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하나
진혁은 루드산포드 백작령을 떠나 두라스 왕국의 수도인 두라스로 향했다.
루드산포드 백작령은 두라스 왕국의 남쪽에 있는 영지라 수도로 가기 위해서는 6개의 도시를 지나 3개의 백작령과 2개의 후작령, 그리고 하나의 공작령을 지나야 했다.
많은 도시와 영지를 지나야 하니 수도인 두라스로 가는 동안 많은 모험을 할 것이고, 그런 가운데 두라스 왕국에 두세 명이 존재한다는 고서클의 흑마법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곧장 수도로 향하는 것보다는 천천히 움직이며 고서클의 흑마법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요량이었다.
루드산포드 백작령을 떠나 처음으로 들어간 도시 일야드에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루드산포드에서 전직을 한 플레이어들이 수도로 방향을 잡고 가는 길에 들리는 첫 번째 도시였기에 일야드는 늘 플레이어들도 가득하였다.
이들은 식당이나 카페와 같은 곳에서 자신들의 모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였는데 진혁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보가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이번에 길드 창설하는 게 가능하게 되었잖아. 어떻게 할 거야? 길드 만들 거야?”
“길드 창설 비용만 10만 골드라고 하잖아. 그리고 길드인원이 최소 10명은 되어야 하잖아.”
인원 10명은 어떻게 해서든 모을 수가 있겠지만 문제는 창설비용 10만 골드였다.
길드 창설비용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단 하나, 무분별하게 길드가 난립하여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싸우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물론 길드를 창설하지 않고 길드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서로 게임을 즐기면 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었다.
길드 창설이 제한되었던 이전이라면 그들이 활동하도록 내버려 두었지만 길드 창설이 가능해지면서 기존의 클래스 길드와 연계하여 더 많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에 길드 창설을 하지 않고 길드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이 대외적으로 활동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전처럼 길드를 창설하지 않고 저레벨의 사냥터를 통제하려고 하면 아무리 인원이 적은 길드라고 하여도 각 마을, 도시의 클래스 길드의 도움을 받아 그들과 싸울 수가 있게 되어 아무리 고레벨이 많이 포함이 되어 있어도 길드를 만들지 않고서는 이전처럼 활동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일부 이전의 거대길드는 조금씩 돈을 내던가, 혹은 한 사람이 비용을 모두 내어 길드를 창설하고 우선적으로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을 위주로 길드원을 받아들여 길드 활동을 시작하였는데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그런지 길드원과 일반 플레이어들 간의 사소한 문제들이 조금씩 발생하고 있었다.
길드는 처음 하급 길드부터 시작하는데 30명으로 인원이 제한되어 있었다.
30명의 길드원들이 길드 활동을 통해 명성을 얻어 요건을 충족시키면 중급 길드로 성장을 할 수가 있는데 중소형 길드는 50명, 중중형 길드는100명의 길드원을 모집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길드가 성장하면서 모집 인원을 조금씩 늘릴 수가 있었는데 명성을 얻어 대형 길드로 성장을 하면 최고 500명까지 길드원ㅇ르 모집할수 있도록 설정이 되어 있었다.
진혁은 한쪽에서 길드 이야기를 하니 잠시 귀를 기우렸다가 이내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에피소드 다크 앰버서드의 침공이 업데이트 된 이후 플레이어들의 활동이 이전과 달리 활발해졌다.
거대한 음모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을 꿈꾸는 플레이어들이 왕국의 곳곳을 다니며 음모의 주체를 찾아 분주하게 다니고 있어서였다.
-심심해.
피란체바는 진혁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는데 다른 플레이어들은 피란체바를 볼 수가 없었다.
빛을 반사시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도록 해 놓았기 때문이다.
-진혁, 우리 싸우러 안 가?
“글쎄. 다니다 나쁜 놈들을 만나면 싸우겠지만 지금은 딱히 나쁜 놈들을 만날 수가 없으니 싸우는 건 조금 있다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 그럼 난 정령계가서 정령들이랑 놀다 올게. 빛의 정령이 나보고 마법도 못한다고 놀렸거든. 가서 확 잡아먹고 와야겠어.
“알았어. 하지만 너무 심하게 다투지는 마.”
-빛의 정령은 괜찮아. 나의 유일한 친구이니까 나의 투정을 잘 받아주거든.
“그래?”
-응, 숲의 정령이나 동물의 정령은 재미가 없어. 또 별의 정령은 무서워서 피란체바가 말을 잘 못 걸어.
피란체바가 언급을 한 정령들은 일반 정령이 아닌 엘리멘탈 정령들 중에서 5대 정령에 속하는 정령들이었다.
“별의 정령이 그렇게 무서워?”
