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이 안 나는 뇌물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불황이라 어디에 투자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어. 지금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건 뮤라스 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야.
진혁은 인더스 월드 안에서 통용되는 골드를 팔아 번 돈으로 프라다를 통해서 외국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려고 하였지만 프라다가 이를 뜯어 말리는 중이었다.
-그래서 지금 다른 회사에 투자한 것도 회수해야 할 판이야.
“그럼 뮤라스의 주식이 풀리면 그것만 사야 되는 거야?”
-일단은 그러고 있어. 사실 내가 이것저것 알아보고 투자를 하는 것보다 자문을 구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쉬우니까.
“그래? 그럼 나 돈을 묶어 둘까?”
-당장 네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잖아. 지금까지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지금 나에게 주려고 하는 돈을 합치면 제법 되니까 주식에 목을 매는 것보다 일단은 관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지켜보란 말이지.”
-그래.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말을 해도 일단 지켜는 봐. 그리고 확실한 회사에 투자하거나, 혹은 한 십년 이상은 묻어 둘 생각을 하고 투자를 하라는 거지.
“나는 주식을 공부해도 모르겠던데. 그게 그거 같아서 말이야.”
-나도 그래. 나도 다 투자 상담을 받아서 투자하는 거니까. 내가 투자 자문을 받는 전문가를 소개시켜줄까?
“아니, 내가 듣고 공부하고 연구할 시간이 어디 있어. 그냥 너에게 맡기면 네가 알아서 해 줄 텐데.”
프라다는 진혁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한 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야, 내가 너에게 사기 치면?
“뭐, 프라다의 수석 디자이너께서 나에게 사기를 쳤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게 아니면 부와 명성을 걷어차는 행동은 하지 않을 테니까. 난 이해해 줄 수 있어.”
-정말?
“그래. 이해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대신 너의 목숨만은 내가 꼭 받아갈게.”
-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넌, 진짜 나를 죽일 것 같아 그러지.
“그런 넌 정말 내 돈 떼먹으려고?”
-하하하, 그건 아니지. 난 내 목숨 엄청 아끼는 사람이다.
프라다가 밝게 웃는 소리에 진혁의 입가에도 엷은 미소가 생겼다.
“그건 그렇고. 수행은 잘 되어 가고 있는 중이야?”
프라다는 진혁의 전투스타일을 보며 자신도 진혁처럼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 홀로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그럭저럭. 그런데 너처럼 안 돼.
“당연히 안 되겠지. 난 몽크 스킬을 가지고 있지만 넌 검사 스킬이 없잖아.”
-그래서 한계를 느끼는 중이야.
“그렇다고 포기하지 마. 4차전직하면 스킬 합성할 수 있고, 5차전직하면 스킬을 만들 수가 있잖아.”
인더스 월드의 시스템 중에 하나로 일편적인 클래스의 스킬 시스템을 넘어, 스킬합성과 스킬 창조를 통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킬을 보유할 수가 있다.
아직까지는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스킬합성과 스킬 창조의 세부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분명 인더스 월드에서는 자신만의 캐릭터와 자신만의 스킬을 보유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캐릭터가 세분화가 되면 될수록 히든 클래스로 진화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명시되어 있었다.
물론 히든 클래스로 진화를 하는 건 5차 전직 이후에 특별한 조건을 달성하였을 경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이 매력적인 유혹이고, 플레이어들이 레벨 업에 목숨을 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였다.
-알아. 그래서 그럴 때마다 너를 생각해. 나도 너처럼 멋있게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날이 오는 걸 상상하면서 말이야.
진혁은 프라다의 이러한 말에 살짝 닭살이 돋긴 하였지만 외국 감성이라 생각하여 그러려니 하였다.
“넌 잘 해 낼 수 있을 거야.”
-당연하지. 내가 프라다 수석 디자이너야
“그래. 네가 수석이다.”
진혁은 프라다와 인더스 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눈 후에 통화를 끝냈다.
“하여간 재미있는 친구라니까. 그나저나 투자할 만한 곳이 없다면 프라다의 말대로 은행이 넣어 놓고 이자를 받는 것이 낫겠지.”
은행 예금 이자가 낫다고 하지만 50억이 넘는 돈이니 이자를 받아 한 달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래. 일단 은행에 넣어 두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
띵동··· 띵동······.
집의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 밖을 나가보니 우체국의 직원이 진혁에게 하나의 소포를 내밀었다.
“진혁님 맞으시죠.”
“네. 제가 진혁인데요.”
