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보여주는데 안 와?
진혁은 체육관에서 훈련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4시간 정도를 가상현실게임 인더스에 접속하여 여가를 즐겼다.
“너 이리 와봐.”
진혁은 자신보다 키가 크고 팔도 긴 키메라를 불러 놓고 그와 대결을 하였는데 키메라가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키메라가 약한 것도 있지만 정형화된 패턴에 의해서 자신에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이게 아닌데. 뭔가 좀 다 타이트하고 액션이 가미가 되어야 하는데.”
키메라들과 지금까지 싸우면서 그들의 패턴을 모두 알고 있는 진혁에게는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이 찾아오면 딱 좋은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진혁은 곰곰이 생각하다 칼로파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래도 배워두면 도움이 될 것이니 원한다면 언제든지 말을 하도록 하여라.
“그래. 아이템!”
플레이어들이 인더스를 즐기는 방식이 다르다고 해도 모든 플레이어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건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 보다 더 좋은 아이템일 것이다.
칼로파의 창고에는 많은 아이템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서재에는 다량의 마법서도 있으니 플레이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창고 있는 아이템이라면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을 유혹할 만하지. 일단 촬영한 후에 편집해서 사이트에 올린 후, 글을 남기고 반응을 봐야겠어.”
진혁은 칼로파의 거처로 오는 길목으로 나갔다.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곳까지 간 후에, 인더스에서 지원하고 있는 영상 모드를 실행하였다.
그리곤 자신이 마치 칼로파의 거처를 침입한 것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키메라들은 자신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걸 이용해서 마치 도둑 클래스인 것처럼 꾸몄다.
자신의 얼굴이 나오면 들킬 것이 뻔하니 목소리만을 영상에 담았다.
“형님들 지금 간이 떨려 죽겠습니다.”
일부러 엄살을 피우며 살금살금, 조심조심 그렇게 칼로파의 거처로 들어온 진혁은 창고로 이동하였다.
누가 보았다면 미친놈이라고 말을 할 정도 혼자 별의 별 상황을 만들어 움직이고 이야기도 하며 창고 앞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형님들, 여기가 칼로파의 창고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잠겨 있습니다.”
안타까운 목소리로 연기를 하였지만 썩 좋은 연기라곤 할 수가 없었다.
“잠겨 있으니 열어야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진혁은 창고의 문이 잠겨 있는 척 연기를 하였는데 쇠꼬챙이 같은 건 이용해 문을 여는 시늉을 하였다.
“아, 열렸습니다.”
게임 스트리머가 자신의 게임 영상을 촬영하는 것처럼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며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 창고 안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네임드 몬스터인 리치 칼로파의 아이템 창고입니다. 보십시오. 정말 많은 아이템이 진열되어 있지 않습니까?”
진혁은 아이템에 손을 대었다가 얼른 떼었다.
“아, 이런 일이···, 아이템을 취득하면 칼로파가 창고에 침입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전 아직 칼로파를 상대할 무력이 없어 그를 만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진혁은 죽음에 대한 패널티를 이야기하며 아쉬운 듯 말을 하며 진열될 아이템들을 다시 쭉 훑어보았다.
“정말 아쉽습니다. 칼로파를 이길 수 있는, 아니 칼로파를 지키는 가디언을 이길 수 있는 무력만 있었어도 이 아이템들을 독식할 수가 있을 텐데. 이걸 그림에 떡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앗, 밖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전 잠시 여기서 숨어 있겠습니다.”
진혁은 창고에 숨어 있으면서 키메라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곧 키메라가 도착하였고, 진혁은 그 모습까지 촬영을 한 뒤에 키메라를 돌려 보내었다.
키메라가 돌아가자, 진혁은 십년감수했다는 말을 하고는 다른 곳도 다녀 보겠다고 말을 하고는 창고는 나왔다.
“헐, 대박!”
진혁은 칼로파의 서재에 진열된 마법서들을 보며 놀란 목소리로 말하며 이 영상을 볼 플레이어들의 관심을 자극하였다.
“리치 칼로파의 서재입니다. 서재의 책장에는 마법서들이 빼곡하게 꼽혀 있는데······.”
진혁은 마법서 한 권을 손가락을 가리켰다.
“이걸 훔쳐 가면 칼로파가 알고 날 당장 때려죽이려 찾아올 것입니다. 마법사라면 그냥 익혀버리고 죽으면 그만일 텐데··· 정말 아쉽습니다.”
진혁은 말을 하다가 황급하게 자세를 낮추며 숨었다.
“칼로파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일단 전 여기서 촬영을 멈추고 창고로 가서 숨어 있어야겠습니다.”
진혁이 촬영을 종료하자, 서재의 문이 열리면서 칼로파가 들어왔다.
“여기서 무엇 하느냐?”
진혁은 서재에 꼽혀 있는 마법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법을 익히려고 하는 것이냐?”
고개를 끄덕이는 진혁을 보며 미소를 짓더니 아무런 의심 없이 진혁이 가리킨 마법서를 뽑아서 주었다.
