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괜찮네.
진혁은 몽크 길드에서 파테우스를 만났다.
“수고하였네.”
퀘스트 완료 시스템 알림이 전달됨과 동시에 파테우스가 진혁에게 한 권의 스킬 북을 내밀었다.
-퀘스트 보상을 받았습니다.
진혁은 스킬 북을 보았다. 이번에도 3개의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유니크 스킬 북이었다.
“혹시 그린우드에 갔었나?”
“그렇습니다. 그린우드로 가서 벨리아 마을까지 들렀다가 왔습니다.”
“그랬군. 벨리아 마을은 어떤가? 여전히 평화로운가?”
파테우스는 벨리아 마을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 진혁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것과 조금은 다른 모습도 보았습니다.”
“벨리아 학파 소속 사령의 탑을 말하는 군.”
진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법사라고 하여 다 나쁜 자들만 있는 건 아니라네. 백마법사도, 정령사도, 하물며 신관, 신녀, 성기사들 중에서도 자신의 그릇된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네.”
“파테우스님께서는 그러한 사실을 알고 계시면서 왜, 그들을 음지에서 살도록 내버려 두시는 것입니까?”
“그러게 말일세. 그런 의미에서 난 비겁자일 수도 있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감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네.”
진혁은 파테우스가 하는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자네가 부조리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 주게.”
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본 파테우스는 미소를 지으며 진혁과의 마지막 거래를 제안하였다.
“그럼 우리의 마지막 거래를 해 볼까?”
*퀘스트: 파테우스와 마지막 거래.(일반)
설명: 파테우스는 그 동안 진혁 님께 배운 몽크 마나 이론을 연구한 일지를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본령에 있는 몽크 길드의 장로인 파디스에게 전해주고자 한다.
보상: 파디스에게 받을 수가 있습니다.
진혁은 어차피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본령으로 가야하니 파테우스의 마지막 거래를 수락하였다.
“여기 있네. 이 이론을 완성하는데 자네의 도움이 컸네. 가면서 심심하면 읽어보아도 된다네. 아마도 자네가 다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읽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조금 채워 주시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파테우스에게 받은 연구 일지를 인벤토리에 넣은 후에 그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럼 다음에 뵐 때까지 건강하십시오.”
“자네도 조심하게. 언제나 대지의 여신이 함께 하기를 기도하겠네.”
진혁은 파테우스와 인사를 나눈 뒤에 그의 방을 나와 길드 2층 휴게실에서 파테우스가 준 스킬 북을 보았다.
*아이템: 파테우스의 도발 기술(유니크, 몽크 기술서)
*전투의 함성- 큰 소리로 반경 30미터 안에 있는 몬스터들을 주눅 들게 만든다. 주눅이 든 몬스터는 방어력이 소폭 하락한다.
*광호한 자신감- 전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어 반경 30미터 안에 있는 몬스터들을 자극한다. 10분 동안 몬스터의 집중 공격을 받는다.
*살신성인- 보스 몬스터를 비롯한 네임드 몬스터를 자극하여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붙잡고 있을 수가 있다.
“말 그대로 도발기술이네.”
파티 플레이에서 몽크는 성기사, 검투사와 더불어 탱커 역할을 담당한다. 탱커는 가장 앞서 나서서 몬스터의 공격을 막으며 파티원을 보호, 혹은 파티원이 원활하게 몬스터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탱커들에게는 도발 기술은 필수였다.
“더구나 보스 몬스터와 네임드 몬스터까지 자극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최소한 파티원들이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은 벌 수 있겠네.”
진혁은 스킬 북의 스킬을 익힌 후에 잠깐 동안 쉬면서 의뢰판에 있는 의뢰들을 살펴보았다.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가는 의뢰가 있으면 의뢰를 맡아서 갈 생각에서였다.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가는 의뢰가 몇 개 있네. 이전에는 없었는데.”
진혁이 루비스 마을을 찾지 않았다면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가는 의뢰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산맥을 따라 서부로 이동하여 로하스 영지로 가는 길과 동부 루벨스산을 지나 루비스 마을을 통과하여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본령으로 가는 길이 생겼으니 플레이어들의 선택지도 늘어난 셈이네.”
