비를 지휘할 여력이 되지 않거나 컨디션이 나쁘면 '각자로' 알아서 판단하라는 구호이다. 여러 나라 사람이 섞여 있어서 결국 까따로로 통일되었다.
32라운드에 대표팀에 불려갔다 돌아오면서 컨디션이 저조한 차범수를 선발진에서 제외한 노츠 카운티는 원정에서 0:1로 뉴캐슬에 패배했다. 33라운드에서는 브라이튼에 불의의 일격을 당해 0:1로 패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작은 각에서 한 슈팅이 수비수의 몸에 맞아 굴절되면서 터너의 가랑이를 통과했다.
34라운드에 홈에서 왓포드를 상대로 7:0의 점수로 대승을 한 노츠 카운티는 42점의 점수로 강등권과 안녕을 고했다. 리그 17위가 현재 29점밖에 되지 않기에 강등을 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남은 네 상대가 각각 홈에서 아스널과 에버턴, 원정에서 맨시티와 첼시를 상대해야 한다.
홈에서 아스널에 2:5의 참패를 당한 후, 에버턴을 상대로 3:2의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 에버턴과의 경기 승리 후 메도 레인에서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의 나쁘지 않은 성과를 경축했다. 그리고 5월 1일부터 메도 레인은 확장 공사에 들어갔다.
이미 강등은 면했지만 노츠 카운티는 주전을 출전시키며 최선을 다했다. 사무국의 경고도 있었고, 수비적인 전술이 아닌 공수가 균형 잡힌 전술로 첼시 맨시티와 정면으로 부딪쳐 보았다. 당연하게도 0:3과 1:3의 점수로 패배했다.
5월 13일 경기로 노츠 카운티의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이 끝났다. 하지만 노츠 카운티의 훈련장에는 여전히 열기가 넘실거렸다. 근육이 많아진 하체에 적응 중인 워드가 있고, 코치들의 극찬을 받는 나이스와 후안도 있다. 개인 수비기술을 다듬는 블랙과 기본기와 패스 훈련에 열중하는 그레이도 있다.
혼자 있기 싫어서 함께 훈련하는 르노도 있고 슈팅 훈련에 열중인 엑토르와 헌터도 있다. 다른 선수의 훈련을 지켜보며 배우는 베노도 있고 몸을 다 만들고 기술 훈련을 하는 차베즈도 있다. 맹수로 태어난 이들이 우리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이빨과 발톱을 갈고 있다. 석 달 후 이 맹수들이 잔디 위에 풀려날 것이다.
- 작가의말
다음 시즌은 리그 경기를 조금 많이 묘사할 작정입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자꾸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후 비비는 모습을 묘사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쉬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후에 짧게 외출해야 합니다. 시간이 애매해서 한 편 더 쓰기 난감합니다. 오늘도 2편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