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었네요.
진혁의 리스타트 포인트는 루드산포드 백작령이었다.
오래전에 이곳에 리스타트 포인트로 설정을 해 두고 그 동안 죽을 일이 없어 잊고 있었다.
“온 김에 집에 들렀다 갈까?”
진혁은 자신의 저택이 있는 루드산포드 백작령의 3-45번지로 갔다.
“여기가 나의 집인가?”
자신의 저택 앞에서 깜짝 놀라 다시 확인을 해 보았지만 자신의 저택이 맞았다.
보기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진혁이 저택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정원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처음 노예로 저들을 만났을 때와는 달리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였다.
진혁은 뛰어 노는 아이들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정원을 지나 집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이 진혁을 발견하고는 뛰어 노는 것을 멈추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오셨어요.”
진혁은 아이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후에 재미있게 뛰어 놀라고 말을 한 후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알비스와 예냐가 관리를 잘 하는지 깨끗하게 보였다.
“오셨습니까?”
알비스가 진혁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수고가 많아요. 알비스.”
“아닙니다. 당연히 저에게 주어진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아닌 것 같은데요. 더 열심히 한 것 같은데요. 집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잖아요. 두 분 이렇게 열심히 하면 피곤하지 않으세요?”
“아닙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알비스에 대해서 다 알 수는 없지만 무슨 일을 맡겨도 잘해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비스가 상인이라고 그랬지.’
진혁은 알비스가 상인이었다는 말을 떠올렸다.
‘알비스에게 상단을 만들어 맡긴다면 잘 할 수 있겠지.’
“알비스, 시간 있으면 저랑 이야기 좀 할까요?”
“무슨 말씀을······.”
“듣기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하는 이야기에요. 일단 이야기를 좀 나눠 봐요.”
“알겠습니다.”
진혁은 알비스와 최근에 자신이 상인회와 계약을 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더 받을 수도 있는 거래인데 손해를 조금 보신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래도 일정한 수익이 들어오니 앞으로 크게 돈이 없어 궁핍하지는 않을 것이니 걱정은 없겠죠.”
알비스는 진혁이 상인으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니 나름 일정한 고정 수익이 있다는 것만으로 노후에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알비스도 상인이었다고 그랬잖아요.”
“그렇습니다.”
“무슨 장사를 하였어요?”
“곡물 유통과 건축자재 유통업을 하였습니다.”
“그거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에요?”
“초기 비용은 조금 들어가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곡물이나 건축자재를 확보해둬야 하는 일이니까요.”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들어갈까요?”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못해도 최소 백만 골드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현실로 치면 1억에 해당되는 돈이었다. 현실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 작은 가게를 알아본다고 해도 1억 정도는 들어가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알비스, 다시 상인으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네에? 상인으로 말입니까?”
“네. 백만 골드는 제가 지원해 드릴 수가 있어요. 대신 수익에 10%만 저에게 주세요. 아니면 저의 이름으로 상인회를 만들고 알비스가 총괄을 해도 되요. 그러면 상인회가 유지되는 동안은 비용은 제가 내고, 알비스는 저에게 일정한 수당을 받아가면 되요.”
“수당이면 얼마나?”
“그래도 제가 쩐주이니 수익의 70%는 가져가야죠. 자금도 대니까요.”
알비스의 입장에서는 둘 다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진혁 님께서는 저를 믿으십니까?”
“아니요. 알비스는 믿지 않아요. 하지만 알비스와 예냐가 집을 관리하고 가꾸고 하면서 집이 많이 밝아졌어요. 전 알비스와 예냐의 부지런함, 즉 성실함과 근면함을 믿어요.”
-알비스의 믿음을 얻었습니다. 알비스가 진혁 님의 믿음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하겠습니다. 제가 진혁 님의 이름으로 상인회를 만들고 상인회를 총괄하겠습니다. 수익의 30%를 주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상인으로서 성적이 나쁠 때에도 저를 믿고 1년만 기다려 주신다고 약속을 해 주시면 저희는 지금의 생활로도 만족을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알비스가 알아서 하세요. 하지만 전 약속한 대로 30%의 수익을 알비스의 몫으로 떼 놓을 테니 나중에 그 돈을 모아서 독립을 하셔도 좋고, 바스를 위해서, 혹은 앞으로 찾을 큰 딸 이스라와 작은 딸 바네사를 위해서 사용하셔도 좋아요.”
