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시스템 알림이 뜨자, 프라다는 더욱 얼굴이 붉어졌다.
레벨 차이로 인해서 파티를 맺을 수 없다는 말은 최소 50레벨 차이란 말이었다.
“정말이냐?”
-나 레벨 말하면 너 쪽팔리지 않을까? 플레이어들도 있는데.
진혁의 메시지를 받고 더 열이 받았다.
“차단 거 풀어.”
진혁이 프라다의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시지 차단 목록에서 프라다 이름을 해제시켰다.
-너, 내 아이템 어떻게 했어.
이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을 하고 진혁이 협박을 하듯 말하였다.
-아이템 이야기하면 다시 차단해 버린다.
그 한 마디에 프라다는 인상을 썼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저는 레벨이 낮아 파티를 할 수가 없으니 뒤에서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너를 어떻게 믿어.”
“그럼 말든가. 이 친구가 나에게 꽁해 있어서 그런 겁니다. 사내다운 맛이 없는 친구라.”
진혁은 마치 잘 아는 오랜 친구처럼 말을 하였고, 프라다는 속이 뒤집어 지는 것 같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정령사와 몽크 길드에서 보낼 정도면 제법 강하신 것 같은데 우리와 함께 움직이시죠.”
NPC인 성직자 길드인 신전에서 보낸 성기사가 말을 하였다.
“다른 분들도 다 강하시니 전 뒤에서 지원만 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아르헨 습지의 상황만 알면 되니까요.”
“그렇게 하십시오. 레벨 차이로 인해서 파티가 안 되면 우리도 신경이 쓰이니까요. 그러지 말고 우리가 해결하고 난 뒤에 오는 것이 어떠합니까?”
전사로 보이는 사내가 말을 하였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전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요즘 아이템을 노리고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이 워낙 많아서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쪽에서 먼저 해결해 주시면 저야 편하게 퀘스트를 끝낼 수 있으니까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곳에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함께 하시면 저희에게도 큰 도움이 될 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성기사가 아쉬운 듯 말을 하였다.
“저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저도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니 이곳에서 도움이 될 법한 정보들을 모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테르미안 님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인더스의 세계관에서는 열 두 명의 신이 있고, 신전들은 이 신들을 믿으며 신의 사랑을 전한다.
두라스 왕국은 열두 명의 신들 중에서 전쟁의 신 테르미안의 세력이 가장 크며 영향력도 상당하였다.
그는 전쟁의 신 테르미안을 신봉하는 신전에서 파견을 보낸 NPC인 듯 하였다.
프라다는 진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자신이 이길 수 있다면 강압적으로 아이템을 빼앗겠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아직 딴 놈에게 팔지 않았다면 나에게 팔아. 시세대로 해서 살 테니까.
-말했지. 아이템 이야기하면 차단해 버린다고.
-이 새······.
-욕설?
입술을 깨무는 프라다였고,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는 진혁이었다.
점원이 진혁이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식사를 하십시오. 우리는 저리로 자리를 옮기겠습니다.”
“그리 하십시오.”
이들은 넓은 식탁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점원에게 음식을 주문하였다.
진혁은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저들의 눈을 피해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생각을 해야 했다.
“앞이 안 보일 정도의 짙은 안개라고 해도 20, 30미터 정도는 보이겠지.”
못해도 50미터는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저들의 뒤를 몰래 따라갈 수가 없다.
“아직 마나 필링의 영향력이 약해서 50미터까지는 무리인데.”
주변에 마나를 퍼뜨려 상대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마나 필링의 영역이 이제 10미터 정도에 불과하였다.
“그렇다면 일단은 따로 움직여야 한다는 말인데······.”
몬스터를 만나 싸우다보면 저들에게 자신이 흑마법사라는 걸 들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흑마법사라는 걸 알릴까? 아니지 하나라도 숨기는 것이 더 이익이지.”
