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이 아니라 산적수적. 덤으로 마적까지
인더스 월드를 모험하는 플레이들은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가면 우선적으로 하는 일이 워프 게이트를 등록하는 일이었다.
그래야 마을, 도시, 혹은 연결이 된 다른 사냥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동수단인 워프 게이트는 대부분 사냥터의 입구에 설치되어 있지만 간혹 사냥터의 입구가 아닌 중앙, 혹은 변두리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럴 경우 대부분 사냥터에서 간이 상점이 운영하는 NPC가 있고, 그 NPC를 통해서 플레이어들이 체력포션, 마나포션을 비롯하여 사냥터에서 필요한 잡화를 사거나 혹은 플레이어들이 사냥터에서 얻은 잡템들을 사 줌으로 인해서 플레이어들의 편의를 지원하여 영지나, 도시로 오가는 시간을 줄여주기도 한다.
체인골짜기에도 간이 상점이 설치되어 있고, 잡화를 파는 NPC가 사냥터의 중앙에 천막을 치고 영업을 하는 중이었다.
이럴 경우 사냥터 입구에서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 워프게이트가 있는 곳을 찾아야했다.
초창기에는 NPC를 찾는 것도 일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정보들이 게임관련 사이트, 혹은 크리에이터들에 의해서 알려져 이전보다 손쉽게 잡화상인이 있는 곳을 찾아갈 수가 있었다.
-체인골짜기를 발견하였습니다. 지도에 등록됩니다. 지도가 확장됩니다.
“피란체바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갈 거야. 계속 달려.”
진혁은 체인골짜기에 도착하여 곧장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몬스터 잡으면서 가면 안 돼?”
“지금은 백작님을 찾는 것이 우선이야. 그래서 몬스터를 잡는 건 나중에 해야 할 것 같아.”
진혁은 피란체바에게 일의 우선순위를 알려주고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고자 하였다.
“알았어. 그럼 얼른 찾으러 가자.”
샤벨타이거를 타고 골짜기를 질주하는 진혁을 본 플레이어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도 저런 펫이 있으면 좋겠다.”
“저건 펫이 아니라 키메라인 것 같은데 요즘 흑마법사들이 키메라를 탈 것으로 만들어 타고 다니는 게 유행이잖아. 몽크 흑마법사가 유행시켰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흑마법사하는 건데. 현실에서도 뚜벅이인데, 게임에서도 뚜벅이라니 내 신세가 참 한심하다.”
“야, 뭘 그런 걸로 신세한탄하고 그래. 전설 아이템 하나 먹으면 외제차 한대 살 수 있잖아. 그러니 부지런히 사냥해.”
“그 놈의 전설은······.”
진혁은 플레이어들이 자신을 보고 뭐라고 말을 하는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곧장 잡화 상인 NPC가 있는 곳을 찾아와 워프 게이트를 활성화시켰다.
-워프 게이트가 활성화 됩니다. 워프 게이트를 통해서 로칸 영지로 워프 할 수가 있습니다.
진혁은 시스템 알림 소리를 들으며 지도를 펼쳤다.
체인골짜기는 진혁이 생각하는 것보다 깊고 넓었다. 뿐만 아니라 골짜기라는 특수성 때문에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이 구분되어 있다.
“이 넓은 지역을 다 뒤지려면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겠는데.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곳이 있다는 건 침묵의 숲처럼 몇 군데로 나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진혁은 제한시간이 72시간이라는 걸 상기하였고 지도가 밝혀진 곳에는 로드리안 백작이 없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일단 밝혀진 곳을 벗어나 새로운 지역으로 들어가 보자.”
“피란체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갈 거야. 그런 후에 몬스터와 싸울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응. 진혁이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래. 조금만 더 안으로 들어가자.”
진혁이 백호의 등에 올라타자, 피란체바 역시 리틀백호의 등에 올라갔다.
“가자!”
진혁의 명령에 땅을 힘차게 박차며 앞으로 내달리는 백호였고, 그 뒤를 리틀백호가 뒤따라 달렸다.
골짜기 안으로 달려가는 동안 몬스터들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백호와 리틀 백호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몬스터들이 쫓아오다 되돌아가곤 하였다.
-체인골짜기의 미공개 지역을 발견하였습니다. 지도가 확장됩니다.
진혁은 다른 지역을 찾아 지도를 밝혔지만 체인골짜기를 모두 밝히지 못하였다.
“72시간 안에 찾아 구하라고 그랬지. 만약에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골짜기를 구석구석 찾아다녔다고 치면 아마도 하루 정도는 지나서야 이곳에 도착을 했겠지?”
그럼 지금 밝힌 지역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사냥하다보면 하루가 지날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렇게 시간을 사용한다면 마지막 남은 미개방 지역에 로드리안 백작이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럴 것 같았다.
“혹여 그곳에서 찾지 못한다고 해도 거꾸로 훑어 내려오면 시간도 줄이고 로드리안 백작을 찾는 게 더 빠를지 몰라.”