발리칸 산맥이 남쪽 끝에 위치해 있으니 사실상 루드산포드 백작령이나 로하스 영지에서 겪는 일들이 진짜 모험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재미있겠다. 일단 워프를 이용해서 루비스 마을까지 간 다음 육로를 통해서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가보자.”
자신이 가보지 못한 곳은 워프로 이동할 수 없기에 한 번은 이렇게 걸어서, 혹은 마차를 타고 직접 영지나 마을을 방문하여야 했다.
진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만히 앉아 있는 다고 될 일이 아니니 일단 루비스 마을로 워프로 이동한 후에 루드산포드 백작령으로 갈지, 아니면 몬스터를 사냥을 해서 레벨 업을 조금 한 후에 갈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럼 외람되지만 디스트로이드 길드 놈들을 혼내주면 안 될까요?
그때 진혁은 한 플레이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신전 지하부터 들러야겠다.”
진혁은 활짝 웃으며 몽크 길드를 나왔다.
*
“지부장님! 큰일 났습니다.”
두라스 왕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스트로이드는 중형 길드로 최근 거대길드 중 하나인 케빌로스 길드의 지원을 받아 경쟁길드인 파이어 길드를 밀어 내고 왕국의 남부지역 발리칸 산맥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 있는 저레벨 사냥터를 독점으로 통제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중이었다.
이들은 최근 발견된 베니스 신전의 지하 사냥터를 통제하면서 길드의 저레벨 플레이어들이 그곳에서 독점으로 사냥하면서 레벨을 올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는데 다른 일반 플레이어들은 그런 그들의 행태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힘이 없었기에 그들에게 밀려 다른 사냥터로 옮겨가야 했다.
“무슨 일?”
“베니스 신전에서 사냥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모두 당했습니다. 길드에서 지원한 아이템 10세트 중에서 6세트를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뭐!”
디스트로이드 남부지역 지부장인 체르니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게 무슨 말이냐? 누가, 어떤 길드가 공격을 한 거냐?”
“어떤 길드가 아니라 개인이 사냥터로 들어와 길드원들을 학살하고 아이템을 빼앗아 갔습니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체르니는 분노에 소리를 지르지만 보고를 하는 길드원 반송장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하였다.
“그 놈 어디 있어?”
“아직 베니스 신전 지하 사냥터에 있는 걸로 압니다.”
“그래? 가자!”
체르니는 자신의 아이템을 착용하고 서둘러 길드 사무실을 나섰다.
길드 사무실을 나서자, 펠리 전진기지를 거점으로 사냥을 다니던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이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들었다.
그만큼 디스트로이드 길드의 사냥터 통제는 심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입고 있어 누군가가 나서서 디스트로이드 길드의 길드원들을 공격해서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홀랑 벗겨 먹는다는 소문이 통제를 당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통쾌함을 선물해 준 것이다.
“저것들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체르니는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이 당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지 그들을 향해 한 소리를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나중에 두고 보자.”
그는 서둘러 베니스 신전으로 향했고, 신전으로 가는 길에 죽은 후에 리스폰이 된 길드원들을 만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다짜고짜 들어와 자신이 사냥터를 통제한다면서 우리를 공격해서 죽였습니다.”
“통제? 한 놈이라면서?”
“네. 다른 놈들은 안 보였습니다. 한 놈이었습니다. 그런데 놈의 클래스가······.”
“클래스가 뭐?”
“몽크라 방어력이 엄청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공격을 해 보았지만 놈은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레벨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못해도 우리 모두를 상대해서 싸울 정도면 제법 되지 않겠습니까?”
“230레벨은 안 넘었겠지?”
지부장인 체르니의 레벨이 230레벨이었다. 아이템을 풀 착용하고 있으니 자신이 질 리는 없다고 생각을 하지만 만에 하나를 생각해서 물었다.
“그 정도의 고레벨이 뭐 하러 오겠습니까? 그리고 230레벨이면 위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 고레벨의 사냥터를 전전할 텐데.”
“그렇겠지.”
이들은 서둘러 베니스 신전으로 갔다.
신전 뒤에 있는 우물 주위로 많은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었는데 베니스 신전 주변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이 소문을 듣고 구경을 온 것이다.
