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해 주는 여러분이 있으니까요.
“순수 레슬링 기술로만 승부를 한다면 충분히 빠져 나올 수 있는데 격투기는 타격도 함께 이루어지는 스포츠이니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대미지가 들어오면 몸이 움츠려져서 입니까?”
진혁은 양종국을 만나 영상을 보여주며 그레플링의 기술에 대해서 물었고, 양종국은 그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중이었다.
“그것도 있지만 무방비 상태가 되요. 이렇게 상대가 누를 때 팔을 이용해서 상대를 들어 올려 몸을 비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격투기에서는 이를 가만히 두지 않겠죠.”
진혁은 설명을 듣고 이해를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대미지가 계속 들어오더라도 빠져 나오려고 하면 어찌 됩니까?”
“대미지 누적으로 빠져 나온다고 해도 힘든 경기를 풀어나갈 수도 있고, 또 한 방에 녹다운이 될 수도 있겠지요.”
진혁은 머릿속에 절로 그림이 그려졌다.
“그럼 그러한 상황이 오면 버틸 수밖에 없는 겁니까?”
“제가 볼 때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발을 이용해서 상대의 다리 한쪽이라도 잡고 있으면 상대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어요. 그런 후에 양팔로 상대의 목을 잡고 당기거나, 혹은 얼굴을 상대의 가슴에 딱 붙여 놓고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버텨야죠.”
레슬링 선수들 사이에는 레전드로 불리는 양종국의 판단은 시간을 끌어서 상대가 제 풀에 지쳐서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전 라운드에서 진혁 선수의 포인트가 앞서면 결국 상대는 스탠딩을 할 거예요. 누워서 방어를 하면 답이 안 나올 테니까요.”
“체력소모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해야겠군요.”
“그렇죠. 하지만 두들겨 맞아 대미지가 쌓이는 것보다는 낫죠. 그리고 나 혼자 체력 소모되는 것이 아니니 비슷한 조건으로 다음 라운딩을 맞이할 거예요.”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아니에요. 나도 진혁 선수가 이렇게 한 번씩 찾아와 주니 재미있고, 즐거워요. 나름대로 격투기에 쓰일 수 있는 레슬링 기술들도 개발해 보고 학생들을 상대로 시험도 해 보고 가르쳐 주기도 하니 학생들도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온 김에 운동 좀 하다가 가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세요. 학생들도 진혁 선수가 운동하는 걸 보면 좋아할 거예요. 진혁 선수는 현역이니 학생들도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레슬링을 준비하여 체대를 진학하려고 하는 학생들 아닙니까?”
“그렇죠. 진혁 선수가 유도를 하다 격투기로 전향한 것처럼 학생들도 레슬링을 하다가 격투기로 전향을 하겠죠.”
“아······.”
“한국이 선진국, 엘리트 스포츠 강국이라고 해도 막상 비인기 종목은 대학을 졸업해도 할 것이 없어요.”
엘리트 스포츠인을 육성하는 대한민국의 시스템 상의 문제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저도 학생들에게 나중에 격투기 선수로 전향할 때를 생각해서 권투나 무에타이, 킥복싱 같은 타격 운동도 배우라고 조언을 해 주고 있어요.”
진혁은 그 동안 도움을 얻었던 터라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말을 하였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학생들에게 제가 경험을 했던 이야기해 줄 수도 있습니다.”
“아, 그럼 학생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겠어요. 한 번 시간 내어 강의를 해 주세요.”
“강의라고 할 것은 없는데 그냥 제가 경험을 했던 걸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양종국은 활짝 웃었다.
“학생들도 많이 좋아할 거예요.”
*
진혁은 양종국이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운동을 한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저녁을 먹은 후에 인더스 세상에 접속을 하였는데 간이천막 안에서 백호와 리틀백호가 잠을 자고 있고, 피란체바가 리틀백호의 품에서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진혁은 이들이 깰까 싶어 조심스럽게 일어나 천막 밖으로 나가자, 동동일과 동동이가 천막 앞에 서서 경계를 서고 있었고, 구울 병사들이 조금 떨어진 곳을 어슬렁거리며 침입자가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는 중이었다.
“피란체바가 있어서 그런 건가?”
이전에 피란체바가 정령계에 놀러 갔을 때에는 자신이 소환수를 소환하여 사냥을 하다 급한 일로 접속을 종료하면 소환수들도 자동으로 종료가 되었는데 지금은 소환이 유지가 되었다.
“피란체바가 이들을 컨트롤 할 수 있으니 그런가 본데.”
진혁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였다.
진혁은 피란체바를 한 번 본 후에 조금 더 쉬도록 내버려 두고 동동일과 동동이를 데리고 간이 천막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을 하였다.
“너희 둘 나를 향해 공격을 해 봐.”
진혁이 동동일과 동동이에게 명령을 내리자, 잠깐 머뭇거렸다.
“괜찮아. 너희들도 수련이라는 걸 해야 하니까 나를 상대로 공격하고 나의 공격도 막아 봐.”
