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보험이라 생각하고 있어.
진혁은 아드리안 상인회에 임대해 준 함선 한 척을 이용하여 프라다와 함께 피르만 영지를 약탈하는 로드만 수적단의 본거지를 치기 위해서 나스만 영지에서 물길을 이용해 피르만 영지로 이동하였다.
피란체바가 바람을 이용해 빠르게 배를 움직였고, 수적들의 섬 뒤편으로 돌아가서 배를 정박시켰다.
“베르언 수적단을 처리한 것과 방법은 같아. 알겠지.”
“알았어. 지난번에는 위험했어. 그러니 이번에는 조심해.”
“걱정 마. 쉽게 당하지는 않을 테니까.”
“올라가자.”
진혁과 프라다는 언덕을 통해서 수적들의 수채가 있는 곳 뒤로 돌아갔다. 그곳에 경계를 서고 있는 수적들이 있었고, 진혁이 구울들을 소환하여 그들과 싸우게 만든 후에 두 사람은 안전하게 언덕 위로 올라갈 수가 있었다.
이후 수적들과 싸우는 건 나스만 영지를 약탈하던 베르언 수적단과 비슷한 흐름의 전투가 이어졌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동동일과 동동이가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수적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진혁은 동동일과 동동이에게 플레이어들에게서 얻은 아이템을 풀 장착을 시켜 주었고, 이들의 무기 또한 유니크 아이템으로 방어력과 공격력을 대폭 상승시켜주자, 호랑이의 등에 날개를 단 것처럼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에 키메라인 백호와 리틀백호 역시 아이템을 착용하자,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할 만큼 능력이 상승이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스켈레톤 병사와 구울 병사들도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으니 수채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들만을 앞세워 수적들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딱히 진혁과 프라다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호호호, 나의 화살 맛이 어떠냐!”
허공을 비행하면서 수적들을 향해 어둠의 화살로 다트를 하는 피란체바도 있으니 걱정이 없었다.
“소환수에게 입힌 아이템 가격만 해도 얼마냐? 저 아이템들 다 케빌로스 애들 때려잡고 얻은 거야?”
“그렇지. 저 비싼 걸 내 돈 주고 살 일은 없잖아.”
“대단하다. 케빌로스 길드가 너에게는 은행의 ATM기나 다름이 없구나.”
프라다는 이기지도 못할 상대에게 시비를 걸어 아이템을 빼앗기는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이 조금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도 보험이라 생각하고 있어.”
“하하, 너의 말이 맞네. 보장이 확실한 보험이네. 넌 좋겠다.”
“너도 강해져 보험사 하나 찾으면 되지.”
“마법사는 한계가 있잖아.”
그 말에 진혁은 피식 웃었다.
“우리 운동선수들이 가끔 듣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어.”
“무슨?”
“스스로의 한계를 결정짓지 마라.”
프라다는 진혁이 해 준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어. 한계를 결정한다는 건 자신의 창조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으니까.”
“음······.”
“지금의 너도 다른 마법사들과 다르잖아. 마법사가 누가 검을 들과 싸워. 안 그래?”
프라다는 진혁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생각하고 실천하고 노력하고 끈기를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네가 생각하고 있는 한계는 단순히 내가 뛰어 넘어야 할 장애물에 불과하였다는 걸 알게 될 거야.”
프라다의 입술에 미소가 가득하였다.
“친구야, 난 너와의 인연이 내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만남인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참, 전에 말한 거 있잖아.”
“뭐?”
“뮤다스에서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비상장 주식 말이야.”
“그랬지.”
“그거 너의 것도 구해 줄까?”
“구할 수가 있어?”
“알아보고 있는데 제법 많이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나도 좋지.”
이왕 돈을 버는 거 자신도 숟가락 올려서 나쁠 것이 없다 생각을 하였다.
“알았어. 그건 내가 추진해서 구하는 주식은 너와 나 5대 5로 나누는 걸로 해.”
“그럼 나야 고맙지. 네가 고생하는데.”
“그래서 말인데 혹시 너 한국에서 일이 잘못되어 매니지먼트사 구하면 뮤다스랑 계약해서 주식을 확보할 수 있으면 확보해 둬.”
“주식을?”
“생각보다 뮤다스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이러한 정보에 있어서는 진혁보다는 프라다가 몇 수 위에 있었다.
“음······.”
“틀림없이 성공할 거야. 지금 인더스의 유료 회원이 전 세계 7억 명에 넘는다고 그랬거든.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원이 늘어나고 있으니 실패할 수가 없는 사업이야.”
프라다의 말을 들은 진혁은 생각이 깊어졌다.
“네가 확보하는 주식은 나에게 안 나눠도 되니까 그렇게 해.”
“그런 게 어디서,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모르겠지만 말한 대로 5대 5로 해.”