“뭘 봐. 시X, 너희들 레벨에 구경할 시간이라도 있냐?”
체르니는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내뱉었지만 이곳에 그를 이길 수 있는 고레벨의 플레이어가 없으니 지켜보던 이들은 속으로 던전을 통제하러 왔다던 그 플레이어가 체르니를 죽이고, 아이템을 홀라당 벗겨갔으면 하고 속으로 빌었다.
“상황은 어때?”
“일부 길드원들이 내려갔습니다.”
“그래?”
“호이비네 산적단의 산채에서 사냥하는 중레벨의 길드원이니 어쩌면 놈을 죽였을 수도 있습니다.”
“몇 명이나 내려갔는데?”
“두 파티, 10명이 내려갔습니다.”
체르니는 입구를 통제하는 길드원에게 안의 상황을 대충 전해들은 후에 우물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이용하여 바닥까지 내려갔다.
입구는 활짝 열려 있었고, 체르니는 지하 사냥터로 성큼 발을 움직였다.
호이비네 산적단의 사냥터는 130레벨의 사냥터이고 네임드 몬스터인 호이비네를 사냥하려면 못해도 150레벨의 플레이어가 다섯 명 이상이 있어야 가능하니 길드를 공격한 미친놈을 잡으러 130레벨에서 150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열 명이나 내려갔으니 아마도 그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체르니가 1층 깊숙한 곳으로 들어오자, 스켈레톤 병사가 그를 공격하였다.
체에에엥!
체르니는 별 생각 없이 스켈레톤 병사가 휘두르는 검을 막았다가 손아귀에 전달되는 검격에 인상을 썼다.
‘여기 스켈레톤이 이렇게 강했나?’
재차 공격해 오는 스켈레톤 병사의 검을 또 한 번 막아내었다.
‘잘못 느낀 건 아닌데.’
손아귀가 저릴 만큼 강력한 공격에 체르니는 조금 당황하였다.
또 다른 스켈레톤 병사가 다가와서 검을 휘두르자, 이번에는 막지 않고 피했다.
그런 체르니의 뒤 어둠 속에서 빠져 나오는 것처럼 스켈레톤 병사가 한 마리 더 나오더니 체르니의 등을 노리고 검을 수직으로 휘둘렀다.
“으으윽!”
검이 등을 때리고 지나갔다. 방어구를 입고 있었지만 강력한 충격을 받은 체르니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엉거주춤 몇 발 이동하자, 그쪽에 있던 스켈레톤 병사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체에에엥!
“허억,”
이번에도 힘에 밀려 옆으로 이동을 하였고, 그 곳에 있던 스켈레톤 병사가 또 다시 검을 휘둘렀다.
처음부터 방심하였던 것이 실수였다.
베니스 신전 지하 1층의 몬스터 레벨이라고 해 봐야 50레벨에서 60레벨 사이라 생각해서 쉽게 생각하였는데 직접 검을 맞대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스켈레톤 병사들은 품(品)자 형으로 위치를 잡고는 검을 휘둘렀는데 중앙에 갇힌 체르니는 가까스로 이들이 공격을 막기만 할 뿐 반격을 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다크니스!”
그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고, 스켈레톤 병사의 검이 몸을 베고 지나갔다.
방어구를 입고 있어 어느 정도의 충격을 줄일 수는 있었지만 연이어서 공격을 허용하니 자신의 체력도 금방 바닥났다.
세 마리의 스켈레톤 병사에게 둘러싸여 다구리를 당한 체르니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죽음으로 인해서 페널티가 적용 됩니다.
-1레벨이 다운 됩니다.
-다운된 레벨만큼 스텟이 소멸됩니다.
-착용중인 아이템 +5붉은 휘장의 갑옷을 떨어뜨렸습니다.
-착용중인 아이템 +5붉은 휘장의 각반을 떨어뜨렸습니다.
-10초 후에 두라스 왕국의 펠리 전진기지로 이동됩니다.
‘아 시X!’
자신의 죽음보다 레벨 다운과 떨어뜨린 아이템으로 인해서 자동으로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왔다.
“오호, 이건 얼마나 할까?”
어둠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하였지만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펠리 전진기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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