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이 아니라고 했잖아.
“제법 수확이 있었네. 일단 레어 아이템은 은행을 통해서 팔고 일반 아이템은 봉수 형에게 보내 줘야지.”
방산업체와 거래를 하는 김봉수에게 일반 아이템을 보내주면 거래를 통해서 김봉수는 실적을 올려서 좋고, 자신은 아이템을 처분해서 좋다.
“흔한 레어 템도 함께 보내줄까? 혹시 추적 당하려나?”
사냥해서 얻은 아이템이 아니다보니 사소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
“내가 사냥해서 주운 아이템 두 개 정도 보내주고 일반 아이템을 모두 처분해 달라고 그러자.”
진혁은 귀환 스크롤을 이용해서 베니스 신전 지하 사냥터에서 펠리 전진기지로 순간이동을 하였다.
진혁은 은행으로 가서 사냥해서 얻은 레어 아이템 두 개를 찾고, 디스트로이드 길드원을 공격해서 그들의 얻은 레어 아이템들은 모두 은행을 통해 경매 신경을 하였다.
“그런데 언제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가세요?”
“3일 후에 떠날 거예요.”
“아, 그럼 3일 후에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본령에서 또 만나요.”
“네. 진혁 님께서도 조심해서 몬스터를 사냥하세요.”
진혁은 대답 대신 미소를 보여 준 후에 은행을 나왔다. 은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체국이 있었는데 개인 간의 거래는 직접 대면해서 하거나 우체국을 통해서 할 수 있어 우체국에 들렀다.
진혁은 봉수에게 일반 아이템 스물 피스와 레어 아이템 2개를 보내어 준 후에 간단한 메모를 남기고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우체국을 나왔다.
“시X, 애들 모아. 놈은 흑마법사다. 한 번에 내려가서 놈을 잡아야 돼.”
펠리 전진기지의 대로를 가로 지르며 소리치는 체르니를 보며 피식 웃었다.
“조금 억울하겠다. 아이템 제법 좋은 거던데.”
자신에게 필요 없는 아이템이라 경매에 맡겼지만 레어 아이템 치고는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안전강화 치수인 +5까지 강화가 되어 있어 고가에 거래가 되는 아이템이기도 하였다.
“쫓아가서 장갑, 신발도 벗겨 먹을까?”
그랬다간 울며 게임 접을 것 같아 하의는 그냥 두기로 하였다.
“루비스 마을로 워프해서 가자.”
진혁은 워프게이트를 이용해서 루비스 마을로 텔레포트를 하였다.
*
UFC 만찬에서 진혁은 대회의 승리자임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참석한 대회라 사람들의 관심이 그들에게 집중이 되어서였다.
진혁은 이런 만찬에는 익숙하지 않아 시간을 보내는 일이 조금은 지루하였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재계와 연예계의 사람들도 많이 와 있었지만 진혁의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지겹네.”
진혁은 시간이 얼른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럴 땐 무척이나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진혁 선수?”
뒤에서 들려오는 한국말에 진혁은 고개를 돌리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아, 네.”
“만나서 반가워요. 전 엘리스 강이라고 해요. UFC프로모터의 많은 후원사 중 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죠.”
“그러세요.”
“전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자랐지만 부모님께서 모두 한국 분이라 한국에 관심이 많아요.”
진혁은 엘리스 강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릴 때, 엘리스 강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제가 어색한가요?”
“아니, 아닙니다. 제가 낯을 조금 가리는 편이고, 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그렇군요. 최근 들어 UFC에서 한국 선수들을 볼 수가 없었는데 진혁 선수가 UFC랑 계약하고 시합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한 것이라곤 없는데요.”
“그냥요. 요즘은 이런 걸 국뽕이라고 그러던데. 괜히 한국 선수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요. 예전에 정호성 선수가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에 도전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 부상으로 대회가 미루어지면서 흐지부지 되었잖아요.”
“네. 그때 정 선배가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렇죠. 정말 아쉬웠어요. 그 후로 한국 선수들이 UFC에서 활동이 뜸했는데 진혁 선수가 이렇게 활동을 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아, 감사합니다.”
“진혁 선수는 취미가 뭐에요? UFC 선수들 중에서 가상현실 인더스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하던데.”
“저도 챔피언이 인더스 게임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해서 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한 거라. 그리 잘 하지는 못합니다.”
