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할래?
진혁은 아르헨 습지에서 사냥하면서 얻은 부산물들을 잡화상에 모두 팔고 식당으로 가서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였다.
식당으로 한 사람이 들어오더니 진혁을 발견하고는 다가 와서는 자연스럽게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왜? 혼자야, 죽은 거야?”
“아니, 그 놈들 좀 이상해서 능력도 안 되는 것들이 욕심이 가득한 것 같아서 난 그 놈들이랑 못하겠다고 말을 하고 그냥 돌아왔다.”
두 사람은 정말 친구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럼 어떻게? 퀘스트 포기하는 거야?”
둘은 친한 친구처럼 대화를 하였다.
“포기는 무슨, 그들이 해결하면 그냥 공으로 먹는 건데.”
“그렇구나.”
진혁은 잠깐 생각하다 프라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그럼 나랑 같이 퀘스트 진행할래?”
“너랑?”
“그래.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여기 있는 것도 심심하잖아. 그리고 그 놈들이 퀘스트를 제대로 할지도 의문이고.”
프라다가 이상한 눈빛으로 진혁을 보았다.
“싫으면 말고.”
“아니, 해. 나를 이용할 생각이면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 버릴 거다.”
진혁이 웃으며 말하였다.
“너나 뒤통수 치지 마.”
주문을 한 음식이 나오자, 함께 나누어 먹은 후에 잡화상에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였다.
“체력, 마나 포션 많이 사 둬. 돈 없으면 줄까?”
진혁이 프라다에게 말했다.
“몸빵인 너나 많이 사. 돈은 나도 충분히 있으니까 포션 떨어지면 나에게 말하고.”
지기 싫어 그런지 허세를 부리는 프라다를 보고 활짝 웃었다.
“그래. 내 거도 많이 사 둬.”
진혁은 마나포션과 체력포션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서 인벤토리 안에 있는 무한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마법사인 프라다를 위해서 였는데 체력이 약한 프라다는 아차하는 순간에 몬스터에게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비 다 했으면 갈까?”
둘은 함께 강을 따라 아르헨 습지로 진입을 하였다.
진혁이 앞장을 서고 프라다가 뒤를 따랐는데 둘은 서두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이동속도를 유지하였다.
“저쪽으로 가 보자.”
진혁은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찾아 움직였는데 그곳에는 어김없이 몬스터들이 존재하였다.
진혁이 앞으로 나서며 몽크 스킬을 사용하여 자신의 신체적인 능력을 향상 시켰다.
“헬스, 샤프, 헤이스트, 랭스······.”
마법사인 프라다가 진혁에게 버프를 걸어 주었는데 마법사 버프와 중복되어 신체능력이 더욱 향상이 되었다.
“광호한 자신감!”
진혁은 도발 스킬을 사용하여 자신에게 몬스터를 끌어들였고, 몬스터가 진혁에 달라붙는 걸 보고 프라다는 한 마리씩 사냥했다.
“괴물 같은 자식, 도대체 스탯 작업을 얼마나 한 거야.”
“말했잖아. 3년 동안 스탯 작업만 했다고.”
진혁은 프라다와 100레벨 이상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를 붙잡고 처리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마법사 스킬이 사기라는 말이 맞구나. 순식간에 녹여 버리네.”
진혁은 자신에게 붙은 몬스터를 모두 처리한 후에 추출도구를 사용하여 몬스터에게서 부산물을 얻었다.
“뭐 하는 거야?”
“추출?”
“그 쓸데없는 걸 왜, 하는 거지?”
“연금술사한테 팔아먹어야지. 연금술사 비약 만들 때 재료로 많이 들어가는 건데.”
“그럴 시간 있으면 몬스터 한 마리 더 잡는 것이 어때?”
“싫거든. 우리는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아르헨 습지를 조사하러 온 거잖아. 그러니 이런 것도 해 봐야지.”
-몬스터 혈액에서 소량의 응고된 검은 마력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다 이상한 걸 얻을 수가 있었다.
“응고된 검은 마력이 뭐야?”
진혁은 물었다.
“난 모르지. 그런데 왜?”
“그게 나왔다고 하는데. 잠시만 아이템 확인!”
*아이템: 응고된 검은 마력(퀘스트 아이템)
설명: 흑마법사들이 몬스터 변이를 위해서 사용하는 마력이다. 몬스터가 죽은 후, 혈액 속에서 응고가 되었다.
