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기 위한 다짐
"영문은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후속 퀘스트가 실패했다고 하더라고."
신기의 말에 기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마음은 편하다. 누군가 마음대로 우리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4년 안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할 자신이 있어? 정 안되면 노츠 카운티 버리고 맨시티나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가."
"상식적으로 그들이 나를 써주겠냐? 그나저나 빙룡의 몸은 점점 투명해지는데 머리의 뿔은 점점 진해지는구나."
"나도 오래 보지 못해 어떻게 됐는지 몰라. 이곳에 오면 항상 머리 위에 있어서 볼 수가 없고 말이야."
"그래서 팔찌는 어떻게 됐는데?"
"흰수염의 후손이 가지고 있어. 마력석 30만 개를 가져다주면 팔찌를 주겠대."
신기는 호주에 도착한 후 팔찌를 수소문했다. 팔찌는 흰수염의 후손이 가지고 있다. 다만 흰수염의 후손은 붉은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신기는 곧바로 마석을 채취해 줄 사람을 고용해서 초원으로 향했다.
"호주는 인간이 아니라 주머니쥐가 수호하고 있더라고."
놀랍게도 호주에서 괴수와 싸우는 것은 인간이 아닌 주머니쥐였다. 주머니쥐는 두 다리와 꼬리로 몸을 지탱하고 앞발로 괴수를 타격한다. 이들은 협동 작전에도 익숙하고 기동력이 강해 행동 패턴이 단순한 괴수를 쉽게 상대했다.
"하지만 이들도 규모가 큰 무리는 건드리지 못해. 그런 무리를 이 대마법사님이 마법 몇 개로 해결했지."
주머니쥐는 자신들보다 규모가 작은 무리만 습격한다. 그리고 항상 셋 이상이 하나를 협공하여 수적 우위를 확보한다. 여섯 개의 앞발이 빠르게 전신을 타격하여 저등급 괴수를 손쉽게 처단한다.
괴수를 처리한 주머니쥐는 날카로운 이빨로 가슴을 열고 마석을 꺼내 삼킨다. 그래도 가끔 빼먹는 시체가 있어 주머니쥐가 떠난 자리에 가서 시체를 뒤지는 시체꾼들이 있다.
"문제는 이거야. 나랑 같이 먼 곳까지 가서 마석을 채취하려는 사람이 너무 적어. 수만 마리의 무리를 만나서 다 처리하면 뭘 해. 겨우 수천 개의 마석만 챙길 수 있는데."
신기는 대마법사의 체면도 불고하고 겸양의 뿔로 만든 비수를 들고 직접 마석을 채취했다. 그런데도 아직 삼십만 개의 마석을 모으지 못했다. 호주는 괴수가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이 꽤 넓다. 그곳에 자리 잡은 호주의 사람들은 모험심이 점점 적어지고 편한 생활에 안주하기 시작했다.
"아마 반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작은 규모의 무리는 주머니쥐들이 먼저 다 잡아버리니 내겐 기회도 없어."
"눈사람 보고 마석을 채취하라고 하면 안 돼?"
"안 돼. 전투밖에 몰라. 마법은 정말 불편하다고."
술법사의 법보는 시키는 일을 잘 해낸다. 굳이 여의승처럼 최고 수준의 법보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호주에도 고등급 괴수가 있을 것 아니냐. 체나 겸양처럼 쓸모가 있는 괴수가 있다면 네가 처리해주고 대신 팔찌를 받으면 될 것 아니냐."
신기는 한참 우물쭈물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사실 그 생각은 나도 계속하고 있었어. 다만 결심을 내리지 못했을 뿐이야. 네 말을 듣고 보니 내 생각에 대해 확신을 하게 되었어. 내 생각에 힘을 실어줘서 고마워."
기신은 피식 웃었다. 동생 기여운이 생각났다. 5월 말이 되면 항상 기신에게 전화를 한다. 그리고 언제 한국에 오는지 묻는다. 그리고 꼭 강아지 신기를 데리고 오는지 물어본다. 오빠보다 강아지가 더 보고 싶으냐고 장난을 치면 아니라고 딱 잡아뗀다.
"신기야, 나에게 주어진 퀘스트는 그 의미를 모르겠어. 하지만 네 퀘스트는 의미가 명확해. 바로 괴수의 손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거야. 내 퀘스트는 네 퀘스트를 돕는 무언가라고 생각돼. 그러니 우리 서로 열심히 해서 꼭 퀘스트에 성공해 세상을 구원하도록 하자."
