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꼭 챔피언 먹어라
진혁은 시합이 잡혔으니 게임보다는 훈련에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하였고, 운동에 집중하였다.
임시로 체육관을 봐주고 있지만 체육관에 있는 동안은 자신의 훈련 루틴대로 움직였다.
진혁은 게임도 훈련의 일종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시간을 줄이는 대신 최대한 집중을 하여 그 효율성을 끌어 올렸다.
“형, 나 좀 도와 줄 수 있어.”
진혁은 봉수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였다.
-물론이지. 너에게 내가 못해줄 게 뭐가 있어. 미정이를 달라고 해도 줄 수 있다.
“실은 시합이 잡혔어.”
진혁은 봉수에게 시합이 잡혔다는 것을 알렸다.
“야, 정말 잘 되었다.”
“그래서 말인데 형이······.”
다른 건 혼자 훈련이 가능하지만 상대와의 모의시합이라 할 수 있는 스파링만큼은 혼자서 불가능 하니 봉수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인마, 당연히 내가 도와 줘야지.
“곧 미국 가서 스태프를 꾸려야 하거든. 한국에는 일주일 정도 있을 것 같아. 그때까지만 하루에······.”
진혁은 자신의 상황을 봉수에게 이야기한 후에 하루에 한 번, 한 시간 정도 스파링 상대로 자신과 붙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잘 되었다. 지금 당장 갈까?
“아니, 내일부터 일주일만 도와 줘.”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리고 미정이가 너 한 번 집에 데리고 오라고 하더라.
“형수님이?”
-그래. 고맙다고 밥 한 끼 하자고 하네.
“그럼 내일 훈련하고 같이 형 집으로 가면 되겠네.”
-좋은 생각이다. 가면서 이모님이 들러 삼겹살 사서 가자. 소주도 한 잔 해야지.
“그렇게 해. 그럼 내일 형이 체육관으로 와. 현만이 형 체육관 어디 있는지 알지.”
-그래. 진혁아,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은데 부상도 조심해야 한다.
“걱정 마. 내 몸은 내가 더 챙기니까.”
-그래. 그럼 내일 보자.
진혁은 자신의 어려운 부탁을 너무나 쉽게 승락해 준 봉수가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봉수 형에게 더 잘하면 되지.”
진혁은 체육관을 마감하고 문단속을 한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부터 시합모드로 들어간다.”
시합 당일까지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 늦은 시간에는 게임을 하기보다는 잠을 잤고, 게임은 직장인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접속하여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오전에 시작하여 대략 6시간 정도 인더스 월드에 접속하여 몬스터, 혹은 플레이어들과 싸우면서 피란체바와 함께 인더스 월드의 세상을 모험한 후에 이른 저녁에 체육관으로 출근하였다.
“안녕들 하십니까?”
진혁은 체육관에 들어서며서 인사를 하였는데 봉수가 먼저 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형, 일찍 왔네.”
“할 일 끝내 놓고 왔지.”
“나 요즘 형, 영상 자주 보는데 재미있더라.”
“그래?”
“요즘 사람들이 형 영상 많이 보는 것 같던데. 어때?”
“제법 조회수는 나와. 그래서 뮤라스에서 작가도 붙여주고 그래.”
“작가?”
“초보 모험가를 위한 길잡이 컨셉으로 대본을 만들어 진행을 하거든.”
“형이 초보는 아니잖아. 초보 마을가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내가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초보자를 키워 주는 거야.”
“그럼 버스를 태워 주는 거야?”
“아니, 나는 지켜보기만 하지. 몬스터의 패턴을 알려주고 초보 모험가가 몬스터를 사냥하면 아이템이나 재료가 나오면 어디에 쓰는 것인지 알려주고 하는 그런 컨셉이야.”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사냥을 못하니 손해겠네.”
“그렇지도 않아. 계속 사냥터에서 사냥만 할 수는 없잖아.”
“그렇긴 하지.”
“게임 시간으로 3시간 정도 함께 하면서 알려주는 것이라 큰 영향은 없어.”
“잘 풀리는 것 같아 다행이다. 형.”
“형도 마음먹고 하면 잘 한다.”
“그럼 초보자는 아무나 선정해서 하는 거야?”
“아니, 뮤라스 직원 중에 게임을 막 시작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야.”
“그럼 오늘 고기는 형이 사야 하는 거 아니야?”
“고기만 살까? 내가 파 겉절이도 산다.”
“하하하, 알았어. 나 옷 갈아입고 나올게. 몸을 더 풀고 있어.”
“그래.”
*
진혁과 봉수는 체육관 한 가운데서 스파링을 하고 있었고, 관원들은 주변에서 두 사람의 스파링을 지켜보았다.
진혁의 실력은 이미 탈 아시아 급이라 소문이 나 있었고, 봉수 역시 수준급의 선수 출신이었기에 두 사람의 스파링은 보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타악··· 탁.
