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대는 좀 세다.
“시합이 잡혔다고요?”
-그래. 일단 체육관으로 와.
“알겠습니다.”
진혁은 관장인 최달수의 연락을 받고 체육관으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체육관에 들어서면서 씩씩하게 인사를 한 후에 관장실로 걸어가는 진혁을 향해 김봉수가 말하였다.
“이번 시합 상대는 조금 긴장해야겠던데.”
“그래요, 누군데요?”
“반데라스 포비아.”
진혁은 놀란 눈으로 봉수를 보며 되물었다.
“반데라스 포비아요? 마르틴과 리매치가 아니고?”
“마르틴은 너랑 시합에서 입은 부상이 심해서 다음으로 미루어졌다고 하던데. 일단 들어가 봐.”
“알겠습니다.”
진혁은 자신의 다음 상대인 반데라스 포비아를 떠올리며 관장실 앞에서 노크를 한 후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와라. 레슬링 훈련은 잘 되어가고?”
“네.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 들어오면서 너의 상대에 대해서 들었겠지? 이번에는 쉽지 않아.”
“그런데 반데라스 포비아라니요? 너무 뜬금없는 상대가 아닙니까?”
반데라스 포비아는 데뷔 이후 7연승으로 페더급에서 강자로 평가를 받았지만 당시 페더급 랭킹 10위인 덴 아게로에게 패하면서 잠시 주춤하면서 페더급 랭킹 10위 안에 진입을 하지 못한 선수였다.
그 후 꾸준하게 대회를 치루면서 승리도 하고, 패배도 하면서 결국 랭킹 10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15승 7패의 준수한 성적으로 페더급에서는 제법 이름을 알리고 있는 선수였다.
“그래서 자신이 없어?”
“아니요. 붙여만 주면 누구든 자신이 있죠.”
진혁은 활짝 웃으며 말을 하였다.
“그럼 됐어. 시합은 9월 10일이니까 말일까지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시차 적응을 위해서 9월 1일에 사우디로 갈 거야.”
“이번에는 사우디에서 대회가 열리나요?”
“그러니까 사우디로 가겠지. 이번에 잘 준비해서 승리하면 계약 연장할 수 있어.”
“걱정 마십시오.”
최달수는 진혁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는 걸 믿었다.
“양종국 선생님께 가서 내일부터 훈련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체육관으로 출근을 해.”
“알겠습니다.”
“얼른 가 봐.”
진혁은 관장실을 나왔다.
“혁이 시합 잡혔다고 하니까 얼굴에 생기가 도네.”
“그러게요. 저 웃음의 의미가 뭘까요?”
관장실을 나온 진혁을 보고 김봉수가 놀리듯 말을 하자, 진혁이 더 크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조심해야 한다. 반데라스 포비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
최상호가 말하자,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많은 경험을 가진 선수라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준비를 하겠지만 너도 나름대로 영상 많이 보고 연구를 해 봐.”
“알겠습니다.”
“그런데 벌써 가려고?”
김봉수가 물었다.
“양종국 선생님 체육관에 가서 시합이 잡혔다고 내일부터는 훈련 때문에 못나올 거라고 이야기 해드리려고요. 전화로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렇지. 그건 예의가 아니지. 어서 가봐.”
“양종국 선생님께 갔다가 집으로 바로 들어갈 거야?”
“네. 이제 곧 이벤트라 시간이 열심히 사냥해서 레벨 업을 좀 하려고요.”
진혁은 잊혀진 사원에서 많은 걸 깨달았다. 레벨도 레벨이지만 아이템에서 주는 플러스 스탯 효과도 무시할 수 없어 최대한 빠르게 레벨을 올린 후에 3차 전직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 아이템은 나온 거 있으면 우체통으로 보내 놓아. 내가 팔아 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고들 하십시오.”
진혁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체육관을 나왔다.
“이번 상대는 반데라스 포비아란 말이지.”
진혁은 반데라스 포비아를 떠올렸다. 반데라스 포비아를 잡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현 페더급 랭킹 10위에 랭크되어 있는 데니스 실바와 시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시합에서 이기면 나에게 많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포비아를 잡는다.”
