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잡고 보자.
진혁은 엘리스 강의 AI인 엘리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한국에 들어가면 무엇부터 할지를 정리하였다.
“엘리스가 가르쳐 준 대로 한 후에 GC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한 번 봐야겠지.”
GC의 반응을 본 후에 그들과 계약을 파기하고 미국으로 가서 뮤라스와 계약을 할 생각을 하였다.
“사람을 쉽게 믿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GC가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네.”
진혁은 GC의 뒤통수에 짜증이 났지만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일단 한국에 들어가면 처리할 문제들이고, 여기에서는 인더스에 집중을 하자.”
진혁은 프라다가 구해 준 접속기를 이용하여 인더스의 세상에 접속을 하였다.
-인더스의 세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플레이어의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진혁.”
-진혁 님께서는 새로운 기기로 접속을 시도하셨습니다. 개인 정보 확인을 위해서 몇 가지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개인 정보를 시작으로 지문인식은 물론 홍채 인식까지 한 후에야 진혁은 인더스의 세상에 접속을 할 수가 있었다.
자신은 베록카 자작의 저택에서 파티를 즐긴 후에 그가 내준 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그대로였다.
방 한쪽에 어린 두 자매가 앉아 있었는데 진혁이 노예로 거두어들인 아이들이었다.
“내가 너무 늦게 일어난 것은 아니지.”
“아닙니다.”
“식사는 했어?”
“아직······.”
“그럼 우리 식사하러 가자.”
진혁은 두 아이를 데리고 베록카 자작의 저택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서 일을 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진혁을 보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다른 분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으셨나 봅니다.”
“어제 과음을 하신 것 같더니 오후가 되어야 자리에서 일어날 겁니다.”
“아, 그래요. 죄송한데 우리 식사를 좀 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식사를 챙겨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혁은 식당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아이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라오스, 부모님은 어떻게 되셨니?”
아이들은 고개만 숙일 뿐 대답하지 않았다. 진혁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부모에 관한 질문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저씨가 미안해. 우리 다른 이야기할까?”
진혁은 두 자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다른 질문을 하였다.
“라오스는 좋아하는 것이 있어. 가령 꽃이라든지, 인형이라든지 하는 거 말이야.”
“그런 거 안 좋아해요. 저는 아저씨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강한 사람?”
“네. 그래서 아네스를 지켜야 해요.”
진혁은 잠깐 생각하다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강하다는 의미가 많은 분야에서 다채롭게 적용이 되는 거란다.”
라오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강하다는 건,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그 마음만 잃지 않으면 누구나 강해질 수가 있단다.”
“그건 어른들이 하는 말이잖아요. 실제로는 안 그래요. 힘이 있어야 지킬 수가 있어요.”
진혁은 그 동안 라오스와 아네스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리 반응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구나. 그럼 라오스는 뭘 배워 강해지고 싶어?”
“머든요. 검술도 좋고, 흑마법도 좋고 정령도 좋아요. 우리 아네스를 지킬 수 있으면 뭐든 배울 거예요.”
진혁은 라오스의 확고한 의지로 인해서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설득을 할 자신도 없어 아네스에게 물었다.
“그럼 아네스는 뭘 배우고 싶어?”
아네스가 라오스를 한 번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공부하고 싶어요.”
“공부?”
“네. 엄마가 그랬어요. 많은 것을 알아야 힘이 생긴다고요. 아네스는 아직 어리고 배우는 것도 부족해서 힘이 없어요. 그래서 공부하고 싶어요.”
언니인 라오스보다는 현실적이었다.
“그래. 그러면 아저씨 집에 가면 아네스가 공부할 수 있도록 책을 많이 사 줄게.”
“정말요? 노예는 공부할 시간 없이 일만 한다고 그랬는데요.”
“그건 다른 노예들이나 그렇고, 아저씨는 달라. 아저씨는 노예들에게도 잘 해 주는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음식이 나왔다.
“자, 맛있게 먹자.”
“네.”
