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시작
인더스 월드의 이벤트 첫 주, 몬스터를 누가 더 많이 사냥하느냐에 따라 1등에게는 강화석 100개가 보상으로 주어지는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플레이어의 레벨 구간이 정해져 있어 저레벨의 플레이어나, 고레벨의 플레이어나 같은 조건으로 사냥을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불만은 크게 없었다.
아니, 저레벨의 플레이어들보다는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이 불만을 드러내곤 하였다.
또한 숨겨진 이벤트도 함께 진행이 되었는데 이건 공개되지 않았고, 플레이어들이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이 외에도 경험치 2배, 아이템 드랍 확률 2배,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는 골드 2배 등등······.
첫 시작 이벤트로는 제법 풍성하게 포문을 열었다. 다만 플레이어의 상황을 고려하여 몬스터를 사냥하는 이벤트는 접속하여 8시간만 적용이 된다고 알려져 일부 플레이어들에게 불만을 가져다주었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공평하다고 생각하여 만족을 하였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도 숨겨진 이벤트, 경험치, 아이템, 골드 2배의 이벤트는 적용이 되어 오랫동안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의 불만을 달래어 주었다.
진혁 역시 현실에서 훈련과는 별개로 인더스의 이벤트 기간 동안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이벤트에 동참을 하고 있었는데 진혁은 여전히 홀로 잊혀진 사원에서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경험치 2배로 인해서 플레이어들의 레벨 업이 빠르게 진행이 되었고, 레벨 업에 따라 사냥터를 바꾸어가며 몬스터를 사냥하여야 했는데 진혁은 처음부터 자신보다 한참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독점하여 사냥하였기에 레벨 업을 하더라도 사냥터를 이동하거나 혹은 다른 경쟁자들과 함께 경쟁하며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아도 되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가 있었다.
진혁은 잊혀진 신전의 광장에서 나오는 몬스터인 바실리스크를 사냥 중이었다.
몬스터를 많이 잡는 이벤트에는 이놈들을 사냥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걸 사냥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사냥한 지도 벌써 5일째였다.
놈들의 공격 패턴을 파악한 후부터는 오피랄스데몬의 사체를 이용해 소환한 스켈레톤 병사들을 앞세워 바실리스크를 학살하는 중이었다.
광장의 구조는 정면의 제단을 기준으로 좌우로 6개씩, 총 12개의 마왕의 동상이 벽에 새겨져 있고, 동상의 발아래 동굴이 있다.
이 동굴에는 바실리스크들이 가득 있었는데 진혁은 좌측 가장 끝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서 입구를 스켈레톤 병사로 막은 후에 피란체바에게 스켈레톤 병사를 맡기고 홀로 안으로 들어가 사냥을 하였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바실리스크들은 입구를 막고 선 오피랄스데몬 스켈레톤 병사에게 막혀서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고 그들과 싸워야 하였고, 그 틈에 진혁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안쪽에 있는 몬스터들을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피란체바는 스켈레톤 병사들에게 각종 버프를 걸어주고, 체력이 깎이면 힐링으로 체력도 채워주면서 도와주었는데 그 효과는 상당하였다.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지닌 오피랄스데몬에게 각종 버프를 더해주니 바실리스크들이 쇠몽둥이에 곤죽이 되어 갈려나갔다.
피란체바는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였는데 자신 역시 스켈레톤 병사의 모습으로 변해 함께 싸우기도 하였다.
한편 동굴 안으로 들어온 진혁 역시 바실리스크들과 싸우고 있었는데 놈들의 휘두르는 창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주먹과 발을 이용하여 최대한 빠르게 놈들을 쓰러뜨렸다.
바실리스크는 공격력은 강한 편이지만 방어력은 약한 편이라 오피랄스데몬보다는 상대하기 수월한 놈들이었다.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었다. 공격력이 워낙 강해 한 방 제대로 맞으면 진혁의 체력 중 30%가 그냥 깎여 버릴 정도였고, 또 죽을 때가 되면 석화 마법을 사용하여 상대를 잠깐 동안 돌로 만들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이때에 놈들이 공격을 하게 되면 자칫 죽을 수도 있어서였다.
다행이 진혁은 이상상태면역이 높아 이들이 거는 석화 마법에 저항을 할 수가 있었지만 이상상태면역이 약한 플레이어들이라면 결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놈들이 아니었다.
진혁은 찔러오는 창을 몸을 옆으로 젖혀 피하면서 창을 두 손으로 잡아당기면서 원심력을 이용해 한 바퀴를 돌자, 바실리스크가 딸려오면서 크게 원을 그리며 돌았다.
그런 후에 진혁이 잡고 있는 창을 놓자, 다른 놈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부딪치며 쓰러졌다.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소모된 체력과 피로를 모두 회복합니다.
-레벨 업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 3개가 주어집니다.
-스탯 포인트로 실시간 성장시스템의 스탯을 추가로 올릴 수가 있습니다.
바실리스크와 싸우는 와중에도 레벨 업을 하였다는 시스템 알림 메시지를 볼 수가 있었다.
