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법사라는 걸 기억해
진혁은 마법의 효율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가 있었다. 마법의 위력 따위는 상관이 없었다. 마법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하였다.
자신이 익히고 있는 흑마법은 1서클, 2서클 마법으로 주로 상대에게 저주를 거는 마법이었다.
눈을 가리고, 공포심을 주고,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죽은 자에게서 생기를 얻는 일종의 보조 마법들이었지만 조금 전의 전투에서 그러한 마법들이 빛을 발하였다.
이건 몬스터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에게도 충분히 통하는 기술들이었다.
“내가 마법사라는 걸 기억해야 해.”
주먹질을 열심히하다보면 가혹 자신이 마법을 익혔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많았다. 그렇기에 마법보다는 주먹과 발을 이용한 싸움을 많이 하였는데 이번에 마법과의 연계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되었다.
“이곳에서 사령이 깃든 기운을 최대한 흡수해서 마법 서클을 올려야겠어. 물론 마법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고.”
진혁은 서큐버스를 때려눕힌 후에 쓰러진 놈들이 시체를 뒤졌다. 혹시나 떨어진 아이템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떨어진 아이템은 없었고, 금화만이 몇 개 반짝이고 있었다.
진혁은 금화를 주워 챙긴 후에 다크 리차지를 사용해 보았다.
-사령이 깃든 마력이 주변으로 모여듭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을 듣고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걸 느낌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직 마법적인 성취가 약해 일일이 다크 리차지를 사용해서 확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가지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쉽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지금은 현재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일단 이렇게 확인하면서 서클을 올리는 수밖에.”
진혁은 이곳에서 사령이 깃든 마력을 모두 흡수한 후에 이동을 하였다.
얼마가지 못해 또 다른 몬스터의 무리를 발견하였다.
사람의 몸통과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발이 개미처럼 여섯 개인 크래커터란 몬스터였다.
“처음 보는 놈인데.”
몬스터는 진혁을 발견하자, 빠른 속도로 진혁을 향해 진격해 왔다.
덩치는 호랑이나 사자와 비슷하였는데 발을 지탱하고 상체를 일으켜 세우니 3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큰 몬스터였다.
“다크니스!”
진혁은 놈에게 다크니스 마법으로 앞이 보이지 않게 만든 후에 놈에게 접근을 하였다.
크래커터는 앞이 보이지 않자, 사방으로 날뛰기 시작하였는데 놈의 발은 검보다 날카로워 단단한 지하실의 벽에도 흠집을 낼 정도였다.
“이런 놈이 많을 때는 컨퓨즈보다는 다크니스가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어.”
그러다 놈의 시야가 밝아져 행동을 멈추고 진혁을 찾기 위해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왼손을 뻗었다.
격투기에서는 보통 앞 손으로 견제를 하고 뒤 손으로 카운터를 넣는데 그처럼 왼손바닥을 펼쳐서 시야를 가린 다음 뒤 손 카운터인 오른손으로 놈의 얼굴을 향해 뻗었다.
주먹이 놈의 얼굴을 파고 들어가며 큰 충격을 주었고, 크래커터는 진혁의 힘에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전력을 다한 펀치 한 방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놈도 한 방을 견디지 못하는 것 보니 여기도 그리 높은 레벨의 사냥터는 아닌 것 같아.”
진혁은 사냥터 레벨의 기준을 몬스터가 전력이 담긴 주먹 한 방을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을 하였다.
진혁은 고요한 샘의 3층 던전에서 3층에 나온 몬스터와 네임드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자신의 전력을 다한 주먹을 견디는 몬스터를 보지 못하였다.
칼로파의 추정 레벨이 150에서 170레벨 사이라고 말은 많았지만 플레이어의 기준으로 5서클 마법사가 되려면 3차전직을 해야 하는 200레벨이 되어야 가능하였기에 NPC인 5서클의 리치마법사들 대부분은 200레벨 전후로 설정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고요한 샘의 지하던전 3층은 200레벨의 사냥터로 인더스의 세상에 공개가 되었기에 진혁이 칼로파의 거처를 나와 3층을 클리어한 후 고요한 샘의 지하 3층 던전을 나왔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그의 스탯은 200레벨을 넘겼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그런 그가 80레벨에서 100레벨의 사냥터에서 아이템을 풀 착용을 하고 사냥을 하니 주먹 한 방을 견디는 몬스터가 드물었다.
“아이템을 벗을까?”
진혁은 혹시 몰라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아이템을 벗어도 될 것 같았다.
“일단 악세는 하고 아이템만 벗자.”
