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열심이네
진혁은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 발리칸 산맥에서 피오나 나무가 많은 잊혀진 신전이 있는 곳으로 왔다.
진혁이 이곳을 찾았을 때, 많은 플레이어들이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저레벨의 구간, 20레벨에서 30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사냥을 하는 곳이었다.
진혁의 레벨은 50레벨이라 이들을 사냥해도 경험치를 얻을 수가 없었다.
인더스의 좋은 점이 바로 10레벨이 낮은 몬스터를 사냥하면 레벨 업을 하는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새로 유입되는 신규 플레이어들과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원활한 레벨 업을 위해서 이러한 조치를 취했기에 저레벨 구간에서는 고레벨을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고레벨의 플레이어가 아는 사람을 키워 주기 위해서 저레벨의 사냥터를 오긴 하지만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해 곧 돌아가곤 하였다.
반대로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사냥하면 경험치를 최대 두 배까지 얻을 수가 있는데 이는 단시간에 많은 레벨 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NPC들과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해 놓은 조치였다.
두 배라고 해서 레벨업이 느릴 것 같지만 일정 레벨 동안은 두 배 빠르게 성장을 하니 비슷한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레벨 업 하는 속도가 빨랐다.
진혁은 잊혀진 신전 주변에 있는 아름드리 굵기의 피오나 나무를 주먹으로 때려 보았다. 그런데 퀘스트에 카운터가 되지 않았다.
“이 나무가 아닌가?”
진혁은 제대로 각을 잡고 주먹으로 피오나 나무를 치자, 그때서야 카운터가 되었다.
“아, 설령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
단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니 그런가 보다 싶어 진혁은 진심으로 자세를 잡고 주먹을 뻗었다.
“진심 펀치!”
진혁은 피오나 나무를 샌드백이라 생각을 하고 주먹을 내질렀다.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는 것처럼 오른손, 왼손을 번가라가며 사용하였는데 나무를 사람이라 생각을 하고 주먹을 허리, 가슴, 복부, 어깨, 머리 등을 공격하는 듯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는 와중에 습관처럼 스탭을 밟고, 상체와 하체를 움직이며 주먹을 조금 더 자유롭고, 힘을 강하게 실을 수 있도록 몸이 반응을 하였다.
오랜 훈련을 통해서 몸에 각인된 습관이 게임 안의 세상에서 표출되었다.
그렇게 주먹을 단련하는 진혁을 미친 놈 보듯 보는 플레이어들이었고, 일부 플레이어들은 뭔가 있나 싶어 진혁을 따라해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이득이 없으니 포기를 하고 몬스터를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이 대부분이었다.
“미친놈이네.”
진혁은 플레이어들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만의 수련에 온전히 집중을 하였다.
주먹을 단련하는 일은 익숙한 일이었기에 진혁에게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조금 지루하다는 것이 수련을 방해하는 요소이긴 하였지만 이 또한 익숙한 일이었기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일만 번의 담금질로 인해 주먹이 단단해져 그 위력이 1% 상승합니다.
“아, 이렇게 하면 시스템의 수치로 적용이 되는구나.”
일만 번에 1%면 백만 번이면 100%, 즉 두 배의 위력을 낼 수는 있다는 말이다.
손바닥, 손가락, 손등도 같은 방식으로 백만 번 수련을 하니 손 전체가 그만큼 강해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가만, 주먹이 이런 식으로 단련되면 팔꿈치, 발, 정강이, 무릎, 몸통까지 다 단련이 되는 거 아닐까? 아니지 이건 퀘스트를 받아서 단련이 되는 수도 있지.”
진혁은 잠깐 생각하더니 발로 피오나 나무를 강하게 찼다.
주먹으로 쳤을 때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피오나 나무가 크게 흔들렸다.
“해 보자.”
진혁은 주먹을 단련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그때부터 발길질을 해 보았다.
퍽··· 퍽··· 퍽······.
잊혀진 신전 주변에서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그런 진혁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직도 저렇게 무식하게 스탯을 쌓고 있네.”
그들의 눈에는 진혁의 행동이 스탯을 쌓기 위한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성장시스템에 의한 캐릭터 스탯은 실시간 성장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나중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인더스에서 정설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 시간에 레벨 업을 하여 스탯 포인트를 얻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뿐더러. 레벨에 맞는 아이템, 혹은 상급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고, 아이템이 주는 스탯도 얻을 수가 있으니 플레이어들 중에서 스탯 작업을 따로 하는 이들은 이제 없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간혹 하는 플레이어가 있긴 하지만 그도 얼마가지 못하고 레벨 업에 집중을 하곤 하였다.