프라다는 활짝 웃었다.
“진혁아.”
“왜?”
“너, 그냥 한국 가지 말고 여기 눌러 살면 안 돼?”
진혁이 왜, 그런 말을 하느냐는 시선으로 프라다를 보았다.
“그냥. 같이 있으면 재미날 것 같아서.”
프라다의 대답에 실없다는 표정을 짓는 진혁은 숨을 깊게 내쉬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약 뮤라스와 계약하면 한 번 생각해 볼게.”
*
피르만 영지를 약탈하는 로드만 수적단의 수장인 로드만은 나스만 영지의 베르언보다는 약했다.
같은 수적단의 수적이라고 하여 같은 실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수적단의 위세나, 크기에 따라 수장의 강함이 결정이 되는 듯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방심할 상대는 아니었다. 진혁은 자신의 할 수 있는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를 하여 로드만과 싸움에 집중을 하는 중이었다.
검이 일직선으로 뻗어오다, 진혁의 움직임에 따라 방향이 바뀌면서 찌르는 것이 아닌 베기로 전환이 되었다.
진혁은 손을 내려 로드만의 검을 막자, 한 발 움직여 발로 진혁의 가슴을 밀어 차서 공격을 하였다.
진혁은 왼발을 뒤로 빼며 몸을 비트는 것과 동시에 한 바퀴를 돌아 로드만의 옆으로 돌아 나래차기로 그의 옆구리를 노리고 공격을 하였다.
“윽!”
검을 든 상대는 분명 두려운 존재이나, 붙어서 싸우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일대일로 붙어서 싸우는데 최적화되어 있는 몽크에게는 제아무리 뛰어난 검사라고 하여도 움직임에 불편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로드만은 진혁의 공격을 맞음과 동시에 뒤로 물러나 검을 움직일 수 있는 거리를 벌림과 동시에 검을 휘둘러 진혁이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공격력은 베르언보다 약하지만 수비를 하는 쪽은 로드만이 나은 것 같다. 조금은 피곤한 싸움이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로드만의 공격력이 낮다는 것은 아니었다. 공격력이 뛰어난 베르언과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니 플레이어들이 상대하기에는 300레벨의 플레이어들도 1:1로 싸우면 이길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고오오옹!
로드만의 검이 푸르게 빛나면서 진혁을 움직임을 쫓아 따라왔다.
로드만의 검술은 변화가 심하였는데 이는 손목의 움직임으로 만들어내는 변화였다.
진혁은 동체시력과 마나필링의 도움으로 그의 변검을 피하였지만 마나소드로 인해서 조금씩 피해를 입어야 했다.
로드만이 마나소드를 만들자, 지켜보고 있던 프라다가 외쳤다.
“도와줄까?”
아직 진혁과 프라다의 레벨 차이가 있어 파티를 할 수가 없었는데 이로 인해서 프라다가 마법으로 공격을 하면 진혁에게 대미지가 들어가기에 지켜보는 중이었다.
“아니, 괜찮아. 구출한 사람들을 지켜. 그리고 수적들이 리스폰 될 것 같으니까 일단 유리한 장소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려.”
프라다는 구출한 사람들을 데리고 수채의 건물 뒤쪽으로 갔다.
피란체바는 구울과 스켈레톤 병사들을 움직여 건물의 앞뒤로 서서 지키게 하였고, 동동일과 동동이를 각각 배치하였다.
이들이 자리를 잡자, 진혁도 로드만과 싸우면서 조금씩 이동하여 이들이 보이는 곳으로 왔다.
그래야 수적들이 리스폰이 되면 로드만과 싸우는 자신보다 프라다와 사람들을 향해 갈 것이라 생각하여서였다.
진혁은 로드만과 싸우면서 그의 패턴을 눈으로 조금씩 익혀나갔는데 자신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다.
로드만은 자신이 공격을 당하면 항상 뒤로 물러나며 검을 허공으로 휘둘러 상대가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는데 이게 상당히 성가셨다.
로드만의 검이 진혁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자, 대미지가 들어왔다.
‘마나소드는 역시 피곤해.’
진혁 역시 마나 피스트와 마나 킥으로 인해서 대미지를 상승시키지만 상대인 로드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진혁이 한 발 뒤로 물러나자, 로드만이 몸을 숙이며 검을 앞으로 쭉 내밀어 진혁의 가슴을 노리고 들어왔다.
진혁은 발로 앞으로 뻗은 검을 차서 방향을 바꾸려고 하였는데 이를 본 로드만이 손목에 변화를 주며 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진혁의 발이 허공을 가름과 동시에 로드만은 팔꿈치를 접은 후에 한 발로 지면을 강하게 밟으며 자신을 멈춰 세운 후에 몸을 비틀며 수직으로 들어 올린 검을 아래로 내리쳤다.