“이거 받으시고 여기 사인 좀 해 주세요.”
진혁은 집배원에게서 소포를 받아 확인을 하니 집 주소와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최승미?’
진혁은 집배원이 내미는 단말기에 사인을 해 주면서 최승미가 누구인지 생각을 하다 그녀가 인더스 월드에서 유통되는 골드를 거래하는 회사의 담당이란 사실을 상기하였다.
‘전에 보내준다는 그 선물인가?’
“그럼 수고하세요.”
“네. 수고하십시오.”
진혁은 집배원과 인사를 한 후에 소포를 가지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뭐지?”
진혁은 소포를 뜯어보니 작은 박스가 정성스럽게 포장이 되어 있었는데 박스에 선명하게 새겨진 로고를 어디서 많이 보았다.
“이거 엄청 비싼 거 아닌가?”
진혁은 박스를 열어보니 안에 남성용 반지갑과 명품임을 인증하는 잡다한 증거물들도 함께 있었다.
“이렇게 비싼 걸 받아도 되나?”
진혁은 지갑을 열어 보니 지갑 안에 빳빳한 오만원 권 한 장과 신용카드 한 장이 꼽혀 있었다.
새 지갑이니 돈은 이해가 된다고 쳐도 카드는 무슨 의도로 넣어 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삐리리리리······ 삐리리리······.
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번호를 확인해보니 이름이 뜨지 않고 전화번호만 떠 있었다.
진혁은 이 번호의 주인이 대충 누구일 것이라 짐작을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최승미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보낸 소포는 잘 받으셨는지.
“아. 네. 잘 받긴 하였는데 이걸 제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진혁이 받은 지갑은 H사의 최신 상품으로 보급형이라고 해도 가격이 팔백만원이 넘는 명품 지갑이었다.
-이번 거래를 통해서 저희 회사가 거래처에 큰 신용을 얻을 수가 있어서 감사의 의미로 진혁 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담을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래요. 저야 주면 좋긴 한데··· 이 카드는 뭐예요?”
진혁은 지갑에 꼽혀 있는 카드에 대해서 물었다.
-아, 그건 진혁 님께서 일상생활을 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저희와 계속해서 해서 거래를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살짝 담겨 있는 뇌물과 같은 것입니다.
“뇌물요?”
-네. 카드 한도액은 이백만원이고, 현금서비스는 받을 수 없습니다. 그냥 진혁님께서 생활하시면서 그 카드를 사용하시는 금액 중 저희 회사가 부담이 되지 않는 한도에서 드리는 뇌물 같은 것입니다.
이런저런 변명보다 되놓고 뇌물이라고 하니 믿음이 가긴 하였다.
“이거 쓰고 탈나는 거 아닌가요? 혹시 법인카드를 개인이 유용하면 큰일 난다고 해서 말이에요.”
-그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카드는 저의 명의로 발급받았고, 진혁 님께서 사용하시는 금액은 저의 통장에서 결제가 됩니다. 그로 인해서 저의 월급이 이백만 원 올랐습니다.
진혁은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을 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백만원을 쓰면 승미씨는 백만 원을 버는 거네요.”
-진혁님께서 조금 아껴 써 주시면 저의 경제생활에도 작은 도움이 됩니다.
숨김없이 속내를 이야기하니 오히려 더 편했다.
“그렇군요. 정말 이거 받아도 되는 거죠?”
-물론입니다. 대신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깨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저희와 거래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전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돈과 돈을 거래하는 것이니 이런저런 감정을 내세우지 않고 딱 거래를 하면 제가 다른 골드 업체로 갈아타는 일은 없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이런 것도 다 거래인데. 앞으로도 우리 좋은 거래를 해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씩씩하게 인사를 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진혁의 피식 웃었다.
그녀와 통화를 끝낸 후에 손에 든 지갑을 보았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은 정말 중요한 것이구나. 이런 것도 선물로 다 받고 말이야.”
선물을 받아 기분이 나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것이 설령 뇌물이라고 해도 진혁은 기분 좋아 미소를 지었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전화벨이 또 울렸다.
“네. 선배님!”
진혁은 공손하게 전화를 받았다. 진혁이 운동하고 있는 체육관의 관장 유현만이었다.
-진혁아, 내일 오전 시간 있어?
“내일 오전에 말입니까?”
-그래. 용현이 알지?
“네. 저와 같은 체급이지 않습니까?”
-어. 용현이가 이번에 원 챔피언십에서 시합이 있어.