진혁은 착용한 아이템 중에서 두 개의 반지만을 착용하고 신전 2층을 돌아다녔다.
방어구를 벗었지만 높은 체력과 맷집으로 인해서 몬스터의 공격에 큰 대미지는 입지 않았다.
다수로 우르르 몰려 왔을 때는 긴장할 정도였지만 그렇지 않고 세 마리, 네 마리 정도 모여 있는 몬스터는 아이템 없이도 충분히 사냥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진혁은 이곳의 몬스터 레벨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가 있었다.
“타아앗!”
내지르는 창을 손으로 비스듬히 쳐낸 후에 한발 앞으로 크게 이동하여 붙으며 팔꿈치로 상대의 턱을 갈겨버렸다.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그 자리에서 무너지는 구울은 다시금 일어나려고 하였지만 진혁의 발이 더 빨랐다.
퍼어억!
발등에 제대로 걸리자, 단단한 구울의 몸통도 견딜 수가 없는지 터져버렸다.
파테우스가 알려준 단련법은 진짜였다.
플레이어들의 비웃음을 들어가며 단련했던 손과 발의 성과를 눈으로 확인을 할 수가 있으니 더욱 힘이 났다.
뿐만 아니라 그가 준 스킬 역시 대단하였다.
비록 위력이 강력한 액티브 스킬은 아니지만 마력을 손과 발에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니 몬스터에게 주는 대미지가 더 상승한 것 같았다.
단련과 마력!
상태창의 수치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이 둘의 조합은 실제로 몬스터에게 두 배는 상승된 대미지를 주는 것 같았다.
구울 한 마리가 제법 먼 거리에서 팔을 휘둘렀다. 놈의 팔이 고무줄처럼 늘어나 진혁을 향해 날아왔다.
구울은 움직임이 느리지만 이런 공격속도는 움직임에 비해 빨랐다.
진혁은 고개를 젖혀 공격을 피한 후에 그 자리에서 도약하여 플라잉 니킥으로 공중에서 얼굴을 차고 바닥으로 내려선 다음 충격에 뒷걸음질 치는 놈의 가슴을 향해 뒤돌려차기를 사용해 발을 강하게 뻗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구울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남은 두 마리의 구울 전부를 처리한 후에 진혁은 흡족해 하는 미소를 지었다.
“파테우스가 자신의 수련법에 자신하는 이유를 알겠어.”
진혁은 자신의 손과 발을 내려다보았다.
“상태창!”
나지막하게 말하자,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름: 진혁 *레벨: 50레벨
*직위: 모험가 *클래스: 다크 피스터
*피로감: 7,000/7,000
*체력: 5.000/5,000
*사령이 깃든 마력(흑마력): 2.500/2.500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니 마나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착용하고 있는 두 개의 반지로 인해서 마나소모양이 줄고, 마나도 채울 수가 있으니 사냥하면서 마나가 부족해질 염려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괜찮은데.”
굳이 스킬을 익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스킬은 있어야지.”
지금은 약한 상대를 만나 싸우니 스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스킬이 필요할 것이니 사용치 않아도 익혀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아무렴 사용치 않아도 익혀두는 것이 좋지. 사람일은 어찌될지 모르니까.”
*
“헉··· 헉······.”
진혁은 거친 숨을 내쉬며 몬스터가 가득 쓰러져 있는 방안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기대어 잠깐 쉬고 있었다.
“2층이 1층보다 두 배는 넓고 몬스터가 더 많은 것 같아.”
진혁은 몬스터들과 원 없이 싸울 수가 있었는데 한 가지 불만이 생겼다.
레벨 업!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경험치를 축적하였지만 전직을 하지 못하여 온전히 스탯을 얻을 수가 없었다.
축적한 경험치를 스탯 1개와 맞바꾸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금 현재로서는 다크 피스트에 대한 전직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니 이 또한 문제이기도 하였다.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일단 할 수 있는 일에 집중을 하자.”
진혁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방을 나섰다.
-베니스 신전 지하 2층에 있는 몬스터를 모두 소탕하십시오.(0/10)
진혁은 시스템 알림에 피식 웃었다.
“이 열 마리 중에서 네임드 몬스터가 있단 말이지.”
진혁은 지도를 오픈하여 자신이 가보지 못한 곳을 확인을 하였다.
“가깝네. 그래도 명색에 네임드 몬스터이니 방어구는 착용하는 것이 좋겠지.”
진혁은 방어구를 착용하고 활짝 웃었다.
“이번에도 룬 석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1층에서도 룬 석을 두 개 먹었으니 이번에도 살짝 기대를 하였다.
진혁은 지도의 어두운 부분을 찾아 움직였다.