라오스가 아네스가 먹기 편하도록 챙겨주었다. 아네스는 그런 라오스의 행동에 익숙한 지 가만히 있다가 라오스가 손에 포크를 집어 주자, 그때서야 음식을 먹었다.
아네스가 음식을 먹는 걸 확인한 후에 라오스가 음식을 먹었다.
‘하는 걸 보면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일반인이 식사를 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였다.
‘사연이 있는 아이들인가? 알비스도 상인인가 그랬다고 그랬지.’
진혁은 함께 식사를 하면서 동생을 챙기는 라오스의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우리 식사한 후에 영지를 구경해 볼까?”
“네.”
“그래. 영지 구경하면서 맛있는 쿠키도 사 먹고 그러자.”
*
진혁은 아이들과 함께 영지를 다니며 이것저것 많은 구경을 하며 아이들 옷과 신발, 모자까지 사 갈아 입혀 주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목걸이며 팔찌와 같은 장신구는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옷가지를 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좋아하였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워프를 타고 루드산포드 백작령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온 진혁은 처음 자신이 산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사람을 들이기 잘 했구나.”
“여기가 아저씨 집이에요?”
“그래. 앞으로 라오스와 아네스의 집이기도 해. 들어가자.”
진혁이 두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자, 정원을 관리하던 알비스가 진혁을 보고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수고가 많으세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인데 수고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제가 집을 맡겼을 때보다 엄청 깨끗해졌는데요.”
“관리를 하다 보니··· 그런데······?”
알비스의 시선이 두 아이에게 향했다.
“오늘부터 함께 생활할 새 식구에요. 이쪽은 언니 라오스, 작고 귀여운 아이는 동생 아네스.”
“아, 반갑습니다. 저는 알비스입니다. 앞으로 편하게 알비스라 불러 주십시오. 아가씨들.”
“아닙니다. 저희도 아저씨의 노······.”
라오스가 말을 하려고 할 때, 진혁이 나서서 말했다.
“제가 대륙을 다니면서 알비스의 큰딸과 작은 딸도 찾아 볼 테니 이 아이들을 딸이라 생각하고 함께 잘 지냈으면 해요.”
“알겠습니다.”
“방을 안내해 주고, 예냐에게 말해서 아이들과 함께 시내로 나가서 필요한 것들을 사도록 하세요. 그리고 전 다시 페루산디스 영지로 가봐야 하니 아이들이 추가된 만큼 은행에서 생활비를 더 받아 쓸 수 있도록 해 놓을 테니 은행에서 생활비를 받아쓰세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바스를 비롯해서 라오스와 아네스가 공부할 수 있도록 알비스가 알아서 조치를 취해 주세요.”
“공부를 말입니까?”
“네. 당장 선생님이나, 혹은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공부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책을 사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켜보고 나중에 가능하다면 아카데미까지 보내어서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있도록 그렇게 할 터이니 일단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한 번 시켜 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오스와 아네스는 알비스와 예냐가 부모님이라 생각을 하고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네. 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래. 그럼 아저씨는 다녀올게.”
진혁은 두 아이를 알비스에게 인계를 하고 퀘스트 종료를 위해서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갔다.
*
“수고하였네. 자네의 이야기는 들었네.”
-퀘스트 베이스론 장로의 제안을 마칩니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쳐 보상으로 1레벨 업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얻습니다.
-베이스론 장로에게서 스킬북을 획득합니다.
“이걸 받게. 자네라면 이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일세.”
진혁은 베이스론 장로에게 받은 스킬북을 확인해 보았다.
아이템: 일루젼 스탭
설명: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잔상을 남기며 이동하며 상대에게 혼란과 방심을 유도할 수 있다. 숙련될수록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진다.
유효거리: 3미터
몽크, 아니 마법사, 정령사가 아닌 모든 클래스가 얻고자 하는 스킬 북으로 클래스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효과를 얻는 스킬들이 존재를 한다.
다른 스킬에 비해 일루젼 스탭과 같은 스킬은 고가에 거래가 되기도 하는데 단순히 스킬을 익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장에서 적과 싸울 때, 순간 이동처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목숨을 하나 더 가지고 싸우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감사합니다. 유용하게 사용하겠습니다.”
