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바바리안 족장 모라스
진혁은 감옥의 문을 활짝 열었다. 빛이 감옥으로 들어오면서 잠깐 동안 눈이 부셨지만 곧 빛에 적응되어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진혁이 걸음을 옮기자, 그 뒤로 소환수들이 함께 걸어 나왔는데 언데드 병사들이 가득하니 지옥에서 올라온 죽음의 부대처럼 보였다.
“저것들이 다 뭐야!”
감옥 밖을 어슬렁 거리는 마적들은 감옥의 문을 열고 나온 진혁과 소환수들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적대해야 할 대상이란 걸 알고는 허리춤에 찬 검을 빼어들고는 곧장 달려들었다.
마적들이 무서운 기세로 검을 들고 달려오자, 동동일과 동동이, 감옥에서 새롭게 진혁의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수가 된 블랙 바바리안 전사인 동동삼과 동동사가 앞으로 나서서 그들을 막았다.
마적들이 레벨이 낮은 레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네 명의 소환수들은 마적들이 진혁에게 가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막아내었다.
부우우우웅!
거대한 참마도가 허공을 가르자, 마적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 날아갔다.
동동일과 동동이는 화려한 검술을 바탕으로 마적들을 상대하였고, 동동삼과 동동사는 조금은 투박하지만 난폭하고 사나운 기세를 앞세워 마적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이들보다 움직임이 둔한 스켈레톤 병사들과 구울 병사들 역시 넓게 위치를 잡고 마적들을 상대하였는데 그 모양세가 마치 부채를 펼친 것처럼 타원형의 모습으로 안쪽에 있는 진혁과 로드리안 백작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진과 같은 형태였다.
“크아아악!”
외부의 일반 마적의 레벨이 감옥 안의 죄수, 간수의 레벨보다 낮은지 진혁의 소환수들이 죄수, 간수들을 상대할 때보다 수월하게 놈들을 상대하였다.
쉐이이이익!
허공을 가르며 십 수발의 화살이 날아와 진혁의 소환수들을 공격하였다.
피란체바는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보더니 곧장 궁수들이 있는 곳을 찾아 날아가서는 마법으로 궁수들을 공격하였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는 듯 피란체바를 비롯하여 소환수들은 분업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마적들을 상대하였다.
진혁은 부상을 당한 로드리안 백작을 지키기 위해서 그의 곁에 꼭 붙어 있었는데 이번 퀘스트가 마적들을 소탕하는 것이 아닌 로드리안 백작을 영지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는 것이니 진혁이 곁을 지키는 것이다.
“크르르르릉!”
리틀백호가 다른 쪽을 보고 으르렁거렸다.
백호과 리틀백호는 동물형 몬스터라 그런지 레벨이 올라갈수록 위험을 감지하는 범위가 늘어나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리틀백호가 으르렁거리는 곳에 일단의 무리들이 뛰어오고 있었는데 그들 역시 마적들이었다.
진혁은 그들을 보고 백호와 리틀백호를 뒤로 물러나게 한 다음 동동일을 불렀다.
“동동일, 동동삼과 함께 스켈레톤 병사들을 데리고 저쪽을 막아!”
진혁의 명령에 동동일과 동동삼은 스켈레톤 병사들을 데리고 이동하였다.
“진혁, 궁수들을 다 잡았어.”
“수고했어.”
진혁은 곧장 레이즈 스켈레톤 레인져를 사용하여 스켈레톤 궁수를 소환시켰다.
열 두 명의 스켈레톤 궁수들이 소환되자, 뒤쪽에서 마적들을 상대로 화살로 공격을 하였다.
쉐이이이익!
화살은 공격속도는 느리지만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로 한발, 한발이 위협적이었다.
“뭐야, 저 새끼들이 왜, 우리를 공격······”
마적들은 갑작스러운 화살 공격에 궁수들을 돌아보았지만 그곳에는 허연 해골들이 자신들을 향해 활을 겨누고 활시위를 당겼다가 놓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쉐이이이익!
파공성과 함께 화살이 날아와 마적의 가슴에 박혔다. 마적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지자, 구울 병사가 접근해서는 손에 든 검으로 내리쳤다.
구울병사는 스켈레톤 병사들보다 행동은 느리지만 높은 체력과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 스켈레톤 궁수들과 합이 잘 맞았다.
퍼어어어엉!
그 순간 스켈레톤 궁수들이 있는 곳에 마법이 폭발하면서 거대한 불꽃이 일어났다.
진혁은 본능적으로 마법사를 찾으면서 피란체바를 불렀다.
“피란체바, 넌 백작님을 지켜.”
말과 동시에 진혁이 마법사들이 있는 곳을 향해 뛰쳐나갔고, 하늘을 날아다니던 피란체바가 백호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작은 백호는 위험한 놈들이 오는 거 잘 알려 줘야 해.”
“크르르릉!”
피란체바는 지금의 상황을 위험하거나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 듯 하였다.
진혁이 앞으로 뛰쳐나가며 도약을 하자, 마법이 허공에 떠 있는 진혁을 향해 날아왔다.