상대가 몬스터가 되었든, 플레이어가 되었던 자신의 패를 숨길 수 있으면 숨기는 것이 좋다.
최근 들어 아이템이 귀해지면서 아이템을 노리는 플레이어들이 많이 늘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서 드러내는 것보다는 숨기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숨길 수 있으면 최대한 숨기는 것이 좋아.”
결론을 내린 진혁은 편하게 주문한 음식을 먹었다.
음식을 먹는 도중에 점원에게 주문을 미트 파이를 달라고 말을 하였고, 잠시 후 미트 파이를 가지고 오자, 진혁은 음식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프라다에게 손을 흔들며 말하였다.
“친구야 먼저 먹고 일어난다. 조심해서 습지 다녀와라.”
오랜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을 한 후에 진혁은 식당을 나왔다.
“일단 아르헨 강으로 가보자.”
진혁은 마을 나와 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니 강이 보였다. 강은 길고 넓었다.
“한강을 보는 것 같네.”
강을 따라 걸으니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이 보였다. 배를 타고 투망으로 고기를 잡는 모습이었다.
“고기가 좀 잡힙니까?”
진혁은 강가까지 내려와 NPC에게 말을 걸었다.
“그저 그렇지요.”
“아르헨 강에서는 어떤 물고기들이 잡힙니까?”
진혁은 아르헨 습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이것저것에 대해서 물었다.
“아마 두어 달 정도 되었을 겁니다. 그때가 안개가 자욱한 만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안개가 낀 것 외에는 다른 일이 없습니까?”
“그렇지요. 특별하게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제 곧 우기가 닥치면 몬스터들이 마을을 습격할 수도 있는데 저렇게 안개가 자욱하니 몬스터 토벌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니 그게 걱정입니다.”
“그렇군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각 길드에서 조사관이 왔으니 그들이 원인을 파악하고 길드에 보고하면 백작님께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진혁은 어부들을 안심시킨 후에 물었다.
“강에도 안개가 낀다고 하던데.”
“강 상류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곳에 가시면 조심하십시오. 앞도 보이지 않고, 뭔가 사나운 기운이 넘실거리니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진혁은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어부들의 말에 따라 강의 상류로 올라갔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안개가 넓게 분포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경계를 짓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네.”
잠깐 동안 안개를 바라보는 진혁은 느낌이 좋지 않아 일단 아이템을 모두 착용을 하였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천천히 움직여 보자.”
진혁은 심호흡을 한 번 한 후에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
“안개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르헨 습지로 조사를 나온 각 길드의 조사원들은 습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욱하게 퍼져 있는 안개를 보며 말을 하였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시죠.”
이들은 아르헨 습지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발 아래를 조심해서 걷는데 이들은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바닥은 따뜻하고, 위에는 조금 쌀쌀합니다.”
땅바닥과 공기 중의 온도가 서로 다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인위적으로 복사열을 이용해서 만들어 낸 안개 같습니다.”
레인저 길드의 길드원이 말을 하였다.
“복사열을 이용한 안개라니요?”
“낮에 태양열로 온도가 올라가 있는 해수면이 밤이 되면 차갑게 냉각되면서 발생되는 안개를 말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무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습지의 온도를 올렸다는 말씀이군요.”
성기사가 말을 하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무엇을 노리고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요?”
“그건 알 수가 없지만 분명한 건 행방불명이 된 다른 길드원들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긴장하셔야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전사길드의 플레이어가 앞으로 나섰고, 그 뒤에 로그 길드의 길드원이 섰다. 마법사, 레인저, 가장 뒤에 성기사가 자리를 잡으면서 전투 대형을 이루었다.
“서두르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천천히 가시죠.”
“그 분이 계셨더라면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누굴 말씀하시는 겁니까?”
“몽크 길드와 정령사 길드에서 보내신 분 말이에요.”
성기사가 진혁을 언급하자, 프라다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 사람은 경험이 부족하여.”
