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신이 없는가?
태국에서 데뷔전을 멋지게 승리한 진혁은 최달수와 함께 자신의 프로모터인 GC엔터테인먼트의 최승수를 만났다.
프로모터란 복싱, 프로레슬링, 종합격투기와 같은 프로 투기종목의 선수간의 대전을 주선하고 기획해 주는 사람을 말한다.
운동선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기량이 최우선이겠지만 그만큼 자신의 상품성을 키워 줄 제대로 된 프로모터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였다.
최승수는 GC엔터테인먼트의 스포츠 담당 프로모터로 스포츠 선수들만을 전담하여 그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일을 하는 능력있는 전문 프로모터였다.
“진혁 씨의 시합은 언제 봐도 깔끔해서 좋습니다.”
그가 진혁의 승리를 축하며 말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 경기는 이산데야 선수가 발목 부상을 당해서 급하게 잡힌 부킹이라 제대로 설명을 할 기회가 없습니다.”
최승수는 진혁에서 UFC와 어떤 계약을 하였는지 상세하게 알려 주었다.
“하리 홈과 시합하기 전까는 진혁 선수가 UFC와 계약을 정식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네에?”
“구두로 오갔고, 약속을 받은 상황이었지만 계약서는 아직 작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회는 진혁 선수가 UFC에서 통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하는 시합의 성격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진혁 선수가 더원에서 인기가 있는 선수이고, 태국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선수라 이번 대회가 성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대회 흥행을 위해서는 개최국, 개최도시의 사람들이 어떤 선수를 알고 있는지, 그 선수를 좋아하는지 등의 조사가 필수이고, 의외로 진혁이 태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UFC 프로모터 팀에서도 진혁과의 시합을 주선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진혁 선수가 받는 대전료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수익도 얻을 수가 없습니다.”
“대전료가 얼마인데요?”
“8천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구백오십만원이 조금 넘는 돈입니다.”
그 정도 받으면 불만은 없었다.
“그 중에 저희 수수료를 제외하면 진혁님께서 수령하시는 돈은 육백육십 원 정도입니다.”
프로모터 수수료가 30%란 소리였다.
프로모터가 대전료의 30%를 받는 이유는 선수를 찾아 부킹을 하고, 상대 프로모터와 만나 경기 조건들을 조율하고, 경기 장소를 섭외하는 건 물론 방송사에 중계권을 파는 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UFC와 같은 큰 단체에서는 자체 프로모터 팀에서 다 알아서 이러한 것들을 진행하기 때문에 프로모터의 일이 조금 줄어드는 정도이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선수를 위해서 여전히 많은 일들을 진행하고, 기획을 한다.
육백육십만원을 받으면 관장, 코치들을 경비를 비롯한 보너스로 40%를 지급해야 하니 이것까지 제하면 진혁이 받는 돈은 390만원이 조금 넘는다.
만약 정식으로 계약을 하고 대회를 치렀다면 대전료에 승리수당, 그리고 녹다운 오브 더 나이트로 선정되어 대전료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가 있었을 것이다.
프로모터의 입장에서는 정식으로 계약을 하고 시합을 뛰게 하였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진혁이 UFC 관계자들의 눈에 띄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시합을 주선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진혁이 승리를 하였고, UFC와 정식으로 계약을 하는데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진혁 선수가 UFC와 계약한 건 일단 3게임입니다.”
“3번의 시합요?”
“네. 이 3번의 시합 역시 진혁 선수의 성향, 흥행 등을 알아보기 위한 그런 성격이 강합니다. 좋은 성적을 내면 계약이 연장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계약은 해지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저희에게 맡겨 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진혁 선수가 세계 챔피언이 될 때까지 뒤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어, 여기 계약서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승수는 진혁에게 UFC와의 계약에 어떠한 내용들이 들어가 있는지 소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다음 상대의 파이터머니에 따라서 진혁이 받는 파이터머니도 변하는데 아직 인지도가 없는 진혁에게는 이러한 계약은 최상의 계약이었다.
예를 들어 상대 선수가 1억을 받으면 진혁은 그 돈의 60%에 해당되는 파이터머니를 받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승리수당은 진혁 선수의 파이터 머니와 같습니다. 녹다운 오브 나이트에 선정되면 정해진 돈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진혁은 계약서를 보며 꼼꼼하게 챙겼다.