"그래, 네 생각과 내 생각은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우리 꼭 세상을 구해서 세계 각지에 동상이나 석상이 가득 설 수 있도록 노력하자. 이순신 장군님을 능가하는 위대한 영웅이 되고 말겠어."
### 나는야 몽롱한 분계선 ###
잠에서 깬 기신은 자신의 품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강아지 신기를 몇 번 쓰다듬은 후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입었다. 아프리카와 남미를 돌면서 제대로 된 선수를 건지지 못했다. 1월에 다녀갔을 때보다 선수들의 수준이 많이 부족했다.
"내년에 월드컵이라. 약팀들이 도약하기 딱 좋은 타이밍인데."
월드컵을 전후해서 빅클럽 선수들이 컨디션의 저하를 겪는 경우가 많다.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무리를 하다가 빨리 방전되어 시즌 후반에 죽을 쑤는 선수가 많다. 그리고 월드컵을 위해 몸을 사리는 선수도 가끔 있다. 월드컵이 끝난 후에는 월드컵 후유증으로 시즌 초반에 컨디션을 못 찾는 선수 역시 많다.
"올해 목표는 리그 4위 혹은 이상. 챔피언스리그 입장권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보자."
그 목표를 위해 기신은 6월 중순에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팀을 떠난 선수가 예상외로 많아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
아무 기미가 없던 에두아도가 중국으로 이적하여 왕후이의 동료가 되었다. 이적료는 1200만 유로다. 그리고 중국과 연결되었던 베르베 대신 구즈믹스가 중국 2부리그로 260만 유로로 이적했다. 테일러 역시 400만 유로로 구즈믹스와 같은 팀으로 이적했다. 비록 이적 시장이 7월 중순에 열리지만, 계약은 이미 끝난 상태다.
베르베는 250만 유로의 가격으로 독일 2부리그로 이적했다. 랜 샤프는 60만 파운드로 챔피언십 팀으로 이적했다. 루네 담케이는 30만 파운드에 벨기에 리그의 신입생 팀으로 이적해갔다.
맥도날드와 곤살레스는 챔피언십의 같은 팀으로 이적했다. 각각 170만 파운드와 19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노츠 카운티에 남겨주었다. 마지막으로 이적한 선수는 두레이다. 기신은 100만 유로의 가격으로 중국 구단에 두레이를 이적시켰다.
두레이는 노츠 카운티의 재계약 제의를 거부했다. 3년짜리 유스 계약을 체결한 두레이는 이제 2년의 계약만 남아있다. 노츠 카운티가 재계약을 하며 프로 계약으로 바꾸려 했다. 신체 조건이 매우 훌륭하여 장래가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레이는 재계약을 거부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 두레이의 에이전트가 금창으로 바뀐 것을 구단은 알아차렸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선수가 에이전트를 바꾸면 보통 구단에 통보한다.
이대로라면 선수를 3년 키운 후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떠나보낼 가능성이 크다. 구단은 곧바로 기신의 의견을 물었고 기신은 그냥 이적시키라고 말했다. 캐리어가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기에 두레이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두레이는 왕후이보다 훨씬 못하군. 왕후이는 돈의 유혹을 견디고 노츠 카운티에서 일 년을 더 뛰었는데 두레이는 능력도 갖추지 못하고 욕심부터 부리는구나.'
지금 중앙수비수가 칸투와 블랙밖에 없다. 나이스는 축구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블랙도 안정감이 부족하여 최소 중앙수비수 2명은 필요하다. 왼쪽 풀백은 베노뿐이고 오른쪽은 김시웅뿐이다.
구해야 할 수비수만 네 명이다. 미드필드는 차범수와 그레이 그리고 르노와 워드이다. 워드는 하체 운동으로 근육량이 많아졌다. 거기에 적응하느라 지난 시즌 거의 출전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 동료들의 지원이 적어서 발휘를 못 했는데 그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몸싸움을 조금이라도 이겨내기 위해 하체 운동을 집중적으로 했다.
많아진 근육량 덕분에 체력이 좋아져서 반 경기는 뛸 수 있다. 그러나 드리블과 패스의 정확도가 영향을 받아 거기에 적응하는 훈련에 몰두했다. 그리고 작년 겨울에 데려온 차베즈는 팀워크를 더 끌어올려야 하기에 시즌 초반에는 출전이 힘들다.