인더스의 세상을 모험하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지, 스탯을 쌓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
진혁은 플레이어의 관심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냥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묵묵히 할 뿐이었다.
그렇게 나무를 있는 힘껏 차면서 피오나 나무가 패이더니 급기야는 한쪽으로 넘어갔다.
쿠우우웅······.
“저 무식한 놈을 봤나.”
아름드리 굵기의 나무를 주먹질과 발길질로 넘어뜨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신기한 일이기도 하였다.
진혁은 곧 옆에 있는 나무로 이동하여 발로 차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차고 있는데 시스템 알림이 울렸다.
-일만 번의 담금질로 인해 정강이가 단단해져 그 위력이 1% 상승합니다.
“아···, 되는구나.”
진혁은 활짝 웃을 수가 있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진혁은 파테우스 준 퀘스트를 클리어 하기 위해서, 또 자신의 신체를 단련하기 위해서 또 다른 피오나 나무를 찾아 이동하였다.
*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 게임을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는 기업 뮤라스의 한국 지부의 고객대응 모니터 팀의 박은서는 진혁이 단련하는 모습을 한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 뭐든 열심이네.”
박은서는 최근에 자신이 전담하게 된 진혁을 모니터링 하는 일에 재미가 있었다.
때로는 지겨울 때도 있지만 그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박은서!”
부르는 목소리에 반응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하였다.
“네. 팀장님.”
“리케어 왕국 네프스 백작령에 있는 오르테의 둥지 모니터링하는데 도와 줘.”
“네. 알겠습니다.”
박은서는 팀장인 최대수의 지시에 곧바로 리케어 왕국의 네프스 백작령에 있는 오르테의 둥지로 화면을 바꾸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서로 양쪽으로 나누어 대치중이었다.
-사냥터를 통제한다는 게 말이 돼?
-우리 네프스 길드가 오르테의 둥지를 통제한다고 분명 알렸다. 이 후, 발생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박은서는 플레이어들의 대화를 통해서 대충 무슨 일이 발생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최근들어 길드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이 저레벨의 사냥터를 힘으로 강제 점거하여 저레벨의 길드원들을 키워주는 일이 인더스의 대륙 전체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었다.
오르테의 둥지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네프스 길드가 힘으로 강제 점거를 시도하는 중이었고, 이에 대항하여 플레이어들이 힘을 모아 대항하려고 하는 중이었다.
“시X, 네프스 길드? 어디서 쩌리 길드가 와서 통제를 하겠다고··· 잠시 있어 봐라. 내가 길드에 연락해서 너희들 박살을 내 줄 테니까.”
아직 인더스에서는 플레이어들이 만든 길드는 정식으로 인정을 해 주지 않고 있어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길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이었다.
외형상으로 길드 마크가 보이지 않으니 플레이어가 어떤 길드에 들어가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한 플레이어가 호기롭게 말을 하고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박은서의 화면에 떴다.
“이렇게 되면 길드전인가?”
뮤라스의 경영 방침이 플레이어들의 자유도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쓸데없는 충돌은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이러한 모니터링을 통해서 거대 길드가 나타나면 중재를 하곤 하였다.
“팀장님, 아틀란티스 길드원이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뭐? 아틀란티스!”
박은서의 말에 최대식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와 대답을 했다.
아틀란티스는 최근들어 세력을 급속하게 키우고 있는 길드로 인더스 안에서는 케빌로스, 몽드랑 길드와 함께 3대 길드에 포함될 만큼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길드이기도 하였다.
“조금 더 지켜 봐. 그리고 아틀란티스 길드원들이 나타나면 이야기를 해 줘.”
“알겠습니다.”
최대식 역시 다른 왕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중이었다.
박은서는 계속 모니터링을 하다 네프스 길드의 길드원들이 플레이어들을 공격을 하는 모습을 보고 최대식에게 물었다.
“네프스 길드가 플레이어들을 공격하는데 개입할까요?”
“일단 그냥 둬.”
