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손 자작(4권 마지막 이야기)
“뭣이? 우리의 병력을 빼돌리기 위한 간계였다고?”
페루산디스 백작은 기사 롬달의 보고에 놀라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지금쯤이면 성문 앞에서 싸움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페루산디스 백작은 자신의 집무실을 나섰고, 기사단장인 다리온이 뒤를 따랐다.
서둘러 성문이 있는 곳으로 가니 롬달의 말대로 성루에서는 병사들이 화살을 쏘며 침입자를 막으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성에 남은 기사들과 병사들은?”
“기사 10명에 병사 50명입니다.”
다리온의 말에 페루산디스 백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간악한 놈들, 마법 수정구로 연락하여 페루산 평원으로 간 병력을 회군시켜라. 그때까지 성문을 사수하며 버틴다.”
페루산디스 백작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들과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리온!”
“옛, 백작님.”
“나의 갑주와 검을 가지고 오라.”
“루먼! 넌 성루로 올라가서 병사들을 지휘하라.”
“레디오! 너는 성안의 사람들을 움직여 무기고 있는 화살을 모두 내어 오라.”
페루산디스 백작은 신속하게 명령을 내렸다. 없는 병력으로 내릴 수 있는 최상의 명령을 내리는 그는 기사단장인 다리온이 그의 갑주와 검을 가지고 오자, 착용한 후에 성루로 올라갔다.
구울을 비롯하여 수많은 저주받은 마물들이 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쉐이이익!
화살이 날아가 놈의 몸을 관통하였지만 그들의 전진을 멈출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다크 앰버서더 놈들.
퍼어어엉!
그때 성루의 한쪽에 마법 공격을 당하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로 인해서 병사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저주 받은 마물들 속에 흑마법사들이 숨어 있다. 놈들을 찾아 공격하라.”
구울과 키메라들이 가득한 전장 속에서 숨어 있는 흑마법사들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법사라도 있다면······.”
“영주님, 실은······.”
기사 롬달은 자신이 만난 흑마법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페드산포드 백작에게 들은 적이 있다. 용병의 도움으로 루비스 마을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워프 게이트를 지켜냈다고. 그런데 그 자가 홀로 다른 곳에서 놈들을 막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영주님, 그는 어렸을 때, 리치 마법사에게 사로 잡혀 키메라로 실험을 당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흑마법사들에게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
“그는 몽크이면서도 흑마법사입니다. 그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지금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고, 지금 성문을 열고 나간다면 저들이 성문으로 곧장 밀고 들어올 것이다.”
성주인 페드산포드는 그를 구하러 간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을 하였다.
“그에게는 미안하나 지금은 회군하는 병력이 당도할 때까지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회군하는 병력에 의해 구출될 것이다.”
콰아아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성문이 크게 흔들렸다. 강력한 마법이 성문을 두들겼고, 그 충격에 부서질 만큼 휘어졌다가 복구가 되었다.
하지만 한 번 이런 마법에 직격을 당한다면 성문이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건 성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투석기를 성문으로 옮겨라.”
성문이 부서지면 투석기를 이용해서 성문 안으로 들어오는 자들의 행동을 제한하기 위함이었다.
“기사들은 성문에서 대기한다.”
“옛!”
남은 기사들이 성루에서 내려가 성문이 부서진 이후를 대비하였다.
그때였다.
“와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뒤쪽에서 용병들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저들은!”
“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용병들인 것 같습니다.”
용병들의 수가 제법 되었지만 흑마법사들과 리치, 다크엘프로 구성이 된 다크 앰버서더의 조직의 수보다는 부족하였다.
용병들이 다크 앰버서더 조직원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페루산디스 백작은 아래에 있는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성문을 열어라. 용병들을 도와 놈들을 처단한다.”
명령을 내린 후에 페루산디스 백작은 성루를 내려갔다. 그는 기사들과 함께 출정을 할 요량이었다.
끼이이익!
