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이 깡패? (2권 마지막 이야기)
호이비네 산적단의 산채 위치가 알려지면서 플레이어들이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 호이비네 산적단의 산채를 찾아 움직였다.
호이비네 산적단의 산채는 펠리 전진기지와 다소 거리가 있지만 거대길드의 사냥터 통제에 지친 플레이어들이 호이비네 산적단의 산채를 찾아 이동을 하여 사냥을 하며 레벨 업을 하였다.
호이비네 산적단의 산적들은 시스템 알려준 것보다 조금은 강한 느낌이 있었지만 사냥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펠레 전진기지와 거리가 조금 있다는 것인데 거대길드와의 다툼을 생각하면 나쁘지만은 않았다.
“여길 찾은 플레이어는 누구야? 경험치 엄청 좋은데.”
“그러게. 그런데 최근에 파이어 길드와 싸운 진혁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지?”
“소문에 의하면 파이어길드한테 당해서 접었다는 말이 있던데.”
“그래?”
“몰라. 그런 소문이 있던데.”
“설마, 파이어 길드를 개박살 냈던 플레이어인데 당했을까?”
“그건 나도 몰라. 분명한 건 진혁 플레이어와 싸우던 파이어 길드가 거대길드에게 제대로 당해 쫄딱 망해버렸다는 거지.”
“쌤통이지.”
펠리 전진기지의 주변 저레벨의 사냥터를 통제하기 위해서 움직였던 파이어 길드는 최근 베니스 신전의 지하 사냥터에서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룬 석이 나온다는 소문으로 인해서 거대길드들이 베니스 신전의 지하 사냥터를 독점하기 끼어들었다.
거대 길드 간의 싸움에서 어중간한 파이어 길드가 박살나면서 통제를 하고 있던 다른 사냥터들까지 거대길드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로 인해서 파이어 길드의 길드원 중 고레벨에 속하는 플레이어들은 길드를 탈퇴하고 다른 거대길드로 옮겨가면서 길드의 힘이 약해졌고, 인원이 계속해서 줄어들어 중형길드가 아닌 소형길드 전락을 해 버렸다.
고레벨의 길드원이 나가고 소형길드로 전락하자, 그동안 괴롭힘을 받았던 플레이어들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파이어 길드의 플레이어들을 괄시하면서 길드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온 것이다.
만약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면 파이어 길드는 더 큰 길드로 성장을 할 수 있겠지만 진혁이라는 플레이어 한 명을 인해서 망해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거대길드가 여기도 통제하려고 하겠지?”
“글쎄. 거대길드라고 해도 인원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다 통제하지는 못하겠지. 여기에 특별한 아이템이 나오지 않은 이상은 다른 지역에 집중을 더 하지 않을까? 이동하는 것도 만만치 않으니까.”
“그럴까? 진혁 플레이어와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그들과 싸워 줬으면 좋겠는데.”
“네가 싸워보지?”
“난 약하잖아. 이제 104레벨인데. 고레벨들과 어떻게 싸워. 레벨만 높으면 나도 싸우고 싶다. 솔직히.”
레벨 업을 하는 게임에서는 레벨이 깡패였다. 한때 ‘그 레벨에 잠이 오냐?’는 말로 많은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을 병신 취급했던 일화는 아직도 레벨업을 하는 게임에서는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그렇지. 때거지로 몰려와서는 저레벨들이나 괴롭힐 줄 알지. 고레벨들에게는 찍소리도 못하잖아.”
“레벨이 깡패라고 어쩔 수 없지. 꾹 참고 레벨 올려서 나중에 복수 해 줘야지.”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은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하였다.
“온 김에 사냥이나 열심히 하자.”
함께 플레이를 하는 친구들은 조금은 버거운 감이 있지만 나름 만족하며 산적들과 싸우면서 경험치를 조금씩 얻을 수가 있었다.
“어? 포션 나온다.”
산적이 죽으면서 떨어뜨린 아이템 중에서 간혹 체력과 마나를 채워주는 포션이 드랍이 되었는데 플레이어들에게는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이런 포션 아이템은 사냥의 지속력을 올려 줄 수 있기 때문에 레벨 업을 하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가 있었다.
친구들은 일단 드랍되는 포션을 탱커 역할을 하는 친구에게 몰아주었다.
“좋아. 달려 보자. 광포한 외침!”
산적들을 향해 도발을 거는 탱커는 두 발에 힘을 주고, 방패를 앞세우며 몰려오는 산적들을 향해 눈을 반짝였다.
“조금만 더 기다려!”
어그로가 친구들에게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잠시 동안 산적들을 막던 플레이어가 자신에게 완전히 몰렸음을 확인한 후에 친구들에게 외쳤다.
