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야지
진혁은 여전히 침묵의 숲에서 지도상의 물음표로 표시된 몬스터를 찾아다니며 놈들을 사냥하였다.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몬스터도 있고, 한참 높은 몬스터도 있었지만 침묵의 숲 서쪽 지배자인 엘더 킹 그린포스를 사냥한 후라 그런지 레벨이 높은 몬스터들을 만나도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일부 대형 몬스터를 만나 조금 고전하긴 하였지만 이제는 네임드 몬스터가 아닌 일반 몬스터들은 다 고만고만하게 느껴졌다.
진혁의 실시간 성장시스템의 스탯이 자신의 레벨에 비해 한참 높아 레벨은 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진혁보다 레벨이 높은 소환수인 동동일과 동동이가 같은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하는데 고전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란체바와 진혁이 버프로 이들의 능력치를 올려주니 몬스터를 무난히 사냥할 수가 있었는데 힐로 체력을 채워주지 않으면 그마나 몇 마리 사냥하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그만큼 진혁의 스탯이 사기적이란 말이기도 하였다.
“크아아앙!”
백호의 울음소리가 침묵의 숲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기나긴 침묵을 깨뜨렸다.
“캬아아옹!”
리틀 백호 역시 백호를 따라 하울링을 하듯 울음을 울어보지만 백호처럼 패기가 가득 담겨 있는 울음소리는 아니었다.
“동동일은 오른쪽, 동동이는 왼쪽을 맡아. 난 중앙을 맡을 테니까. 피란체바는 동동일과 동동이의 체력을 관리하고, 백호와 리틀 백호를 보호해 줘.”
“알았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피란체바는 언제나 알아서 다 한다고 대답을 하지만 덜렁거리는 면이 있어 가끔은 신경을 써 줘야 했다.
이것이 피란체바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그렇게 이들은 몬스터를 사냥하며 서쪽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가며 만나는 몬스터를 사냥하였다.
“쉐이이이익!”
기다란 혀를 낼름거리는 거대한 뱀 아르콘나는 아마존강의 아나콘다를 모티브로 삼았는지 그 길이가 30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아르콘나는 백호를 단숨에 집어 삼켜버리려고 입을 크게 벌리고 달려들었지만 백호는 빠른 반사 신경으로 아르콘나의 공격을 피했다.
이들의 싸움은 가끔 인터넷에서 고양이가 작은 뱀과 싸우는 영상이 보이곤 하는데 그 모습과 흡사하였다.
다만 아르콘나가 작은 뱀이 아닌 무척이나 큰 뱀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백호와 리틀백호가 아르콘나들과 싸우고 있을 때, 진혁과 피란체바, 그리고 동동일, 동동이 역시 놈들과 싸우는 중이었다.
그래도 진혁과 피란체바는 이전에도 거대한 뱀과 싸운 경험이 있어 그 경험을 토대로 어느 정도 싸울 수가 있었지만 역시나 동동일과 동동이는 우악스럽고 무식한 방법으로 아르콘나와 싸웠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신경이 둘에게 쓰일 수밖에 없었다.
“다크 힐! 동동일은 뒤로 빠져. 동동이가 잠시 동안 막고 있어. 백호와 리틀 백호는 동동이가 공격하는 놈을 함께 공격해.”
진혁은 침묵의 숲에 들어와서 자신도 전투를 하지만 소환수에게 명령을 내리고 그들을 움직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니 개인이 알아서 싸우는 형태에서 진혁의 지휘를 받아 싸우는 형태로 바뀌었다.
소환수들이 진혁의 명령에 적응하여 빠르게 움직이며 아르콘나를 한 마리씩 죽여 나갔는데 진혁은 그 와중에 뜻밖의 히든 스탯을 얻을 수 있었다.
-성장 시스템에 의한 히든 스탯 통솔력이 개방되었습니다.
-성장 시스템에 의한 히든 스탯 통솔력은 소환수 및 특정 조건에서 플레이어, NPC를 인솔하거나 지휘할 때,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성장 시스템에 의한 히든 스탯 통솔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인솔하거나 지휘할 수 있는 계급이 높아지고, 병력의 수가 많아집니다.
-성장 시스템에 의한 히든 스탯 통솔력은 명성에 큰 영향을 받으며 명성이 마이너스인 경우에는 특정 성향(악명이 있는 NPC) 제외하고는 통솔력이 발휘 되지 않습니다.
‘통솔력?’
진혁은 시스템 알림을 보고 통솔력이라는 스탯이 필요할까 싶어 고개를 갸웃하였다.
통솔력이 없어도 소환수들은 자신의 명령에 잘 따라 움직였다.
“동동일, 동동이와 바꿔 줘.”
순간 동동일과 동동이의 자리가 바뀌었는데 그들의 움직임이 빨라졌고, 백호와 리틀 백호 역시 이들이 움직임에 반응하여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내며 아르콘나와 싸웠다.
“음······.”