진혁은 봉수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첫 번째 주먹은 손으로 쳐내고 두 번째 주먹은 어깨를 올려 흘려버렸다.
‘어, 이건 이제까지 못 보던 건데.’
봉수는 진혁과 수없이 많은 스파링을 하였고, 또 스태프로 현장에 함께 가서 그가 상대 선수들과 싸우는 걸 수없이 지켜보았다.
봉수는 조금 의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진혁의 주먹이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팔을 올려 삼두 근육이 있는 곳으로 진혁의 주먹을 막고 반격을 하려고 하는 순간 왼쪽 옆구리에 강력한 타격이 들어왔다.
“윽!”
봉수는 순간적인 고통에 인상을 쓰며 뒤로 물러났고, 진혁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자세를 숙이며 사이드로 돌아 싱글렉 테이크 다운을 노리고 양손으로 왼발의 허벅지를 감싸 잡고 어깨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어어억!”
진혁의 행동이 너무도 빨라 봉수는 순식간에 다리가 잡혔다.
“우와!”
주변에서 지켜보는 관원들도 감탄을 터뜨릴 만큼 깔끔하게 기술이 들어갔다.
진혁은 자신보다 무거운 체급의 선수였던 봉수를 손쉽게 들어 올려 허리를 비틀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봉수는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몸을 뒤집어 진혁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눈으로 확인을 하였다.
진혁이 사이드를 선점하려고 몸을 낮추고 들어오자, 봉수는 발을 들어 올려 진혁의 가슴을 밀어 찼다.
진혁은 봉수가 이렇게 빠르게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을 못하였는지 잠깐 주춤하였는데 그 사이에 봉수는 발과 허리를 움직여 진혁이 사이드에서 들어오지 못하게 방향을 잡고 누워 진혁을 보았다.
“안 들어와?”
“힘이 약한 내가 들어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일어나 타격으로 붙어야지.”
봉수는 일어나 진혁의 글러브를 한 번 친 후에 다시 붙었다.
봉수는 진혁과 스파링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자신이 알고 있던 격투 스타일과 많이 달라져서였다.
특히 동체시력과 관련 있는 반응속도는 이전과 달리 엄청 빨라진 것 같았다.
자신의 공격을 손으로 쳐내거나 몸을 움직여 피한 후에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카운터는 알고도 당할 만큼 정교하게 사각을 파고 들어와 급소를 노리곤 하였다.
“많이 늘었는데.”
“나야 그대로지. 형의 실력이 준 거 아니야?”
“난 그대로거든.”
봉수는 자신이 진혁보다 우위에 있는 건 힘뿐이라 생각을 하고 진혁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진혁은 한발을 뒤로 빼더니 그대로 무릎으로 카운터를 노렸다.
진혁은 낮아진 봉수의 어깨를 양손으로 누르면서 무릎을 들어 올렸다.
“어엇!”
봉수는 깜짝 놀라 진혁의 발을 잡아야 할 손으로 무릎이 더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
퍼어억!
그럼에도 봉수는 진혁의 무릎에 의해 크게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비틀거렸고, 진혁은 그런 봉수는 마무리하기 위해서 주먹을 여러 번 뻗었는데 봉수가 막거나 방어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았기에 직접 타격하지는 않고 타격하는 부위의 허공을 때린 후에 주먹을 회수하였다.
“아이, 이거 제대로 맞은 것 같아. 골이 어질어질한데.”
봉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고 하였고, 진혁은 그런 봉수가 걱정이 되는지 곁으로 가서 괜찮은지 물었다.
“괜찮아. 이 정도는 늘 맞았잖아.”
“그런데 이번 건 좀 강했다. 시합에서 제대로 터지면 헤비급 선수라도 당황하겠는데.”
“그래?”
“전체적으로 너 대미지가 강해진 것 같아. 우와 이건 아직도 얼얼하네.”
봉수는 한 손으로 자신을 머리를 툭툭 치며 정신을 차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시합에서 사용하기에는 쉽지 않을 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순간적으로 대응한다면 상대도 당하겠지.”
봉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합에서는 수많은 상황이 만들어지고, 그 상황만큼이나 변수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거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라운드 방어를 해 볼 테니까 위에서 공격을 해 봐.”
그라운드 방어라는 말에 봉수의 양쪽 입술이 벌어졌다.
“복수의 시간이 돌아왔구나. 이제까지 맞은 걸 다 돌려주마.”
진혁이 체육관 바닥에 누워 등을 붙이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 양발을 올리고 무릎을 살짝 굽혀 봉수가 파운딩 들어오는 걸 대비하여 자세를 잡았다.
“간다!”
봉수는 기회라 생각하였는지 양손으로 진혁의 양발을 옆으로 쳐낸 후에 자세를 낮추어 진혁의 몸 옆으로 누어 얼굴을 숙여 진혁이 주먹으로 때릴 수 없도록 만든 후에 한 손으로 진혁의 팔을 잡으며 말하였다.