“아, 그렇구나. 저도 인더스 게임을 해요.”
“네에.”
두 사람은 공통 관심사를 찾아서 그런지 재미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
한참을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엘리스 강이 진혁에게 말했다.
“그럼 인더스에서 시스템 메모를 보낼 테니까 우리 친구 등록해요.”
“아, 그럼 좋은데··· 저랑 같은 플레이어 이름을 쓰는 분들이 많아서······.”
“왕국, 지역만 알면 보낼 수가 있어요.”
“아, 그렇군요.”
“저랑 다른 왕국이라 우리가 만나서 함께 게임을 하려면 게임 시간으로 몇 년은 걸리겠죠?”
“진행 속도를 감안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2개의 제국과 10개의 왕국이 자리 잡고 있는 인더스 대륙에서 동쪽 끝에 자리 잡은 두라스 왕국과 서쪽 끝에 자리 잡은 리케어 왕국이 서로 만나려면 못해도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하였다.
“그렇죠.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이 다 되어 가는데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아요.”
“레벨 업에 따른 제한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전직을 하지 못하면 레벨 업을 할 수 없으니 아무래도 전직을 하는 시간만큼 늦추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가요? 전직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던데.”
다른 플레이어의 경우는 그렇지만 진혁은 전직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저는 전직이 어렵더라고요. 구해 오라는 것이 너무 많아서.”
“격투기는 잘 하시는데 게임에서 사냥하는 건 잘 못하시나 봐요?”
“그렇죠. 현실과 게임은 다르니까요.”
“호호, 그러네요. 전 평화주의라 인더스에서 신녀를 선택했는데 제가 의외로 몬스터와 싸우는 것에 재능이 있는 걸 알았거든요.”
“그래요?”
“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전사를 하는 건데.”
“다행이네요. 전 맞는 게 너무 싫어서 맷집을 많이 올렸더니 사냥을 엄청 늦게 하거든요.”
진혁은 엘리스 강의 장단에 맞춰주기 위해서 조금의 거짓을 보태어서 말을 하였다.
“그래요?”
“네. 그래도 재미있긴 해요.”
“그렇죠.”
“엘리스 강!”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정장을 입은 한 사내가 엘리스 강을 불렀다.
그는 손짓을 하면서 그녀에게 자신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내었다.
“우리 회사 오너에요. 그만 가봐야겠어요. 친구 초대 보내 놓을 테니 친구 수락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엘리스 강이 돌아가자, 진혁은 피식 웃었다.
“다들 인더스를 하는구나. 하긴, 요즘은 차보다 접속기를 먼저 할부로 대여한다고 하니······.”
인더스의 인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었다.
이로 인해서 직장인들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한때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진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마다 개인적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바쁜 모습들이었다.
“나에게 관심도 없는데 난 그냥 돌아가면 안 되나?”
사교성도 있고 능숙하게 대화를 할 정도면 다가가서 말도 걸어보고 그렇게 하겠지만 언어의 장벽이 조금 있는지라 진혁의 입장에서는 쉽게 다가갈 수도 없었다.
진혁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프로모터인 최승수를 찾았다. 그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자신과 시합을 한 마르틴의 프로모터였다.
-리매치를 하는 조건으로 그와 시합을 하는 것이니 일단 이겨야 기회가 있습니다.
최승수가 한 말이 떠올라 그를 부르려다 진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을 나섰다. 그리곤 휴대폰을 이용해 문자를 보내었다.
-먼저 들어가니 걱정 마세요.
호텔 연회장을 나와 복도를 걸으니 호텔 아래 카지노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라스베이거스에 왔는데 저거 한 번은 해 봐야지.”
진혁은 다시 최승수에게 메시지를 보내었다.
-카지노에서 100만 원 정도 사용해도 큰 문제없겠죠?
-네.
진혁은 카지노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다 슬롯머신이 있는 곳으로 갔다.
포커를 비롯하여 다른 게임들은 룰을 모를 뿐더러 할 줄 모르니 선택한 것이 슬롯머신이었다.
진혁은 비어 있는 슬롯머신 기계 앞에 앉아서 카지노 매니저를 불렀다.
“제가 이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알려 주세요.”
진혁은 천천히 영어로 물었고, 카지노 매니저는 진혁의 말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설명을 해 주었다.
