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한 보상을 받았네.
사냥꾼 마을은 겉에서 보는 것보다 안이 넓었다.
마을 중앙에 공동 회관을 중심으로 둥글게 자리를 잡고 있는 상점들과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는 주택가가 만들어져 있었다.
“다 다니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리겠다.”
진혁은 우선 잡화 상점이 있는 곳으로 갔다.
“어머, 진혁님, 어서 오세요.”
그들이 먼저 진혁을 알은 채를 하였다. 별 것 아닌데 괜히 기분이 좋아져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큰일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정말 수고 하였어요.”
오래 본 사람처럼 친근하게 말을 하는 잡화 상점의 주인이었다.
“당연히 마을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인데요. 저기 제가 마을 밖에서 생활하다 잡동사니 같은 걸 조금 모아 둔 것이 있는데 여기서 매입을 해 주나요?”
“물론이죠. 어디 한 번 보여 주세요.”
벌목을 하면 나무만 얻는 것이 아니라 간혹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을 얻을 수가 있는데 그걸 팔 생각이었다.
진혁은 인벤토리에서 잡템이라고 할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을 모두 꺼내어 놓았다.
“어디 보자, 붉은 나뭇가지는 개당 2골드, 푸른 잎사귀는 개당 1골드······ 도합 64골드이네요.”
잡화상인 미드렌은 진혁에게 64골드를 내어 주었다.
“고마워요.”
“아니에요. 우리도 남는 것이 있으니 장사를 하는 건데요. 저기 진혁님.”
“네.”
“혹시 숲에서 푸른비늘의 도마뱀을 보신 적이 있나요?”
푸른비늘의 도마뱀은 레벨이 낮은 몬스터로 1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주로 잡는 그런 몬스터였다.
“물론이죠.”
“죄송한데 푸른비늘의 도마뱀 가죽을 구해 주실 수 있을까요? 10장만 구해 주시면 되는데.”
미드렌의 간절한 눈빛을 보니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 푸른비늘의 도마뱀의 가죽을 구해주자.
*설명 : 잡화상인 미드렌이 급하게 푸른비늘의 도마뱀 가죽 10장을 구해 달라고 말을 한다. 재료상인 알란에게 가죽을 벗길 수 있는 칼을 구입하여 푸른비늘의 도마뱀 가죽 10장을 구해다 주자.
*보상: 미드렌에게 직접 받을 수가 있습니다.
진혁은 퀘스트를 확인한 후에 곧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 잡화상점을 나와 재료상인인 알란을 찾아갔다.
상인들을 찾아갈 때마다 퀘스트를 받았고, 퀘스트의 내용에 마을에 사는 NPC를 찾아가서 뭔가를 사거나, 얻거나, 구하라는 내용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할 수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진혁을 오랜 친구처럼 살갑게 대하여 주니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뿌듯함도 느낄 수가 있었다.
-퀘스트: 사냥꾼 마을 사람들과 인사 나누기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은 드라켄트에게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구나. 아마 일찍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퀘스트를 받아 움직였겠지.”
게임을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켄트에게 가서 보상을 받고 숲으로 들어가서 마을 사람들이 구해 달라는 걸 구해 주고 다음 목적지로 가면 되겠다.
진혁은 사냥꾼 마을의 사람들에게서 받은 퀘스트를 하기 전에 체육관으로 가서 훈련을 하고 돌아오려고 하였다.
인더스의 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온 진혁은 인터넷을 이용해 게임 포유에 접속을 하였다.
“사냥꾼 마을을 벗어나서 북쪽으로 미챌 영지가 있고, 서쪽으로 머스콘 영지가 있다고 했지.”
진혁은 게시물을 읽다, 이번 사냥꾼 마을에서의 퀘스트 관련 게시물을 찾았다.
-돌발 퀘스트 2등하고 받은 상자에서 일반 주무기와 보조무기 세트 아이템을 주네요. 저에게는 필요 없는 것 같아서 필요하신 분, 계시면 메시지 주세요. 싸게 넘기겠습니다.
아이템 사진과 함께 게시물이 있었다.
“2등인데 일반 무기? 방어구 세트 아이템도 받지 못한 건가?”
