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이 조금 이상하다.
“피란체바.”
-응?
“넌 잘하는 게 뭐야?”
-글쎄. 딱히 이제까지 내가 뭔가 해 보고 싶은 것이 없어서 안 해봐서 잘 모르겠는데.
“그래? 정령 마법은?”
피란체바는 자신이 어둠의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지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모르겠는데 마법을 사용해 본 지가 오래 되어서.
“얼마나?”
-한 오천 년 정도? 마법을 사용 안 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어서 사용을 안 했어.
진혁은 피란체바와 대화를 나누면서 상전을 하나 모시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몬스터를 만나서 싸울 줄은 알지?”
-몬스터랑 싸워? 왜? 안 싸우면 안 돼?
“그야 몬스터가 나를 죽이려고 하니까 내가 살려면 그놈들과 싸워서 이겨야지.”
피란체바는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몬스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만나면 내가 혼내 줄게.
“그래. 고마워.”
‘일단 휴식을 취한 후에 피란체바와 함께 몬스터 사냥을 하러 가서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확인을 해 봐야겠다.’
*
진혁은 피란체바를 데리고 벨리아 마을로 왔다.
진혁은 벨리아 마을에서 당분간 생활하면서 가상현실 인더스의 개발사인 뮤라스에서 준비한 4주년 이벤트를 할 생각이었다.
진혁은 그린우드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는데 그린우드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을 간혹 볼 수가 있었다.
진혁은 그들과 겹치지 않게 그린우드 끝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서식하는 스타타르토란 몬스터를 사냥하며 피란체바와 연계하여 사냥할 수 있는 알아 보았다.
스타타르토는 거대한 메뚜기처럼 생겼는데 이족보행을 하는 몬스터였다. 등에는 날개가 있어 지상에서 3미터까지는 날 수도 있었는데 다만 조류처럼 오랫동안 비행을 할 수는 없었고,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날개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을 하는 그런 놈이었다.
“다른 정령들과는 다른 건가?”
피란체바는 사냥을 하는 것보다는 노는 것이 더 재미가 있는지 한 놈을 데리고 노는데 집중을 하였다.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다른 놈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한 놈만을 상대하였다.
-이렇게··· 이렇게···.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니 뭐라고 할 수가 없어 진혁은 피란체바가 좋아하는 걸 하게 내버려두고 자신은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하여 스타타르토를 사냥하는데 집중을 하였다.
진혁은 이벤트를 위해서 아이템을 풀 착용을 하고 사냥을 하였는데 레벨이 비해 높은 스탯과 아이템이 주는 공격력과 스탯이 더해지니 100레벨의 몬스터인 스타타르토가 순식간에 녹아 버렸다.
어둠의 정령 피란체바는 한 마리의 스타타르토와 놀다가 재미가 떨어졌는지 가볍게 죽여 버린 후에 시선을 진혁에게 향했다.
그러다 피란체바의 모습이 흐물하게 녹아내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었다.
피란체바는 진혁이 싸우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그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였다.
진혁이 주먹을 뻗고, 발로 차고, 몸을 피하는 것을 곧잘 따라하더니 스타타르토 한 마리를 향해 다가가서는 진혁을 보고 배운 걸 그대로 따라 하였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 아이가 뭔가를 배워 한 번 사람들에게 자신이 배운 걸 뽐내고 싶어 하는 그런 모습처럼 보였다.
피란체바는 스타타르토와 싸우면서 처음에는 어색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진혁의 움직임과 비슷해졌다.
진혁은 스타타르토와 싸우다가 문득 피란체바가 생각이 나서 그가 있는 곳을 돌아보니 한 어린 아이가 스타타르토와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아이가 피란체바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진혁이 놀란 건 자신이 싸우는 방식과 똑같은 방법으로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아서였다.
“보통 정령들은 마법을 사용하지 않나?”
자신이 아는 정령들은 정령마법으로 몬스터나 적을 상대하는 걸로 아는데 피란체바는 마법보다는 자신처럼 물리적인 공격으로 몬스터를 상대하는 중이었다.
사라라락!
움직임도 이제는 능숙해져 스타타르토를 손쉽게 상대할 수 있게 되자, 피란체바는 활짝 웃었다.
-진혁, 나 잘하지.
진혁이 자신이 보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물었다.
“그래. 너무 잘해. 그런데 마법은 사용 안 하는 거야?”
