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뭣 같을 거다.
리베인 백작령의 노천카페에 앉아 있는 진혁을 여러 명의 플레이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템을 돌려달라고?”
“그래. 아이템만 돌려주면 우리 길드에서 더 이상 널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야.”
드란 황무지에서 진혁에게 죽은 아틀란티스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이 자신이 떨어뜨린 아이템을 돌려달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이미 팔기 위해서 은행에 맡겼는데.”
“뭐? 아이템을 판다고. 네 것도 아니면서 네가 무슨 권리로.”
“권리? 싸움에서 이기면 전리품을 얻는 건 당연한 것 아니야? 그리고 난 너희들이랑 계속해서 싸울 생각인데. 왜, 싸움을 그만 둬.”
진혁의 이러한 말에 모두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진혁을 보았다.
“왜? 너희들이 그만 싸운다고 말하면 내가 좋아할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그언 일은 없을 거야. 난 케빌로스 길드와 너희 길드와 싸우면서 아이템 벗겨 먹는 재미로 게임을 하거든, 그러니 제발 그만 싸운다는 말은 하지 마라.”
“우리와 싸우면 네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아이템을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안 그래?”
진혁이 활짝 웃으며 말하자, 아틀란티스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다시 아이템 풀 셋으로 맞추려면 돈 좀 들어갈 텐데. 얼른 아이템 맞춰 입고 나 잡으러 와라. 나 지금 드란 황무지로 가거든.”
진혁은 이들을 비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회할 텐데?”
“후회는 늘 하지. 그런데 이왕 하는 후회라면 내가 즐기는 쪽으로 후회하려고. 그러니 아이템 맞춰 입고 나 죽이러 꼭 와.”
진혁은 이들을 지나쳐 워프 게이트가 있는 광장으로 갔다.
“아이템을 돌려주면······.”
아이템을 돌려 달라고 말을 하려는 아틀란티스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을 향해 중지 손가락을 보여주며 말했다.
“내가 호구로 보이냐? 경매로 내놓았으니 돈 주고 사.”
진혁은 몸을 돌려 광장으로 가버렸다.
“어떻게 하지. 정말 경매에 넘겼나 본데.”
“잠깐 확인 좀 해 보고.”
플레이어 한 명이 경매 물건을 검색해 보더니 자신의 아이템이 없는 걸 확인하였다.
“경매에 없는데?”
“그럼 그 놈이 거짓말을 한 거야? 이 개새끼가.”
“은행에 맡겼다고 그랬잖아. 그럼 VIP를 상대로 아이템을 파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네. 잠시만 그쪽도 확인을 해 볼게.”
VIP를 대상으로 파는 경매를 물건을 검색하다 플레이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올라와 있어. 최소가격이 50만 골드부터 시작을 해.”
50만 골드면 오천만원이라는 말이었다.
“유니크 아이템이 그리 비싸지는 않잖아. 강화템이라 그런 건가?”
“요즘 아이템 품귀현상이잖아.”
“시바, 내 아이템이 어떤 아이템인데 고작 오천만원 밖에 못 받아. 그게 어떤 아이템인데.”
강화를 +9강까지 성공한 아이템의 주인은 울분을 토하듯 말하여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길드장에게 말해서 아이템을 회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중에 VIP 경매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 있어?”
모두는 침묵했다.
“길드장에게 말하자. 그럼 아이템 회수해 주겠지.”
“시X, 난 아이템 4개나 떨어뜨렸는데 그거 다시 사려면 2억이야.”
그 정도의 재력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아이템을 돈을 주고 다시 구매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다.
“일단 말해보자. 다른 사람들이 사가면 피곤해질 테니까.”
*
진혁은 드란 황무지에서 벨루라스를 어떻게 사냥할 것인지 고심하였다.
“방어력도 높고, 공격 패턴도 다양해서 쉽지 않은데. 그마나 중독 시키거나, 피부를 뜯어 낸 다음 그곳을 공격하면 그마나 대미지가 들어가는데 그게 조금 위험하단 말이지.”
방어력을 무시하는 내가중수법을 익히고 있지만 실제로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스턴이라도 걸리면 그 시간에 놈의 비늘을 뜯어내면 되는데.”
방어력이 높아 스턴도 걸리지 않으니 이 또한 문제였다.
“치고 빠지는 장기전으로 가야 하는데 그럼 아틀란티스 놈들한테 뒤치기를 당할 수가 있단 말이지.”
그들과 레벨 차이가 나니 싸우다가 죽어도 자신이 아이템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죽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 단시간에 사냥을 해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무식하게, 또 우직하게 놈을 사냥을 하는 방법뿐이 없었다.
그러다 번뜩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가만, 내가 꼭 처음부터 잡을 필요는 없잖아. 남들 잡는 거 막타 치면 되는 거 아닌가?”