진혁은 혹시나 싶어서 3등을 한 사람도 아이템을 팔려고 내놓았는지 게시물을 찾아보았다.
-시밤, 퀘스트 4등 했는데 일반 아이템 보조 방어구 하나 준다. 내가 더러워서.
“그럼 레어 방어구, 무기를 세트로 얻은 사람은 나 혼자란 말이네.”
통나무의 개수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이렇게 차이가 날 것이라곤 생각지 못하였다.
무식하다는 말을 들어가며 통나무를 구해 준 것이 어쩌면 신의 한수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이템 자체의 체력흡수 옵션으로 인해서 30레벨 중반까지, 혹은 후반까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니 길게 봤을 땐, 자신에게 큰 이익이 되는 그런 아이템이었다.
-그러게요. 그냥 돈 조금 주고 레어 아이템을 사면되는데. 뭐 하러 그 고생을 했어요. 그 시간에 사냥을 하지.
다들 퀘스트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였지만 어찌 되었던 진혁의 입장에서는 능력치도 올릴 수가 있었다.
자신이 게임을 한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레벨이었지만 그래도 그만큼 능력치를 올렸으니 아마도 비슷한 레벨에 있는 이들보다는 능력치가 좋을 것이라 생각을 하니 그리 섭섭한 것도 없었다.
더구나 자신은 인더스를 하면서 꾸준히 시합을 가졌고, 지금까지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그 보상으로 이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UFC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에이전시를 통해서 곧 데뷔를 할 수가 있을 것이란 통보를 받았으니 보낸 시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 죽은 거지.”
@
-온전한 푸른비늘 도마뱀의 가죽을 얻었습니다.
푸른비늘 도마뱀을 죽이고 가죽을 벗기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죽을 벗기는 것도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처음에는 흠집이 난 가죽만 얻다가 처음으로 온전한 푸른비늘 도마뱀의 가죽을 얻었다.
“이게 리얼리티를 강조하다보니 이런 것조차 힘들구나.”
힘들긴 하지만 뭔가 하나를 하였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곤 활짝 웃을 수가 있었다.
푸른비늘 도마뱀은 인도네시아 코모도 섬에 살고 있는 코모도 왕도마뱀과 흡사하게 생겼는데 아마도 그 놈들을 모티브로 만든 듯하였다.
쉭쉭!
기다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진혁에게 다가와서는 날카롭고 강력한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을 하였다.
진혁은 그런 놈을 향해 겁 없이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나뒹굴더니 죽어버렸다.
1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사냥을 하는 몬스터라 약한 탓도 있지만 진혁의 스탯과 아이템이 합쳐져 만들어낸 공격력을 견딜 수가 없어서였다.
사냥을 하는데 딱히 어려움이 없었지만 가죽을 벗기고 무엇인가를 얻고 하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스탯 인내가 1만큼 올랐습니다. 스탯 인내는 방어력에 영향을 줍니다.
“뭘 해도 스탯을 얻을 수가 있구나.”
스탯을 얻으면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듀얼모드에서 확인을 하였다.
“님, 저에게 가죽을 파시면 안 되나요?”
“직접 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징그러워서요. 무섭기도 하고요.”
간혹 여성 플레이어들이 가죽을 벗기는 진혁에게 와서는 이러한 거래를 하고자 하지만 진혁은 거절하였다.
10레벨이 되었고, 이제는 다른 곳으로 넘어가야 할 때였기에 더 이상 초보 사냥꾼마을에서 시간을 보낼 수가 없어서였다.
“죄송합니다.”
진혁은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 도마뱀의 가죽을 벗겨서 퀘스트에서 요구한 수만큼 챙겼다.
푸른비늘의 도마뱀 가죽, 뿔이 난 멧돼지 고기, 거대사슴의 푸른 피, 등을 구한 후에 진혁은 마을로 돌아갔다.
“벌써 돌아오는 걸 보니 나무만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사냥하는 것도 소질이 있나 보군.”
“그냥 열심히 할 뿐이죠.”
드라켄트가 돌아오는 진혁에게 말을 걸자,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게 중요한 거야. 열심히 한다는 것! 사람들은 그걸 가지고 뭐라고 말을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일에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
“하지만 소질이 없거나 못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 아닌가요?”