“퀘스트 아이템이라고 하는데.”
진혁은 말을 하면서 응고된 검은 마력을 프라다에게 건네주었다. 그가 확인을 한 후에 진혁에게 주려고 하자, 진혁은 일단 가지고 있으라고 말을 하였다.
“추출하다 보면 또 나오겠지. 퀘스트 아이템이니 일단 너도 필요할 거잖아.”
프라다는 말이 없었다.
진혁은 몬스터의 피와 가죽을 모두 벗긴 후에 프라다와 함께 이동하였다.
아르헨 습지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안개가 짙어졌다.
“괜찮겠어? 돌아갔다가 나중에 다시 올까?”
진혁이 묻자, 프라다는 괜찮다는 말을 하였다.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따라 붙어.”
진혁은 프라다와 함께 퀘스트를 하면서 그에게 많은 배려를 하였다. 프라다 역시 진혁이 자신을 먼저 챙겨 주고 있음을 느낄 정도였다.
-범람의 탑을 발견하셨습니다.
-범람의 탑이 지도에 표시가 됩니다.
시스템 알림과 함께 거대한 탑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모형은 피사의 탑과 비슷하였는데 크기는 백 배는 족히 넘을 만큼 컸다.
“어떻게 할까? 돌아가서 범람의 탑의 위치를 알리고 다른 길드에 양보를 할래? 아니면 너랑 나랑 들어가서 워프게이트를 활성화 시킨 후에 1층을 돌아 다녀볼까?”
“위험하지 않을까?”
“정보가 없는 상태이니 위험하겠지. 아니면 넌, 돌아가 있어. 내가 1층을 돌아보고 판단을 해 볼 테니까.”
“혼자서?”
“위험하면 귀환주문서 사용하면 되니까. 난 몸빵이 되니까 주문서를 사용할 시간이 있지만 넌 힘들잖아.”
프라다는 잠깐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같이 가.”
“괜찮겠어.”
“도발이나 잘 해. 나한테 어그로 튀지 않게.”
진혁은 그의 말에 피식 웃고는 몸을 돌려 범람의 탑으로 들어갔다.
범람의 탑 입구는 콜로세움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생겼는데 안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들어간다.”
진혁이 범람의 탑 입구로 들어가자, 그 뒤를 따라 프라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
프라다는 범람의 탑 1층에서 진혁과 함께 많은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그가 악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한때 몸을 담았던 파이어 길드가 사냥터를 독점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을 핍박하였고, 그로 인해서 싸움이 일어났으니 딱히 진혁이 잘못 했다고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자신의 고가의 아이템을 그가 가져가서 팔아버렸기에 그 일로 서먹한 사이가 되었지만 사람은 괜찮아 보였다.
“이거 먹고 마나 채워!”
“너는?”
“무식한 몸빵이 마나는 무슨, 몸을 때우는 거지. 몸으로 때우니까 맵집 오르고, 민첩 오르고 난리도 아니다.”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지만 탱커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프라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내 걱정 말고 너, 걱정이나 해. 조금 전처럼 몬스터의 눈에 띄지 말고. 벽 기둥에 잘 붙어 있어.”
진혁의 말대로 프라다는 1층 벽기둥에 몸을 반쯤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반대편에서 오는 몬스터들은 프라다를 볼 수가 없었고, 진혁만을 보고 덤벼들었다.
몬스터들이 진혁을 향해 달라붙자, 몽크 스킬인 전투의 함성을 사용하였다.
“우우우우!”
몬스터를 주눅 들게 만들어 소폭 방어력을 저하시키는 전투의 함성 효과는 방어력을 감소보다는 능동적인 몬스터의 공격 성향을 수동적으로 바꾸는데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광호한 자신감!”
그런 후에 광호한 자신감을 사용해서 몬스터를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들면 꼭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놈들이 생긴다.
진혁은 프라다가 없었다면 스켈레톤 폰을 소환시켜 다 때려잡았을 텐데 프라다가 있으니 자신이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최대한 숨기려고 하였다.
대신 강력한 마법으로 빠르게 몬스터를 사냥하는 프라다가 있으니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큰 어려움이 없었다.
퍼어어엉!
광역마법으로 진혁에게 몰려 있는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주자, 진혁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야, 나 죽이려고 광역마법을 사용했지.”
-프라다님께서 선제공격을 하였습니다. 프라다님께 정당방위가 성립이 됩니다.