진혁의 명령이 떨어지자, 둘은 진혁을 공격하였다.
좌우로 자리를 잡은 동동일과 동동이는 빠르게 검을 휘둘러 진혁을 공격하였고, 진혁은 공격을 피하며 움직였다.
레벨은 동동일과 동동이가 높고, 스탯은 진혁이 높으니 서로에게 좋은 상대가 되었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신체적인 능력만을 사용하여 대결을 하였는데 소환수와의 대결에서 맞고, 피하고, 때리고 하는 것도 성장 스탯을 올리는 경험치 누적에 포함이 된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스탯 맷집이 +1만큼 올랐습니다. 스탯 맷집은 방어력에 영향을 줍니다.
-스탯 집중이 +1만큼 올랐습니다. 스탯 집중은 공격력과 민첩에 영향을 줍니다.
-스탯 회피가 +1만큼 올랐습니다. 스탯 회피는 민첩에 영향을 줍니다.
진혁은 훈련도 하고 스탯도 올릴 수가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말이 절로 생각이 났다.
“이것만 잘 이용하면 스탯을 빠르게 올릴 수도 있겠는데.”
이유는 간단하였다.
시스템 상 플레이어의 레벨보다 높은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면 스탯의 경험치 누적이 더 많이 쌓인다는 걸 오래 전에 깨달았다.
“게임 시간으로 3시간 정도는 이렇게 동동일과 동동이와 대결을 통해서 스탯 경험치 쌓아야겠어.”
랭킹 1위가 389레벨이고, 10,000위가 398레벨이니 레벨 업을 하다보면 끝에 가서는 비슷해지고 차이가 나는 건 스탯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진혁은 같은 레벨의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스탯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렇게 스탯 경험치를 조금씩 누적시켜 올린다면 훗날 다른 플레이어들과 비슷한 레벨이 되었을 때, 자신의 스탯이 더 높으니 몬스터 전투를 하든, 플레이어와 PVP를 하던 스탯이 높은 자신이 유리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소환수들도 스탯 경험치가 올라갈 테니 안 할 이유가 없지.”
동동일의 검이 진혁의 심장을 노리고 뻗어오자, 몸을 비틀어 피하려고 하였다. 그런 진혁의 행동을 예상이라고 한 듯 동동이의 검이 허리를 향해 횡으로 반원을 그리며 다가왔다.
진혁은 몸을 비틀면서 한쪽 발로 지면 박차며 반발력을 얻어 점프를 하여 체조 선수가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텀블링을 하듯 돌며 두 개의 검을 피하여 옆으로 내려서서는 발로 동동이의 복부를 강하게 찼다.
퍼억!
동동이가 진혁의 발에 맞아 뒷걸음을 치며 물러났고, 동동일은 그런 진혁을 향해 검을 휘둘렀는데 이마저 피한 후에 진혁이 손을 움직였다.
퍼억. 퍽··· 퍽······.
가슴을 3연타로 두들겨 맞은 동동일은 잠깐 주춤하였다. 그러는 사이 동동이가 달려와 진혁을 향해 검을 뻗었다.
“이것들이 공격하라고 하니 죽자 살자 공격을 하는구나.”
동동일과 동동이는 진혁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죽일 기세로 공격하려는 모양이었다.
“어디 한 번 해 보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까? 동동일과 동동이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조금은 무지성의 막무가내 공격이었다면 지금은 완벽하게 합을 맞춰서 진혁을 공격하는 중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니 진혁은 이들의 공격을 피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가 되었다.
“크아아앙!”
갑자기 백호의 울음소리와 함께 백호가 이들이 싸우는 데 끼어들어 진혁을 공격하였고, 리틀백호까지 합세를 하였다.
“저 녀석이!”
그러자 더욱 바빠지는 진혁이었고, 피란체바가 소환수들을 컨트롤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피란체바가 자신을 도와주기 위함이라 생각을 하고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소환수들의 공격을 피하였다.
피하는데 집중하고 있어 반격은 할 수가 없었지만 이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스킬보다는 신체적인 능력이 우선이 되어야 해. 이들의 도움을 받아 성장시스템의 스탯을 최대한 많이 올려야겠어.’
*
진혁은 양종국이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학생들 앞에 섰다.
체육관에 다니는 학생들 외에도 격투기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제법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진혁은 이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에 무엇을 말을 할까 생각을 하다 자신이 유도를 처음 시작했던 이야기를 하였다.
“저는 초등학생 1학년 때부터 유도를 했습니다. 그 전에는 태권도를 했지만 그건 어릴 때 유치원에 다녀와서 부모님이 태권도 도장에 저를 맡기다시피 하여 배운 것이라 아, 이걸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진혁은 자신이 어떻게 유도를 시작했고, 학교 대표, 시 대표, 국가대표에 세계챔피언이 될 때까지의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제가 이렇게 노력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 이게 ‘할 때가 좋은가? 아님 하고 나서가 좋은가?’를 생각해 보는 겁니다.”