-응. 강하기도 한데 성격도 고약해. 그리고 피란체바가 제일 싫어하게 생겼어.
“어떻게 생겼는데?”
-그러니 별의 정령은······.
피란체바가 별의 정령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그를 무서워하기보다는 그와 말을 많이 안 해 봐서 어색한 관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구나. 그럼 내가 별의 정령을 만나면 우리 피란체바에게 잘해 달라고 부탁을 해 볼게.”
-응, 꼭 그렇게 말을 해 줘. 그럼 난 정령계에 놀려간다.
“그래. 다녀와.”
피란체바가 정령계로 돌아가자, 진혁은 피식 웃었다.
“문제는 나인데 고위 흑마법사를 어디서, 어떻게 찾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깊게 고민을 해봐야 했다. 전직을 할 수가 없으면 레벨 업을 하지 못한다.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경험치를 축적해도 스탯 포인트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고위 흑마법사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찾아가기 어렵더라도 어떻게 찾아가면 되겠지만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 조금은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300레벨의 플레이어가 나온 이상 자신 역시 레벨 업을 하여 더 좋은 아이템을 장착해야 하는데 흑마법사를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고, 또 고위 흑마법사를 찾는다고 해도 그가 자신을 개조해 줄지 그게 의문스럽기도 하였다.
“그럴 바에는 드래곤을 찾아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인더스의 세상에는 7대 보스 몬스터라고 하는 극강의 존재들이 자신들의 은신처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는 중이다.
지천사 가르나다엘.
타락천사 루마산다엘.
투마족 이르가.
요마족 베르나실.
골드드래곤 이카루스.
레드 드래곤 프랑트마구르.
그린 드래곤 네스피트로.
이들 7대 보스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은 알려져 있기에 찾아가려면 얼마든지 찾아갈 수가 있었다.
물론 이들을 만나기 전에 이들의 레어를 지키는 가디언들에게 두들겨 맞아 죽을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있으니 찾아갈 수는 있지만 자신을 개조해 줄 고위 흑마법사는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니 그냥 드래곤을 찾아갈까 하는 생각도 하였다.
“단서라도 될 만한 것이 있으면 어떻게 방향을 잡고 움직여 볼 텐데 단서를 잡을 만한 것이 없으니···, 아, 이번 업데이트 목록에 정보길드가 생겼다는 말이 있던데. 정보길드를 이용해 볼까?”
정보길드를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메인 퀘스트에 관한 정보도 얻어야 하니 일단 정보길드를 찾아가서 몇 가지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진혁은 정보 길드가 어디 있는지 읽어 보았던 업데이트 목록을 떠올렸다.
“정보 길드는 백작령 이상에 있고, 정보길드는 하얀 까마귀 길드와 검은 까마귀 길드가 있다고 그랬지.”
왜, 두 개의 정보 길드가 존재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흑백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 좋은 쪽 정보와 나쁜 쪽 정보를 구분하여 전달하는 것은 아닐까 짐작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고, 수도로 향하면서 다음 백작령에 도착하면 정보길드에 들러 몇 가지 물어 보자.”
진혁은 생각을 정리한 후에 음식을 먹으며 식당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플레이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
진혁은 인더스의 접속을 해제하고 나왔다. 그런 후 간단하게 끼리를 때우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야채와 닭가슴 살이 눈에 들어왔다.
“시합도 끝났는데 이건 아니지.”
진설은 주방의 찬장 문을 열어 그곳에 넣어 둔 라면 두개와 참치 캔 하나, 그리고 스팸을 한통 꺼내었다.
시합이 잡혔을 땐 이렇게 먹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지만 당분간 시합이 없을 테고, 한 끼 정도는 먹어도 상관이 없으니 유트뷰 먹방을 보며 먹고 싶은 걸 먹어 볼 생각을 하였다.
“물 붓고, 참치 넣고, 스팸 넣고··· 아, 김치도 조금 넣어야지.”
진혁은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어 가위로 대충 자른 후에 냄비에 넣고 끊어 오르기를 기다렸다.
물이 끓어오르자, 스프를 넣고 라면을 넣고 익기만을 기다렸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번 먹어보니 조금 짜다는 생각에 물을 더 추가하였다.
“여기가 액젓 같은 걸 한 숟가락 넣는 것 같았는데.”
요리를 취미로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혼자 자취하는 사람 중에 그것도 남자가 이런저런 양념을 사 놓을 리 없으니 여기에서 만족을 해야 했다.
“다 되었다.”
진혁은 유트뷰에서 본 것처럼 면을 먼저 건져낸 다음 냉장고에서 계란을 두 개 꺼내어 국물에 깨뜨려 넣은 후에 잠시 동안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군침이 목 안으로 넘어가는데 보고 있으니 절로 기분이 좋았다.