“감사합니다. 진혁 님.”
“감사는요. 알비스는 노동을 하고, 전 그 노동에 대가를 드리는 것이에요.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 어디 한 번 할 수 있는 대까지 해 보세요.”
진혁이 내린 이 결정이 훗날 진혁에게 평생 연금처럼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
진혁은 루드산포드 백작령에 온 김에 은행을 찾았다.
“어, 진혁님!”
은행직원인 네타가 진혁을 보고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안녕하세요. 네타 양은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것 같습니다.”
“에이, 농담도 그런 기분 좋은 농담을 하시고 그러세요.”
“하하, 오랜만에 집에 들른 길에 은행에 맡길 것이 조금 있어 왔습니다.”
“네. 제가 처리해 드릴게요. 이리로 오세요.”
네타는 진혁을 은행의 VIP실로 데리고 갔다. 은행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그런 모습이 신기한지 진혁을 한참 바라보았다.
“저 플레이어가 누구인데 NPC가 저리 깍듯이 대하는 걸까?”
“명성이 엄청 높은가 보네. 저기는 NPC들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VIP실인데.”
플레이어들은 진혁이 부럽다는 시선으로 보았다.
VIP실에 들어온 진혁은 그곳에서 아틀란티스 길드원을 죽이고 얻은 아이템을 모두 꺼내어 놓았다.
“유니크 아이템이네요. 강화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이건 전설 아이템인데. 이렇게 비싼 것도 경매에 파시게요?”
“네. 경매로 모두 처분해 주세요.”
“우리 고객님들이 많이 좋아하겠어요. 요즘 좋은 아이템이 없냐고 닦달이 심하거든요.”
“그래요?”
“네. 말도 마세요. 아이템 품귀현상으로 좋은 아이템은 웃돈을 주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니까요.”
“그럼 조금 비싸게 팔리겠네요.”
“그럴 것 같아요. 강화된 아이템들이고, 또 전설 아이템이니 이번에 한 몫 단단히 챙기겠어요.”
“하하하, 네타 양은 안 본 사이에 언어의 표현력이 많이 풍부해진 것 같습니다.”
“제가 이곳에 와서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다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되었어요.”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이 돈도 입금해 주세요.”
진혁은 그 동안 모아 두었던 돈도 네타에게 건네주었다.
“알겠습니다. 참 최근 들어 진혁님께서 임대업을 시작하였다고 하던데.”
“그 소문이 벌써 났나요?”
“그럼요. 진혁 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이 바닥이 좁아요. 혹여 상인회를 만들 생각이신가요?”
“네. 추진해 보려고요.”
“기존의 상인회와 트러블 없이 원만하게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저희 은행에서 도와드릴까요?”
“은행에서 그런 것도 해요?”
“그럼요. 상인회는 은행의 주요 고객들이라 그들이 손해를 보면 은행도 힘들어지니까요.”
“아, 제가 직접 상인회를 운영하는 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할 거예요.”
“누가요?”
“알비스가 할 거예요. 알비스가 한때 상인회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아, 알비스라면 잘 할 거예요. 성실하고 손재주가 좋고,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니까요.”
진혁은 네타에게 알비스에 대해서 조금 알려달라고 하였다.
“그 동안 지켜본 알비스는요······.”
*
진혁은 봉수에게서 전화를 받고 늘 가던 삼겹살집으로 가서 그를 만났다.
“진혁아, 고맙다.”
뜬금은 없지만 자신에게 고마울 일이라고 하면 하나 뿐이다.
“형, 됐어?”
봉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봐라.”
진혁은 뮤라스엔터와 계약을 한 봉수의 계약서를 보았다.
“기본 연봉이 6.000만원이야. 그리고 미션 수당이 건당 100만원.”
김봉수에게는 이 정도의 수익으로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잘 되었다.”
“2년 계약인데 연장 2년을 더 할 수 있고, 2년 연장할 때, 다시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그랬어.”
