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청난 걸 들고 나왔구나
“그리고 이것들도 좀 팔아 주세요.”
진혁은 파이어길드의 길드원들이 떨어뜨린 아이템을 획득하여 은행에 판매를 맡겼다.
“판매 방식은 이전과 같은가요?”
“네. VVIP 고객이 살만한 아이템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경매로 팔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달 이자가 정산되어 맡기신 금액에 합산이 되었습니다.”
“아, 그래요? 저 은행에 돈이 얼마나 있죠?”
진혁은 자신이 맡긴 돈과 아이템을 팔아서 생긴 돈이 합산되어 예금되어 있기에 은행에 얼마나 맡겨 놓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여 물었다.
“진혁 님 앞으로 된 예금이 5,364,631골드입니다.”
“제법 모였네요.”
“다른 분들과 달리 진혁 님께서는 아이템 판매금액이 많으세요. 공간 주머니를 판매하여 생긴 금액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아, 그렇군요. 공간주머니는 얼마에 파신 건가요?”
“오백만 골드에 팔았습니다.”
오백만 골드라는 말에 진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그렇게 비싼 거였나요?”
네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주 귀한 아이템이라 많은 사람들이 사고자 하지만 쉽게 살 수 없는 그런 아이템입니다. 진혁 님께서 가지고 계신 대용량 공간주머니는 오천만 골드는 족히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아,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더스의 금액은 100골드에 만원이니 오천만 골드면 오십억이란 소리였다.
진혁은 잠시 은행의 쇼파에 앉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칼로파의 거처에서 엄청난 걸 가지고 나왔구나. 아이템 하나에 오십억이라니······.”
진혁은 칼로파의 밑에서 그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시절의 보상을 다 받은 기분이 들었다.
“중간 것도 10억 이상은 하겠네.”
“그냥 운동 때려치우고 이거나 전문적으로 할까?”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말을 자주 들어 보았지만 자신이 이렇게 돈을 많이 벌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체육관 선배인 김봉수는 자신에게 레벨도 올려야 소소하게 돈도 번다고 말을 하곤 하였는데 50레벨에 이만큼 돈을 벌었으면 굳이 레벨 안 올려도 될 것 같았다.
“참···, 인생 무쌍하네.”
“드래곤에게 잡혀서 키메라가 되었다가 풀려나면 대박이겠네.”
드래곤의 레어에 있는 보물만 다 털어도 평생을 놀고먹어도 될 것 같았다.
“어디 한 번 도전을 해 봐?”
말은 이렇게 해도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진혁은 잘 알고 있었다.
인더스 세상에는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7명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그린 드래곤 네스피트로이고, 그는 자신의 레어에서 플레이어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3년지 지난 지금도 플레이어들은 그린 드래곤 네스피트로의 레어가 어디 있는지 모르니 당분간은 드래곤을 만날 일은 없다고 봐야 옳다.
“나는 모르겠다. 그냥 나 하는 거나 하련다.”
진혁은 은행에서 나와 다시 수련을 하기 위해서 이피아 골짜기로 갔다.
이피아 골짜기로 가는 동안 몬스터를 사냥하며 경험치를 조금 얻었지만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한참 부족하였다.
진혁은 이피아 골짜기의 모래밭에서 우직하게 수련을 하며 가끔 찾아오는 파이어 길드의 길드원들과 싸우며 그들이 흘리고 간 아이템을 주워서 은행에 판매를 맡기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500,000번의 단련으로 손바닥의 위력이 더욱 강력해집니다.
-500.000번의 단련으로 몸이 더욱 단단해집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갈 무렵 진혁은 수련 장소를 이피아 골짜기에서 이스탄 광산으로 옮겼다.
이스탄 광산에서 손가락으로 광물을 깨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도구를 들어도 힘이 드는 일인데 손가락 단련을 위해서 맨손으로 광물을 깨는 것이 이게 어디 보통일일까?
다른 사람 같았으면 포기를 해도 진작했겠지만 애초에 진혁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달리 레벨 업에는 큰 관심이 없었기에 묵묵하게 손가락을 단련을 하였다.
“저기 있다.”
파이어 길드와의 악연은 계속되었고, 진혁은 자신을 찾아오는 파이어 길드의 길드원과 싸우면서 나름 수련의 지루함을 이겨내었다.
그렇게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다.
