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샘의 지하던전
“아직도 발리칸 산맥에 있냐?”
가상현실게임 인더스가 보급 된지 3년이 지난 지금 진혁의 체육관 선배들도 인더스에 접속하여 새로운 세상을 즐기는 중이었다.
이들은 진혁과 달리 게임정보 공유 사이트인 게임 포유의 팁 게시판에 나와 있는 레벨 업과 전직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빠르게 레벨 업을 하는데 중점을 두고 인더스의 세상을 모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전직 퀘스트 중입니다. 전직하면 발리칸 산맥을 따라 로하스 영지로 갈 겁니다.”
“그럼 아직 10레벨이야?”
진혁은 대답하지 않고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게임을 2년 반을 넘게 했으면서 10레벨이 뭐냐?”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너희들 또 인더스인가 뭔가 하는 게임 이야기냐? 그런 잡담을 할 시간이 있으면 운동이나 해. 진혁이 괴롭히지 말고.”
관장인 최달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에게 있어 진혁은 체육관을 부흥시켜 줄 구세주였다.
체육관에 시간을 때우러 오는 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귀한 존재이기도 하였다.
“우리가 진혁이를 왜, 괴롭혀요.”
“하여간, 곧 세계 챔피언이 될 선수잖아. 운동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너희들이 도와야지. 만나 시답지 않은 게임 이야기나 하니 진혁이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잖아.”
“아닙니다. 그런 걸로 마음 흔들리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현실과 게임은 구분할 줄 압니다.”
“그래. 게임은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하는 거지. 곧 시합이 잡힐 것 같으니 훈련 게을리 하지 말고.”
“걱정 마십시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그래. 난 프로모터를 만나고 올 테니까 훈련하고 돌아가.”
최달수가 체육관을 나가자, 진혁의 선배들은 다시 인더스의 이야기를 꺼내었다.
이들은 마치 경쟁을 하듯 레벨 업을 이야기를 하지만 진혁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레벨 업을 하여 다른 미지의 세계를 먼저 경험하고, 선점하는 재미도 있겠지만 그런 것 없이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고 있고, 또 자신의 훈련에 도움이 되고 있으니 레벨 업에 목을 매지는 않았다.
천천히 즐기면서 인더스라는 세상을 알아가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었다.
‘나만 즐거우면 되는 거지.’
*
발리칸 산맥은 진혁이 생각한 것보다 더 깊고, 넓었다.
펠리 진전기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은 플레이어들에 의해 모두 개방이 되었지만 산맥의 삼분지 일 정도는 아직 지도에 어둠으로 표시가 되었다.
발리칸 산맥은 이제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이 거쳐 지나가는 곳으로 레벨이 높은 사냥터가 아니었다.
물론 고레벨의 몬스터도 존재를 하지만 넓은 산맥에서 고레벨의 몬스터를 찾아다니는 건 시간 낭비라 생각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아서였다.
물론 개방되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는 일부 플레이어들도 있다. 그들은 지도의 모든 지역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인더스 세상을 다니며 이런저런 모험을 하곤 하였다.
진혁은 몬스터를 사냥하러 다니다 뜻밖의 장소를 발견하였다.
-발리칸 산맥의 고요한 샘을 찾았습니다. 고요한 샘의 일부 지역이 지도에 표시가 됩니다.
-고요한 샘의 위치를 공개하면 다른 플레이어들도 고요한 샘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공개를 하시겠습니까?
첫 번째로 찾았다는 문구가 나타나지 않는 걸로 봐서 이미 고요한 샘의 위치를 찾아낸 플레이어들이 있을 것이고, 그들은 나름대로 고요한 샘에서 뭔가 큰 이득을 보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미 다른 플레이어들이 찾아낸 사냥터이지만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아니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고요한 샘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고요한 샘이 있음을 알지 못합니다.
진혁은 조금 떨어진 곳에 물이 흐르는 곳을 보았다.
고요한 샘은 제법 넓었다. 계곡이 작은 내를 통해서 흐르는 물소리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좋네.”
고요한 샘 주위에는 몬스터가 아닌 산짐승들이 간혹 다니는 것이 보였다.