“이 조항은 뭐죠?”
계약서에 품위 유지라는 사항이 있었다.
“사실 더원에서는 우리가 갑의 위치에 있었지만 UFC에서는 을의 위치에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하나를 얻고, 상대에게 하나를 주는 그런 계약입니다.”
진혁이 유명인이라면 그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선에서 어떠한 행동을 해도 상관을 하지 않지만 신인, 그것도 갓 데뷔를 한 신인들 사소한 문제로 UFC의 이름에 오점을 남기는 경우가 있고, 그 때문에 퇴출되는 사례가 몇 번 있었기에 아예 계약서에 이러한 조항을 넣은 것이다.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은 UFC와의 계약 내용이고, 이젠 저희 GC와 계약한 내용 중에 수정된 것이 몇 가지 있어 새롭게 작성이 된 계약서입니다.”
최승수는 또 계약서를 최달수와 진혁에서 보여 주었다.
“UFC단체에서 경기를 주관하고, 마케팅, 티케팅을 하니 저희 프로모터 비용이 줄었습니다. 줄어든 경비만큼 진혁 선수에게 더 드리기 위해서 프로모터 비용을 기존 30%에서 10%로 하였고, 시합을 제외한 방송 출연을 비롯한 기타 수익은 그대로 저희가 30%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진혁에게 조금 더 좋은 조건을 내세웠다.
GC엔터테인먼트에서는 진혁이 UFC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대회에서 승승장구하게 되면 외국의 유명 프로모터들이 진혁에게 러브콜을 보낼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진혁도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을 하여 이러한 조건을 제시하였다.
지금 GC에서 제시한 계약은 개인이 직접 프로모터를 운영하지 않는 이상 최상의 조건이었다.
“그 외에도 진혁 선수의 컨디션을 위해서 몇 가지를 지원할 것입니다.”
UFC대회에서 한 번 이겼다고 이렇게 대우가 달라지는 걸 보며 사람은 일단 성공을 하고 봐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 방송 출연 횟수가 있는데, 이건 뭐죠?”
“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진혁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해 준다면 우리나라 격투기 팬이 아니더라 진혁 선수에 대해서 궁금해 할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일종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1년에 최소 2번은 방송은 나가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저는 말 재주가 없는데.”
“대본을 주니까 먼저 대본을 보고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면 됩니다. 저희 입장에서도 진혁 선수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이를 토대로 해외 마케팅에 활용을 할 수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알아주지 않는 사람을 세계인들이 알아줄리 만무하였다.
최승수는 진혁이 최대한 쉽게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 주었다.
“최소한의 흥행 카드가 있어야 UFC 대회를 한국에서도 개최할 수 있고, 또 UFC 프로모터 팀을 상대로 주도적인 협상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건 양보를 할 수 있는데 이것만은 진혁 선수가 이해를 해 주시고, 양보해 주십시오.”
설명도 해주고, 정중하게 이렇게 부탁을 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방송에 출연을 하면 출연료도 나오니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럼 전반기 한 번, 후반기 한 번으로 하죠.”
진혁의 대답에 최승수가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진혁 선수, 우리 GC에서는 진혁 선수가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진혁이 태국에서 데뷔전을 치르고 일정을 마친 후에 한국으로 돌아와 휴식 기간을 가졌다.
그 휴식 기간 동안 진혁은 온전히 인더스의 세상에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파테우스가 준 두 번째 퀘스트를 하면서 간혹 찾아오는 파이어 길드의 길드원들과 싸우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파이어길드와 싸우는 진혁을 보고 미련하다고 말을 하는 플레이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진혁을 응원해 주었고, 그가 파이어길드의 길드원들을 박살내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곤 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파테우스가 준 두 번째 퀘스트를 모두 끝낼 수가 있었다.
진혁은 자신의 손과 발을 보았다. 외형상으로 달라진 건 없지만 주먹을 쥐거나, 발에 힘을 줬을 때, 느낌이 이전보다 단단해졌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퀘스트를 끝낸 진혁은 베니스 신전을 떠나 펠리 전진기지의 몽크 길드를 찾았다.
그는 파테우스를 만나 퀘스트를 완료하였다고 말을 하자,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한 권의 책을 주었다.
“지금까지 내가 연구한 기술 몇 가지를 기록한 책일세.”
