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
노츠 카운티는 무한 경쟁 체제에 들어갔다. 일곱 번의 친선경기에서 선발진이 매번 바뀌었고 경기 중 최소 9명을 교체했다. 전술코치는 기신이 경기 중에 했던 전술 변화들을 참조하여 노츠 카운티의 기본 전술을 점차적으로 다듬어갔다.
일곱 경기에서 4승 2무 1패의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결과뿐 아니라 경기 중에 보여준 모습들이 그야말로 대단했다. 항상 인원 교체 혹은 전술 변화로 상대의 허점을 찔렀다. 선수들의 능력 부족으로 모든 변화와 교체가 효과를 본 것이 아니지만 구단의 직원들과 팬들은 희망을 보았다.
유일한 1패는 3부리그의 블랙번과의 경기였다. 골 2개를 넣었지만 3실점을 해서 결국 패하고 말았다. 경기 시작해서 3분과 5분에 2실점을 했고 여러 차례의 교체를 통해 2골을 넣어 동점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교체되어 내려온 인원이 다시 경기에 참여할 수 없기에 후반전에는 전면적으로 압박을 당하다가 결국 골 하나 먹고 패배했다.
희망을 보았지만 부족점이 더 선명하게 보인 친선경기들이다. 그것을 위해 기신과 코치들은 삼 일째 저녁마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미드필더 매튜 오코너의 차례입니다. 오코너는 수비보다 공격 성향이 강합니다. 수비 능력이 부족한 알란 스미스랑 동시에 출전하면 중앙의 수비 두께가 너무 얇아집니다. 이 점은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기신의 말에 코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오코너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그런 토론을 거친 후 이 선수의 훈련 스케줄을 어떻게 짜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모든 선수에게 개인 스케줄을 짜주는 것이 이 회의의 주요 목적이다. 물론 그 스케줄을 지키는지 여부는 선수 개인의 몫이다.
"샘 터너는 활동범위를 넓히는데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일대일 상황에서 출격을 매우 꺼려하는데 그 점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공중볼 처리할 때 가끔 실수로 공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악력 훈련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기신이 먼저 말문을 떼면 다른 코치들이 보충하는 방식이다. 기신은 경기를 하는 도중에 확인한 부분들만 말하고 코치들은 훈련을 하면서 발견한 부족한 점들까지 언급한다.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해야 할 약점들과 발전 여지가 보이는 장점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개인에게 알맞은 훈련 스케줄을 짰다.
"마지막 둘은 간단하군요. 헌터는 슈팅 훈련만 시키고 그레이는 공격과 수비 및 세트피스 상황에서 어떤 위치를 잡아야 하는지 위치 선정 훈련만 시키세요."
사흘 밤 동안의 노력으로 삼십여 명의 선수들 개개인에게 개인 훈련 스케줄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 스케줄대로 개인 훈련을 할지 말 지는 선수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기신의 기괴한 행동으로 인해 아마 대부분 선수들은 훈련을 열심히 할 것이다.
기신은 친선경기 있는 날 오전에 항상 10분짜리 팀 내 경기를 진행한다. 그 10분간 컨디션을 확인하고 그날의 선발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선수들 누구도 자신의 주전 자리를 자신할 수 없다. 여러 경기 연속 잘해도 컨디션이 나쁘면 다음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나는야 잔인한 분계선 ###
8월 5일, 코번트리 시티와의 리그2 첫 경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기신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원정경기이다. 노츠 카운티의 홈구장의 크기가 작아 2만 명만 입장할 수 있다지만 홈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르면 바지를 짙은 색으로 입어야 할 것 같다. 젖은 것을 들키지 않으려면 말이다.
선발인원과 전술은 전술코치가 정하고 기신은 경기전에 간단한 수정만 한다. 선수들 모두 정신을 차리고 컨디션 관리를 했기에 첫 경기의 선발진은 전술코치가 정한 것을 건드리지 않았다. 긴장감을 감추기 위해 기신은 선글라스를 쓰고 구장에 나타났다.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기신의 머리가 민활하게 돌아가면서 경기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노츠 카운티의 전술코치는 아주 유능하다. 구단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면 더 높은 레벨의 구단으로 이미 이직했을 것이다. 거기에 친선경기에서 기신이 보여주었던 임기응변들을 통해 더욱 훌륭한 전술을 짜냈다.