자신이 바실리스크를 사냥해서 얻은 경험치보다 뒤쪽에서 입구를 막고 바실리스크를 사냥하는 스켈레톤 병사들이 얻는 경험치가 더 많아서 레벨 쉽게 올릴 수가 있었다.
진혁은 이벤트가 시작하기 전의 레벨이 84레벨이었다. 그리고 이벤트 시작 5일이 지난 지금 120레벨이 넘어 있었다.
이벤트의 경험치 두 배 효과는 진혁에게 많은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진혁은 스탯이 높아 자신보다 레벨이 한참 높은 놈들을 사냥하는 중이라 평소에도 최고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 즉 2배의 경험치를 얻으며 사냥을 하였는데 이번에 경험치 2배 이벤트를 하는 바람에 도합 총 4배의 경험치를 얻을 수가 있어서였다.
사실 레벨 차이로 인해서 지금 진혁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냥하는 몬스터가 주는 경험치를 다 얻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치를 얻을 수가 있으니 레벨 업은 당연히 빠를 수밖에 없었다.
이 상태로 레벨 업을 한다면 퀘스트가 끝나는 이 달 말이 될 쯤에는 3차 전직을 할 수 있는 200레벨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전직 패널티가 없다면 200레벨을 넘길 수도 있었다.
진혁은 오랫동안 놈들을 상대하면서 이들의 공격과 방어의 패턴을 이해하고 그걸 이용하여 조금 더 빠르게 사냥할 수 있었고, 이를 자신만의 노하우로 만들고,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재미를 느끼는 중이었다.
물론 레벨 업을 통해서 강해지만 더 좋긴 하지만 진혁은 단순히 레벨 업을 위한 사냥이 아니라 몬스터들의 패턴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NPC들은 플레이어들의 레벨을 경험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진혁에게는 그 말이 꼭 들어맞았다.
-진혁님께서 접속하신지 8시간이 경과 되었습니다. 이 후 쓰러뜨리는 몬스터는 이벤트에 집게가 되지 않습니다. 단 경험치 2배, 아이템 얻을 확률 2배, 골드를 얻을 확률 2배의 이벤트는 지속됩니다.
-숨겨진 이벤트 역시 계속해서 진행이 됩니다. 숨겨진 이벤트를 찾아내어 클리어를 하시면 그에 따른 보상이 따로 지급이 됩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할 일은 다 했다.”
처음에는 8시간이라는 제한시간이 조금 아쉬웠지만 이제는 아쉬움도 없었다.
“서둘러 처리하자.”
진혁은 동굴 안에 있는 몬스터는 물론 밖으로 나아가 광장 안에 있는 몬스터들까지 모두 처리한 후에 접속을 종료할 생각으로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
“더 빠르게 치고 나와.”
진혁은 체육관에서 시합을 대비한 훈련에도 열심을 다하였다.
“헉··· 헉······.”
관장인 최달수는 진혁의 훈련을 위해서 라이트 헤비급 선수인 이진호를 불렀다.
이진호는 한국 라이트 헤비급 선수로는 처음으로 2부 단체로 분류가 되어 있는 일본의 격투 단체인 드림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딴 선수로 기량이 출중한 선수이기도 하였다. 다만 드림에서 챔피언을 딴 후에 UFC로 진출을 하였지만 딱히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계약이 종료되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서 활동 중이었다.
라이트 헤비급이라고 하지만 빠른 스피드와 지구력이 장점인 이진호가 진혁을 쉴 새 없이 몰아 붙였다.
진혁이 1부 단체로 분류가 된 UFC에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프로들의 세계에서는 체급의 차이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티면서 파이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진혁의 기량이 그만큼 출중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최근에 양종국에게서 배운 레슬링 기술이 조금씩 몸에 익으면서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거나, 기습적으로 파고들어가 넘겨버리는 기술로 인해서 이진호가 체급을 믿고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견제할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진호는 진혁을 몰아 붙였다.
관장인 최달수가 케이지 밖에서 소리치지만 진혁은 덩치가 큰 이진호를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확실히 진호는 아시아에서는 통할 정도의 스피드를 가지고 있어.”
분석가인 최상호와 김봉수가 뒤에서 두 사람의 스파링을 지켜보며 말했다.
“그런데 아시아에서만 통한다는 것이 한계죠.”
그게 늘 아쉬웠다.
“해도 안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지. 진호가 연습을 게을리하는 애도 아니고.”
최상호는 이진호를 보며 개인이 가진 재능은 다 다르고,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하였다.
최상호의 시선이 진혁에게 향했다.
진혁 역시 격투기에는 재능이 특출나고, 뛰어나지만 솔직히 챔피언의 역량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흔히 각성이라고 말을 하는 뭔가 크게 깨닫는 계기가 생기지 않으면 아마도 챔피언은 힘들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진혁이는 가능하겠죠?”
“하는 거 봐서. 솔직히 시대를 잘못 타고난 사람들이 몇 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아닐까 해.”
“진혁이가요?”