학생들의 눈이 또랑또랑해졌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하면, 할 때가 좋을까요, 아니면 하고 나서가 좋을까요?”
“하고 나서요.”
“그럼 노래방은 갈 때가 좋을까요. 가고 나서 나올 때가 좋을까요?”
“갈 때요.”
“그렇지요. 저마다의 기준은 있지만 저는 항상 하고 나서 기분이 좋거나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걸 선택을 해요.”
“왜요?”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하니까요. 등산은 산을 올라갈 때는 그렇게 힘들고 싫지만 막상 산 정상에 올라가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뭔가 하였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가 있죠. 반대로 술을 마실 때는 마실 때는 좋아요. 하지만 마시고 나서도 좋을 까요?”
“아니요.”
“그렇죠. 술에 취해서 길거리에 전을 이만큼 붙여 놓을 때도 있고, 다음 날 속 쓰리고 머리 아프고, 술 똥 싸고, 난리도 아니죠.”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진혁도 미소를 지었다.
“저의 말이 맞는다고 할 수 없지만 주로 할 때보다, 하고 나서 기분이 좋거나, 몸에 좋거나 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럼 형님은 유도 선수를 그만두고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을 했을 때도 그렇게 생각을 하신 건가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만약 유도를 계속하였다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은 살 수 있었을 것 같았어요. 세계 챔피언을 했으니 개인 체육관을 차릴 수도 있고, 혹은 체육고등학교, 대학교의 강사, 교수를 할 수 있겠지만 늘 마음 한쪽에는 공허한 마음이 남아 있었습니다.”
진혁은 자신의 속내를 학생들에게 진솔하게 말을 하였다.
“한 번은 내가 왜, 유도를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하였으니까요. 그게 한 달, 두 달, 1년, 2년이 지나면서 허한 마음을 유도로는 채울 수가 없었어요.”
자신이 종합격투기에 뛰어든 이유를 말하였다.
“전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유도를 그만두고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을 했어요. 제가 조금 전에 말을 하였죠. 할 때, 좋으냐? 하고 나서 좋으냐? 전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하고 나서 훈련을 할 때도 좋고, 훈련이 끝난 후에도 기분이 좋았어요. 내가 기계처럼 움직이는 인간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가 있었으니까요.”
학생들은 공감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명색에 유도 세계 챔피언인데 종합격투기로 전향을 하였으니 성과를 내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열심히 했죠. 그렇게 열심히 하니 감독님도, 코치들도 내가 인기나 명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종합격투기를 하고 싶어서 전향을 하였구나. 생각을 하고 더 열심히 가르쳐 주는 거예요.”
진혁은 최달수와 최상호, 김봉수와 함께 훈련을 하였던 이야기며 시합을 나간 후에 경기를 마친 후 뒷이야기들까지 해 주었다.
“그런데 형님은 최근에 최달수 관장님이랑 사이가 틀어졌잖아요.”
한 학생이 최달수와 사이가 나빠진 것에 대해서 물었다.
“그건 저도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달수 관장님이나 저나 운동밖에 몰랐던 사람이라 세상일에 대처하는 것이 너무 미숙하였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진혁은 최달수와의 일로 인해서 얻은 교훈도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영화에서 그런 말을 하죠.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가 된다고 말이에요. 의리도 마찬가지에요.”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의리를 먼저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서 상대가 조금 섭섭하게 하면 의리를 운운하며 말 하지만 실제로 이익 앞에서는 쉽게 저버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의리 안 좋은 건가요?”
“아니요. 음,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요? 여러분들의 관계는 의리라기보다는 우정이죠. 학교 생활하면서 만났던 친구들은 의리보다는 우정이 앞선 거죠.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만나는 사람들과는 우정을 나눌 정도 아니죠. 그들과 만나고 어울리다보면 의리를 이야기하죠.”
학생들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는 돌아서면 남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남이요?”
“네. 그만큼 큰 의미를 두고 만나는 건 내가 호구가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의 경험은 그렇다는 거죠.”
“그럼 호구가 안 되려면 요?”
“하하하.”
질문에 학생들이 웃었다.
“글쎄요. 그건 저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을 하기 그런데, 나중에 여러분들이 대학을 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에 나와서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구별 될 거예요.”
학생들은 진혁의 말이 어려웠는지 고개를 갸웃하였다.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예요. 지금 여러분들께 중요한 건 호구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예요.”
학생들은 공감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였을 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하세요. 그럼 여러분은 어떠한 일을 할 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 중에서 시작할 때 좋은 것보다는 끝나고 한 후에 좋은 걸 선택하게 된다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겁니다.”
“그럼 형님은 지금 후회는 안 하세요?”
“후회는 늘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럼 지금이 더 잘 된 건가요? 시합에도 못 나가고 있잖아요.”
“시합은 시간이 흐르면 나갈 수 있겠죠. 지금 내가 행복하면 좋은 것 아닐까요? 운동도 계속할 수 있고, 더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이렇게 응원해 주는 여러분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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