아틀란티스 길드의 플레이어들도 자신이 잡고 있는 걸 뒤치기로 공격하고 벨루라스를 사냥하려고 하였으니 자신 역시 그들과 똑같이 돌려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다.
“뭐, 공적치 대비해서 아이템 획득을 하겠지만 난 놈을 잡았다는 것에 만족하고 퀘스트를 클리어 하면 되니까.”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진혁!”
진혁의 어깨 위에 나타난 피란체바가 자신의 얼굴을 진혁의 볼에 비비며 친근감을 표현하였다.
“괜찮아? 이제 아픈 덴 없어?”
“응, 이제 팔팔해 졌어.”
“다행이다.”
“미안해. 피란체바가 약해서 진혁을 힘들게 했어.”
“아니야. 피란체바는 나에게 늘 도움이 되는 걸. 내가 약해서 피란체바가 힘들어 했잖아. 내가 노력 더 많이 해서 더 강해질게.”
“나도 나도 강해질 거야.”
“그래, 우리 함께 더 강해지자.”
피란체바와 함께 강해지기로 약속한 후에 진혁은 일단 드란 황무지에서 사냥을 하며 아틀란티스 길드원들이 벨루라스를 사냥하러 오기를 기다렸다.
하루, 이틀이 지나가고, 삼일 째 되는 날 아틀란티스 길드원들이 벨루라스를 사냥하기 위해서 둥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벨루라스는 여전히 강력한 모습으로 자신을 사냥하러 온 플레이어들을 상대하였는데 워낙 무지막지한 놈이라 30명이 넘는 인원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쉽게 잡히지가 않았다.
이 모습을 언덕에 몸을 낮게 웅크린 채로 진혁과 피란체바가 지켜보고 있었다.
“진혁, 왜 나가서 안 싸워.”
“우리가 벨루라스를 지금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벨루라스는 너무 강해.”
“그래서?”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저놈들이 벨루라스를 다 잡을 때까지 기다릴 거야.”
진혁은 피란체바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체력이 조금 남았을 때, 내가 강력한 공격을 해서 잡을 거란 말이지?”
“그래. 그런 후에 우리는 그냥 도망치는 거야.”
“저들이 잡으러 오면 어떻게 해?”
“뭐, 만날 쫓고 쫓기면서 생활했는데 저들이 쫓아온다고 달라지지 않겠지. 우리는 저들을 상대로 또 열심히 싸워서 경험을 얻으면 강해져서 좋지.”
피란체바가 뭔가를 생각하더니 활짝 웃었다.
“응. 이래저래 강해지면 좋아.”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아틀란티스 길드원들이 벨루라스를 사냥하는 모습을 조금 더 지켜보았다.
“시발, 도대체 방어력이 얼마인데 아직 절반도 못 깎아 내렸어.”
아틀란티스 길드원들은 투덜거리면서도 벨루라스를 죽인 후에 얻을 아이템을 생각하며 열심히 사냥에 임했다.
“피란체바, 소리를 없애는 마법이 사일런스지.”
“응.”
“사일런스 마법으로 벨루라스의 사자후와 같은 소리를 봉인할 수가 있을까?”
“아마도 할 수 있을 거야. 고위 마법은 아니지만 소리를 제어할 수 있는 마법이니까.”
“흑마법사도 배울 수가 있는 거지.”
“응. 다 배울 수가 있어. 내가 알기로는 공격계열의 마법을 제외하고는 다 배울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 물론 원소를 이용한 방어 마법도 배울 수가 없지. 하지만 흑마법은 어둠의 마법을 이용해서 더 다양한 마법을 사용할 수가 있으니까 굳이 원소 마법을 배우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럼 혹시 모르니까 내가 배울 수 있는 마법은 다 배워둬야겠네.”
“그럼 좋지. 피란체바도 열심히 생각해내서 마법을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게.”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어력이 어마무시하여 공격력이 다소 덜 주목받지만 벨루라스의 공격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였다.
그러한 공격에 아틀란티스 길드원들이 한 명씩 쓰러졌는데 힐러들의 힐링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서였다.
그러는 가운데 진혁은 벨루라스의 묘한 특징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피란체바, 냉기의 브레스를 사용할 때는 입을 연 후에 마력을 모으지.”
“응.”
“사자후를 터뜨릴 때는 마력을 모으지 않아. 대신 날개를 활짝 펴서 자신의 덩치를 더 크게 보이려고 하지.”
“정말 그러네.”
“날개로 강력한 바람을 만들어 낼 때는 두 발이 살짝 허공에 떠 있어. 도약을 하고.”
진혁은 벨루라스가 어떠한 기술을 사용할 지 놈의 행동을 보고 알아낼 수가 있었다.