성문이 열리자, 페루산디스 백작은 기사들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갔다. 구울을 비롯하여 해골병사들이 성문 앞까지 도착한 것을 보고 검을 빼어들어 명령을 내렸다.
“한 놈도 남김없이 도륙하라.”
그의 우렁찬 목소리는 기사뿐만 아니라 뒤쪽에서 다크앰버서더 조직원들과 싸우는 용병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롬달, 너는 병사 열 명을 데리고 가서 도움을 주었다는 그 흑마법사를 구하라.”
“백작님,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가 용병들을 데리고 지원을 온 것 같습니다.”
롬달은 다크 엘프와 싸우고 있는 젊은 사내를 보며 말을 하였다.
*
진혁이 다크 엠버서더의 조직원들과 싸우고 우연이 그곳을 지나가는 플레이어 파티가 있었고, 그들에게 도움을 청한 후에 놈들과 싸웠다.
싸움이 이어질수록 플레이어가 한두 명씩 합류를 하였고, 플레이어들의 도움으로 빨리 다크 엠버서더의 조직원들을 처리할 수가 있었다.
진혁은 이들에게 영주성이 위험하니 도와준다면 영주가 보상을 해 줄 것이라는 말을 하였고, 플레이어들은 다크 엠버서더 조직원들과의 싸움은 힘이 들었지만 영주가 보상을 해 줄 것이라는 말에 기꺼이 동참하여 함께 영주성으로 왔다.
영주성 앞에 도착해보니 정말 다크 엠버서더 조직원들과 영주가 싸우고 있었고, 보상을 생각한 플레이어들이 무작정 달려 나가면서 다크 엠버서더 조직원들과 싸움이 이어졌다.
잠시 후, 영주의 외침에 허공에 울리자, 공격력, 방어력이 10%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었고, 그로 인해서 플레이어들은 더욱 힘을 내었다.
진혁 역시 이들과 함께 싸웠는데 영주가 기사들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오는 걸 보고 자신이 없어도 영주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 판단을 하여 피란체바를 불렀다.
“그 놈이 있는 큰 집이 어디야? 우리는 그 놈 잡으러 가자.”
-알았어. 피란체바를 따라 와.
피란체바가 허공을 날아 왔던 길을 되돌아가자, 진혁이 전장에서 이탈하여 피란체바의 뒤를 쫓았다.
피란체바가 진혁을 데리고 간 저택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루드산포드 백작령에서 진혁이 산 저택과 비슷하였다.
“저곳이야?”
-응.
“그놈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봐.”
-있어. 기분 나쁜 기운이 저곳에서 흘러나와 그런데 나쁜 놈들이 많아.
피란체바의 말을 듣고 진혁은 심호흡을 한 후에 저택으로 다가갔다.
저택의 입구를 지키는 초병들이 진혁을 막아 세웠다.
“여긴 베르손 자작님의 저택이오.”
“베르손 자작? 그 놈이 베르손 자작인가 보군.”
진혁은 주먹을 쥐고 초병의 턱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빠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초병이 날아가 닫힌 철문과 부딪친 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뭐야!”
함께 있던 초병이 놀라 진혁을 향해 들고 있는 창을 겨누었지만 진혁은 크게 한 발을 옆으로 움직여 창의 사각지대로 이동한 후에 초병의 옆구리에 주먹을 꼽아 넣었다.
“윽!”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초병을 본 진혁은 철문을 향해 가려는 순간 흠칫 놀라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철문에 부딪친 초병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초병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였다.
눈에서 붉은 안광을 발하는 놈의 손엔 창이 들려 있었는데 어둡고 칙칙한 기운이 진혁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다크소울이네.
“다크소울?”
-응, 흑마법사의 저주 마법으로 상대의 영혼에 저주를 걸어 저렇게 만드는 거야.
“그럼 저 병사의 영혼이란 말이야?”
-응, 그런데 저 병사는 자신이 저주 마법에 걸렸는지 몰라. 아마 이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다크 소울이란 저주 마법에 걸린 것 같아.
