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을 구입하다.
진혁은 네타와 함께 단독저택을 보러 갔다.
매물로 나온 단독저택은 거주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제법 넓은 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넓은 정원이 있는 2층짜리 주택으로 정원 한쪽에는 창고까지 딸려 있는 제법 그럴싸한 저택이었다.
또한 정원 뒤쪽에는 기사, 혹은 병사들이 훈련을 했을 법한 작은 연무장도 있어 진혁의 마음에 쏙 들었다.
“여기가 100만 골드짜리 저택인가요?”
“95만 골드면 살 수 있어요. 이 저택이 100만 골드 아래에 있는 저택 중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집이에요. 중심가로 들어가면 조금 더 좋은 집이 있긴 한데 여기랑 두 배 정도 가격 차이가 나거든요.”
“아, 그래요?”
“네. 최근 들어 용병들이 많이 유입되어 여기도 곧 집값이 크게 오를 거예요. 중심가의 집보다는 이런 집이 시세 차이가 크게 날 수 있거든요. 사놓으면 다시 팔 때, 후회하지는 않을 거예요.”
네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진혁은 건물 안을 구경할 수 있는지 물었다.
“물론이에요. 함께 안으로 들어가요.”
진혁은 네타와 함께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아주 넓었다.
벽난로 주변에 놓은 소파와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가구들은 엔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내부가 좋습니다. 이 가구들도 포함된 가격인가요?”
“아니요. 이 가구들을 따로 구입하시려면 추가 금액이 필요해요.”
“얼마나?”
“거실, 방안에 있는 가구들 다 해서 3만 골드에 사실 수가 있어요.”
100만 골드를 생각하고 왔는데 집값이 95만이니 3만 골드 더 주고 가구들까지 모두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진혁은 1층의 방을 비롯하여 이층까지 모두 돌아본 후에 창고까지 확인을 하였다.
창고는 널찍하였고, 무엇보다 주인과 주인이 허락한 사람만이 창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거래를 하시죠.”
“감사합니다. 네타는 그 자리에서 집의 소유권을 진혁에게 넘겨주었다.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본령 3-45번지의 주택 소유권이 진혁 님께 이양되었습니다.
-주택구입 대금은 은행에 있는 계좌에서 자동 차감됩니다.
-주택 관리인을 고용하여 주택관리를 맡길 수가 있습니다.
시스템 알림이 듣고 진혁은 미소를 지었다.
“네타씨, 좋은 집을 소개시켜 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에요. 저희 입장에서 좋은 거래를 한 것이니 저희가 진혁 님께 감사해야죠.”
네타가 활짝 웃었다.
자신이 이곳으로 발령을 받은 후, 첫 거래를 성사시켜 기분이 좋아서였다.
“은행으로 가실 건가요?”
“네. 거래 장부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진혁은 네타의 말을 듣고 인더스 세상에서는 NPC들은 참 부지런히 산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NPC들이 네타처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테니 플레이어들이 없어도 인더스의 세상은 잘 돌아갈 것 같았다.
“저도 몽크 길드에 볼일이 있어 그쪽으로 방향으로 가야 하니 저와 함께 가시죠.”
함께 나란히 길을 걸으며 네타가 귀족들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진혁 님께서는 백작님에 대해서 잘 모르시죠?”
“네. 이곳은 처음이라.”
“디올라 란 루드산포드 백작님은 정통 귀족으로 영지를 세습하는 세습 귀족이에요.”
“정통 귀족? 다른 귀족과 차이가 있나요?”
“아, 귀족은 정통 귀족과 일반 귀족으로 나뉘어요. 정통 귀족은 국왕 전하께 작위를 받은 분들을 말하고요. 일반 귀족은 정통 귀족이 자신의 영지를 다스리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작위를 내려 영지의 업무를 맡기죠.”
“아, 그렇군요. 그럼 영지의 영주들은 대부분 정통 귀족이겠네요.”