새로 영입한 다섯 선수들 중에 터너는 이미 주전 자리를 굳건히 차지했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반응이 매우 빨라 아주 어려운 공들도 잘 잡아낸다. 공중볼 처리에 약간 미흡함을 보이지만 훈련을 통해 점점 나아지고 있다.
안투이는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비는 안투이가 훨씬 낫고 공격은 매트 튜틀이 훨씬 낫다. 첫 경기이기에 이미 팀에 잘 녹아든 매트 튜틀을 선발 출전 시켰다. 스벤은 원래부터 교체 선수로 정해졌기에 둘은 나란히 벤치에 앉아있다.
경기 시작 후 홈 팀인 코번트리가 약 10분간 거센 파도와 같은 공세를 거듭했다. 주로 7번의 돌파에 이은 센터링과 노츠 카운티의 수비라인이 뒤로 밀렸을 때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방식인데 터너의 선방이 아니었으면 골 두 개는 헌납했을 것이다. 암울한 상황이지만 선수들은 기신이 뭔가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수비를 단단하게 굳혀갔다.
기신은 5분여의 시간 동안 고민하다가 끝내 결심을 내렸다. 자신의 행동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잘 알지만 자신의 결정이 옳은 결정이라는 확신이 갈수록 커졌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교체 사인이 나오자 경기장이 잠깐 술렁였다. 안투이가 튜틀을 대신해 오른쪽 풀백으로 교체 출전하였다.
"튜틀, 오늘 상대의 왼쪽 윙이 너무 컨디션이 좋아. 너도 잘했지만 첫 경기는 안정적으로 이기고 싶어. 이해할 수 있지?"
기신의 위안에 튜틀은 히죽 웃었다.
"제발 나한테 이불에 오줌 싸는 주술만 걸어놓지 마. 그 외에는 다 괜찮아."
튜틀은 기신과 코치들이 짠 개인 훈련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비록 기량의 발전은 없었지만 자신의 부족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경기장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어차피 리그 경기만 46경기나 되고 다른 경기들을 합치면 50경기가 넘는다. 경기에 못 뛸까 안달을 할 필요는 없다.
안투이가 등장하자 코번트리의 7번은 더 이상 날뛰지 못했다. 안투이는 상대의 돌파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튜틀은 7번을 막아내기 힘들 자 7번에게 가는 공을 차단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그것 때문에 공간을 내주었다. 안투이는 7번이 공을 잡는 것이나 돌파하는 것은 상관하지 않았다. 다만 돌파 후 슈팅이나 센터링을 못하게 방해만 했다.
7번의 공격이 막히자 중앙의 공격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7번의 돌파로 노츠 카운티의 수비라인을 압축해서 공간을 만들어냈는데 공격의 물목이 막히자 공세가 한풀 꺾였다. 십여 분간 공격만 거듭하던 코번트리는 수비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듯 노츠 카운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7분에 공격수 존 알렉산드로가 첫 골을 기록했다. 7번의 센터링을 잡은 커터가 속공을 기획했고 커터의 공을 받은 오코너가 곧바로 앞으로 찔러주었다. 존 알렉산드로는 상대방의 느린 센터백을 가볍게 뿌리치고 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가랑이 사이로 공을 넣었다.
23분 만에 코너킥 상황에서 중앙 수비수 칼 딕슨이 헤딩골을 추가했다. 정직하게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하는 공이었는데 코번트리 수비수가 공을 차내려고 달리다 뛰쳐나온 골키퍼와 부딪혀서 둘 다 넘어졌다. 공짜로 골 하나 얻어낸 셈이다.