“이래서 맛있는 음식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요리를 못하는 자신이 끓인 라면이지만 라면은 맛이 없을 수가 없으니 너무 기대가 되었다.
국물에 넣은 계란이 대충 익은 것 같아 건져 놓은 라면 그릇에 부었다.
“나도 유트뷰 크리에이트 할까? 그럴싸한데.”
진혁은 스스로 만족을 하며 식탁에 앉아 한 젓가락을 먹어 보니 너무 맛이 있어 활짝 웃었다.
“이건 절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지.”
김치를 얹어 스팸 햄과 같이 먹으니 천국에 온 그런 기분이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먹다,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릇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는 진혁이었고,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을 마시자, 참치과 스팸의 기름 맛이 절묘한 조합을 이루어 목을 타고 넘어갔다.
“맛있다.”
라면을 먹으면서 세상 행복한 표정을 다 짓는 진혁은 바닥에 깔려 있는 국물 한 방울까지 싹 털어 먹으며 활짝 웃었다.
“역시 라면은 진리야.”
진혁은 설거지를 한 후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인더스 게임 사이트인 포유에 접속하여 새로운 정보들이 있는지 훑어보았다.
-루벨스 후작령의 상인들이 퀘스트를 주네요.
-길드원 모집합니다. 조건 300레벨 이상, 유니크 아이템 풀셋 착용 이상!
-님들, 업데이트 되고 난 이후, 흑마법사, 리치, 키메라, 악마종의 몬스터가 더 강해진 것 같지 않아요?
게시판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지만 큰 도움은 되지 못하였다.
-님들 퀘스트 공유합니다. 저 혼자 퀘스트를 풀 수가 없어 공유합니다.
진혁은 퀘스트를 공유한다는 글을 클릭해서 읽어 보았다.
퀘스트를 공유하는데 보상은 자신이 먹고, 공유한 사람들은 명성만 얻을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명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퀘스트 노가다를 할 정도는 아니지.”
진혁은 그 외에도 몇 가지 글들을 읽어 보았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글은 없었다.
“어? 이번에 새로 생긴 것 같은데.”
진혁은 클래스 게시판에 흑마법사 클래스가 새로 생겼음을 확인하고 클릭해 보았지만 아무런 게시글이 보이지 않았다.
진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7서클 이상의 고위 흑마법사가 있는 곳을 아시는 분이 있는지 물어 보기 위해서 게시글을 남겨 놓았다.
그런 후에 포유를 종료하고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접속을 하였다.
-빛의 강화석 30에 삽니다.
-어둠의 강화석 20에 삽니다.
-미친 놈들이네. 100짜리를 30에 사려고 하다니······.
빛의 강화석과 어둠의 강화석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서 처음 나와서는데 어떻게 보면 고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리니지의 축복받은 강화주문서와 저주받은 강화 주문서와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빛의 강화석은 +1에서 +2까지 랜덤하게 강화 성공을 할 수가 있고, 강화하는 과정에서 아이템의 속성까지 부여할 수가 있었다.
반대로 어둠의 강화석은 강화레벨을 -1 다운시킴과 동시에 빛의 강화석으로 부여받은 속성을 삭제할 수 있는 그런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진혁 역시 이번에 이벤트로 받은 강화석으로 전설 아이템을 안전강화까지 해 놓은 상태였다.
자신 역시 빛의 강화석을 구하면 빛의 강화석을 이용해서 전설 아이템에 속성을 더해서 사용할 생각이었다.
“빛의 강화석으로 처음 강화하는 건 실패 없이 성공한다고 그랬지.”
안전강화는 무기와 방어구가 +5까지, 장신구가 +3까지 할 수가 있었는데 빛의 강화석으로 인해서 무기와 방어구는 랜덤하게 +6, 혹은 +7까지, 장신구는 +4, 혹은 +5까지 안전강화를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진혁은 빛의 강화석이 거래 사이트에 올라왔는지 확인을 해 보았다.
“강화석이 그렇게 많이 풀렸는데 여전히 비싸네.”
이벤트로 인해서 강화석이 많이 풀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진혁은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아이템을 한 번 쭉 훑어본 후에 접속을 해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화도 시키고 운동도 좀 할 겸해서 한 번 달리고 와야겠어.”
진혁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후에 집을 나섰는데 햇살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한강을 뛰어 볼까.”
진혁은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걸음 속도를 조금씩 높이더니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달려 한강까지 가니 많은 사람들이 한강 주변을 달리거나 걷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남대교에서 마포대교까지 왕복한 후에 집으로 돌아가면 되겠다.”
진혁은 코스를 설정하고 주변에 러닝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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