진혁은 봉수의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읽어 보았다.
“100% 인상? 그럼 2년 뒤에는 1억 2천을 받는 거야?”
“아니, 그건 첫 번째 옵션이니까 그 위에 50%인상된 금액을 받지. 50%인상된 금액에서 다시 2년을 계약하면 50%인상된 금액이고.”
계속해서 계약이 연장되면 2년에 50%의 연봉이 상승한다는 말이었다.
지금은 6,000만원이지만 2년 뒤에는 9,000만원 4년 뒤에는 1억 2천만 원이 되고 계약이 계속 이어져서 6년 8년 뒤에는 2억 4천만 원이 된다는 소리다.
생각보다 괜찮은 조건이었다.
“운동선수들은 운동 능력이 떨어지면 돈을 덜 주는 게 맞지 않아?”
“그렇지. 하지만 지금 구매력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30, 40대라고 해.”
“그렇지.”
“40대의 플레이어들이 인더스 세상을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러더라. 그들을 고정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이야.”
“잘 되었다. 형.”
“네가 추천을 해 준 덕분이야. 오늘은 내가 고기 살게 많이 먹어.”
“그럼 허리끈 풀고 먹는다.”
“실컷 먹어. 이모님, 여기 10인분 간은 5인분 주세요.”
“저건 만날 그 소리야. 오늘은 내가 봉수 너, 좋은 직장에 취직 했으니까 그렇게 주는 거야. 그러니 다음에는 5인분 같은 10인분 시켜 먹어.”
“감사합니다. 이모 님. 술은 저희가 빼서 갈게요.”
잠깐 부산하게 움직이더니 고기를 먹을 준비가 끝이 났다.
“그럼 게임 안에서 일은 어떻게 하는 거야?”
“대충 들어보니 메인퀘스트를 하기 위한 팀이 따로 있고, 게임 가이드를 만드는 팀이 따로 있고 그래.”
“형은 메인 퀘스트?”
“아니, 난 가이드쪽. 아무래도 메인 퀘스트가 노출이 많이 되다 보니 젊고 어린 애들, 그리고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들이 대거 참가를 하고, 나 같은 사람은 영상 가이드를 만들어서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
진혁은 이해를 하였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메인 퀘스트를 하는 애들보다는 돈이 적겠네요.”
“조금 차이는 있다고 들었어. 아무래도 집중되는 것이 다르니 말이야.”
“아쉽다. 형이 메인 퀘스트 팀에 가도 잘 할 텐데.”
“꼭 그렇게 생각할 건 아니야. 메인 퀘스트 팀은 단체로 움직여야 하니까 행동에 제약이 붙으니까. 나야 필요한 영상만 들어주고, 들어오는 미션을 처리하면 되니까. 시간적인 여유는 많아.”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런데 미션은 어떤 걸 말하는 거야?”
“플레이어들이 의뢰를 받아 사냥하다가 실패한 몬스터들 있잖아. 주로 네임드 몬스터이거나, 혹은 파티형 몬스터를 혼자 사냥하려고 하는데 힘든 경우 우리가 몬스터의 패턴과 공략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미션이야.”
“그건 형도 쉽지 않겠는데. 동 레벨의 네임드 몬스터나 파티형 몬스터는 혼자서 사냥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 아닌가? 아니 가능하지만 엄청 어려운 일이잖아.”
“그래서 건당 100만원이라는 수당이 붙는 거잖아. 힘들긴 하겠지만 사냥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 몇 번 사냥해 본 경험도 있고.”
“그럼 형한테 좋은 거네.”
“어. 너네 형수도 좋아해. 그리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그럼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네요.”
“그래. 그런데 너는 계약 안 해?”
“저도 계약하자고 하는데 게임 쪽은 관심이 없어서요. 다음 주에 정식으로 엔터 사업 한다고 발표하면 그 다음 주나 전 미국으로 가서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을 거예요.”
봉수는 활짝 웃었다.
“다 잘되었으면 좋겠다. 너도 다시 시합에 나가고 말이야.”
“걱정 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 그리고 한국에서 최초로 UFC페더급 챔피언이 되는 모습을 형은 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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