진혁은 몸을 웅크린 후에 양손을 모은 후에, 손목에 차고 있는 손방패에 마력을 흘려 넣자, 마법사가 실드를 펼치는 것처럼 손방패를 중심으로 큰 원의 실드가 만들어졌다.
퍼어어어어엉!
무수한 마법들이 손방패와 방패가 만들어 낸 실드를 두들겼지만 견고하고 단단하여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진혁이 바닥으로 내려 선 후에 마법사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제법 먼 거리였지만 상관없었다.
진혁은 자신이 마법사들이 있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는 시간만을 벌수 있으면 되었기에 마법사들의 발을 붙잡아 둘 수단으로 오러 피스트로 공격을 하였다.
진혁의 주먹에서 마력의 덩어리가 빠져나오더니 주먹의 형상을 이루며 마법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마법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힘을 합쳐 실드 마법으로 막으려고 하였다.
콰아아아앙!
진혁의 오러 피스트가 마법사들이 겹겹으로 만들어 낸 십 수장의 실드와 충돌하면서 하나씩 박살내었는데 마지막 실드를 박살냄과 동시에 오러 피스트 역시 소멸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진혁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마지막 실드가 박살났을 때, 진혁은 그들 앞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진혁은 마법사들 앞에서 광호한 자신감을 사용하여 자신에게 어그로를 끌어 달아나지 못하게 만든 후에 전투의 함성으로 이들의 기세를 꺾어버렸다.
그런 후에 근접 격투방식으로 마법사들을 한 명씩 쓰러뜨렸다.
마법사는 레벨이 높아도 공격력에 비해 방어력이 낮고, 체력이 약한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한방, 한방이 위력적인 진혁의 펀치와 킥에 의해 마법사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커어어억!”
태어나서 이러한 충격은 처음 받는다는 표정을 짓는 마법사들이었다.
진혁의 주먹이 마법사의 안면을 강타하고 힘으로 눌러버리자, 마법사의 몸이 허공으로 뜨며 그대로 바닥에 꽂혀 버렸다.
쿠우웅······.
“레이즈 스켈레톤 메이지!”
진혁에게 죽은 마법사의 몸이 흙먼지처럼 흩어지더니 해골만이 덩그렇게 남게 되었다. 그것도 잠시 뻥 뚫린 두 눈에 푸른 청광을 발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군을 도와라!”
진혁의 명령에 스켈레톤 마법사는 마적들을 향해 마법으로 공격을 하였다.
진혁은 그렇게 마법사 한 명을 죽일 때마다 스켈레톤 마법사를 소환시켰고, 열두 명의 스켈레톤 마법사를 수하로 부릴 수가 있었다.
마법사들과 궁수들이 합류를 하자, 마적들과의 전투는 큰 어려움 없이 진행이 되었고, 진혁과 소환수들은 그런 마적들을 쓰러뜨리며 마적들의 소굴을 빠져 나가기 위해서 앞으로 나갔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소모된 체력과 피로를 모두 회복합니다.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 4개가 주어집니다.
-스탯 포인트로 실시간 성장시스템의 스탯을 추가로 올릴 수가 있습니다.
진혁은 지하감옥과 지상감옥, 그리고 외부의 마적들을 사냥하면서 경험치를 누적해서 레벨을 올릴 수가 있었는데 확실히 300레벨이 넘어가니 레벨 업을 하는 속도가 더디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도 자신은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사냥하니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레벨 업이 빠른 편이었다.
뿐만 아니라 진혁의 경우, 우연인지 몰라도 네임드 몬스터와 많이 만나는 편이라 이 또한 레벨 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진혁과 소환수들은 마적단의 소굴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중에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네임드 몬스터인가?”
지난 번 산적, 수적들을 상대할 때도 두목이 나타날 때는 이렇게 날씨의 변화가 있었다는 걸 상기하자, 진혁은 곧장 소환수들을 불러 들였다.
진혁의 예상대로 마적단의 단장이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마적단의 단장 역시 블랙 바바리안 일족이었다.
-블랙 바바리안 족장 모라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모라스 마적단의 마적들이 족장 모라스의 등장으로 인해서 사기가 높아집니다.
-사기가 높아진 마적들의 공격력, 방어력이 30% 상승합니다.
-블랙 바바리안 족장 모라스를 죽여야 마적단의 소굴을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습니다.
시스템 알림을 들은 진혁은 눈을 살짝 좁혔다.
단순히 족장이 나타났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30%나 강해진다고 하니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와수다, 아칸, 다모다 크슈라마. 이츠!”
모라스의 입에서 요상한 말들이 흘러나오자, 마적들이 함성을 질렀고 그들의 사기가 더욱 올라갔다.
“모라스. 모라스. 모라스. 모라스.”
이들은 자신의 부족장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들의 사기가 높아졌음을 진혁과 그의 소환수들에게 알려 주었다.
-족장 모라스가 마적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버프의 일종인 전사의 춤을 사용합니다.