“네. 간혹 일반 귀족이 영지를 대리 관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영지의 주인들은 정통 귀족들이에요.”
진혁은 네타와 걸어가면서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로드인 디올라 란 루드산포드 백작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을 수가 있었다.
왕국에서는 뛰어난 검사로 인정을 받고 있는 백작은 영지민들에게 조금은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지만 그만큼 영지민들이 마음 편하게 자신의 일에 종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 있어 영지민들은 그에게 큰 불만은 없다고 하였다.
“좋은 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일에는 최선을 다하시는 분이시군요.”
“그런 셈이죠. 영지민들의 불만들을 다 들어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고, 한쪽 편을 들어주면 다른 한쪽 편이 손해를 봐야 하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런 거예요.”
“그렇겠죠. 사람 마음이 다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방 은행 앞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저 사람은 플레이어 같은데 NPC랑 친하게 대화를 나누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플레이어의 말이 진혁의 귀에 들려왔다.
‘NPC랑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상한 건가?’
플레이어이의 시선에는 지금 진혁의 모습이 조금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그들은 정해진 대화를 나눈 것 외에 사적인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진혁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기본적으로 몬스터의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었기에 NPC들은 진혁을 일반 플레이어와 달리 친근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흔했다.
‘NPC랑 친하게 지내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걸 저들은 잘 모르는 모양이구나.’
진혁은 네타에게서 이미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러한 정보들은 지금 당장 자신에게 큰 도움은 되지 않지만 정보를 알고 있음으로 해서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 있으니 자신에게는 이득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럼 일 잘 보세요.”
은행 앞에서 헤어진 진혁은 곧장 몽크 길드를 찾아갔다.
이곳 몽크 길드 역시 입구를 지키는 NPC가 있고,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그를 통해서 몇 가지 검증을 거쳐야 했다.
“무슨 일인가?”
“펠리 전진기지의 파테우스 장로님의 심부름으로 파디스 장로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파테우스 장로님의 심부름?”
“그렇습니다. 파디스 장로님께 직접 가져다 드리라고 하였습니다.”
진혁은 자신의 용병패를 입구를 지키는 자에게 보여 주었다.
“음······.”
용병패를 확인한 후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가면 워프가 있으니 그걸 파고 5층 503호실로 가면 되네.”
“감사합니다.”
진혁은 길드의 문턱을 넘으며 펠리 전진지기의 몽크 길드 문턱을 넘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이 문턱이 참 높았던 것 같았는데.”
용병길드 안으로 들어가니 플레이어들이 길드 안을 바쁘게 다니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 3차 전직을 하러 이곳에 왔겠지.’
진혁은 3차 전직은 200레벨에 가능하니 아마 이 안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200레벨이 되었거나, 혹은 근접한 플레이어들이라 생각을 하였다.
진혁은 잠깐 플레이어들을 보다 이층으로 올라갔다.
길드의 구조는 비슷하였다.
1층은 사무를 보는 곳이라면 2층은 휴게실과 의뢰를 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었다.
진혁은 워프를 타고 5층으로 이동한 후에 503호 앞에서 심호흡을 한 번 한 후에 노크를 하였다.
“펠리 전진지기의 파테우스 장로님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들어오게.”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건장한 중년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파테우스 그 친구가 사람을 보내었다고 하더니 이제야 온 건가?”
“중간에 일이 생겨 조금 늦었습니다.”
“그랬나?”
진혁은 인벤토리에서 파테우스가 전해 달라고 한 마나이론서를 파디스에게 전달해 주었다.
-퀘스트 파테우스의 마지막 거래를 완료하였습니다.
“이게 자네에게 얻은 힌트로 연구를 하였다는 마나이론인가? 어디 한 번 보세.”
파디스는 일지를 펼쳐보더니 한 동안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자네도 읽어 보았나?”
책을 읽으면서 물었다.