“유니크 대작이라 그런지 생각까지 한단 말이지. 결과가 좋구나. 곧 있을 학회에 가서 너를 자랑해야겠구나. 말랑코볼트 같은 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줘야겠어. 열심히 마법을 익히도록 하여라.”
진혁은 마법서를 받아들고 칼로파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그의 서재를 나왔다.
마법서의 겉표지에는 로우어 레지스트라 적혀 있었다.
“로우어 레지스트?”
마법서: 로우어 레지스트
사용제한: 흑마법 계열의 마법사.
설명: 상대의 모든 저항력을 1분 동안 저하시킨다. 마법 서클이 올라갈수록 시간이 늘어난다.
저주마법에 정통한 흑마법사들에게 상대의 저항력을 떨어뜨리는 로우어 레지스트 마법이 필수 마법이었다.
“좋은데.”
진혁은 마나 홀을 만든 후에 칼로파에게서 여러 가지 기초마법서들을 받아 익혔고, 이제는 흑마법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다양한 마법들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진혁은 로우어 레지스트를 익힌 후에 자신의 스킬 창을 확인하였다.
“스킬창!”
*패시브 스킬
마나 명상법- 명상을 통해서 마나를 빠르게 회복한다.
마나 리차지- 마나가 천천히 회복한다.
*액티브 스킬
저주마법 계열.
다크니스- 상대의 시야를 1분 동안 멀게 한다.
테러- 상대의 공포심을 1분 동안 느끼게 만든다.
컨퓨즈- 상대를 혼란시켜 적과 아군의 구별 없이 싸우게 만든다. (몬스터 전용)
카오스- 상대를 혼란시켜 자신을 돕게 만든다.(몬스터 전용)
로우어 레지스트- 상대의 모든 저항력을 1분 동안 저하시킨다.
*공격마법 계열.
티스- 뼈를 소환하여 상대에게 던져 공격한다.
진혁은 다크 피스터로 전직을 했지만 칼로파에게 잡혀 있어 아직 몽크, 즉 피스터 클래스의 스킬은 배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진혁은 마법을 이용한 연계 공격이 뛰어나 마치 피스터의 스킬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여 질 때가 많았다.
“칼로파가 5서클 리치 마법사이니 그에게 배울 수 있는 마법을 최대한 배워야겠어.”
지금 플레이어들 중에서 5서클의 마법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NPC들 중에서는 제법 있었다.
인더스가 서비스 한 지, 4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가지만 플레이어들이 압도적으로 강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NPC들과의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이 그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레벨 정체 구간 때문이었다.
레벨의 일정 구간에서는 경험치 획득이 쉽지 않아서였다.
퀘스트를 시작하는 레벨은 보상으로 경험치도 얻고, 모험도 하며 즐겁게 게임을 할 수가 있지만 이 정체 구간에서는 오직 사냥만으로 레벨 업을 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았다.
처음 사냥터에 빨리 진출하거나,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냥터를 발견하여 혼자 사냥한 이들을 제외하고는 같은 레벨의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면서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의 개체 수가 확연하게 줄어드는 이유는 한몫했다.
이로 인해서 플레이어들은 몬스터의 개체를 늘려달라고 건의도 하였지만 인더스의 개발사인 뮤라스에서는 인더스의 미개척지를 개척하면 자연스럽게 사냥터에 몰린 플레이어들이 분산 될 것이라 말을 하며 플레이어들에게 인더스 대륙을 개척하라는 답만 하였다.
이처럼 이래저래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구간, 구간마다 정체가 되어 레벨이 그리 높지 않았다.
레벨이 높지 않다는 건 NPC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플레이어들 중 공식 랭킹 1위의 레벨은 253레벨로 성기사 계열의 플레이어였다.
이런 상황에서 리치 칼로파를 이길 수 있는 플레이어들은 극소수였기에 진혁은 당분간은 칼로파에게서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밑에서 마법을 익히는 것이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칼로파는 5서클의 리치 마법사였지만 그의 서재에는 흑마법에 관하여 7서클 마법까지 소장하고 있었기에 극악의 드랍율을 자랑하고 있는 마법서를 생각하면 리치 칼로파의 거처 있는 것도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찾아오는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싸우다보면 나도 레벨 업도 하고, 스탯도 오르겠지.”
진혁은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였다.
“일단 접속을 해제하고 촬영한 걸 올리자.”
*
-대박, 칼로파의 창고에 아이템 쌓여 있는 동영상 봤음?
-나도 봤음. 조작은 아닌 것 같은데.
-칼로파가 어디 있는 놈임?
-발리칸 산맥의 고요한 샘의 숨겨진 던전에 있는 놈임.
-저 언데드 마법서 가지고 싶다.
진혁이 올린 영상은 사이트에서 큰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영상의 재미보다는 진혁의 예상대로 칼로파의 창고에 있는 아이템들과 서재에 있는 마법서들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서였다.