원 챔피언십은 옛날 진혁이 아시아 무대에서 활동하였던 더 원 대회의 관계자들이 기업들의 많은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여 아시아 최고의 대회로 성장하였고, 대회 이름을 더 원이 아닌 원 챔피언십으로 바꾸었다.
-상대 선수는 압둘 자바라 선수야.
“압둘 자바라면 이란 선수가 아니에요?”
-그래. 너 한 번 붙어 본 경험이 있지?
“네. 두 번인가 붙어 봤어요. 제가 다 이기긴 했지만.”
-그래서 용현이한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을까? 해서 말이야. 네가 내일 오전에 시간이 있으면 와서 좀 도와 줬으면 해.
유현만은 진혁에게 도움을 구하였고, 진혁은 흔쾌히 수락을 하였다.
“그렇게 할게요. 내일 오전 몇 시까지 가면 될까요?”
-9시 정도? 더 일찍 와도 상관없어.
진혁은 새벽에 운동하러 가서 체육관에서 기다리면 되겠다는 생각에 수락을 하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고맙다.
“아니에요. 제가 선배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 제가 도울 수 있으면 도와야지요.”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다. 그럼 내일 보자.
“네. 내일 뵙겠습니다.”
진혁은 유현만과의 통화도 끝낸 후에 또 전화가 올 곳이 있나 싶어 잠깐 생각한 후에 기지개를 크게 편 후에 인더스 월드에 접속하기 위해서 접속기를 설치한 방으로 갔다.
“아, 퀘스트를 너무 쉽게 생각했어. 마계의 마수들이 벌써 그리 많이 올라왔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어.”
*
진혁이 침묵의 숲 북쪽 지배자인 네피럼을 쓰러뜨린 후에 그가 소환된 장소를 찾아간 건 일주일 전이었다.
네피럼이 소환된 장로는 일종의 특수 던전으로 요건을 충족시킬 때 나타나는 그런 곳이었다.
던전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일단 네피럼을 쓰러뜨려야 하고, 두 번째는 침묵의 숲 깊숙한 곳에서 자리한 나무 동굴을 찾아야 했다.
다행이 어둠의 마력에 대해 누구보다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피란체바 덕분에 쉽게 나무 동굴을 찾을 수가 있었다.
진혁은 최초로 나무 동굴을 발견하였지만 이를 플레이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던전을 클리어 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힘들 것이라 예상은 하지만 처음 발견한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걸 알고 있는 진혁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던전을 클리어하기보다는 혼자 던전 안의 몬스터들과 그들이 주는 아이템을 독식하기로 마음을 먹고 피란체바와 소환수를 데리고 던전으로 입장 하였다.
네피럼의 던전 안은 진혁이 생각한 것보다 넓고 많은 몬스터들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던전 안의 몬스터 모두가 마계의 마수들이었다.
진혁은 마계의 몬스터와 싸워 본 경험이 있어 이들의 강함을 잘 알고 있었고,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보다 반대로 천천히 움직여야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순수하고 어둠이 짙은 흑마력이야.”
이 던전에서 옛날 베니스 신전에서 흡수하였던 어둠의 마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순수하고 어둠이 짙은 흑마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순수하고 어둠이 짙은 흑마력의 근원이 마족을 소환하기 위해서 설치한 마법진을 통해서 흘러나온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서 던전 안의 몬스터들이 더 강해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진혁이 이 던전을 클리어하게 되면 마법진은 사라지고, 순수하고 어둠이 짙은 흑마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몬스터들이 다시 약해져 던전의 등급이 내려갈 것이다.
이전에도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이런 게 모험을 하는 재미이기도 하지.”
진혁이 생각하는 인더스 월드의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남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을 선점을 통해서 겪어 볼 수 있다는 것!
훗날 시간이 흘러 플레이어들이 이 던전을 찾아 몬스터를 사냥해도 진혁이 상대하는 몬스터만큼은 강하지 않을 테니 진혁은 ‘나 때는······.’을 말할 것이고 이 말을 들으며 플레이어들은 꼰대 소리를 할 것이 분명하였다.
지난 일주일 동안 진도는 크게 나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성과를 조금씩 거두고 있어 오늘도 힘을 내어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노력해 볼 생각으로 진혁은 홀로 파이팅을 외쳤다.
“오늘도 무리하지 않고 조금만 더 전진한다. 그렇게 전진을 하다보면 마법진이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지.”
진혁은 접속 캡슐에 편안하게 누운 후에 접속기를 착용하였다.
“접속!”
-인더스 월드에 접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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