*
진혁은 양종국을 찾아야 시합이 잡혔다는 말을 하고 시합이 끝날 때까지 체육관에 나오지 못할 것이라 이야기를 한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후에 동영상을 검색하여 반데라스 포비아의 시합을 모두 찾아 컴퓨터에 저장을 한 후에 그의 격투 스타일, 경기 운영, 그리고 시합에서 드러나는 심리적인 요인 같은 걸 연구하면서 그와의 시합을 준비하였다.
진혁은 그와의 시합을 준비하면서도 인더스의 세상에 매일같이 접속을 하였는데 이벤트가 시작될 때까지 잊혀진 사원에서 사냥을 하며 레벨을 올렸다.
처음 잊혀진 사원에서 몬스터를 사냥할 때는 버거움을 느꼈지만 동굴과 제단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의 짙은 마력을 진혁이 모두 흡수를 한 후에는 몬스터의 레벨이 다운이 되었는지 조금은 약해진 듯 하였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버거운 상대였지만 처음보다는 할 만하였다.
진혁은 잊혀진 사원에서 다크 나이트 반데시를 죽이고 얻은 아이템을 제외하고도 흑마법사들이 남긴 마법서도 몇 권 회수할 수 있었는데 칼로파의 서재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던 흑마법서들이었다.
당장 익힐 수 있는 마법들이 아니라 은행에 맡겨 놓았지만 곧 4서클의 마법사가 되면 유용하게 쓰일 그런 마법서들이었다.
“상태창!”
*이름: 진혁 *레벨: 83레벨
*직위: 모험가 *클래스: 다크 헌터
*피로감: 10,000/10,000
*체력: 7.000/7,000
*마력(어둠이 짙은 순수한 마력): 5.000/5.000
*명성: 250
진혁이 이곳에서 어둠이 짙은 순수한 마력을 흡수한 후에 이전 신전의 지하에서 사령이 깃든 마력을 흡수할 때와 마찬가지로 마력의 등급이 올라갔다.
마력의 등급이 올라갈수록 같은 마법을 사용해도 마법의 위력이 더 강해지는데 진혁은 상급의 흑마력이라고 할 수 있는 어둠의 짙은 순수한 마력을 얻어 마법을 사용하면 플러스 대미지 효과, 혹은 플러스 상승효과를 얻을 수가 있었다.
어둠의 정령 피란체바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결코 얻었을 수 없었던 마력이었다.
진혁은 잊혀진 사원에서 피란체바와 함께 사냥 중이었는데 피란체바는 사냥보다는 늘 자신의 재미가 우선이었다.
그렇다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이제는 제법 마법도 사용할 줄 알아 진혁에게 힐링을 비롯한 각종 버프를 걸어 주곤 하였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진혁은 잊혀진 사원에서 사냥을 하면서 레벨은 물론 성장 시스템에 의한 캐릭터 스탯도 제법 올릴 수가 있었다.
이곳에 나오는 데몬들이 강한 몬스터들이라 방어구를 입고 놈들과 싸워도 스탯이 빠르게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진혁은 한 가지 알아낸 것이 있었다.
스탯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이 자신이 몬스터에게 받는 피해량, 즉 한 방에 자신의 체력 30% 정도에 해당되는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40%가 넘어가면 맷집은 잘 올라가지만 근력을 비롯하여 적중, 회피, 집중, 순발, 인내, 행운, 매력은 그다지 빠르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혁은 높은 스탯과 방어구를 착용하였음에도 데몬들에게 30%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오피랄스데몬에게는 40%에서 50% 정도의 대미지를 입었고, 바실리크스에게는 20% 정도의 대미지를 입었다.
오랫동안 사냥하면서 깨달은 것이라 진혁은 오피랄스데몬을 사냥하기보다는 일반 데몬들을 사냥하면서 자신의 스탯도 함께 올렸다.
진혁이 처음으로 다크 나이트 반데시를 사냥에 성공한 이후 이곳은 일반 사냥터처럼 몬스터가 죽으면 몬스터가 리스폰이 되었는데 데몬들만 사냥해도 충분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사냥하면서 양종국에서 배운 레슬링 기술들을 사용하였는데 데몬들은 너무나 훌륭한 스파링 상대가 되었다.