보나비치가 있지만 그래도 미드필더 한 명이 필요하다. 테일러나 에두아도 중의 한 명을 잡았어야 했는데 테일러를 먼저 보내고 나서 에두아도를 잡지 못했다. 중국 구단과 주급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다. 세금 후로 7만 파운드에 가까운 주급을 제시하는 중국 구단보다 노츠 카운티의 주급 체계는 경쟁력이 없다.
그래도 헌터와 엑토르는 8만 파운드의 주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보나비치도 6만5천 파운드의 주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기신은 8만5천 파운드의 주급을 받게 되었다. 차범수는 7만 파운드를 받게 되었고 김시웅은 4만6천 파운드를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평균 주급이 5만5천 파운드라 김시웅은 아직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르노는 6만 파운드의 주급으로 새 계약을 맺은 후 금액을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다가, 마샬이 생각났는지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다 금액을 확인하고는 또 싱글벙글 웃었다. 워드는 4만5천 파운드의 계약을 받고 구단에 대한 충성심이 1 증가했다.
현재 윙으로 뛸 수 있는 선수는 보나비치와 바기오 그리고 엑토르뿐이다. 엘리엇도 있지만 특정 상황에서 속도를 이용하는 용도뿐이다. 공을 잡고 달리는 속도는 엘리엇이 팀에서 가장 빠르다. 크로스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만 출전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정리하자. 중앙수비수 두 명, 최소한 한 명이 필요하고, 양쪽 풀백이 한 명씩 필요, 미드필더 한 명이 필요하고 두 명이면 더 좋고, 윙은 오른쪽으로 한 명이면 되겠군. 미드필더 두 명을 구하면 공격수가 필요 없고, 미드필더 한 명만 구할 경우, 백업 공격수 한 명은 필요하다.'
후안은 개인 능력만 따지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도 될 정도다. 키가 다 크고 몸을 만든 후 돌파가 더욱 날카로워졌고 크로스 수치가 9나 되어서 윙으로 출전시키면 참 좋다. 그러나 팀워크 수치가 여전히 1이고 판단력이 2밖에 안 되어 유스팀에서 더 굴려야 한다.
좌우 풀백이 다 가능한 몽겔로는 실력이 쑥쑥 늘고 있지만, 프리미어리그에 출전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역시 후안과 마찬가지로 유스팀에서 굴려야 한다. 퀘스트에 시간제한이 생기는 바람에 기신도 생각을 바꿔 주전급 선수를 영입할 계획이다.
중앙수비수 한 명과 오른쪽 윙은 주전급으로 뽑을 생각이다. 엑토르를 윙보다는 중앙 공격수로 더 많이 활용할 생각이다. 전술적 효용 가치는 헌터가 더 크지만, 득점 능력은 엑토르가 훨씬 뛰어나다.
'사들일 생각만 했지, 선수를 지킬 생각을 못 했군. 겨울에도 선수 영입한다고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팀 분위기가 난장판이 되었지. 교훈을 섭취해서 선수들에게 비전을 확실히 제시하자.'
에릭 헌터는 이적시장의 소문들을 수집해서 정리한다. 90%가 거짓이지만, 에릭은 이유 없는 거짓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라 주장하며 그것을 찾아내면 이적 시장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신은 진실한 데이터를 가공하여 결론을 얻는 일은 가능하지만, 거짓이 섞인 데이터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래서 이적시장 분석은 에릭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그리고 에릭은 분석을 통해 더욱 적은 돈으로 필요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방도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래도 2천6백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사용할 수 있다니. 몇 년 전에는 꿈도 못 꿨는데 말이야.'
물론 탑 급 선수의 다리 한 짝도 못 사는 돈이다. 하지만 소시민 출신인 기신에게는 큰돈이다. 예전에 3천만 유로의 연봉을 거절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신기가 거절한 것이다. 비록 본인 돈은 아니지만, 저 많은 돈을 소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신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니 유능한 파트너 에릭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작가의말
매끄러운 선수 교체, 쓰고나서 저도 탄복할 정도입니다. 이제 둘 다 최종 퀘스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원래 신기는 퀘스트 하나 더 있었는데, 황실의 농간으로 실패했습니다. 이유는 뒤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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