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열심히만 하면 안 되는 거구나.
진혁은 광장 한 가운데 쓰러져 있는 다크 나이트 반데시의 시체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이곳 잊혀진 사원의 네임드 보스인 다크 나이트 반데시는 일주일에 한 번 소환이 되었는데 반데시가 소환되어 있을 때는 잊혀진 사원에 있는 몬스터들이 조금 더 강해졌다.
그가 가진 어둠이 짙은 순수한 흑마력으로 인해서였는데 힘들긴 하여도 어둠이 짙은 순순한 흑마력을 조금이라도 흡수할 수가 있어 힘든 만큼 보람도 있었다.
“1주차 이벤트가 끝나는 날이지.”
진혁은 이미 이곳에서 8시간을 사냥했기에 몬스터를 더 사냥해도 카운트는 되지 않았다.
진혁은 일주일 동안 잊혀진 사원에서 홀로 사냥을 하면서 많은 아이템을 습득할 수가 있었다.
일반 아이템은 물론 레어 아이템과 유니크 아이템까지 습득을 하였는데 가지고 있는 두 개의 무한 주머니에 아이템을 가득 채워 넣은 상태였다.
다만 사냥 때문에 재료 아이템을 얻기 위한 채집을 하지 않아 재료 아이템은 많이 얻지 못하였지만 내일부터는 채집 이벤트를 하니 사냥하고 채집하면 하면 어느 정도 재료 아이템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진혁은 다크 나이트 반데시가 남겨 놓은 아이템을 회수한 후에 귀환스크롤을 이용하여 벨리아 마을로 돌아갔다.
진혁은 몬스터에게서 얻은 부산물을 잡화상에 모두 팔아 7,000골드가 조금 넘는 골드를 벌었고, 사냥하면서 얻은 골드까지 합치면 10,000골드 정도를 벌었다.
10,000만 골드면 현금으로 100만원에 해당되는 돈으로 일주일 동안 8시간을 게임해서 번 돈으로 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수익이었다.
“현실에서 건설노동자 일당이 23만원이니까 그거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몸 편하고 재미를 생각하면 그리 나쁜 수익은 아니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이번 이벤트를 그렇게 기다렸나 보구나.”
진혁은 시합이 잡힌 이후로 하루 8시간만 게임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게임을 하니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진혁도 알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사냥터를 혼자 독점해서 사냥하는 것과 많은 플레이어들이 함께 모여서 사냥하는 것에 차이가 있음을 간과하였다.
결국 진혁은 효율적으로 8시간을 사냥한 것이고, 몇몇 플레이어들을 제외한 플레이어들은 진혁보다 오랜 시간 동안 게임 속에서 사냥을 하지만 오히려 효율성에서는 조금 떨어졌다.
“나도 제법 많은 몬스터를 사냥했으니 어느 정도 순위에 들었겠지.”
진혁은 1등은 아니더라도 순위 안에 들기를 내심 기대를 하는 중이었다.
인더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뮤라스의 홈페이지에서 몬스터를 누가 많이 사냥을 했는지 랭킹을 실시간으로 한 시간 단위로 집계를 해서 보여 주고 있었고 진혁도 1등은 아니지만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였다.
“강화석을 받으면 전설 아이템을 강화할까? 아니면 지금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강화를 할까?”
당연히 전설 아이템을 강화하는 것이 맞겠지만 자신이 전직을 하려면 고위흑마법사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 모아두었다가 200레벨이 되어서 고위 흑마법사를 찾아 본 후에 결정을 하자. 어쩌면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흑마법사들이 전면에 나설 수도 있을 테니까.”
진혁은 벨리아 마을에 있는 사령의 탑으로 갔다. 벨리아 마을에는 진혁과 안면이 있는 NPC들이 제법 있어 모두 살갑게 대해주었다.
“어서 오게.”
진혁은 사령의 탑으로 가서 자신의 몸을 업그레이드 시켜 준 리치 마법사 알리는 찾았다.
“여쭈어 볼 것이 있어 왔습니다.”
“뭔가?”
“키메라를 제작할 때, 좋은 재료만을 사용한다고 명작이나 대작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저마다 사용처가 다를 수가 있으니 말일세.”
“그럼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그건 딱히 뭐라고 말을 해 줄 수가 없네. 많은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네. 나 역시 다 알지 못한다네.”
진혁은 알리의 말에 조금 실망을 하였다.
“그래도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좋으니 5서클의 마법사가 되면 좋은 재료들을 사용하여 만들어 보게.”
“알겠습니다. 내일부터는 키메라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을 좀 모을 생각입니다.”
“그런가?”
“제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까?”
“어떤 종류의 키메라를 만드느냐가 우선이겠지.”
“어떤 종류?”
“인수형, 야수형, 조류형, 이것도 아니면 연금술사가 만든다는 골렘도 괜찮겠지.”
진혁은 알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종류의 키메라를 만들 것인지 결정을 했으면 그에 필요한 재료들을 모아야겠지.”
알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그런데 자네는 키메라를 한 놈만 만들 텐가?”
“아닙니다.”
“그렇지. 그럼 이것저것 구분하지 말고 일단 재료를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네. 그래야 키메라 제작하면서 깨닫고 배우고 그러는 것 아니겠나.”
“아··· 그렇군요.”
“마을에서 자네의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많아져서 들어 보았다네. 뭐든 성실히, 열심히 한다고?”
“아닙니다.”
“사람들이 거짓말은 하지 않겠지. 성실히, 열심히 한다고 다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네.”
진혁은 알리는 보았다.
“어느 정도는 상관없겠지만 그 이상, 더 위로 올라가려고 하면 요령이라는 것도 필요로 하고, 어떨 땐 남에게 거짓된 모습도 보일 때도 있어야 한다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뭔가를 이룬다고 해도 마음이 개운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루어 보았나?”