검은 병사가 진혁을 향해 창을 내질렀고 진혁은 풋워크를 이용하여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 옆구리에 주먹을 맞고 쓰러진 병사에게서도 검은 연기가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더니 창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초병이 공격을 해 오자, 이들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찔러오는 창을 몸을 비틀어 피한다음 팔꿈치를 이용해 놈의 얼굴을 찍어버렸다.
팔꿈치가 놈의 얼굴을 통과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진혁은 개의치 않았다.
정령, 다크소울, 스펙트와 같은 영체는 물리공격이 통하지 않아 마법이나, 마력을 사용해서 대미지를 줘야 사냥이 가능한 몬스터들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패시브 스킬로 마나 피스트와 마나 킥이 있어 물리적인 공격에도 마력을 사용할 수가 있어 영체에도 대미지를 줄 수가 있었다.
다크소울은 얼굴이 뭉개지면서 뒤로 날아가 철문에 강하게 부딪쳤다.
다른 한 놈이 창을 휘둘러 공격을 하자, 진혁은 팔을 몸에 붙은 후에 방어를 하였다.
창대가 진혁의 몸통을 강하게 때리면서 부서질 만큼 휘어졌다.
진혁은 그러한 다크소울의 공격에 옆으로 몇 걸음 밀려났다. 생각한 것보다 다크소울의 힘이 강력해서였다.
“방어구를 입고 있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대미지는 크게 안 들어오는데 이놈들의 힘은 강력하다는 말이지.”
진혁은 손으로 방어를 한 손의 팔뚝을 만지며 어깨를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그러는 사이 철문에 부딪쳤던 병사가 일어나 사나운 기세를 뿜어내었다.
-진혁, 저기 더 많은 다크 소울들이 몰려와.
철문 뒤쪽으로 창과 검을 든 다크소울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럼 우리도 열심히 움직여야지.”
-응. 내가 저놈들 다 때려잡을 거야.
피란체바는 즐거운 듯 철문 뒤로 날아가더니 몰려오는 다크소울들을 향해 마법 공격을 하였다.
“그럼 나도 서둘러 이놈들 때려잡은 후에 스켈레톤 병사들을 소환해 볼까.”
진혁 역시 창을 들고 있는 다크소울을 향해 다크 애로우로 공격한 후에 그들을 향해 내달렸다.
날아오는 다크 애로우를 창으로 쳐내는 다크 소울을 향해 순간 거리를 좁히며 들어간 진혁은 주먹으로 놈의 복부를 가격하였다.
마력이 실린 주먹에 의해 대미지를 입은 다크소울의 등이 새우처럼 굽었고, 그런 놈을 향해 뒤 돌려차기로 다시 한 번 복부를 강하게 밀어 찼다.
슈아아앙!
진혁의 발치기 힘에 밀려 뒤로 날아간 다크 소울이 철문에 또 한 번 강하게 부딪치며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타아앗!”
진혁은 철문에 부딪친 다크 소울을 향해 내달리며 도약 스킬을 사용해 최대한 높게 점프를 한 후에 공중에서 무릎을 세워 쓰러져 있는 놈의 가슴을 찍어 버렸다.
진혁의 공격에 견디지 못한 다크소울이 죽자, 진혁은 곧장 레이즈 스켈레톤 폰을 사용하였다.
스켈레톤 병사가 소환이 되었는데 영혼이라 그런지 뼈다귀가 아닌 검은 영체 그대로 소환이 되었는데 다크 소울과 다른 것이 있다면 진혁이 소환한 다크소울은 눈에서 푸른 청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너는 가서 피란체바를 도와.”
진혁이 명령을 내리자, 청광을 뿜어내는 다크소울이 철문을 부수고는 안으로 들어가 다크소울과 싸우고 있는 피란체바를 도와 함께 싸웠다.
“우리도 마무리 해야지.”
남은 놈을 보며 말하는 진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