-마법? 전에도 말했잖아. 사용해 본 지가 오천 년이 넘었다고 말이야.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 마법은 사용 안 하고 살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 알았어. 그래도 위험한 놈을 만나면 나에게 얼른 도망 와야 해.”
-알았어. 진혁도 위험하며 피란체바가 있는 곳으로 도망 와. 알았지.
“그래.”
피란체바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더니 스타타르토를 상대하러 움직였다.
그런 진혁은 피란체바의 능력 중 하나가 혹시 카피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였다.
스타타르토를 상대하는 모습이 자신과 너무나 흡사하였고, 사령이 깃든 마력이 조금씩 소모되는 걸로 봐서는 피란체바는 자신처럼 주먹과 발을 사용할 때, 자연스럽게 마력의 힘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피란체바는 나의 능력 일부와 자신의 능력이 플러스가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최소한 나보다 약하지는 않겠지.”
지금도 100레벨의 스타타르토를 손쉽게 상대하니 150레벨, 아니 200레벨까지는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지금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아도 나중에 많이 도와주겠지.”
진혁은 피란체바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다시 사냥에 집중하는 진혁은 스타타르토를 사냥하면서 다섯 번의 레벨 업을 하였다.
진혁의 레벨이 스타타르토보다 한참 낮아 경험치를 두 배로 획득할 수가 있어 빠르게 레벨 업이 가능하였다.
-진혁!
갑자기 피란체바가 불렀다.
“왜?”
-다른 놈을 사냥하러 가자. 여기는 이제 재미가 없어.
“그래? 그럼 어디로 갈까?”
그린우드에서는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놈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어디든 상관이 없어 물었다.
-저리로 가자.
피란체바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다 사람의 모습이 흐물해져 녹아버리듯 흘러내리더니 다시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하여 진혁에게 날아와 그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저쪽으로?”
-응, 저쪽에 엄청 사악한 놈들이 있어.
“그래?”
-응, 어둠의 마력을 가진 놈들이 웅크리고 있어.
그린우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진혁은 사악하다고 불릴 만큼 강력한 몬스터는 없다고 생각하여 고개를 갸웃거렸다.
‘흑마법사들인가?’
-저리로 가자.
“그래. 가 보자.”
진혁은 피란체바가 가리키는 곳으로 갔다.
피란체바는 진혁의 어깨 위에서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는데 진혁이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그린우드에 이런 곳도 있었나?’
진혁은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서는 그린우드의 지형이 모두 밝혀져 있었는데 자신이 있는 곳도 한 번은 와 본 곳이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왜, 낯설지? 근처까지 왔다가 돌아갔나?’
지도는 한 지역을 찾으면 일정부분까지는 밝혀지니 진혁은 이 주위에 왔다가 몬스터가 없어 그냥 돌아갔다고 생각을 하였다.
-오른쪽으로 가.
“알았어.”
어깨 위에서 방향을 알려주는 피란체바의 말대로 따라가니 아래로 내려가는 좁은 길이 있었다.
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로로 가파르고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정도의 개척되지 않은 등산로의 느낌을 주는 그런 길이었다.
‘이쪽을 통해서 바다 쪽으로 내려갈 수가 있나?’
그린우드는 두라스 왕국의 남부 끝에 위치해 있고, 그 뒤편에는 바다로 되어 있어 플레이어들은 아직 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진혁은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하였다.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면 돼.
“알았어.”
-그런데 진혁은 얼마나 강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사실 그렇게 강한 것도 아니야. 나보다 더 강한 용병이나 모험가들도 많으니까.”
-그렇구나. 그럼 내가 많이 도와줘야겠네.
“그래. 피란체바가 많이 도와 줘.”
-알았어.
피란체바가 알려준 대로 가니 작은 동굴 앞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사람들이 기억 속에서 잊혀진 사원을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잊혀진 사원을 최초로 발견하신 진혁님께는 20%의 상승된 전투 경험치, 스탯 경험치, 아이템 획득 확률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잊혀진 사원을 최초로 발견하신 진혁님께서 던전의 위치를 공개하시면 최초의 탐험가로 등록이 됩니다.
-최초로 담험가로 등록이 되면 피로감, 체력, 마나가 영구적으로 50만큼 상승합니다.
-최초의 탐험가로 등록하지 않으면 스탯의 상승효과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잊혀진 사원을 공개하시겠습니까?
진혁은 잠깐 생각을 하였다. 공개해서 사람들과 경쟁하기보다는 독식해서 경험치와 아이템을 독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을 하였다.