알리의 말에 진혁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자네는 많은 일들이 겪게 될 것일세. 용병으로 활동하면서 나름 명성을 얻게 되면 귀족들의 눈에 띄어 그들의 기사가 되거나 혹은 작위를 받아 귀족도 되겠지. 그리고 많은 귀족들과 어울리면서 자네가 원하는 것을 조금씩 얻으려고 할 테고 말일세.”
“그렇습니다.”
“성실히 열심히 한다고 그게 이루어질 것 같나? 내가 이백년을 넘는 세월을 살면서 경험한 것은 아니라네. 누군가 자네의 공을 가로챌 것이고, 그럼 그 자는 자네를 이용하려고하거나, 혹은 죽이려고 하겠지.”
“음······.”
“훗날 자네도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마음에 와 닿을 때가 있을 것이네.”
“조언에 감사를 드립니다.”
“권력, 무력, 금력은 이 험한 세상에 나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걸 명심하게.”
진혁은 알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그의 방을 나와 이층 휴게실에 앉아 알리가 해 준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너무 뜬금없이 훅 들어왔단 말이지.”
NPC들이 저러한 말을 할 때는 분명 뭔가가 있음을 진혁은 이제까지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혹시 이벤트가 끝나고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건가?”
그러고보면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레벨을 많이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면 뭐가 새로운 업데이트를 통해서 인더스의 세상을 더 확장시킬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두라스 왕국과 리케어 왕국 두 곳만 개방이 되어 있는데 접속하는 플레이어들을 다 수용시키지 못하니까 다른 왕국으로 분산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진혁은 대륙의 다른 왕국이 개방된다는 가정 하에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럼 수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조금 더 유리할 수 있겠네.”
아무래도 공작령, 후작령, 백작령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보다는 NPC들에게 정보를 얻기 쉬우니 다른 왕국으로 넘어가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았다.
“가능성은 있네.”
진혁은 인더스 대륙을 모험하기를 원하지만 굳이 바쁘게 서두르며 대륙을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때가 되면 다른 왕국으로 넘어가 또 다른 모험을 해야겠지만 아직 두라스 왕국의 백작령 밖에 다녀보지 못하였기에 업데이트가 된다고 해도 당분간은 두라스 왕국을 떠날 생각은 없었다.
-진혁!
어깨 위에 앉아 있는 피란체바가 진혁을 불렀다.
“심심해?”
-아니, 키메라를 만드는 방법은 내가 잘 알아.
“그래?”
-응, 아주 오래 전에 나와 계약을 했던 흑마법사가 키메라를 잘 만들었거든. 내가 곁에서 많이 봤어.
“그럼 나중에 나 키메라 만들 때, 도움을 줘야 해.”
-알았어. 그 리치 마법사의 말대로 일단 재료들을 많이 모아 둬. 그럼 키메라를 만들 때, 내가 도와줄게.
“그래. 고마워. 오늘은 이만하고 백작령으로 가서 쉬고 내일 또 움직이자.”
-그렇게 해.
*
진혁은 잠을 자기 전에 이벤트 1주차 당첨자를 확인해 보았다.
“뮤라스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등수를 확인한 진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름 몬스터를 많이 사냥해서 기대를 좀 했지만 자신의 이름은 등수에 들지 못해서였다.
“아쉽네. 그럼 난 몇 등 한 거지?”
진혁은 자신의 등수를 찾아보니 20위 밖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10위 안에 들었는데.”
진혁은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는 거래 사이트에 접속을 하여 강화석이 매물로 나왔는지 확인을 해 보았다.
매물로 나와 있는 강화석은 없었고, 강화석의 가격이 12만원에서 올라 15만원에 거래가 되었다.
“강화석 가격이 미쳤네.”
진혁은 강화석이 풀리는데 강화석 가격이 이렇게 올랐다는 단순히 장사꾼들이 사재기를 해서 비싸게 팔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이벤트가 끝난 후에 이루어질 일들에 대해서 준비를 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길드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겠지. 이번에 사냥하면서 먹은 강화석은 3개가 전부인데. 그걸로 전설 장신구나 강화를 해야겠다.”
진혁은 마지막으로 게임 사이트인 포유에 접속하여 뭔가 정보가 될 만한 것들이 있는지 게시글을 쭉 읽어보았다.
‘더럽고 치사한 길드 놈들의 만행.’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와 있었고, 댓글이 만개가 넘을 정도로 이슈가 된 글이 보여 클릭을 해서 읽어보았다.
-거대길드에서 저레벨 구간의 사냥터를 통제하면서 자신들 길드의 길드원이 이번 이벤트에서 상을 받도록 몰이사냥을 시켜 줌으로······.
진혁은 글을 읽으면서 절로 인상이 써졌다.
거대길드에서 저레벨 구간의 사냥터를 통제하여 길드원들이 사냥과 레벨 업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게 사냥터 하나만 통제한 것이 아니라 레벨 구간별로 사냥터를 통제를 하여 몬스터를 몰이해 주면서 저레벨이 빠르게 많은 몬스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경품으로 받은 강화석을 길드에 기증하였다는 그런 말이었다.
“나도 이것 때문에 밀린 거 아니야?”
진혁은 댓글을 읽어보면서 이러한 생각이 들자, 게임 속 알리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성실하게 열심히 해서 얻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 이런 건가?”
사회에서도 이러한 부조리들이 많다. 생각해보면 인더스의 세계를 모험하는 플레이어들이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이니 당연히 인더스의 세상에서도 이러한 부조리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알리의 조언대로 나도 무식하게 열심히, 성실하게 간혹 나쁜 짓도 좀 하고, 남들 뒤통수도 좀 치고 그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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