“이 정도는 버티잖아. 그리고 언제 한 방씩 저 많은 놈들을 다 잡아. 포션 먹고 버텨!”
되레 큰소리치는 프라다를 향해 투덜거리는 진혁은 포션을 한 병 사용하여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을 하였다.
콰아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진혁을 중심으로 퍼지는 불의 고리는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쓸어버릴 만큼 강력한 대미지를 주었다.
두 방의 광역마법에 몬스터의 체력 대부분이 깎이자, 진혁이 빠르게 움직여 몬스터들을 마무리하였다.
권투의 풋워크를 사용하며 상위를 좌우로 흔드는 위빙 동작과 함께 뻗어 나오는 라이트, 레프트 훅에 몬스터들이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였다.
진혁은 자신에게 몰려온 몬스터들을 모두 쓰러뜨린 후에 몬스터 사이에서 아이템을 주워서 프라다와 공평하게 나누었다.
“조금 기다려. 재료 추출해야 하니까.”
진혁은 몬스터를 상대한 후에 항상 재료를 추출하였기에 이젠 프라다도 그러려니 하고 함께 재료를 추출하였다.
그러다 다시 몬스터가 몰려오는 걸 느끼곤 진혁은 인상을 썼다.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름 하나는 잘 지었다. 몬스터가 범람하다 못해 해일처럼 밀려오는 구나.”
“괜찮겠어?”
프라다가 물었다.
“너는?”
“나는 딱히 하는 일이 없으니 어려움이 없지. 네가 문제지. 포션은 얼마나 남았어?”
“내 걱정 말고 너 걱정이나 해. 내가 도망치라고 하면 주저 말고 귀환주문서 사용하고.”
“알았어.”
두 사람은 몰려오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
프라다가 벽기둥에 자리하자, 진혁은 곧바로 몬스터 도발 스킬을 사용하였고, 프라다는 진혁에게 헤이스트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의 버프를 걸어 주었다.
진혁 역시 몽크 스킬인 헬스, 샤프, 헤이스트를 사용하여 중복 적용을 받은 후에 다시 몬스터들과 싸웠다.
싸우는 방식은 비슷하였다.
진혁이 어그로 끌면 프라다가 광역마법 두 방으로 몬스터의 체력을 떨어뜨려 놓고 마무리는 진혁이 하였다.
마법사의 광역마법 쿨타임이 조금 길어서 진혁이 쿨타임이 끝날 때까지는 혼자 싸워야 하였지만 그로 인해서 스탯을 하나씩 올릴 수 있어 상관이 없었다.
진혁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라졌다.
오랫동안 몬스터와 싸우면서 이들이 패턴이 눈에 익으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동작들이었다. 그런 동작을 보는 프라다는 감탄을 하였다.
‘다른 플레이어와 달리 스킬 한 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몸을 무기처럼 사용하는구나.’
프라다는 다른 몽크 클래스의 플레이어들과 함께 사냥을 해 보았다. 그들은 스킬을 이용해 몬스터가 주는 대미지를 최소화하고, 또 스턴과 같은 스킬을 이용해서 자신이 공격할 시간을 번 후에 강력한 한 방의 스킬 대미지로 몬스터를 사냥하였는데 진혁은 그러지 않았다.
격투기 선수처럼 격투기술을 이용해서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고 막아내고, 흘리면서 몬스터에게 입는 대미지를 최소화하고 빠른 연타 공격으로 대미지를 주면서 몬스터를 처리해 나갔다.
프라다는 그런 진혁을 보면서 정말 재미있게 게임을 한다고 생각을 하였다.
“야, 뭣해! 한 방 먹여야지.”
“너 걱정이나 해.”
진혁의 잔소리에 프라다는 광역마법인 파이어 링을 사용하였다.
불의 고리가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면서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주자, 몬스터들의 시선이 프라다에게로 향했다.
“광호한 자신감!”
진혁과 프라다는 레벨 차이로 인해서 파티가 되지 않아 프라다의 마법이 진혁에게도 대미지를 주어 몬스터가 몰리면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진혁은 프라다를 몰리는 시선을 자신에게 돌렸다.
몬스터들이 진혁에게 다시 향하자, 프라다는 한숨을 놓아 쉬었다.
“잠시 쉬고 있어. 나도 쿨타임이 있어 다음에 어그로 튀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알았어. 포션 아끼지 말고 사용해.”
“내 걱정 하는 거야?”
“염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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