진혁은 레슬링 기술을 섞어가며 데몬들을 사냥하였는데 이제는 공격하는 리듬이나 속도, 연계가 물이 흐르듯 부드러웠다.
그런 진혁의 모습을 따라 하는 피란체바도 데몬을 상대로 잘 싸웠는데 몬스터의 수를 줄이는 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버프가 언제 끝나는지 알고 있는지 버프가 끝날 때쯤이면 버프를 걸어 주곤 하였다.
-사냥 중이야?
프라다에게서 시스템 메시지로 연락이 왔다.
“시스템 메시지 보이스 지원!”
인더스 월드 안에서는 몇 가지의 방법으로 상대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보이스 지원이었다.
통화를 하듯 말을 하면 상대에게 메시지가 전달이 되었다.
“지금 사냥 중인데.”
-그래? 이번에 이벤트 어디서 할 거야?
“그건 왜?”
-버스 타려고 그러지.
“그냥 하던 대로 해.”
-1차, 2차는 몰라도 3차는 마을을 방어하는 이벤트니까 같이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이번에 아이템도 2배로 나온다고 하던데.
“그래? 난 벨리아 마을에 있을 거야. 지금도 그린우드에서 사냥 중이고.”
-오케이. 그럼 이벤트 3주차에 벨리아 마을로 갈게.
“마음대로 해.”
-아, 그리고 가방 하나 보냈어. 그거 해외 배송이라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몰라.
“정말 보낸 거야?”
-보낸다고 했잖아. 가방이 잘 나왔어. 세상에 하나 뿐인 가방이다.
“팔면 돈 되겠네.”
진혁은 몬스터와 싸우면서도 프라다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음성 지원 시스템으로 인해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팔면 죽는다.
“알았어. 나 지금 사냥해야 하니까 일단 끊어.”
-그래. 그럼 이벤트 3주차 때 보자.
진혁은 프라다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악연으로 시작한 만남이었지만 괜찮은 친구였다.
“그래. 3주차 때보자. 그때는 네가 깜짝 놀라 있을 거다.”
*
진혁의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시합이 잡혔으니 조금 더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고, 훈련의 강도 역시 높아졌다.
늘 그렇지만 시합이 잡히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훈련에 열중하였는데 이렇게 미친놈처럼 훈련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기 위함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운동을 하기 싫어서 친구들과 어울려 놓았던 때도 있었다. 운동은 게을리 하면서 친구들과 놀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다 시합에 나갔는데 무참하게 패배를 하였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 예상을 했지만 결과는 패배를 하였고, 그 당시 감독과 선배, 후배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면서 처음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제까지 잘 했으니 당연히 이번에도 잘 할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오만함으로 인해서 패배를 당하였고, 학교의 명예는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던 선배들 중에서는 단체전 입상에 들지 못하여 원하는 대학에 원서조차 써 보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그 후 진혁은 훈련에서 만큼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유도로 국가대표로 올림픽, 아시아게임,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등등 수많은 대회를 나가 이기기도 하고, 패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을 하였고, 결국 올림픽 금메달, 아시아게임 금메달,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챔피언과 최고선수상까지 휩쓸었다.
유도를 그만두고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을 한 후에도 전혁은 훈련만큼 진심으로 임했다.
시합에서 패하도 최소한 부끄럽지 않고, 또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 진혁의 속내를 알지 못하는 체육관의 관장과 선배들은 그저 진혁은 독한 놈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은 자신에게 떳떳해지기 위함이었다.
진혁은 이전의 루틴대로 아침 6시에 일어나 체육관까지 러닝으로 아침 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런 후 10시까지 개인 운동을 한 후에 집으로 돌아와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에 2시까지 휴식을 취한 후 3시부터 7시까지 체육관에서 훈련을 한 후에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운동과 훈련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4시간씩 총 8시간을 하였고, 집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10시간, 그리고 잠을 자는 시간을 6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면서 컨디션을 유지하였다.
그렇게 운동과 훈련, 그리고 게임과 휴식,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가운데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에서는 오픈 4주년 이벤트가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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