순간적인 반응에 진혁은 양손을 교차하여 내리치는 검을 막았지만 이어 공격해 오는 로드만의 발차기에 가슴을 무방비로 당해야 했다.
“윽!”
진혁이 뒤로 크게 물러나며 바닥으로 넘어졌는데 운동할 때의 습관처럼 넘어진 상태에서 뒤로 굴러 일어났다.
로드만의 검이 그런 진혁의 목을 향해 수평으로 빠르게 접근해 오자, 진혁은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손목보호대를 이용하여 검을 막았다.
체에엥!
검의 사정권 안에서 연속해서 검으로 공격하는 로드만이었고, 진혁은 단번에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다크 스피어!”
허공에 어둠의 창이 생성되어 진혁을 공격하고 있는 로드만을 향해 날아왔다.
로드만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어둠의 창을 검으로 쳐내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 그 한 번의 행동으로 인해서 진혁은 로드만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맨주먹과 발의 거리보다 검의 거리가 더 길었기에 진혁이 로드만에게 대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일단 그에게 접근을 해야 했다.
“다크 힐링!”
피란체바가 진혁의 체력을 채워주자, 피란체바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로드만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로드만은 검을 휘둘러 자신이 유리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였고, 진혁은 검을 피하며 어떻게든 접근을 하려고 하였다.
진혁이 한 발 다가가면 로드만은 한 발 뒤로 물러나고, 다가가면 물러나고를 반복하였다.
‘터어억!’
그러다 로드만이 건물의 벽에 막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게 되자, 인상을 썼고, 진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생겼다.
“이제 도망칠 곳 없지.”
로드만이 몸을 옆으로 움직여 벽을 빠져 나오려고 하는 순간 진혁은 스킬 일루젼 스탭을 로드만이 이동하려고 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여 발로 옆구리를 공격하였다.
로드만은 검으로 진혁을 발을 방어하려고 하는 순간 진혁은 무릎을 접은 후에 골반을 비틀며 발을 더욱 높게 들어올렸다.
퍼억!
옆구리로 향하던 발이 변화를 일으켜 로드만의 목에 적중을 하였다.
“윽!”
로드만은 공격을 당하자, 습관적으로 뒤로 물러나 검을 휘두르려고 하였는데 벽에 가로 막혀 순간 당황하자, 제차 진혁의 주먹이 이번엔 복부를 파고들었다.
로드만은 어떻게든 그곳을 빠져 나오려고 하였지만 그때마다 진혁은 일루젼 스탭을 사용하여 한 발 먼저 움직여 로드만이 움직임을 봉쇄한 후에 공격을 하였다.
진혁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로드만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대응을 하였는데 이건 동체시력과 일루젼 스탭이 있어서 가능하였다.
“진혁, 수적들이 리스폰 되었어.”
프라다가 수적들이 리스폰 되었음을 알려주었고, 진혁은 로드만에게 집중을 하고 있었기에 그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피란체바는 그런 진혁의 상태를 파악하였는지 곧장 진혁에게 날아가 다가오는 수적들을 향해 마법으로 공격으로 하였고, 그로 인해서 진혁이 수적들이 리스폰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란체바, 난 걱정 말고 저들을 지켜. 베르언 수적단처럼 내가 저들의 두목과 싸우는 동안 나를 공격하지 않을 테니까.”
“알았어. 그래도 조심해.”
피란체바는 진혁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하고는 프라다의 곁으로 갔다.
“괜찮을까?”
“진혁은 강해. 저들로는 진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피란체바의 확신과 같은 말에 프라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도 열심히 싸우자. 우리 때문에 진혁이 신경 쓰는 일이 없도록 말이야.”
프라다는 몰려오는 수적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마법으로 먼저 공격할 때니까, 그 뒤에 몰려오는 놈들을 잡아. 난 뒤쪽으로 공격하여 놈들에게 대미지를 줄 테니까.”
프라다의 계획에 동의를 하며 피란체바는 진혁의 소환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자리를 지키고 오는 놈들만 상대를 해. 동동일은 구울 병사들을 지휘하고 동동이는 스켈레톤 병사들을 지휘해.”
동동일과 동동이는 피란체바의 명령에 곧장 움직였다.
수적들이 이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 왔는데 진혁의 예상대로 두목인 로드만과 싸우는 자신을 공격하기 보다는 노예로 잡혀 있는 사람들과 프라다를 먼저 공격을 하였다.
그렇다고 진혁이 로드만과 마음 편하게 싸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적들의 수가 너무 많았기에 로드만이 불리하면 언제든지 개입을 할 수 있어서였다.
‘상관없지. 싸울 상대가 있는 것만으로 난 얼마든지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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