동동일과 동동이의 움직임은 물론 백호와 리틀 백호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느끼며 통솔력이라는 스탯에 어떠한 버프가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진혁은 소환수들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고, 소환수들은 위치를 바꾸어가며 싸웠는데 이전에는 한번씩 동선이 겹쳐 템포가 느려질 때도 있었는데 통솔력을 배운 이 후 그런 문제점이 사라진 것 같았다.
“통솔력이라는 것이 이런 효과가 있구나. 그럼 어디 한 번 확인 해 볼까?”
진혁은 통솔력이라는 히든 스탯이 어떠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구울 병사를 소환하였다.
12마리의 구울병사가 소환되었고, 진혁은 곧장 명령을 내렸다.
“셋은 다른 아르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막고, 다른 셋은······.”
딱히 구울병사를 지정하지 않아도 진혁의 명령대로 알아서 나누어 구울 병사들이 움직였다.
“이런 건 좋은데.”
통솔력으로 인해서 효과적이고 빠르게 인원을 분배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진혁은 나중에 스켈레톤 병사들까지 소환하여 모든 소환수들을 데리고 사냥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제까지 복잡하고 일일이 컨트롤해야 했던 소환수들을 통솔력이란 스탯으로 인해서 보다 쉽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되니 자신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었다.
“동동이, 넌 측면으로 가서 구울 병사를 도와 다른 놈을 막아.”
“진혁, 동동이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 같아.”
피란체바도 진혁 통솔력을 얻은 이 후, 소환수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통솔력이라는 스탯을 얻었는데, 소환수를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스탯 같아.”
“그래? 정말 잘 되었다. 그럼 저들이 다니다 서로 부딪치고 하는 일은 없겠네.”
“느낌에는 그런 것 같아. 일단 두고 봐야지.”
“알았어. 그럼 나도 통솔력이라는 거 가르쳐 줘.”
“그거? 난 어떻게 가르쳐 주는지 모르는데.”
“그래? 그럼 난 어떻게 배우지?”
진혁은 내심 당황하였지만 자신이 통솔력을 얻은 것처럼 그렇게 하면 피란체바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하였다.
“피란체바가 소환수들을 잘 인솔하여 몬스터들과 싸우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배운 것처럼.”
“음···, 그래, 알았어.”
피란체바의 최고 장점이 평소에는 생각을 잘 안한다는 것이다.
“가서 아이들을 인솔해서 몬스터들을 혼내 줘.”
피란체바는 활짝 웃으며 소환수들을 지휘하며 움직였다.
“통솔력이 높으면 내가 지휘할 수 있는 계급도 높아진다고 했으니 전투가 일어나면 병사, 기사, 혹은 귀족까지도 내가 지휘를 할 수도 있으니 통솔력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올려놓자.”
통솔력 역시 다른 스탯과 마찬가지로 누적치가 쌓이면 스탯이 올라가는 것처럼 소환수들에게 지속적으로 명령을 내려 이리저리 움직이게 하면 통솔력이 오르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다.
“야, 넌 이쪽으로 서라고!”
구울 병사에게 소리치는 피란체바를 보고 진혁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피란체바가 양보해주려고 할런지가 문제네.”
*
진혁은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그는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몬스터 짐이라는 체육관에 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몬스터 짐의 관장인 유현만의 배려로 운동하는 이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언제든지 와서 운동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기에 아예 사람들이 오지 않는 새벽을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올 요량이었다.
진혁은 집에서 차를 타고 한강의 빗물펌프장 공영주차장까지 간 후에 그곳 주차해 놓고 가볍게 달려 양재동에 위치한 체육관까지 갔다.
그렇게 체육관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4시 30분이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상대로 체육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체육관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대충 기구들이 어디에 있는지 눈으로 익힌 후에 본격적은 스트레칭에 들어갔다.
30분 정도 꼼꼼하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에는 워밍업으로 줄넘기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뛰다 점점 그 속도를 높였다.
1단 뛰기에서 2단, 3단 뛰기로 난이도를 올리자, 진혁은 빠르고 가볍게 뛰며 몸을 서서히 가열하였다.
몸이 완전히 풀렸다고 느낌이 들어 줄넘기를 멈추고 펀칭 도구 앞에 섰다.
원형 통에 기다란 나무 막대기가 위아래로 두개가 걸려 있는 도구였는데 주먹으로 나무막대기를 치면, 치는 방향 쪽으로 빙글 돌아가는 그런 도구였다.
타악!
진혁이 주먹으로 나무막대기를 치자 빠르게 빙글 돌았고, 고개를 숙여 도는 나무막대기를 피한 후에 다른 하나의 막대기로 주먹으로 쳤다.
시차를 두고 두 개의 막대가 돌아가자, 진혁은 빙글 도는 나무막대를 위빙 동작을 통해 피한 후에 다시 돌아오는 나무막대를 팔로 막거나 혹은 주먹을 휘둘러 쳐서 반대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휘리리릭
진혁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고, 덩달아 나무 막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이 도구는 주로 권투 선수들이 이용하는 도구이지만 격투기 선수도 동체시력 훈련과 반응속도 훈련을 위해서 가끔 하였다.
