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널 보고 있지.
“레이즈 구울 폰!”
진혁은 비탈길을 올라가면서 수적들이 있는 곳에 구울 병사들을 소환하였다.
구울 병사는 땅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었기에 진혁은 프라다가 완전히 위쪽으로 올라갈 때까지 수적들이 시선을 구울 병사들에게 돌릴 생각이었다.
구울 병사들이 소환되자, 피란체바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구울 병사들에게 서몬 버프를 걸어 주었다.
구울 병사들과 수적들이 싸움이 시작되자, 진혁은 프라다에게 서둘러 말했다.
“위쪽에 수적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니 서둘러 올라가자.”
진혁은 프라다에게 말을 하고는 급하게 뛰어올라갔다. 프라다는 그런 진혁의 뒤를 쫓아 올라갔지만 이미지 진혁은 언덕 위로 올라가서 수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헉, 헉······. 더럽게 빠르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프라다 역시 언덕 위로 올라가자마자, 마력검을 꺼내어 수적들과 싸웠다.
체에에엥!
검과 검이 마주치자, 손아귀가 저려오는 것을 느끼곤 인상을 썼다.
“이 저질 체력.”
프라다는 투덜거리면서도 수적들과의 싸움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프라다는 진혁을 만난 이후로 자신이 검사인지 마법사인지 헷갈리긴 하여도 이런 싸움의 방식이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니 재미가 있었다.
프라다는 수적이 내리치는 검을 들어 올려 막은 후에 다른 손을 뻗어 수적의 가슴에 가져가져다 놓았다.
“파이어 터치!”
화르르륵!
순간 불이 일어나며 수적의 몸에 옮겨 붙었고, 놈이 화들짝 놀라는 틈을 타서 손에 들고 있는 검으로 가슴을 향해 내리쳤다.
비록 검사 계열이 아닌 마법사이지만 그래도 성장시스템에 의한 캐릭터 스탯도 있고, 들고 있는 마력검에 자체 공격력도 있으니 300레벨이 넘는 수적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대미지는 줄 수가 있었다.
여기에 파이어 터치로 인한 공격으로 인해서 수적은 고통에 바닥을 뒹굴다 죽어버렸다.
다른 수적이 그 모습을 보고 프라다를 향해 사나운 기세를 뿜어내며 달려와 손에 든 도끼를 휘둘렀다.
체에엥!
도끼를 막는 손이 저릴 만큼 찌릿하였지만 프라다는 검을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뒤로 물러나며 마법을 사용하였다.
“파이어 볼!”
강하고 위력적인 마법이 아닌 순간 위기를 모면할 수 있도록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였다.
파이어 볼이 재차 공격을 하려고 하는 수적의 공격 타이밍을 빼앗자, 이번에는 프라다가 반격을 하였다.
체에에에엥!
검사가 아닌 탓에 검을 쓰는 모습이 단조로워 수적이 쉽게 프라다의 공격을 막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프라다의 진짜는 마법이었다.
“에어 볼!”
퍼어어엉!
바로 앞에서 터지는 에어 볼에 수적의 몸이 허공으로 부웅 뜨며 뒤로 튕기며 날아갔고, 이를 놓치지 않고 파이어 애로우가 날아가 수적에게 대미지를 주었다.
더블 캐스팅!
프라다가 5서클 마법사가 되면서 배운 마법 중 하나로 2서클 아래의 마법은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마법이었다.
프라다가 5서클의 마법사이니 3서클 마법까지는 더블 캐스팅으로 두개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프라다는 더블 캐스팅을 이용하여 몬스터와 싸우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마법사는 몬스터와 싸울 때, 강력한 한 방의 마법보다는 빠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에 능숙해야 자신이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진혁을 만나지 못하고 예전처럼 몬스터와 싸울 때, 탱커에서 몬스터를 맡기고 뒤로 물러나서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전투만 고수하였다면 게임을 접을 때까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진혁은 프라다가 싸우는 걸 힐끔 쳐다보았다. 이제는 제법 붙어서 잘 싸우는 모습이었다.
검과 마법의 연계가 편하게 보여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어들과의 싸움은 몰라도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문제가 없어 보이네.”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전투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지만 몬스터들은 아니었다.
자유도가 높다고 해도 일정한 패턴이 있으니 그 패턴을 이해하고 싸운다면 비슷한 레벨에서는 몬스터에게 당하지 않을 것 같아 보았다.