“자네 혹시 수적과 싸우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나?”
“딱히 이상한 점이라기보다 수적치고 너무 조직적이고, 수적의 우두머리는 웬만한 기사는 상대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그것이네. 수적들치고 너무 강하다는 것, 이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루다스 상인회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베이스론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크 엠버서더! 그 놈들이 수적과 산적을 이용해서 상인회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 같네.”
“루다스 상인회도 다크 엠버서더와 같은 라인이 아닙니까?”
“루다스 상인회를 부추겨 대륙을 손에 넣으려고 했던 계획은 300년 전에 실패를 하였네. 그런데 지금 와서 또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네.”
“그럼 왜, 상인회를······.”
“관심을 끌기에는 옛날의 세력을 등장시키는 것이 확실히 효과가 있지.”
진혁은 베이스론 장로의 말에 일리가 있다 생각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상인들에게 받은 퀘스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메인 퀘스트와 상관이 없는 건가?’
진혁은 자신의 퀘스트 창을 열어 진행 중인 퀘스트를 확인하였다.
‘선동꾼을 찾는 건 포기해야 하나? 이왕 하는 거 만나면서 상인들 정보도 얻고 싸움만 주구장창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컨텐츠도 좀 하고 그래야겠어.’
“그럼 상인회를 알아보기 보다는 다른 곳을 알아 봐야 할 것 같군요.”
“아니네. 상인회는 귀족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니 그들에 대해서 알아보면 자연스럽게 뒤에 숨어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들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네.”
“알겠습니다.”
“우리 길드에서도 최대한 알아보고 있으니 자네도 협조를 부탁하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네.”
진혁은 베이스론 장로가 연계 퀘스트를 주지 않음을 이상히 여겼다.
‘하나의 퀘스트를 끝내면 하나의 퀘스트를 줘야 정상인데.’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다음에 올 때,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네.”
진혁은 베이스론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에 그의 방을 나왔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여 이층 휴게실로 와서는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을 하였다.
“메인 퀘스트라면 다음 퀘스트가 없을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
진혁은 자신이 받은 퀘스트가 메인 퀘스트가 아닌 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그럴 리는 없을 테데.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장문의 퀘스트 설명을 하지 않았을 텐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왜, 연계 퀘스트를 주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 모르겠다. 스킬이나 익히자.”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을 즐길 만큼 답답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일단 하나하나 풀어 나가다보면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다.
-친구야!
2층 휴게실에서 쉬고 있는데 프라다에게서 시스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왜?”
-이제 나 퀘스트하는 거, 도와 줘야지.
“너, 퀘스트?”
-피르만 영지를 수탈하는 수적들 소탕하는 거 말이야.
‘아, 아직 수적들이 많이 남아 있지.’
이드라실 강은 일곱 개의 강에서 흐르는 물이 모여 큰 강을 이루었고, 그 일곱 개의 강 유역에 일곱 개의 영지가 있었는데 진혁이 베르언 수적단을 처리한 나스만 영지도 이 일곱 개의 강 유역에 인접한 영지 중 하나였다.
“수적들을 모두 소탕해야 다음 퀘스트를 주는 건가?”
진혁은 이렇게 생각을 하고는 프라다에게 말하였다.
“그럼 피르만 영지에서 볼까?”
-그래. 그렇게 하자. 참, 혹시 모르니까 너 배한 척 빌릴 수 있으면 배를 빌려서 와.
“배는 왜?”
-놈들의 섬까지 가서 수장을 잡아야지. 노예가 있으면 노예도 구출하고.
“그래. 알았어. 이왕 빌려 가는 거 큰 배로 빌려서 갈게.”
진혁은 프라다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이번에 나포한 함선들이 모두 자신의 소유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몬스터 특성으로 인해서 NPC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걸 알려봐야 좋을 것이 없기에 숨기는 중이었다.
-오케이, 그럼 영지에서 보자.
프라다의 목소리가 밝은 것을 보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래 수적부터 우선적으로 잡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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