*
*이름: 진혁 *레벨: 50레벨
*직위: 모험가 *클래스: 다크 피스터
*피로감: 7,000/7,000
*체력: 5.000/5,000
*마나: 2.000/2.000
*캐릭터의 전투에 영향을 주는 스탯
공격력: 2.000(+70) 방어력: 3210(+120)
민첩함: 1.000(+32)
*성장 시스템에 의한 캐릭터 스탯
근력: 273 맷집: 483
적중: 324 회피: 287
집중: 380 순발: 302
인내: 391 행운: 140
매력: 72
*성장 시스템에 의한 히든 스탯
감각 : 162 시야 : 142
지혜 : 87
*남은 스탯 포인트: 0
*호칭: 늑대와의 춤을- 늑대 종족에 한해 공격력 1%, 방어력 2%상승
진혁이 파테우스의 직업 관련 퀘스트를 시작할 때 레벨이 40레벨이었는데 퀘스트를 하면서 시작된 악연으로 파이어 길드와 싸우면서 길드원을 죽이고 얻은 경험치를 축적하여 2차 전직을 할 수 있는 50레벨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1차 전직과 마찬가지로 2차 전직을 하지 못하면 레벨을 올릴 수가 없었는데, 1차 전직과 달리 경험치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가 있었다.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경험치를 축적하면 스탯 포인트 1개를 얻을 수가 있게 되었다.
진혁은 칼로파의 개조로 인해서 몬스터의 특성도 같이 가지고 있었기에 플레이어들을 죽이면 해당 레벨에 비례하는 경험치를 얻을 수가 있었지만 진혁의 여전히 50레벨이었다.
“정말 그 수련을 다 한 건가?”
“네.”
퀘스트를 내 준 파테우스도 진혁이 수련을 끝내고, 그에게 주먹을 보여주자, 놀라워하였다.
“자네의 끈기에 놀랍네. 이제까지 많은 수련생들이 그와 같은 수련을 하였지만 끝까지 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자네는 뭘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걸세.”
손을 꼽을 정도의 사람들은 모두 NPC로 설정상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고, 실제로 퀘스트를 한 사람은 진혁이 처음이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우리의 거래는 계속해야지.”
진혁과 파테우스의 거래는 마르테우스의 이론을 가르쳐 주면서 그에게서 몽크의 기술을 배우는 것으로 일대일 교환 방식으로 하나를 알려주면 하나를 가르쳐 주는 그런 거래였다.
“마르테우스님께서는 몽크들도 마법과 같이 강력하고 위력적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나하트, 즉 마나홀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마나 홀을?”
“그렇습니다. 몸 전체에 퍼져 있는 마나를 쥐어짜듯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마나 홀에 저장된 마나를 사용함으로 빠르고 강력하게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음······.”
파테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마나홀을 심장에 만들면 우리가 몸을 쓰는데 무리가 가지 않나?”
“심장에 마나 홀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심장에 마나 홀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렇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럼 자네는? 자네는 마나 홀을 만들었나?”
진혁은 대답대신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이제 장로님 차례입니다.”
“알겠네. 우리는 주먹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네. 신체의 모든 부위를 사용하지. 그래서 손만큼 발도 중요하다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발을 단련해 보게.”
퀘스트: 두 번째 단련(직업 관련 퀘스트)
설명: 무쇠의 주먹 파테우스가 알려준 단련법으로 다리를 단련한 후에 발로 몬스터를 사냥하자.
베네통 나무를 발바닥로 차서 부수기(0/10.000)
베네통 나무를 발등으로 차서 부수기(0/10.000)
베네통 나무를 정강이로 차서 부수기(0/10.000)
베네통 나무를 무릎으로 차서 부수기(0/10.000)
베네통 나무에 발가락으로 구멍 내기(0/10,000)
베니스 신전에 오르기(하루에 세 번 한 달 동안)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님을 진혁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주먹을 단련하면서 발도 단련을 하였기에 조금은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럼 단련을 끝내고 뵙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나도 연구를 좀 해 봐야겠네.”
진혁은 파테우스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그의 방을 나왔다.
“전직했어?”
“그럼 피스트 어택도 선물로 받았어.”
몽크로 전직을 한 플레이어 한 명은 기술을 배웠다고 좋아하며 이제부터는 자신이 몬스터를 다 때려잡을 것이라 말하며 웃는 모습을 보고 진혁은 피식 웃었다.
‘스킬이 전부는 아니지.’
진혁은 단련된 신체와 그렇지 못한 신체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같은 스킬을 사용해도 단련된 신체가 더 위력적이다.