“그래도 내가 체급은 너보다 위거든.”
봉수의 주먹이 진혁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퍽. 퍽. 퍽······.
*
지이이익··· 치이익······.
불판 위에 삼겹살이 맛있는 연기를 뱉어내며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며 맛있는 갈색으로 변해갔다.
“어쩜 사람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을 수가 있어?”
봉수는 아내인 미정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그 이유는 진혁의 얼굴에 멍 자국을 만들어 놓아서였는데 봉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익어가는 삼겹살만 바라보았다.
“저는 괜찮습니다. 형이 도와 줘서 훈련도 잘 진행되고 그럽니다.”
“그래도 그렇지. 스파링이라면서 헤드기어, 마우스피스 같은 거 착용했을 것 아니야.”
“아, 전 마우스피스만 하고 헤드 기어는 안 했습니다. 시합처럼 스파링을 한다고.”
“이 사람은?”
“형님은 했습니다.”
봉수가 다 익은 고기를 한 점 집어 먹자, 미정인 바로 핀잔을 주었다.
“인간아, 지금 고기가 목으로 넘어가?”
“어, 잘 넘어 가. 고기 오래 굽으면 육즙이 빠져 나가 말라서 맛없어.”
“인간아.”
진혁은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
“두 분 보기 좋으시네요.”
두 사람이 동시에 진혁을 보았다.
“오랜만에 보지만 이전의 모습과는 달리 많이 여유가 있어 보여요. 참 좋아요.”
미정의 얼굴에 미소가 생겨났다.
“진혁씨, 도와 줘서 그렇지. 고마워.”
“제가 도와 드린 거 없는데요.”
“왜, 없어. 이 사람이 뮤라스에 취직한 것도 또 개인 방송 시작하는 것도 다 진혁씨가 만들어 준 기회인데.”
“형이 열심히 한 거죠.”
“열심히만 하면 뭣해. 그 개똥같은 체육관에서 죽어라 노력해도 돈을 쥐꼬리만큼 받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있지.”
진혁은 그게 뭐냐고 묻는 눈빛으로 미정을 보았다.
“노력을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거. 그리고 트렌드를 읽을 줄 알이야 한다는 것과 노력도 그 트렌드에 맞춰 해야 한다는 거야.”
진혁은 공감을 하였다.
“이 사람은 늘 노력하지. 정말 미친 듯이 일만 하는데 돈이 안 돼. 몸만 상하고 빚은 늘어나만 나고. 그런데 진혁씨가 뮤라스에 면접 보라고 해서 면접 보고 합격해서 게임을 하는데 버는 돈이 달라.”
“그야 당연히······.”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똑같이 게임을 하는데 버는 돈이 다르다고.”
이전부터 봉수는 게임을 하면서 아이템과 골드를 팔아서 생활에 조금씩 보태었다.
“같은 일을 한다고 벌이가 같을 수 없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인정도 하는데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 생각을 했거든.”
“그런데요?”
“이번에 알게 된 거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이 되고 있고, 알고 있으냐, 모르고 있으냐의 차이에서 그 벌이가 차이난다는 걸 말이야. 그래서 나 컴퓨터 프로그램이랑 편집 공부한다.”
“그걸요?”
“그래. 이 사람이 인더스 세상에서 게임하면서 촬영한 영상을 내가 편집하거든.”
봉수의 아내인 미정은 생활력이 엄청 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학교도 다녀.”
“학교까지요?”
“응, 평생교육원 같은 건데. 그곳에서 공부도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혁은 미정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수님, 바쁘게 사시네요.”
미정은 봉수의 손을 잡았다.
“그 동안 내가 이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몰랐어. 거지같은 현실만 보았지만 이 사람이 죽어라 일을 하고 있었다는 건 알지 못했어.”
봉수는 미정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아. 우리가 이런 이야기하면 진혁이 닭살 돋는다.”
봉수가 어색한 지 말을 하였고, 미정은 활짝 웃었다.
“그런가?”
“하하, 두 분 보기 좋습니다.”
“이게 다 진혁씨 덕분이야.”
“형님이 열심히 사셨으니 기회를 잡은 겁니다. 전 제가 알고 정보를 형님께 알려드렸을 뿐, 형님께서 다 노력해서 얻은 겁니다.”
“그만 해. 고기 탄다. 고기 먹으러 와서 무슨 잡담을 그렇게 해. 고기 먹어. 당신아, 진혁이 잔 비었다. 소주 한 잔 주고 그래.”
봉수는 무안한 지 다 익은 고기를 한쪽으로 옮겨 놓고 새로운 고기를 팬 위에 올려놓았다.
미정이 진혁의 잔에 소주를 따라 주자, 봉수가 잔을 들어 진혁의 잔에 부딪쳤다.
“진혁아.”
“왜?”
“너, 꼭 챔피언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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