붙어서 싸울 때는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떨어져서 싸우는 걸 지켜보니 그런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런 것만 알고 있어도 싸우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 그렇지.”
“그럼 내가 허공에서 알려줄게. 진혁이 피해.”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무슨 공격을 하는지 알 수만 있다면 그래도 이전보다는 상대하기 편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이 벨루라스를 공격하였고, 1시간이 흘렀지만 벨루라스의 체력은 절반도 넘게 남아 있었다.
마계의 생물을 뜻하는 마물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놈이었다.
“독으로 중독 시킨다면 놈의 체력을 지금보다 더 빠르게 깎아 내릴 수가 있겠지.”
진혁은 자신이 배운 저주마법으로 벨루라스의 방어력을 조금이라도 떨어뜨린 후에 독을 이용해서 체력을 깎아 내린다면 아틀란티스 길드원들과 비슷한 속도를 내지 않을까 하였다.
“만약에 지금 내가 저들의 틈으로 타고 들어가서 독을 걸면 어떻게 될까? 나머지 놈들이 날 죽이려고 할까?”
“죽이려고 할 거야. 하지만 저들의 수가 부족하면 아마도 다음 기회를 노리겠지.”
“수가 부족하면?”
“지금 저들이 죽고 있잖아. 그러니까 몇 명만 더 죽으면 저들은 진혁에게 덤비지 못할 거야.”
“더 죽으면······.”
진혁은 잠깐 생각을 하였다. 그러다 피란체바에게 물었다.
“피란체바, 너 하늘 위로 올라가면 저들의 마법 사거리에 벗어날 수 있어?”
“응. 가능해.”
“그럼 그 높이에서 벨루라스가 어떤 공격을 할지 알아 낼 수 있겠어?”
“그것도 가능해.”
진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그럼 이렇게 하자. 넌 하늘로 올라가서 벨루라스가 어떤 공격을 하려고 하는지 나에게 알려 줘.”
“진혁은?”
“난 저놈들 때려잡아야지. 지난번에 복수를 해야지.”
피란체바의 입가에도 진혁과 같은 미소가 생겼다.
“그래. 나 저놈들에게 마법을 맞았어. 그러니까 진혁이 저놈들 혼내 줘. 내가 벨루라스를 자세하게 관찰할 테니까.”
진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그럼 가 볼까? 마법사부터 잡아야겠지. 그래야 피란체바도 하늘에서 내려와서 싸울 테니까.”
“응. 피란체바도 싸울 거야.”
“그래. 가서 저놈들 혼내주자.”
진혁은 웅크리고 있던 언덕에서 일어나 벨루라스와 싸우고 있는 아틀란티스 길드원을 향해 달려 나갔다.
진혁은 힐러로 보이는 성직자를 향해 주먹을 말아 쥔 후에 힘껏 앞으로 뻗었다.
진혁의 주먹에서 강력한 마력이 빠져 나오면서 성인 남성의 얼굴만한 마력의 주먹으로 형상화가 되어 힐러를 향해 날아갔다.
“조심해.”
이 모습을 본 그녀의 동료가 조심하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오러 피스트가 힐러의 등에 적중이 되었다.
“아악!”
그녀가 비명과 함께 주저앉았고, 진혁은 빠르게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 쓰러진 힐러를 향해 내달리며 도약을 하였다.
진혁의 눈앞에 시스템 알림이 생겼다.
-자위의여신에게 선제공격을 하였습니다.
-선제공격을 한 진혁님께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을 보았지만 무시하였다. 자신은 몬스터의 특성을 적용을 받아 10레벨 이상 높은 플레이어들에게는 페널티가 없음을 한 번의 죽음으로 알게 되어서였다.
“놈을 막아.”
진혁이 힐러를 공격하는 순간 그녀의 곁에 있던 마법사들이 도약한 진혁을 향해 마법으로 공격을 하였고, 진혁은 허공에서 양손을 가슴으로 엑스자로 모은 후에 몸을 웅크렸다.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퍼어어엉!
마법이 날아와 진혁의 몸을 때렸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진 힐러의 앞으로 내려서며 그녀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아아악!”
강력한 주먹이 힐러의 체력을 순식간에 떨어뜨렸고, 한 번 더 진혁의 주먹이 그녀의 얼굴에 적중이 되었을 때는 체력이 모두 깎여 죽음을 맞이하였다.
“이 새끼들아, 이전에 나의 뒤를 칠 때는 좋았지. 이번에 너희들이 한 번 당해 봐라. 기분 졸라 더러울 거다. 이 새끼들아!”
진혁은 곧장 레이즈 구울 폰을 사용하여 구울 병사를 소환한 후에 각종 버프를 걸어 주었다.
“놈들이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막아.”
진혁이 구울에게 플레이어들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곤 남은 마법사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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