“공격해!”
공격이라는 말에 친구들이 산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였다.
퇴근해서 잠깐 동안 게임을 즐기지만 이 시간만큼은 즐거웠다.
“이 새끼, 우리 회사 부장님처럼 생겼네.”
“이놈은 우리 사장이란 똑같이 생겼는데.”
직장 상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인더스의 세상 안에서 확실하게 풀며 내일을 충전하는 이들이었다.
*
진혁은 누비아 마르틴과 시합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그의 시합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잘하네.”
레슬링을 베이스로 하는 그래플링의 경기 운영은 수준급이었다.
“저걸 조심해야겠네.”
원투 스트레이트 공격에 이은 발차기, 상대가 피하려고 뒤로 물러나면 몸을 숙여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와 한쪽 발을 낚아채며 중심을 무너뜨린 후에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상대를 넘어뜨리고, 곧바로 상위포지션을 잡는 동작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저런 건 방어 훈련을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텐데.”
알고 있어도 당하는 기술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이유는 불식간에 기술이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또한 상대가 자신을 파악하였다고 생각하고 일련의 동작들을 역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알고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진혁은 누비아 마르틴의 시합 영상을 몇 가지를 살펴보며 그의 버릇 같은 걸 찾아보았다.
몸을 쓰는 운동은 이성보다는 본능에 더 충실하다. 오랫동안 훈련과 시합을 통해서 몸에 각인된 버릇이나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 타격은 프래플링으로 가기 위한 페이크이고, 그래플링을 통해서 상대를 압박하고, 지치게 만드는 스타일인데. 쉽지 않겠는데. 상호 형이 뭐 좀 알려 주려나.”
분석가인 최상호는 진혁과 달리 상대의 움직임을 통해서 어떠한 기술들이 나오고, 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 사소한 것에도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구별해 낼 수가 있었다.
“눈으로 마르틴의 움직임만을 익혀두자.”
분석이라는 것이 하루 만에 끝날 일이 아니니 눈으로 익히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상대를 파악하기로 하였다.
진혁은 마르틴의 영상을 본 후에 간단하게 식사를 챙겨 먹은 후에 인더스에 접속을 하였다.
*
진혁은 케인 상단을 호위하며 루벨스 산을 넘는 도중에 라이칸스로프를 만났다.
보통 라이칸스로프라고 하면 웨어울프, 즉 늑대인간을 말하지만 늑대인간 외에도 드물게, 웨어 타이거, 웨어 베어와 같은 몬스터도 존재하였다.
“녹스, 피퍼, 짐수레와 말을 보호해. 디크, 롬벨은 우측, 자네는 좌측을 맡아 주게. 나머지는 정면을 맡는다. 좌, 우측은 무리해서 상대하지 말고 견뎌.”
이에스는 빠르게 명령을 내렸고, 용병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상단주인 케인은 드레인의 도움을 받아 수레 위로 올라가 엎드렸고, 드레인은 수레 근처를 떠나지 않았다.
나타난 라이칸스로프는 맛있는 먹이를 발견한 눈으로 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혁이 맡고 있는 왼쪽으로 달려오는 두 마리의 라이칸스로프는 허공으로 도약하여 진혁을 향해 떨어지며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진혁은 그런 놈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낸 후에 손을 움직여 목을 움켜잡았다.
-호칭 ‘늑대와의 춤을.’ 효과가 적용이 됩니다.
늑대종족에 한해 공격력 1%, 방어력 2% 상승효과를 얻는 호칭이 적용되었다.
공격력 1%, 방어력 2%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싶어도 레벨에 비해서 스탯이 높은 진혁에게는 10레벨 이상의 스탯포인트를 얻은 스탯을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가 있었다.
“쿠에에엑!”
목을 잡고 주먹으로 배를 사정없이 때린 후에 목을 비틀어 버리자, 그 자리에서 주저앉으며 쓰러졌다.
‘레벨로 치면 120레벨 정도?’
진혁은 고레벨의 플레이어들과 많이 싸워 보았기에 자신에게 들어오는 대미지를 확인하면 상대의 레벨을 대충 추측할 수가 있었다.
동료가 쓰러지자 날카로운 손톱을 이용해 공격해 오다 도약하여 진혁의 목을 노리고 날카롭게 번뜩이는 이빨을 드러내었다.
진혁은 그런 라이카스로프의 모습에 주눅이 들기보다는 오히려 이빨을 드러낸 입을 향해 주먹을 쥐고 뻗었다.
진혁의 주먹이 라이칸스로프의 날카로운 이빨을 부셔버리고 입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쿠어억··· 쿠억······.”