진혁은 칼로파에게 강제로 개조를 당하면서 신체적인 능력이 엄청나게 진화를 하였고, 또 파테우스의 단련법으로 신체를 단련하는 와중에 파이어 길드의 유저들과 싸워봐서 잘 알고 있었다.
체육관의 선배들은 자신보고 늦다고 말을 하지만 결코 늦은 것이 아니었다.
아직 인더스 세상이 다 알려진 것이 아니었기에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진혁은 한 치 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멀리, 큰 그림을 그리며 조금씩 자신의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었다.
몽크 길드를 나와 베네통 나무가 많이 자라는 베니스 신전으로 향했다.
*
“진혁아, 너 요즘 훈련에 너무 집중하는 거 아니야? 그러다 몸 상한다. 시합이 없을 땐, 몸 풀고, 땀이 날 정도로만 훈련을 해.”
선배인 최상호가 조언을 해 주었다.
“네. 조금만 더 하고요.”
최상호의 곁에서 진혁이 훈련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봉수가 한 마디 하였다.
“게임을 저렇게 열심히 했으면 지금쯤 고레벨이 되어도 되었을 텐데.”
“관장님 있는데 게임 이야기 하지 마.”
“당연하죠. 관장님한테 욕 들어 먹을 일 있어요. 그런데 형, 그 이야기 들었어요?”
“무슨 이야기?”
“파이어 길드가 잊혀진 신전에서 한 플레이어와 싸우는 이야기요?”
“파이어 길드가 박살나고 있다며?”
“네. 그런데 그 플레이어 이름이 진혁이라고 하던데 우리 혁이는 아니겠죠?”
두 사람의 시선이 훈련을 하고 있는 진혁을 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진혁이 이제 50레벨이라고 하던데? 들어보니 180레벨의 플레이어도 졌다고 하던데. 그리고 알잖아. 현실에서나 저러지, 저놈 게임에서는 젬병이라는 거.”
오죽했으면 2년 반, 근 3년을 게임을 했는데 50레벨밖에 올리지 못하였을까?
“하긴 진혁이 아니겠죠. 그 사람 파이어 길드 길드원들 잡고 아이템 제법 많이 획득했다고 하던데. 나도 이참에 전문 장물아비로 나갈까 싶어서요.”
“전문 장물아비?”
“제대로 하면 돈 좀 번다고 하던데요. 요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니 말이에요.”
“그러다 네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도 홀라당 빼앗길 수 있다. 그냥 하는 대로 해.”
“먹고 살아야죠.”
최상호는 김봉수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체육관 사범 월급으로는 정말 밥만 먹고 살아요. 뭐라도 해 봐야죠.”
“그럼 게임 말고 배달 일 해.”
“에이, 배달 일하는 것보다야 인더스가 돈이 되죠. 조만간에 방산업체랑 계약해서 장물아비 한 번 해 보려고요.”
“그래. 하는 건 자유지만 그걸로 진혁이 흔들 생각은 하지 마라. 그랬다간 관장님께 좋은 소리 못들을 테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혁이에게는 그런 말 못하죠. 잘하면 우리나라 첫 UFC 챔피언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그나저나 진혁이 시합은 안 잡혀요?”
“시합 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3개월은 쉬어야지.”
“2초 만에 끝난 시합인데.”
“2초 만에 끝났어도 시합은 시합이야. 준비 기간 동안 쓴 심력만 따져도 한 달 이상은 쉬어 줘야 해.”
“진혁아, 진혁아!”
체육관으로 관장인 최달수가 들어오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프로모터서 연락이 왔는데 다음 달에 태국에서 열리는 UFC대회에 이산데야가 훈련 중에 발목 부상을 당해서 못 나온데, 그래서 상대 선수인 하리 홈이 싸울 상대를 찾고 있는데 너의 의향을 물어 왔어.”
“UFC에서요?”
“그래. 전에 대회에서 이기면 UFC로 갈 수 있다고 그랬잖아. GC에서 그것 때문에 로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
“그럼요. 저야 상관없죠. 시합만 붙여주면 누구라도 박살낼 수 있는 자신이 있죠.”
“그래? 그럼 GC에 연락을 하고 훈련에 들어가자.”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듣는 최상호와 김봉수도 미소를 지었다.
진혁이 시합이 잡혀야 최달수의 잔소리가 덜 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였다.
“그럼 나도 방산업체 사람을 만나러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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