따악, 휘리리릭, 팍팍, 부우웅··· 부우웅······.
그렇게 집중하며 훈련하는 진혁의 전신에서 땀이 생겨나며 전신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땀을 흘릴수록 개운해지는 것을 느낀 진혁은 한 순간에 움직임을 멈추었고, 손으로 움직이는 펀칭 도구의 나무막대를 잡았다.
그렇게 잠깐 서 있더니 진혁은 창문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를 시켰다.
자신이 흘린 땀 냄새로 인해서 오전에 훈련하러 오는 이들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어서였다.
“시원하다.”
미국에서 훈련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잠깐 동안 새벽바람을 맞으며 후끈 달아오른 몸을 식힌 후에 근력 운동을 위해서 바벨, 덤벨과 같은 기구들이 비치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는 5킬로그램짜리 뎀벨을 집어 들었다.
진혁은 일부러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들을 하다 보니 인위적으로 근육을 만든 몸이 아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처럼 딱 보기 좋은 몸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육이나 뼈의 밀도는 촘촘하고 단단하여 자랑하듯 힘을 주고 근육을 부풀리면 멋있게 보이기도 하였다.
진혁은 바벨과 덤벨을 이용하여 스스로에게 맞는 운동을 한 후에는 맨손으로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하는 운동, 즉 턱걸이, 팔굽혀 펴기, 물구나무서기, 팔로 몸을 지탱하여 중심잡기와 같은 운동을 하였는데 이건 어릴 때부터 유도를 하면서부터 해 왔던 운동이라 능숙하게 몸을 움직였다.
진혁은 자신에게 필요한 운동을 다 한 후에 시계를 보니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역시 난 미국스타일 보다는 이렇게 운동을 해야 개운한 것 같아.”
3시간의 운동을 끝낸 진혁은 체육관을 청소하며 자신의 흔적을 깨끗하게 지웠다.
전날 저녁에 마감하면서 청소가 조금 미흡했던 부분까지 깨끗하게 청소를 한 후에야 체육관의 문을 닫고 나왔다.
“그럼 한 번 달려 볼까?”
진혁은 주차를 해 둔 빗물펌프장 공영 주차장까지 가볍게 달렸다.
*
집에 도착하여 가볍게 샤워를 한 후에 집안을 정리하였다.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 한 번씩 이렇게 집안 정리를 안 해주면 집이 쓰레기장으로 변하기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다.
집을 쓸고 닦는 건 요즘 잘 나오는 청소기 덕분에 수고를 들었지만 집안을 환기시키고, 먼지를 털고, 세탁물을 구분하여 세탁기에 넣을 건 넣고, 손으로 할 건 스스로 해야 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래저래 아침을 청소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역시 능숙한 살림꾼이 아니라 이것저것 할 것이 많네.”
집안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빠르게 청소하고 정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지만 실상은 능숙한 살림꾼이나, 진혁이나 이처럼 며칠에 한 번 정리하고 청소하려면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다만 우왕좌왕하며 청소하는 진혁보다는 차분하게 청소하며 두 번, 세 번 손이 안 가도록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럼 능숙한 살림꾼이 시간을 더 절약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혁이 살림꾼은 아니다보니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대충 눈으로 깨끗하게 보이면 정리와 청소를 무척이나 잘 하였다고 생각하고 뿌듯해하였다.
집안 청소까지 마무리를 짓자, 슬슬 배가 고파왔고, 간단한 샐러드로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하였다.
샐러드를 준비한 후에 TV를 켜고 격투기 선수들의 시합 영상을 시청하였다.
진혁은 단순히 시합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자신이 저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서 자신의 움직임을 구체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였다.
“저리 깔리면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겠는데. 상대는 레슬링을 베이스로 하는 그레플러이니 더욱 힘들겠어.”
바닥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는 선수의 모습을 눈으로 익히며 머릿속으로는 자신이 태클을 당해 쓰러진 선수가 되어 빠져 나오려고 하는 그림을 그려 보았다.
진혁이 인더스 월드를 하면서 배우고 경험했던 것들이 현실에도서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 완성시킨 후에 자신을 대입하여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도 인더스 월드를 한 이 후에 얻은 능력 중 하나였다.
진혁의 머릿속에서는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것처럼 상대 선수에게서 빠져 나오려고 하는 모습이 그려졌고, 결국 빠져 나오지 못하고 라운딩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숨을 내쉬었다.
“단순히 힘이 좋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진혁은 혼자 한참을 생각하다 스스로 답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을 하였는지 전문가에게 도움을 얻는 방법을 택하였다.
“오후에는 양종국 선생님을 찾아뵙고 한 번 풀어 봐야겠어. 선생님이라면 방법을 알고 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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