갑자기 역전된 상황에 코번트리 선수들은 당황했고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35분 만에 오른쪽 윙으로 출전한 누르 하신이 연속 세 명의 수비수를 제친 후 멋진 슈팅으로 골을 만들었다. 세 명의 선수들이 협력수비가 되지 않아 틈이 생겼고 하신이 그 틈을 찌르고 들어간 뒤 공을 정확히 먼 골대 방향으로 굴려 넣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기회가 더 있었지만 골 결정력 부족 때문에 더 많은 골을 만들지 못했다. 페널티 지역에서 알렉산드로가 한번 넘어졌지만 심판은 못 본척했다. 시종일관 몸싸움에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경기도 앞서가는 상황이라 노츠 카운티 선수들도 크게 항의하지 않았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코번트리는 다시 진형을 추스르고 강한 공격으로 일관했다. 홈 팬들의 응원 속에서 공격의 템포가 점점 빨라졌고 수비시의 동작도 점점 거칠어졌다. 하지만 심판은 코벤트리 선수들의 거친 동작에도 경기를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기신은 벤스 알렉스로 공격수를 교체했다. 오코너와 스벤만 공격에 임하고 남은 선수들은 전부 수비에 집중했다. 후반전 65분에 스벤이 골 하나 넣었다. 이미 노란색 카드 한 장을 등에 단 코번트리 수비수는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스벤의 옷자락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70분에 오코너가 또 하나 넣자 코번트리의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수비수가 공을 안정적으로 골키퍼에게 넘겼는데 골키퍼가 실수하여 공을 스벤에게 패스했다. 스벤이 드리블로 다가온 수비수를 제치고 슈팅을 했는데 키퍼가 펀칭한 공이 오코너의 앞에 배달되었다. 키퍼는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려 펀칭을 했기에 그대로 엎드려 있었고 골대는 휑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4부리그의 선수라고 해도 프로인 것은 틀림없다. 홈 팬들의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 없기에 코번트리 선수들은 계속 공격을 강화했다. 하지만 상대의 거친 몸싸움에 흥분한 터너가 기량을 120% 발휘하며 코번트리의 슈팅을 전부 막아냈다.
경기 종료 전 코너킥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잡은 안투이가 골대도 쳐다보지 않고 그냥 슈팅을 날렸다. 운 좋게 두 번의 굴절을 거쳐 골대안에 공이 들어가자 안투이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경기장을 가로질렀다.
"헤이, 당신은 우리 아프리카 주술사보다 더 대단한 것 같아."
흥분한 안투이가 프랑스어로 말했기에 기신은 안투이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기신을 깔고 누운 안투이의 위에 다른 선수들이 하나둘 덮치면서 기신은 숨이 막혀왔다. 다행히 심판이 제때에 와서 제지했기에 늦지 않게 숨을 쉴 수가 있었다.
### 나는야 잔인한 분계선 ###
경기 상황을 지켜보던 신기는 신이 나서 킬킬거렸다. 비록 3%의 간섭력 때문에 많은 간섭을 할 수 없지만 노츠 카운티는 신기의 팀이다.
"그래, 내가 스텟 분배를 참 잘했어. 좋은 쇠는 칼날에 쓴다고 하는데 내가 바로 그 모범사례가 아닐까. 어디 가서 소문내도 대마법사라면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냐 할 테니 자랑할 수도 없고."
신기는 게임기를 벗고 배터리 잔량을 체크했다. 꽤 오래 게임을 했는데 배터리 잔량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어허, 대영제국의 기술력이 이 정도였다니. 설마 독일의 명인 칭호를 받은 야장들이 제작에 참여했나? 고작 배터리에도 이렇게 신경을 썼으니 대영제국의 마법무기들이 비싼 걸 다 이해해야 돼."
하지만 대한제국의 배터리는 가끔 잔량이 절반 이상 남은 것으로 표시되다가 갑자기 배터리 잔량이 바닥나는 경우가 있다. 대영제국의 배터리라고 그렇지 않다는 법이 없기 때문에 신기는 아쉬운 마음으로 게임을 중단하고 마나수련에 몰두했다.
이제 한 달 뒤면 적성검사를 다시 한다. 눈치를 잘 안 보지만 바보는 아닌 신기는 많은 교사들이 자신을 벼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자유분방함이 저들에게는 오만방자함으로 비친 모양이다. 서른 전에 대마법사가 될 계획을 세우고 신기는 마나수련 시간을 대폭 늘였다. 원래 매일 삼십분 하던 걸 사십오분으로 늘렸다.
- 작가의말
맞춤법 검사기를 발견하고 신대륙인 줄 알았는데 가끔 틀리기도 하네요. 그래도 덕분에 시간을 많이 벌었습니다. 이제는 맞춤법 신경 안 쓰고 막 써내려간 뒤 맞춤법 교정한 다음 스토리 체크 두 번 하면 되니 많이 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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