이러한 다툼도 게임의 일부라 생각하고 있어 사실 제제할 명분은 없다. 그렇기에 모니터링 직원들이 나서서 하는 일은 분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인더스 세상 안에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과 감정싸움이 현실로 번져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뮤라스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일단 모니터링 직원이 개입을 하게 되면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게임 상에서도 명분이라는 것이 중요하였기에 명분이 약한 쪽이 수그러들 수밖에 없어서였다.
네프스 길드원들이 플레이어들을 공격하면서 그들을 오르테의 둥지에서 쫓아내는데 성공을 하였고, 입구에 길드원드를 배치한 후에 사냥터를 돌아다니며 사냥하고 있는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에게 사냥터를 통제하겠다고 경고를 하고 다녔다.
“안 오나?”
아틀란티스 길드원의 연락을 받고 그들이 올 줄 알았지만 아틀란티스 길드의 플레이어들은 오지 않았다.
“다른 사냥터에 더 집중을 하나?”
두 개의 제국, 열개의 왕국이 존재하는 인더스 대륙에는 수많은 사냥터가 존재하고 있다. 아무리 아틀란티스 길드가 거대길드로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인더스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분쟁을 모두 과여 할 수는 없다.
한참을 지켜봐도 별다른 일이 없자, 팀장에게 보고를 하였다.
“팀장님, 네프스 길드가 오르테의 둥지를 통제하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될 것 같습니다. 훗날 싸움이 일어날 수는 있어도 지금은 그렇게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그럼 하는 일을 하도록 해. 급한 일 있으면 또 콜 할 테니까 그때 도와주고.”
“네. 알겠습니다.”
박은서는 다시 진혁이 수련하고 있는 잊혀진 신전을 지켜보았다.
“한결 같구나.”
지겨울 법도 한데 그는 묵묵히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고 있었다.
“현실에서 뭐하는 사람일까?”
박은서는 잠시 진혁의 모습을 지켜보다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 화면을 바꾸었다.
모니터링 팀에서 하는 일은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물론 게임 밖에서도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체크를 해야 한다.
인더스의 인기로 인해서 인더스 홈페이지는 물론 많은 게임 사이트에서 올라오는 이슈들을 확인하고 정리를 해야 한다.
국내 최대 게임 포털 사이트인 포유에 접속을 한 박은서는 인더스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며 논란이 될 만한 글이 있는지 확인을 하였다.
“오늘은 특별한 일은 없나 보네.”
많은 게시물들이 있었지만 일상을 이야기하거나, 혹은 약간의 불만, 투정이 섞인 글, 그리고 저레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적힌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게시글을 대충확인을 한 은서는 아이템 매매 카테고리를 클릭하여 어떤 아이템들이 올라왔는지를 보았다.
오래전 게임의 버그를 이용해 만들어진 아이템이 올라 온 적이 있었는데 그 일로 인해서 혹시 몰라 모니터링 팀에서는 새로 올라오는 아이템을 확인하는 일도 하였다.
-시X, 이거 내 아이템인데. 고요한 샘의 지하 던전에 있는 칼로파의 거처에서 수문장에게 죽고 떨어뜨린 아이템인데.
-님도? 나도 아이템 하나 잃어버렸는데.
경매로 올라온 아이템 아래에 달린 댓글들을 읽어보며 피식 웃었다.
“키보드 워리어들의 배틀은 언제나 재미있어.”
-줍는 놈이 임자지.
-잃어버린 놈이 멍청한 거지.
-뭐, 이 개XX가······.
게시판에도 별 일 없음을 확인한 은서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조금 있으면 퇴근 시간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박은서는 즐거운 퇴근을 위해서 주변을 정리하였다.
“오늘 야근 당직 할 사람 없지?”
팀장인 최대식이 팀원들에게 물었다.
모니티링 팀의 야근은 팀장인 최대식이 도맡아서 하는 중이었다.
아직 솔로인 그는 일찍 퇴근해 봐야 할 일이 없기도 하여 야근을 하면서 야근수당을 챙기는 것이 유일한 낙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간혹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야근을 못할 경우는 팀원들에게 미리 알려 며칠 전부터 야근을 할 사람을 구하기 때문에 팀원들 중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곧 퇴근시간이니까 대충 정리들 하고 그리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곳은 메모해서 나에게 주고들 가.”
최대식의 말에 박은서는 자신의 모니터를 보았다.
“어?”
그런데 단련을 하던 진혁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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