댓글들이 수없이 달리면서 당장 사냥하러 가네, 마네. 하며 떠들썩하였다.
-나 여기 두 번 가서 두 번 다 뒤졌음. 나 레벨이 130인데 칼로파의 거처를 지키는 가디언에게 죽었음. 개졸라 쎔.
-나도 그놈에게 죽었음. 쪽 팔리게 한 대도 못 때렸음.
-그래도 몬스터 아님? 다구리에 장사 없다고 했는데.
-우리 파티는 그놈에게 전멸 당했음. 플레이어가 싸우는 것처럼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아 상대하기 더 힘듬.
-이놈과 싸우려면 최소 150레벨, 혹은 그 이상이 되어야 함.
진혁의 레벨은 29레벨이었다.
10레벨에서 전직하기 위해서 발리칸 산맥을 이리저리 다니다 고요한 샘을 발견하였고, 그 속에 던전이 있음을 알게 되어 안으로 들어왔다.
당시에는 전직을 하지 않았기에 사냥을 해도 10레벨 이상 올라갈 수가 없어 10레벨이 상태에서 칼로파에게 잡혀 키메라가 되어 그곳을 지키다 간혹 찾아오는 플레이어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을 죽이고 얻은 경험치로 레벨 업을 하여 29레벨까지 올린 상태였다.
29레벨의 진혁이 130레벨의 플레이어를 이길 수 있었던 건 레벨에 비해 턱없이 높은 스탯과 전투 감각, 그리고 마법의 도움을 받아 가능하였다.
다른 이들이 진혁의 스탯을 알았다면 밸런스 파괴범이라고, 버그라고 말을 할지도 모르지만 진혁은 인더스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에서 극소수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경험을 하고 있기에 버그는 아니었다.
진혁이 스탯이 높긴 하나 진혁과 비슷한 시기에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레벨이 한참 낮은 편이었고, 스탯 역시 그들과 비교했을 때, 높은 건 아니었다.
초창기 시작했던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스탯 작업을 하였기에 지금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보다 스탯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다만 진혁은 레벨이 낮기 때문에 그들이 레벨 업 정체된 구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때, 진혁이 그들의 레벨을 따라 잡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들과의 격차는 어마무시하게 나게 될 것이다.
-칼로파도 5서클의 리치 마법사이니 레벨로 치면 150레벨이 넘음.
-님들 그거 암? 리치 칼로파가 있는 던전은 모두 3층 던전이고 리치 칼로파는 2층 던전의 주인임.
-그럼 3층은 더 대단한 놈이 있는 거 아님?
-아이템도 더 빵빵할 지도 모름. 나 레벨 170인데 함께 갈 사람?
진혁은 뜨거운 반응에 미소를 지었다.
“곧 플레이어들이 왕창 몰려오겠네. 원 없이 그들과 싸워 볼 수 있겠구나.”
자신은 레벨이 낮아도 플레이어들과의 싸움은 자신이 있었다.
“내일이 기대되네. 일단 훈련을 위해서 잠을 푹 자야겠지.”
진혁은 내일 훈련을 위해서 참을 청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난 진혁은 집에서 체육관까지 뛰어서 갔다. 진혁의 집에서 체육관까지의 거리는 대충 4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급한 일이 아니면 운동 삼아 뛰거나 걸어서 가곤 하였다.
그렇게 뛰어서 체육관에 도착하면 몸에는 적당하게 열이 올라와서 곧바로 운동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진혁은 자신의 루틴대로 체육관에 도착해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적당하게 올라온 열에 의해서 몸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스트레칭이 끝나면 잠시 쉬었다가 가벼운 워킹 동작과 한 번 더 몸을 풀었다.
그런 후에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갔는데 타격기 훈련에서는 복싱훈련기계의 도움을 받았다.
한 시간 정도를 복싱훈련기계와 연습을 한 그는 10분을 쉰 후에 이번에는 발차기 연습을 하였다.
허공에 매달린 샌드백을 발로 차는 훈련이었는데 로우키, 미들킥, 하이킥을 번가라 가며 차며 30분 동안 샌드백을 두들겼다.
그 후 다시 30분을 쉰 후에 그래플링 연습을 하였는데 이때는 체육관의 선배 선수들이 도움을 주었다.
진혁은 상대 선수가 그래플링으로 자신을 압박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방어하는 방법과 테이크 다운이 되었을 때, 빠르고 신속하게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들을 훈련하였는데, 이때는 체육관의 선배들이 도와주었다.
“쉬지 말고 해. 5라운드까지 버티려면 지금의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진혁의 시합만 잡히면 호랑이 관장이 되는 최달수는 진혁이 녹초가 되어도 ‘조금만 더.’, ‘1분만 더.’를 외치며 훈련을 독려하였다.
“헉··· 헉······.”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훈련을 하지만 부족하다는 걸 느끼는 진혁은 최소한의 만족을 얻을 때까지 스스로 훈련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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