“처음에는 위태위태해 보이더니 노력을 많이 했나 보네.”
진혁은 수적들과 싸우면서도 여유가 있는지 프라다의 전투 방식을 잠시 살펴 본 후에 다시 자신의 전투에 집중을 하였다.
프라다도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구축해나가고 있지만 진혁 역시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중이었다.
지금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어 소환수는 피란체바에게 맡겼는데 간혹 자신이 직접 지휘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소환수를 이용해 무작정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통은 소환수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이게 하였다.
스켈레톤 병사보다 체력이 좋은 구울 병사가 탱커 역할을 하고, 스켈레톤 병사는 딜러 역할을 맡았다.
5서클 마법사라 매지션 소환수, 즉 마법을 사용하는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할 수는 없지만 6서클이 되면 매지션 소환수도 소환이 가능해진다. 그때가 되면 소환수들로 파티를 구성해서 몬스터를 사냥할 수도 있다.
진혁은 그때를 대비해서 나름대로의 전술 훈련을 시키는 중이었다.
피란체바 역시 그런 진혁의 마음을 읽었는지 자신이 소환수를 데리고 사냥을 할 때에도 소환수가 함께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려 싸우도록 하였다.
“진혁아, 놈들이 점점 몰려오는데.”
“일단 여기서 잡을 수 있는 놈들을 다 잡아. 산채에서 산적들과 싸워 봤잖아. 여기도 마찬가지일 거야. 일단 다 잡아.”
그 동안 산적들과 싸우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서 진혁은 외부에서 최대한 많은 몬스터들을 사냥한 후에 놈들이 수채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쉐이이이익!
화살이 진혁과 프라다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피란체바 궁수들을 붙잡아. 프라다는 놈들이 활 사정거리에서 벗어나서 싸워.”
진혁은 체력이 약한 프라다를 배려하여 뒤로 빠지게 한 후에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 궁수들의 표적이 되었다.
이것이 별 것 아닌 행동 같아 보여도 진혁이 모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임을 프라다는 산적들과 싸우면서 알게 되었다.
피란체바가 활을 쏘지 못하게 마법으로 방해를 한다고 해도 모두를 다 방해할 수는 없었다. 그 중에 화살 십 수발은 진혁을 향해 날아왔고, 진혁은 몽크의 패시브 스킬 중 하나인 마나 필링을 이용하여 화살이 어디서 어떤 방향으로 날아오는지 느끼고 움직임을 크게 가져가며 자리를 이동하여 피하곤 하였다.
마나 필링의 숙련도가 올라가면 제자리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 정도의 숙련도를 올리지 못하였기에 일단 자리를 피해 다니며 화살을 피하는 방법을 택했다.
진혁이 자리를 옮기자, 화살이 진혁이 있던 자리에 박혔다.
프라다는 궁수들이 나타나자, 마음이 급해졌다. 진혁의 피로도가 엄청나게 높다고 하여도 저렇게 크게 움직이면 그 피로가 빠르게 소모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그냥 평소에 하는 대로 해. 내 걱정 말고 네 걱정을 해.”
진혁은 프라다가 서둘려고 할 때, 소리쳤다.
“너도······.”
“피란체바가 궁수들을 다 잡아 줄 거야. 그러니 걱정 말고 네가 할 일을 해.”
진혁은 자신을 걱정 말고 할 일을 다 하라고 말을 하였다.
“너 죽어도 난 책임 안 진다.”
“죽으라고 신에게 빌어 봐라. 내가 죽나.”
그 말에 프라다가 피식 웃었다.
진혁은 화살을 피해 좌충우돌하며 수적들과 싸우면서 확실한 마무리보다는 여기저기 대미지를 주며 스켈레톤 병사와 구울 병사들이 마무리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스켈레톤과 구울을 노려!”
진혁을 향해 공격하던 궁수들이 스켈레톤과 구울 병사를 노리기 시작하면서 진혁은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궁수들을 마냥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다크 에로우!”
진혁도 화살에서 자유로워지자, 궁수들을 마법으로 궁수들을 공격하였다.
어둠의 화살들이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궁수들을 향해 날아갔다.
퍼어어엉!
궁수들은 어둠의 화살에 맞고 공격할 타이밍을 놓쳤고, 뒤를 이어 피란체바의 어둠의 화살도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들었다.
궁수들이 자리를 잡은 곳에 흙먼지가 일어났고, 진혁은 지체 없이 궁수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피란체바, 소환수들을 지휘해.”