-전사의 춤 버프를 적용받은 마적들의 공격력, 방어력이 20% 상승합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에 또 한 번 인상을 썼다.
나타는 걸로 30%, 버프로 20% 합이 50%나 강력해진 것이다.
“피란체바, 소환수들에게 버프를 걸어 줘.”
진혁 역시 피란체바와 함께 버프를 사용하여 소환수들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주었다.
“저놈은 내가 맡을 테니까 피란체바, 넌 소환수들을 지휘해.”
“알았어. 진혁, 조심해. 저 놈 엄청 강해 보여.”
“걱정 마. 나 마족도 이긴 사람인데 마적을 이기지 못할까?”
“그래도 조심해.”
“알았어. 나 저놈이랑 싸우면 백작님을 보살필 수가 없으니까 네가 잘 보호해야 한다.”
“알았어.”
“혹여 백작님이 돌아가시면 우리는 망하는 거니까 절대 돌아가시게 하면 안 돼.”
진혁은 가끔 피란체바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 이렇게 말을 하였다.
“우리가 망해?”
“그래. 난 잡혀가고, 피란체바는 내가 풀려 날 때까지 어둠의 공간에만 있어야 해.”
피란체바의 눈이 반짝였다.
“알았어. 걱정 마. 내가 반드시 지킬 테니까.”
진혁은 피란체바의 확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후에 블랙 바바리안 족장 모라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나섰다.
앞서 상대를 했던 블랙 바바리안, 동동삼, 동동사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어 보이는 큰 키에 몸도 근육도 더 크고 단단하게 보였다.
칼로 쑤셔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몸을 소유하였다.
진혁이 접근을 하자, 모라스도 성큼 다가서서는 주먹을 휘둘렀다.
진혁은 그의 주먹을 피한 후에 옆구리에 강하게 주먹을 쑤셔 넣었지만 놈은 별다른 대미지를 입지 않은 듯 곧장 진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단단한 근육을 보고 크게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짐작은 하였지만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공격을 해 올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하였다.
진혁의 스탯과 아이템의 공격력을 합치면 인더스 월드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는 파괴력을 지닌 공격이었지만 모라스의 단단한 근육을 뚫고 대미지를 주는 건 역부족이었다.
네임드 몬스터 대부분은 이런 단단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플레이어들이 파티를 결성하여 사냥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였다.
진혁은 지금까지 파티 사냥보다는 홀로 사냥을 하였기에 시간이 흐르면 자신이 이길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최대한 집중하고 조금이라도 대미지를 누적시키기 위해서 공격을 하였다.
부우우웅!
주먹이 허공을 지나가는데 바람소리가 강하게 들렸다. 진혁은 간담을 쓸어내린 후에 모라스의 공격을 피하고 발로 허벅지를 후려 찼다.
마치 단단하고 굵은 아름드리나무를 발로 차는 그런 기분이었다.
모라스는 진혁이 공격을 하든 말든 자신이 할 일만을 하였다.
진혁은 그런 모라스와 몇 번의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현 UFC 라이트 헤비급 선수인 인자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체급의 선수는 아니지만 그는 같은 체급 선수들에 비해서 월등한 근육량과 맷집을 앞세워
상대의 공격을 어느 정도는 허용하며 상대에게 접근하여 강력한 한 방을 먹이는 스타일을 고수하는 파이터로 지금의 블랙 바바리안 족장 모라스의 전투방식과 흡사하였다.
진혁의 공격이 제아무리 간결하다고 해도 공격하는 그 순간에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가드가 내려온다든지, 상체가 열린다든지, 혹은 중심이 앞으로 쏠린다든지······.
모라스는 이러한 진혁의 빈틈을 노리고 묵직한 한방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차기로 공격을 하였다.
맞고 되받아치는 공격에 특화되어서 그런지 반응속도 역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모라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몸을 비틀었는데 그의 주먹이 왼팔 이두근을 강하게 때렸다.
“윽!”
제대로 맞은 것도 아니고 비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왼팔이 전기에 닿은 것처럼 찌릿하며 마비가 오는 느낌을 받았다.
진혁은 황급하게 뒤로 물러나 왼팔을 움직여 보았다. 분명 팔은 움직이는데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걸로 보아 왼팔을 자유롭게 움직이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았다.
“제대로 맞으면 사망각이겠는데.”
설마 한 방 맞고 죽기야 하겠느냐만 스쳐도 감각이 없는데 제대로 맞으면 온 몸이 마비가 와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상태로 두들겨 맞으면 꼼짝없이 당하게 될 것이니 조심에 조심이 필요하였다.
“그렇다면 보다 확실한 공격으로 놈이 반격하지 못하게 만들어야지.”
진혁은 손목에 차고 있는 손방패를 한 번 보았다.
비록 10%라고 하지만 스턴을 걸 수 있는 확률이 있으니 자신의 스킬 중 스턴을 걸 수 있는 강력한 일격과 섞어서 사용하면 공격한 이후, 피할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내가중수법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빠르게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