“당장은 그렇지. 하지만 뭐든 열심히 노력하는 그 마음을 잃지 않으면 늦게 자신의 적성을 찾아도 열심히 하는 버릇이 있으니 성공할 수 있는 법이지.”
뭔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혁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 주었다.
“이제 자네도 우리 마을을 떠날 때가 되었지?”
“네.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받은 것을 전해 주고 난 뒤에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보려고요.”
“그래야지. 내가 자네에게 추천을 해 줄 곳이 있는데 한 번 가 보겠나?”
“좋은 곳인가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네는 분명 좋아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곳이 어딘데요?”
“남부 발리칸 산맥.”
진혁이 있는 곳은 대륙의 동쪽 끝 왕국인 두라스 왕국에서도 동남쪽에 위치한 사냥꾼 마을이었다.
보통은 이곳 사냥꾼 마을을 나서면 북쪽이나, 북서쪽, 혹은 서쪽으로 향한다.
그 이유는 두라스 왕국의 수도인 두리온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가는 도중에 레벨을 하고, 다른 영지에서 1차 전직을 한 후에 레벨을 하면서 수도인 두리온에 도착을 하면 2차 전직을 할 수 있는 레벨이 되기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일정을 맞춰서 움직인다.
진혁 역시 이곳을 벗어나면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하여 레벨 업을 하면서 수도까지 각 계획이었다.
“남부 발리칸 산맥이면 아래로 내려가야겠군요. 그곳에 뭔가 있나요?”
“없지. 지독한 몬스터들만이 우글거리는 곳이지. 남자라면 그런 곳에서 몬스터들과 싸우며 경험치를 얻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곳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물론 그런데 남부 발리칸 산맥에 수련을 위해서 들어간 기사들과 마법사들, 레인저들과 헌터들이 있거든.”
진혁의 눈이 반짝였다.
“다른 놈들은 끈기가 없어서 이런 말을 해 줘도 견딜 수 없으니 해주지 않았지만 자네라면 남부 발리칸 산맥에서도 견디며 그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1차 전직에 대한 힌트다.’
인더스의 전직 시스템은 특별하였다.
일반적으로 길드를 통해서 전직을 할 수 있지만 스승과 제자가 되는 과정에서 1차 전직을 할 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죽은 자의 유품을 습득하여 1차 전직을 할 수 있는데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통해서 전직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며 이들을 히든 클래스라 부른다.
두 번째가 유품을 얻어서 전직을 하는 방법으로 플러스 클래스라 부르고, 마지막 길드를 통해서 전직하는 방법을 노멀 클래스라 부른다.
지금까지 히든 클래스를 얻은 플레이어는 30명 정도이며 플러스 클래스는 300명 정도가 된다.
3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수가 적은 이유는 정보 공개를 안 하는 이유도 있지만 히든 클래스와 플러스 클래스, 노멀 클래스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고, 어떤 클래스들은 노멀 클래스보다 더 못한 것도 있어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평범하게 단계를 밟고 성장하는 것이 이득임을 깨달아서였다.
“남부 발리칸 산맥으로 간 이들은 모두 강한 이들인가요?”
“여러 사람이 있지. 우리 두라스 왕국에서 두 번째라고 말을 하면 섭섭할 정도가 강한 기사 미스테리온, 대마법사 아르망, 창기사 바란스, 용혈무투가 칸세드까지 한때 저 남부 산맥을 정복하고자, 많은 이들이 갔지만 아직 정복되지 않은 왕국의 유일한 산맥이기도 하지.”
정복되지 않은 유일한 산맥이란 말에 혹했다.
“재미있겠군요.”
“진정한 사내라면 목숨을 걸고 도전을 해볼 만한 산맥이지. 허나,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해. 목숨 또한 귀한 것이니 말이야.”
“걱정 마세요. 하지만 트라켄트님의 말씀은 생각해 볼게요. 일단 마을로 들어가서 마을 사람들이 부탁한 걸 주고 와야겠어요.”
“그렇게 하게. 앞날에 무한의 영광과 전신 테르미안님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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