“스탯 50도 탐이 나지만 이벤트 기간 동안 방해를 받지 않고 사냥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
진혁은 공개하지 않기로 하였다.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잊혀진 사원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차후 잊혀진 사원의 위치를 공개하더라도 스탯의 상승효과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후우······.”
진혁은 심호흡을 크게 한 후에 피란체바와 함께 잊혀진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
“마르틴 선수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부상 정도가 심해서 완치를 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니 시합을 조금만 미루자고 하더군요.”
GC엔터테인먼트의 최승수는 UFC 대회에서 진혁과 한 번 더 붙기로 한 누비아 마르틴과의 시합 주선을 위해서 UFC 관계자를 만났다.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죠. 그렇다고 우리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세 개의 계약 중 하나를 소모했으니 아직 두 개의 계약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선수랑 먼저 붙도록 해 주십시오. 랭킹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상관은 없습니까?”
“네. 지금 우리 진혁 선수가 UFC에서 랭킹에 도전을 할 만큼 인지도가 높은 선수가 아니지 않습니까? 우선적으로 시합을 많이 뛰어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 UFC 입장에서도 수익이 날 테니 말입니다.”
“그렇긴 합니다.”
“그러니 일단은 아무나 붙여주시면 열심히 준비를 해서 시합에 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이기면 계약을 연장했으면 합니다.”
“계약 연장요?”
“세 게임 중에 한 게임이 끝났고, 또 한 게임을 소모하면 이제 루비아 마르틴 선수와의 시합이 마지막 계약인데 우리 진혁 선수가 UFC에서 계속해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계약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합니다.”
“우리 진혁 선수가 시합에서 형편없는 경기로 졌다면 이런 말도 하지 않겠지만 늘 화끈한 경기로 대회장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알고 있기에 UFC에서도 우리 진혁 선수와 계약을 한 것이고 말입니다.”
대답은 하지 않지만 표정에서 최승수의 말을 모두 인정을 하였다.
“그러니 이번 대회에서 승리를 하면 세 게임 더 연장 계약을 하고 우리 진혁 선수 파이터 머니도 조금 올려 주십시오.”
“파이터 머니도 말입니까?”
“지금 UFC에서 아시아 출신의 선수가 몇 명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진혁 선수는 이미 아시아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고, 시합이 열리면 아시아 격투 마니아들이 20% 정도 늘어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최승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말하여 진혁의 파이터 머니를 조금 더 받고자 하였다.
“진혁 선수의 지금 파이터 머니가 일만 달러입니다. 매달 시합이 잡히는 것도 아니고 일만 달러로 두 달, 석 달을 생활해야 하는데 스태프들과 나눈다면 최저 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입니다.”
일만 달러면 한화로 약 1,270만원 정도 된다.
이걸 석 달로 나누면 420만원 조금 더 되는 돈인데 진혁 혼자 쓰면 상관이 없지만 매니저먼트 비용,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떼어주는 돈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진혁이 한 달에 25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는 셈이다.
“그럼 얼마나 원하십니까?”
“많이도 바라지 않습니다. 만 오천 달러!”
최승수는 1,900만 원 정도의 돈을 원했다.
“남은 두 경기의 파이터 머니를 만 오천 달러로 하고, 두 경기 모두 승리한다면 그때 가서 조금 더 올려 주십시오.”
최승수의 요구는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 그 정도의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해도 줄 수가 있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대회에서 아시아권에서는 진혁의 인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어느 정도 흥행을 예상할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흔쾌히 대답을 해 줄 수 없는 건 다음 비즈니스를 위해서였다.
다음에 파이터 머니를 올려달라고 할 때, 많은 돈을 요구하면 UFC의 입장에서는 난처해질 수도 있어서였다.
최승수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어 처음부터 무리하게 요구를 하지 않았다.
UFC에서 수긍을 할 수 있을 만큼, 그리고 계속해서 계약을 하고 진혁이 UFC에서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챔피언? 그건 아주 먼 훗날, 최소 5년 후의 이야기이니 그때 가서 이야기를 하면 된다. 지금은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 최우선이고, 최대과제였다.
“알겠습니다. 일단 상부에 보고는 하겠습니다. 그리고 진혁 선수와 싸우고 싶어 하는 선수를 우리 측에서 선별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다음 대회에서 시합이 잡혔음을 진혁 선수 측에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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