“그래. 한 4, 5년 늦게 태어났다면 정말 해 볼만 했을 텐데. 지금은 페더급에 강자들이 너무 많아.”
“그건 챔피언이랑 안토니 반데라, 리틀 좀보아가 상대적으로 너무 강하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닐까요?”
“그들도 강한데 그 아래도 단단해. 그리고 새로운 경쟁자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잖아. 이번에 브라질에 아리라나 스톰이 UFC에 데뷔했는데 너무 강렬해.”
“아리라나 스톰? 그 어린 스톰?”
아리라나 스톰은 격투무대에서는 햇병아리에 불과하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제법 유명세를 얻고 있는 선수였다.
그는 특이하게도 브라질의 언더 격투단체, 아니 격투 단체라고 할 수 없는 막 싸움을 하는 작은 단체에서 경력을 시작하였다.
당시 16살의 나이로 맨손격투를 시작한 그는 4년 동안 150번이 넘는 시합을 가졌고, 그 중에서 패한 경지는 단 10번뿐이었다.
그의 나이 20세에 격투기 최고 무대라고 할 수 있는 UFC무대에 데뷔하여 1라운드 TKO승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였다.
진혁 역시 데뷔경기에서 1라운드 TKO승으로 데뷔를 하였지만 아리라나 스톰이 진혁보다 더 관심을 끄는 이유가 그는 이미 150전을 치룬 노련한 싸움꾼이라는 점이었다.
앞으로 진혁의 최고 경쟁자가 될 그였고, 진혁이나 스톰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넘어서야 챔피언한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가 있으니 최상호가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진혁 역시 그에 못지않은 시합 전적을 지니고 있었지만 대부분 유도와 관련된 전적이었고, 격투기로 넘어와서는 이제 50전을 갓 넘긴 상태였다.
최상호의 입장에서는 분명 진혁도 대단하지만 스톰의 스탯이 진혁보다 조금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어서였다.
이대로 4, 5년이 지나면 현 챔피언인 루아 산체스와 타격머신 안토니 반데라와 그레플러인 리틀 좀보아 역시 나이로 인해서 기량이 서서히 떨어질 것이니 진혁이 챔피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적은 아리라나 스톰이었다.
스톰 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 선수들, 다른 격투 단체에서 재능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날이 갈수록 격투 기술이 진화하면서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정말 페더급에서는 어떤 선수가 나와 챔피언이 될 지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
넉넉잡고 5년, 그 후에 페더급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뛰어난 선수들이 등장하여 난세를 이룰 것이라 최상호는 바라보고 있었다.
페더급의 황금시대!
아무리 덩치가 큰 선수들이 나와서 묵직한 한 방을 꽂아 넣어 떡실신을 시키는 것이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지만 지금 UFC는 페더급의 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런 시대에서 진혁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또 통관문이 되어버린다면 아마도 진혁은 영원히 챔피언에 도전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
최상호는 더원과 마찬가지로 UFC에서도 진혁이 어린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통관문으로 전략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네. 무규칙 경기는 이제 재미가 없데요? 스톰 걔가 왜, UFC에서 데뷔를 했데요?”
“그러니까 게임만 하지 말고 대회 시합도 좀 챙겨 보고 그래.”
최상호의 핀잔에 김봉수는 입이 앞으로 튀어 나왔다.
“지금 이벤트 기간이라 쉴 틈이 없어요. 1등하면 강화석이 100개에요. 그거 팔면 모두 1200만원은 벌어요. 그리고 아이템이 두 배로 떨어져서 지금 부지런히 사냥해서 살림에 보태어야 해요. 그리고 저 게임 스트리머 시작했는데 구독자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중이거든요.”
“너, 사정은 알겠는데 너무 게임에만 집중하지 마라. 너 기량 떨어지면 관장님께서 잘라버린다고 하더라.”
“관장님께서요?”
“그래. 진혁에게 도움이 안 되면 다 잘라버린다고 하던데. 그 덕분에 나도 지금 영상 보면서 뺑이 치고 있다.”
김봉수는 진혁을 향해 소리치는 최달수를 보았다.
“설마 자르겠냐? 이번 대회가 진혁에게는 중요한 대회이니까 그런 거지. 이번에 미끄러지면 계약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물론 한 경기 더 남아 있다고 하지만 그건 상대가 정해졌으니 진혁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경기니까.”
자신이 한 번 이겼던 선수를 한 번 더 이긴다고 해서 관중이나 대회 관계자들이 달리보지는 않는다.
운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그리고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을 주는 경기일 뿐이었다.
그런데 만약 지게 되면?
리매치를 한 번 더 가지면 될 뿐이다. 계약이 연장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한 번 졌다고 해서 박한 평가는 내리지 않는 것이 격투 단체나 관중들의 특징이었다.
다만 그 선수가 얼마나 해 줄까 하고 거는 기대감은 조금 낮아지고, 다음 계약에 있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게임만 하지 말고 진혁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너도 생각해 봐. 이, 삼년 지나면 네가 게임으로 번 돈보다 진혁이 너에게 벌어다 주는 돈이 더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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