NPC들은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는 경험이 풍부한 플레이어로 인식을 하고 있을 뿐, 그의 강함과 약함의 기준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다.
“경험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니까요.”
“그 사람이 그렇게 강합니까?”
“네. 저도 사람을 보면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가 있는데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어요. 그만큼 그 사람은 강해요. 그러니 몽크 길드와 정령사 길드에서 그를 보낸 것이겠죠.”
프라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몽크 길드와 정령사 길드가 동시에 보냈다면 히든 클래스인 듀얼 클래스?’
2차 전직자가 듀얼 클래스이면 히든 클래스가 확실하다.
-스탯 노가다 좀 했습니다.
‘그래서 레벨이 낮아도 쉽게 우리를 상대할 수가 있었구나. 빌어먹을 놈.’
프라다는 진혁에게 빼앗긴 아이템이 떠오르자, 속이 쓰려왔다.
“그럼 나중에라도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 일단 우리의 일에 집중을 하죠.”
“알겠습니다.”
이들은 조금씩 앞으로 나가면서 주변을 살폈다.
“전방에 몬스터!”
선두에 섰던 전사 길드의 플레이어 말에 모두가 긴장을 하였다.
자욱한 안개로 인해서 20미터 정도 밖에 보이지 않아 몬스터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가 없었다.
-아르헨 습지에는 몬스터 군락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스타카토라는 변종 메뚜기 괴물들이 위험한 놈들이죠.
오기 전에 사람들에게 물어 알아온 정보에 스타카토라고 하는 변종 몬스터가 있는데 그 놈들이 가장 많은 무리를 형성하고 다니고 있다고 하였다.
발견한 몬스터가 이들을 향해 달려왔다. 몬스터를 향해 공격을 하려고 하는데 스타카토는 그냥 이들을 지나쳐 어디론가 가 버렸다.
모두는 잠시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저놈들의 군락에 무슨 일이 생겼나 봐요.”
이들은 조심스럽게 스타카토의 군락으로 들어갔는데 많은 스타카토들이 죽어 있었다.
“이게 무슨······.”
자신들을 지나친 스타카토는 자신의 일족을 전멸시킨 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서 달아난 것 같았다.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봅시다.”
“그래요.”
이들은 스타카토의 군락지 안 깊숙이 들어가 보았지만 시체들뿐이었다.
“여기 보세요.”
성기사가 한 곳을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이게 무엇입니까?”
“스타카토의 뼈에요.”
“스타카토의 뼈?”
“네. 흑마법사가 이들을 공격한 것 같아요. 스타카토를 죽여 스켈레톤 병사로 만들어 이들을 공격한 것 같아요.”
성기사는 스타카토의 군락지에서 스켈레톤의 단서를 잡고 이곳에서 흑마법사가 어떠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고위 흑마법사가 이곳에 온 것 같아요.”
“고위 흑마법사라니··· 이전에 산타나 왕국에서 리치 마법사들을 처단한 일이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래요.”
“그 당시 달아난 리치 마법사들도 제법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리치를 죽이긴 하였지만 라이프베슬를 파괴시키지 못한 자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마법사라면 최소 5서클의 마법사는 되겠지요?”
“하지만 그 보다 더 고위 흑마법사 관여하였다면 우리끼리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흑마법사는 일반 마법사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5서클의 마법사는 일반 원소 마법사가 강할지 모르지만 6서클의 마법사가 되면 그때부터는 상황은 역전이 된다.
만약 7서클의 흑마법사가 존재한다면 그는 존재 이유만으로 재앙이 될 수 있을 만큼 흑마법사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성기사는 지원을 요청하자고 의견을 내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묵살해 버렸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니 일단 조금 더 가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조금 더 알아 본 후에 지원을 요청해도 늦지 않았다고 말을 하며 아르헨 습지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길 원하였고, 성기사는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의견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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