“알았어.”
진혁은 소환수들을 피란체바에게 맡긴 후에 궁수들과 싸움을 하였다.
그 동안 배웠던 아크로바틱의 움직임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단순한 움직임은 화살의 표적이 될 수 있어 허공에서도 몸을 비틀거나, 꼬는 동작을 통해서 제대로 조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커억!”
진혁의 발이 궁수의 가슴을 때린 후에 그대로 뒤돌아차기로 한 번 더 대미지를 주었다.
마치 태권도의 화려한 발차기처럼 진혁의 발이 허공을 가르며 궁수들 사이에서 종횡무진 하였다.
도약 스킬로 인해서 높은 점프력과 긴 체공시간을 이용하여 변화무쌍한 동작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진혁이었고, 그 모습을 보는 프라다는 그저 감탄을 할 뿐이었다.
“정말 신나고 재미나게 싸우는구나.”
진혁이 몬스터와 싸우는 걸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막 흥분되는 것을 느끼곤 하였는데 이는 단순히 화려한 동작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자다운 박력과 강력한 충격에 의한 몬스터들의 리액션 궁합이 너무 잘 맞아 떨어져서였다.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스킬에 의존하여 강한 이펙트 효과가 넘쳐나는 전투는 가끔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아플 때가 있는데 진혁의 싸움은 보는 것이 즐거울 정도로 묘한 흥분을 가져다주었다.
“나도 몽크를 했어야 했는데.”
최근 프라다의 버릇이 하나 생겼는데 진혁과 함께 사냥을 할 때면 흑마법사, 혹은 몽크를 했어야 했다고 투정을 하는 것이었다.
이러다가도 다른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맺어 사냥을 할 때, 몽크 클래스의 플레이어가 몬스터와 싸우는 걸 보면 마법사 하기를 잘 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곤 한다.
궁수들은 마법사들보다는 체력이 강하지만 실상 그렇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그런 궁수들이 막강한 공격력을 지닌 진혁의 공격을 오랫동안 버티는 건 사실 무리였다.
그들 나름대로 견디고 버텨보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진혁은 주먹과 발을 이용하여 4연타, 5연타의 콤보 공격으로 궁수들을 단번에 제압하였다.
진혁은 스탯을 올리기 위해서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 연타 공격은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빠르게 이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진혁의 왼 주먹이 궁수의 갈비뼈가 있는 곳을 때리는 순간 오른 주먹이 동시에 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빠악!
고통이 찾아올 때쯤 진혁의 오른쪽 전강이가 궁수의 허벅지를 때렸고, 반대편 손이 다시 한 번 얼굴을 강타하며 강한 힘으로 짓눌러 땅바닥에 얼굴을 쳐 박아 버렸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타 공격에 궁수는 제대로 반항 한 번해 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이런 연타 공격에 체력이 약한 궁수들은 제 아무리 300레벨이 넘는 몬스터라고 하지만 견딜 재간이 없었다.
진혁이 궁수들을 처리해나가자, 소환수들이 화살의 방해를 받지 않고 수적들과 싸울 수가 있었다.
“하여간 대단하다니까.”
자신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은 진혁은 위험을 감수하며 처리하였다.
간혹 진혁은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걸 너무도 쉽게 해 내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런 걸 두고 재능을 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건 단순히 격투기 선수라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게임에 대한 이해와 센스가 필요한 거지. 나도 저렇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나고 즐겁게 싸울 수가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진혁은 격투기에 대한 재능이 있었고, 그쪽으로 지능도 상당히 뛰어났다.
물론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재능, 지능, 노력 이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기에 유도 세계 챔피언도 할 수 있었고, 종합격투기 무대로 옮겨서도 승승장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였다.
다만 진혁이 이러한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저 어떤 상대가 와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고,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얻는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을 하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뿐이었다.
진혁은 UFC 페더급 챔피언이 1차 목표이고, 챔피언이 되면 10차 방어전까지 성공한다는 것이 2차 목표였다.
그 이후에 다음 목표를 생각해 봐야겠지만 아마도 다음 목표는 현 페더급 챔피언인 루아 산체스가 세운 기록들을 자신의 기록으로 갈아치우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다가 정신을 팔고 있는 거야.”
진혁이 멍하니 있는 프라다에게 소리를 치자, 프라다는 피식 웃었다.
‘잘난 너를 보고 있지. 여기서 내 정신을 훔쳐갈 놈이 어디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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