표지에는 아무런 이름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 기술을 익힌 후에 나의 부탁하나를 들어 주겠나?”
진혁은 또 다시 퀘스트 주어진다는 걸 알 수가 있었고 고개를 끄덕이자, 파테우스가 말을 이어나갔다.
“베니스 신전에 가 봤겠지.”
“그렇습니다.”
“옛날 베니스 신전은 마족의 꾐에 넘어간 사람들을 붙잡아 정화의 의식을 치렀던 곳이네.”
진혁은 새로운 사실을 듣고 흥미를 가졌다.
“베니스 신전 지하가 정화의식을 치렀던 장소일세.”
진혁은 파테우스의 말을 듣고 베니스 신전 지하가 새로운 사냥터임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 그리고 그 죽은 원혼들이 그곳에 깃들며 베니스 신전에 재앙이 찾아온 것이지.”
“지하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당연하네. 그 정화의 의식을 치렀던 지하는 베니스 신전의 치부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치부라고 함은?”
“정화라는 명목 하에 온갖 실험들을 자행하였다네. 마족의 꾐에 넘어갔던 자들은 바로 베니스 신전의 신관들과 신녀들이었으니까.”
“신을 믿는 자들이 어찌하여?”
“악신도 신일세. 그들의 선한 얼굴 뒤에는 무시무시한 악신의 얼굴이 숨어 있었네.”
파테우스는 진혁에게 베니스 신전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해 준 뒤에 베니스 신전의 지하로 내려가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이것을 받게.”
“이게 무엇입니까?”
“룬 석이라고 하네. 마나석에 마법의 언어인 룬을 새겨 새로운 힘을 부여하는 마법 도구지. 무기나 방어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때도 사용되는 것이라네.”
“강화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강화석은 따로 있기에 진혁이 물었다.
“강화는 무기나 방어구의 성능을 올려주지만 룬 석은 등급을 올려 준다네. 예를 들면 일반 무기를 레어 무기로 바꾸어 주는 돌이지. 물론 무기나 방어구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룬 석을 제외하고도 몇 가지의 재료가 더 필요하다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아직 룬 석이 유저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기에 진혁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임 전문사이트인 포유에도 이러한 정보는 없었다.
‘인스더에 대해서 아직 30%도 개방되지 않았다고 하더니···, 아이템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룬 석이 있었다니.’
“이 룬이 베니스 신전의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열쇠이네.”
“그런데 신전으로 내려가는 장소를······.”
“신전 뒤뜰에 있는 우물이 있는 걸 보았나?”
“그렇습니다. 메말라버린 우물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곳이네. 우물 바닥으로 내려가면 이 룬 석을 넣는 곳이 있을 걸세.”
“그런데 왜, 이제까지 그러한 사실을 숨겼습니까? 일찍 알렸더라면······.”
씁쓸한 얼굴을 하고 파테우스가 말을 하였다.
“이곳의 용병들은 그곳의 악령들을 감당할 수가 없네.”
이곳은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이다. 대부분 이곳에서 전직을 하면 발리칸 산맥을 타고 서부로 이동하여 로하스 영지로 가버린다.
‘그래도 이곳은 50레벨의 플레이어들도 사냥할 수 있는 곳인데···, 파테우스가 이렇게 말을 한다는 건 60레벨 이상의 사냥터일 가능성이 높다.’
“자칫 그놈들을 잘못 건드려 세상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몬스터뿐만 아니라 원혼이 깃든 마물들까지 상대를 해야 할 것일세.”
“병사들을 동원한다면?”
“그럼 몬스터는 누가 막나?”
그 대답에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왜, 저에게?”
“나의 수련법을 완성한 자네라면 충분히 그곳의 마물들을 소멸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네.”
진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단순히 그 이유 때문입니까?”
“내가 외부로 잘 다니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을 할 수 없지만 최근까지 만나 본 사람들 중에서 자네보다 강한 사람은 만나보지 못하였다네.”
‘나보다 레벨이 높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왜, 자네는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그럼 뭐가 걱정인가?”
진혁은 파테우스의 말을 듣고 NPC들은 레벨의 높고 낮음이 아닌 능력치의 높고 낮음으로 플레이어의 강함을 파악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퀘스트 ‘베니스 신전 지하의 마물들을 처리하라.’를 수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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