“그렇습니다. 읽어보셔도 된다고 하셔서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가?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이 이론이 가능하리라 보는가?”
진혁은 잠깐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가능하리라 봅니다.”
“어떤 관점에서?”
“마법은 상상의 영역입니다.”
“상상의 영역?”
진혁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마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진지한 그의 대답에 장로 파디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가 마나홀을 만들 수 있다는 건 마나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도 마나홀을 만들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겠군.”
“마법사가 마나홀을 심장에 만든 건 드래곤이 마법을 알려주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실상은 심장이 사람의 중심을 잡아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그럼 우리는 그러한 발상을 역으로 생각하여 심장이 아닌 다른 곳에 마나홀을 만들어 몸속에 축적된 마나를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더 효율적으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파디스는 진혁은 한 동안 바라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네. 이걸 받게.”
파디스는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스킬 북 한 권을 진혁에게 주었다.
-퀘스트 보상을 받았습니다.
내심 기대를 했지만 스킬 북은 스킬을 하나 익힐 수 있는 일반 스킬북이었다.
‘하긴 이런 간단한 심부름에 큰 보상을 준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
“감사합니다.”
“감사는, 자네로 인해서 우리 몽크 길드가 새로운 이론을 만들 수 있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기술을 익히는 몽크들이 나올 테니 자네가 아주 큰일을 한 것이라네.”
진혁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자네 이 후 할 일이 있나?”
“푸른거탑에 들러 의뢰를 하나 완수해야 하는 것 외에는 딱히 정해 놓은 일은 없습니다. 내려가서 의뢰를 받을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럼 나의 부탁하나 들어주게.”
“무슨 부탁을······.”
“한 달 전에 길드의 몽크들이 아르헨 습지 조사를 나갔는데 지금까지 돌아온 길드원이 없다네.”
퀘스트: 아르헨 습지에서 실종된 몽크 길드원들의 상황을 알아보자.
설명: 최근 아르헨 습지에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에 몽크 길드를 비롯한 여러 길드에서 길드원들을 보내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아르헨 습지로 가서 몽크 길드의 길드원들을 찾아보자.
진혁은 퀘스트 시스템 알림 메시지를 확인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혼자 가는 겁니까?”
아르헨 습지에 몽크 길드의 길드원만 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다른 길드에서는 이미 길드원들을 보내었다네. 출발은 혼자 하겠지만 가서 도착하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네.”
“알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합니다.
“먼저 푸른거탑에 들러 의뢰를 마친 후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게 그리고 조심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와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진혁은 파디스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나온 후에 2층으로 내려가 휴게실 의자에 앉아 받은 스킬 북을 확인하였다.
*아이템: 파디스의 발재간(일반, 몽크 기술서)
*그림자밟기- 상대의 그림자 속에 숨어 접근하거나 이동할 수 있다. 단 마나 감응력이 뛰어난 상대에게는 50%의 확률로 들킬 수도 있다.
“낮에는 쓸모가 없겠지만 밤이나 던전과 같이 어두운 곳에서 불빛에 의존하는 장소라면 큰 도움이 되겠는데.”
진혁은 잠시 동안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그림자밟기를 어떤 경우에 사용하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인지 머릿속으로 한 번 그려 보았다.
“도망치는 데는 제격이겠다.”
상대의 마나감응력이 자신보다 뛰어나면 들킬 확률이 절반이라고 하지만 자신 역시 마법사이니 마법사나 정령사 계열이 아닌 전사 계열의 플레이어나 NPC의 그림자를 이용한다면 들길 염려도 없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위력적인 기술은 없어도 이런 기술들을 익히니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것 같아.”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전투가 아닌 차근차근 공략해나가는 재미가 있어 나름 재미가 있었다.
이번에 배운 그림자밟기를 이용한다면 아마도 더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프게이트로 순간 이동이 가능한데 베니스 신전 지하에 한 번 더 다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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