“고요한 샘의 지역 정보!”
-고요한 샘은 발리칸 산맥의 지하 수맥이 지반을 뚫고 올라와 형성된 샘물로 고요한 샘물 아래 수중 동굴에 다양한 지하 몬스터들이 존재를 한다.
진혁은 자세한 정보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것들은 알 수가 있었다.
“한 번 내려갔다가 시간 맞춰서 올라오면 되겠다.”
결정을 했으면 주저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진혁은 곧장 고요한 샘으로 뛰어들었다.
잠수해서 내려가는 동안 크고 작은 구멍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는데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조금 작은 듯 하였다.
-오랜 잠수로 숨을 참기가 힘듭니다. 초당 10만큼의 피로감이 소모됩니다.
진혁의 피로감은 1.000이었다. 최대한 100초는 물속에서 견딜 수는 있다는 말이었다.
진혁은 알림메시지를 무시하고 더 깊숙이 내려갔다.
‘저기!’
-피로감이 500이 남았습니다.
진혁은 자신이 발견을 한 동굴을 향해서 빠르게 내려갔다.
동굴은 제법 깊었다.
-피로감이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초당 5씩 체력이 내려갑니다. 체력이 0이 되면 사망에 이릅니다.
진혁은 알림메시지에 눈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다.’
동굴까지 내려오면서 소모한 피로감이 1.000이니 이대로 올라간다고 해도 체력이 300이니 돌아가는 도중에 체력이 0이 되고 말 것이다.
진혁의 마음이 급해졌다. 동굴이 언제까지 이어져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60초 안에 물속을 벗어나야 했다.
체력이 줄어들수록 급해지는 마음 때문에 조바심까지 생겨났다.
-체력이 100이 남았습니다.
‘오르막이다.’
오르막이라는 건 끝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진혁은 손과 발을 빠르게 놀렸지만 생각보다 몸이 앞으로 나가 주질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로감 때문이야. 그래도 이렇게 죽는 건 쪽팔리잖아.’
진혁은 사력을 다하여 위로 올라갔다.
-체력이 30 남았습니다.
“헉··· 헉······.”
간신히 체력이 30 남았을 때, 수중동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체력과 피로감이 많이 저하된 상태입니다. 안전을 위해서 휴식을 취할 것을 건장합니다.
“안 그래도 쉴 생각이었다.”
진혁은 동굴로 올라와서는 간이 천막을 쳤다.
-안전지대를 설정합니다.
진혁은 간이 천막 안에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간이 천막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소모된 체력과 피로감이 모두 회복이 되었다. 간이 천막의 효율성으로 인해서였다.
천막을 그냥 두고 길을 나섰다.
사냥터에서 안전지대를 만들어 놓는 건 아주 중요하였다.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를 만났을 땐, 여분의 목숨을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진혁은 어떤 몬스터를 만날지 몰라 일단은 방어구와 무기를 착용하고는 앞으로 걸었다.
펄럭··· 펄럭······.
진혁을 가장 먼저 반기는 몬스터는 동굴박쥐였다. 동굴박쥐는 그리 두려운 몬스터는 아니었다. 다만 이들이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까지 집단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마리만 발견을 하여도 그 주위에 엄청난 수의 동굴박쥐가 서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피곤하겠는데.”
“찌이익··· 찍찍······.”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동굴박쥐들을 보고 진혁은 뒤로 물러나며 벽에 붙었다.
벽이 뒤를 지켜주니 앞만 생각하면 된다.
동굴박쥐가 이빨을 드러내자, 진혁은 사정없이 주먹을 뻗었다.
“쿠에엑!”
체력이 약한 동굴박쥐가 진혁의 주먹질 한 방에 쓰러졌다. 이를 시작으로 동굴박쥐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워낙 많은 수가 한 번에 날아와 달라붙어 이빨을 드러내니 방어구를 입고 있다고 해도 체력이 조금씩 줄어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남은 스탯 포인트를 체력에 모두 투자를 해야겠어.’
능력치가 높아서 스탯 포인트를 사용치 않고 그냥 두고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동굴박쥐를 상대해야 할지 모르니 일단 포인트 모두를 체력에 투자를 하였다.