몬스터가 있는 곳에 접근을 하니 무엇인가 빠르게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
서큐버스였다.
진혁은 서큐버스를 보고 뒤로 빠지면서 그녀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예측을 하였다.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마비침으로 공격한 후에 타오르는 꽃이라는 요상한 스킬로 자신에게 달라붙어 생기, 즉 체력을 빼앗아 가려고 할 것이라 생각하고 움직였다.
진혁이 뒤로 빠지는 순간 서큐버스가 입을 벌렸다. 예상대로 서큐버스의 공격이 진행이 되었다.
좁은 공간보다는 넓은 공간을 찾은 진혁은 서큐버스가 쏘는 마비침을 위빙 동작으로 피하며 접근하여 왼손으로 왼쪽 갈비뼈가 있는 곳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쿠에에엑!”
서큐버스의 비명이 감옥 안에 울려 퍼졌고, 그 소리에 반응하여 다른 서큐버스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진혁은 손을 뻗어 서큐버스의 목을 움켜잡고는 그대로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머리가 바닥에 강하게 부딪치면서 또 한 번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입을 향해 주먹으로 내리쳤다.
서큐버스의 몸이 불타오르며 그 자리에서 재가 되어 사라졌다. 다른 몬스터들은 사체를 남기지만 유독 서큐버스는 이렇게 불타오르며 사라졌다.
인더스 베타 테스트 시절 남자 플레이어들이 여자 몬스터를 능욕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인더스 기술 개발자들은 여자 몬스터, 여성 플레이어들이 죽게 되면 이렇게 사라지게 만들었다.
당연히 그 당시 몬스터를 능욕하였던 남자 플레이어들은 모두 영구 자격 정지를 당해서 돈이 많아도 게임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고,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게임 스트리밍을 전문으로 하는 플레이어들의 방송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쯤에서 각설하고······.
진혁은 자신을 향해 몰려나오는 서큐버스들을 보았다. 다수의 서큐버스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떨어져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사방에 쏟아지는 마비침에 한 발은 걸릴 테고, 마비가 되어 있는 동안 우르르 몰려와 자신에게 달라붙어 생기를 흡수하면 위험해지는 건 순식간이란 걸 한 번 경험을 해 보았다.
진혁은 그녀들이 날아오는 곳으로 내달리며 옆의 벽을 박차고 앞으로 도약을 하여 허공에서 세 번의 발차기를 하고 바닥으로 내려섰다.
퍽. 퍽. 퍽.
앞선 세 마리의 서큐버스가 충격에 뒤로 밀려났고, 진혁은 바닥으로 내려서지 마자, 한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격투기 무대에서는 자주 쓸 수 없지만 프로레스링 무대에서는 가끔 보이는 스피어라는 기술이었다.
“쿠에엑!”
진혁의 어깨가 그녀의 복부를 강타한 후에 함께 바닥으로 넘어졌는데 서큐버스의 머리가 바닥에 강하게 충돌하여 이차 대미지를 주었다.
진혁은 다른 서큐버스가 자신을 공격하기 전에 함께 쓰러진 서큐버스의 배위로 올라타 양손 주먹으로 얼굴을 사정없이 갈렸다.
서큐버스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불꽃처럼 타오르며 소멸되었다.
파아아앗. 팟 팟 팟.
진혁이 몸을 앞으로 굴러 피하자, 그가 있던 자리에 마비침이 날아와 박혔다.
진혁은 생각할 것도 없이 가장 가까운 서큐버스를 향해 접근하였다. 서큐버스는 날갯짓을 하며 달아나려고 하였지만 진혁의 손이 더 빨랐다.
진혁은 그녀의 뒷목을 잡고 몸을 돌리며 다른 서큐버스들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쿠에에에엑!
마비침이 날아와 서큐버스의 몸에 박히자, 비명을 질렀다. 진혁은 뒤에서 팔로 목을 감아 강하게 힘을 주었다.
격투기 기술 중 하나인 리어 네이키드 초크라는 기술이었다.
뒤에서 상대의 목, 경동맥을 강하게 압박하여 뇌로 전달되는 피를 차단시켜 상대를 기절시키는 기술로 알려진 이 리어 네이키드 초크는 사람이 곰, 사자, 호랑이와 같은 맹수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술 중 하나이기도 하였다.
진혁은 여기에 강하게 서큐버스의 머리를 앞으로 밀어 조르기의 강도를 더 높였다. 그러자 얼마가지 않아 서큐버스는 불꽃처럼 타올라 사라졌다.
순식간에 세 마리의 서큐버스를 상대한 진혁은 또 다른 먹잇감을 향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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