숨을 헐떡이는 놈의 혀를 잡고 당기면서 입속으로 들어갔던 팔을 빼자, 놈은 더욱 고통스러워하였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 싫은지 진혁은 놈의 혀를 뽑아버린 후에 한 번 더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빠악!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뒤로 벌러덩 넘어져 뒹구는 라이칸스로프가 고통을 호소하여 하늘을 향해 길게 울음을 울었다.
“놈이 울지 못하게 막아야 해!”
이에스가 소리치자, 진혁이 하울링을 하고 있는 놈을 향해 달려갔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놈의 하울링을 시작으로 라이칸스로프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길게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이에스가 당혹해하자, 진혁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리 당혹해 하시는 겁니까?”
“놈들이 동료들을 불렀네. 하울링은 동료들을 부르는 소리이네.”
진혁은 살짝 눈을 좁혔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놈들이 오기 전에 이놈들을 처리하고 자리를 떠나야 하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할 것이네.”
용병들은 하울링을 하고 있는 라이칸스로프를 보며 무척이나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눈에는 언뜻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내비치고 있었다.
“그럼 모두를 데리고 이곳을 먼저 떠나세요. 전 놈들을 최대한 막은 후에 뒤따라가겠습니다.”
“그건 안 될 말이네. 혼자서는 위험하네.”
“함께 있어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리고 혼자 싸우다 안 될 것 같으면 도망치면 되지만 함께 싸우면 그럴 수가 없으니 서로가 위험에 처할 뿐입니다.”
“자네······.”
“제 걱정은 마시고 일단 이곳을 빠져 나가세요. 곧 뒤쫓아 가겠습니다.”
진혁의 말에 모두가 감동을 하였다.
“알겠네. 조심하게. 반드시 뒤쫓아 오게.”
“그리하겠습니다.”
진혁의 말대로 용병들은 상단의 상품과 케인을 보호하며 현장을 떠났고, 진혁이 홀로 남아 라이칸스로프를 상대하였다.
“헬스, 샤프, 헤이스트!”
진혁은 자신의 몸에 버프를 건 후에 죽은 라이칸스로프에게 레이즈 스켈레톤 폰 마법을 사용하였다.
가죽과 살이 썩어 들어가며 뼈만이 남자, 곧 붉은 안광을 들어내며 해골이 일어났는데 인간의 두개골이 아닌 늑대의 두개골을 한 스켈레톤 병사였다.
“놈들을 죽여라.”
명령이 떨어지자, 스켈레톤 병사가 움직였다. 스켈레폰 병사의 날렵함을 보면 산적들보다 두 배는 빠른 모습이었다.
그 대신 공격력과 방어력이 약한 편이었지만 이건 상대 라이칸스로프 역시 마찬가지이니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죽은 시체가 가진 특성이 적용되어 스켈리톤 병사에게 적용이 되는구나.”
진혁은 자신이 소환을 하는 스켈레톤 병사의 특징을 알게 되었고, 죽은 시체라고 하여 아무나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특성에 맞게 소환을 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몬스터의 특성도 잘 파악해 둬야겠다.”
하울링을 마친 라이칸스로프가 진혁을 향해 움직였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빠른 몸놀림으로 진혁의 시선을 교란해 보려고 하지만 마나필링으로 인해서 라이칸스로프의 움직임을 대충 느낄 수가 있었기에 진혁은 침착하게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는 기운을 느끼고 그들의 공격을 피했다.
진혁의 우측 사각지대를 파고 들어와 옆구리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는 라이칸스로프의 공격을 느낀 진혁은 다리를 꼬아 몸을 비틀며 주먹을 뻗었다.
진혁의 주먹과 라이칸스로프의 손톱이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라이칸스로프의 팔이 부서지며 뼈가 드러났다.
진혁은 꼬았던 다리를 풀며 돌려차기로 라이칸스로프의 턱을 날려버린 버린 후에 몸을 굴러 옆에 있던 다른 라이칸스로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허리쯤의 가죽을 움켜잡은 후에 당기면서 다른 손으로 발을 잡아당기자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가버렸다.
합기도와 유도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술인데 알면 방어하기 쉽지만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기술이었다.
라이칸스로프가 넘어지자, 진혁은 잡고 당겼던 발의 발목을 힘껏 비틀어버렸다.
“쿠에에엑!”
비명이 터져 나오자, 시끄럽다는 듯 진혁은 발로 놈의 얼굴을 밟아버렸다.
놈이 숨통을 끊어 버린 후에 스켈레톤 병사와 싸우고 있는 라이칸스로프들을 향해 던졌다.
“커프스 익스플로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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