포인트 1당 체력은 10이 올라가니 진혁의 체력은 500이 되었다.
체력을 올린다고 바로 체력이 차는 건 아니다. 플레이어들의 표현으로 피통이 커질 뿐이다.
진혁은 체력에 모두 포인트를 투자한 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렸다. 안전지대가 형성이 되어있는 간이 천막이 있는 곳에서 먼저 체력을 회복할 요량이었다.
진혁이 달아나자, 동굴박쥐들이 뒤를 쫓아 왔지만 진혁의 발이 조금 더 빨랐다.
-안전지대에 들어섰습니다.
알림메시지를 듣고 진혁은 숨을 크고 깊게 내쉬었다.
“수 십 마리가 붙으니까 모두 피하는 건 무리네.”
진혁은 듀얼모드에서 128배속까지 경험을 했기에 빠르게 움직이는 몬스터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내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 번에 많이 달라붙는 몬스터들에게는 대책이 없었다.
“마법사는 파이어 볼로 순식간에 녹일 수가 있다고 그랬는데.”
전직을 하지 못한 진혁에게는 그저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안전지대에서 체력과 피로감을 모두 회복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전보다 체력이 200이나 늘어났으니 조금씩 체력이 소모가 되어도 동굴박쥐는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진혁은 가볍게 몸을 푼 후에 안전지대를 벗어나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
“헉··· 헉······.”
진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수중 동굴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더럽게 많네. 누가, 수십 마리라고 했어. 수백, 아니 천 마리가 넘겠구만.”
진혁의 주변에 동굴박쥐의 시체들이 가득하였다.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주위에 쓰러진 박쥐들을 보니 자신이 또 한 번 성장하였다는 걸 느낄 수가 있어 기분이 좋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진혁은 인벤토리에서 주사기와 비슷한 채집 도구를 꺼내어 동굴박쥐의 시체에 꼽았다.
동굴박쥐의 피는 연금술사들이 애용하는 연금술의 재료 중 하나로 흡혈의 비약을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재료였다.
흡혈의 비약은 5분 동안 타격한 대상을 상대로 체력을 3만큼 회복시켜주는 소모성 아이템으로 초보자들에게는 필요가 없지만 다수를 공격할 수 있는 스킬을 배운 플레이어들에게는 인기 만점인 아이템이기도 하였다.
“더럽게 많네.”
동굴박쥐의 피를 뽑으면서 즐거움에 구시렁거렸다.
“가끔 피 노가다 하러 와야겠네.”
한참을 그렇게 동굴박쥐의 피를 뽑은 진혁은 허리를 펴고 일어나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안으로 들어가니 두 갈래의 동굴이 나타났다.
진혁은 잠깐 생각하다 왼쪽 동굴로 들어갔다. 이렇게 갈림길이 나타나면 무조건 왼쪽으로 움직이려고 하였다.
찌이익··· 찍··· 찍······.
조금 안으로 들어가니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진혁이 동굴 안으로 들어선 걸 몬스터들이 먼저 알아차린 것 같았다.
긴장을 하고 잠시 있으니 몬스터나 나타났는데 생긴 것이 꼭 두더지처럼 생긴 몬스터였다.
하지만 두더지보다는 큰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켈리거!”
켈리거란 이름의 몬스터는 두더지처럼 땅속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몬스터로 앞발의 날카로운 발톱이 위협적인 몬스터였다.
켈리거는 주로 나무가 많은 숲에 서식을 하는데 이곳에서 켈리거를 만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하였다.
‘흙을 파는 것이 아니다 돌을 판다?’
이곳 켈리거는 환경의 영향을 받아 진화를 하였다.
파앗!
“허엇!”
뿐만 아니라 숲에서 서식하는 켈리거에게서 볼 수 없었던 도약까지 가능한 그런 몬스터였다.
진혁은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황급하게 바닥을 굴러 피한 후에 공격을 해 온 켈리거를 노려보았다.
스르륵!
켈리거들이 땅을 파고 올라와 고개를 내밀었는데 그 수가 제법 되었다.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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