달러로 기계에 사용하는 코인으로 바꾼 후에 기계에 코인을 넣고 돌아가는 그림을 보고 레버를 당기면 그림이 멈추어서고, 기계 위에 붙여 놓은 그림 순서대로 나오면 그에 맞는 코인이 나온다고 알려 주었다.
“이 슬롯머신의 장점은······.”
슬롯머신 기계라도 제조사가 다르니 같은 그림이나 혹은 걸리는 그림의 경우의 수 같은 것이 달라 카지노 매니저는 슬롯머신의 장점을 설명해 주었다.
호텔 카지노에 있는 슬롯머신의 제조사는 3곳으로 각 10대씩 비치가 되어 있다고 말을 해 주었다.
“아, 그렇군요.”
진혁은 자세하게 설명을 들은 후에 카지노 매니저에게 약간의 팁을 주며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카지노 매니저가 돌아가고, 진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코인으로 환전하기 위해서 환전소로 갔다.
진혁은 1,000달러를 코인으로 환전을 한 후에 슬롯머신 기계로 가서 앉았다.
“이게 어렵지만 배당이 제일 많다고 그랬지. 어디 보자.”
진혁은 기계 위에 붙어 있는 그림 조합을 보며 웃고는 있는 코인을 투입구에 넣었다.
슬롯머신에 불이 들어오며 기계의 화면 그림이 빠르게 돌아가는 걸 보고 진혁은 레버를 당겼다.
잠시 후 돌아가는 그림이 멈추었는데 코인이 나오는 그림이 아니었다.
“코인을 다 넣고. 최고 배팅으로 설정하면 배당이 많다고 그랬지.”
진혁은 교환을 한 코인을 모두 넣고는 슬롯머신을 향해 절을 하였다.
“딱 한 번만 제 위에 있는 이 그림 나오자.”
진혁은 걸 수 있는 최고의 배팅 코인을 걸어 놓고 스타트 버턴을 눌렀다.
슬롯머신의 그림이 돌아가고, 그림을 보며 얼추 비슷한 그림이 보였을 때, 레버를 당겼다.
“아······!”
그림이 하나가 부족해서 당첨이 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진혁은 레버를 당기고 그림을 보면서 아쉬워도 하고, 코인이 나오는 그림이 나오면 기뻐하기도 하였다.
반환구 아래로 코인이 나오면 다시 슬롯머신 투입구에 몽땅 넣고 레버를 당기는 일을 반복하면서 나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었다.
“만찬장보다 여기가 훨씬 낫네.”
진혁의 눈에 그림이 얼핏 같은 것이 보이자, 레버를 당겼다.
“아···, 이건 타이밍이 아니라 그냥 걸리는 거 아닐까?”
기계가 돌아갈 때마다 나오는 그림은 이미 정해져 있고, 사람의 기대심리를 부추겨 재미를 더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뭐, 그래도 재미있게 즐기면 되지.”
코인이 줄어들면 당첨 되어 코인을 받고 줄어들면 당첨이 되어 코인 받고 이렇게 반복하면서 1000달러를 코인으로 바꾸어 30분 정도 슬롯머신을 하니 코인도 이제 다 떨어져갔다.
“1000달러면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돈인데. 이걸 30분 만에 잃어버리니······.”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이 왜, 재산을 탕진하고 그러는지 알 것 같았다.
“카지노에서 잭팟이 터지면 패가망신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돈을 잃고 따는 문제가 아니라 돈을 쓰는 시간이 무척이나 짧은 것이 문제였다.
“1,000만원을 가지고 있으면 이걸로 세, 네 시간이면 그냥 다 잃어버리겠네.”
진혁은 좋은 경험했다는 생각을 하고 습관적으로 레버를 당겼다.
돌아가던 슬롯머신의 그림이 하나씩 멈추면서 그림이 맞추어졌다.
“어··· 어······!”
다섯 개의 칸에 같은 그림이 채워지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5번째 칸까지 같은 그림으로 완성이 되었다.
빵빠바바바방 빵······!
그 순간 큰 소리의 팡파르가 울리면서 기계에 요란하게 불이 들어와 번쩍이더니 환전구로 코인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촤라라라라락······.
그 소리에 맞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진혁을 향해 축하의 박수를 쳐 주었고, 진혁은 얼떨결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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