진혁은 가장 안쪽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훑어 내려오며 로드리안 백작을 찾기로 하고 미개방 지역을 밝히기 위해서 이동하였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내달려 마지막 미개방 지역을 개방할 수가 있었다.
-체인골짜기의 미공개 지역을 발견하였습니다. 지도가 확장됩니다.
“고생했어. 너희들은 좀 쉬어.”
진혁은 쉬지 않고 달려온 백호와 리틀 백호를 쉬게 해 주기 위해서 소환해제 시켰다.
“지도!”
진혁은 다시 지도를 펼친 후에 어디부터 찾아 갈까 정하려고 하였는데 그런 수고를 들 수 있도록 지도에 로드리안 백작이 있는 곳이 표시가 되어 있었다.
골짜기 가장 안쪽에 아이콘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친절한 서비스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네. 어째던 시간을 아낄 수가 있게 되었다. 피란체바, 이제 우리 싸우러 가자.”
“알았어. 나에게 맡겨 둬. 내가 다 잡아 줄 테니까.”
진혁은 동동일과 동동이를 소환한 후에 레이즈 폰 구울을 사용하여 구울 병사들까지 소환을 하였다.
두두둑······.
구울 병사들이 바닥을 뚫고 나왔는데 그 수가 24명이나 되었다.
“로드리안 백작을 구하러 가자!”
체인골짜기의 가장 안쪽에서는 인간과 몬스터들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피란체바가 이끄는 언데드 군대와 체인골짜기에 활동하고 있는 마적단과의 싸움이었다.
로드리안 백작을 납치한 건 마적단의 소행이었다.
“파이어 볼!”
피란체바는 허공을 날아다니면서 자신이 흡수한 정령들의 마법을 사용하여 마적들을 공격하였고, 지상에서는 동동일과 동동이가 스켈레톤 병사들과 구울 병사들을 이끌며 싸우는 중이었다.
마적들의 몬스터 레벨은 320레벨이었지만 진혁의 소환수들에게는 역부족인 듯 그들이 밀리는 상황이었다.
다만 압도적인 수적인 우세로 어느 정도 막고 있었는데 말 그대로 막고만 있을 뿐이었다.
“도대체 이 마물들이 여기에 왜 나타난 거야.”
마적들은 언데드 병사들의 등장에 당황하며 최선을 다해서 싸우는 중이었지만 자신들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언데드 병사들로 인해서 곤욕을 치루는 중이었다.
“쓰러져라. 어스 라인 브레이크!”
허공에서 마법을 쓰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인해서 마적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갑자기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며 바닥에 금이 가며 ‘쩌억.’하고 벌어졌다.
“어어어······. 으아악!”
갈라진 틈으로 발이 빠져 중심을 잃고 넘어진 마적들을 향해 구울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이 새끼들아, 막아 산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
이들은 언데드 병사들이 본거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는 중이었다.
산채 밖에서는 마적들과 언데드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진혁은 이들의 시선을 피해 골짜기를 돌아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산채 안으로 침투를 하였다.
진혁은 밖에서 소란을 일으키면 내부의 경계가 허술해질 것이라 생각을 하였지만 그건 명백한 오판이었다.
이미 산적들과 수적들을 상대하면서 경험을 하였는데 이를 잊고 있었다.
산채를 중심으로 외부에 있는 놈들과 내부에 있는 놈들의 수는 일정하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진혁은 마적들에게 들키지 않고 로드리안 백작이 갇혀 있을 감옥을 찾아 이동하는 중이었다.
진혁이 들키지 않고 마적들의 눈을 피해 다닐 수 있었던 건 순전히 그림자밟기 때문이었다.
그림자 속에 숨어 대상을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그림자밟기는 최고의 은신기술이었다.
마력에 민감한 이들에게는 들킬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마적들에게 마법사는 귀한 존재이고, 설령 마법사가 있다고 해도 마력이 높은 자신이었기에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진혁인 그림자밟기를 이용하여 더디지만 로드리안 백작이 갇혀 있는 감옥을 찾아 조금씩 이동하였다.
그렇게 운이 좋게 감옥의 경계를 서는 마적들을 교대하기 위해서 이동하는 자들의 그림자에 숨어 감옥까지 갈 수가 있었다.
이들은 감옥을 지키고 있는 마적들과 교대를 하였고, 그 잠깐의 틈을 이용하여 감옥 안으로 들어올 수가 있었다.
“베니스 신전을 여기서 또 경험할 줄이야.”
감옥은 하나의 던전처럼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자들이 죽었는지 알 수 없지만 사령이 깃든 마력이 차고도 넘쳐났다.
진혁은 베니스 신전의 지하를 떠올리며 그 당시에 신전을 클리어 해 나가는 방법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지도를 켠 후에 축소시켜 고개를 돌리거나 시선을 움직이면 지도를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시야에서 조금 비켜 두었다.
그런 후에 진혁은 첫 번째 옥사 안으로 들어가서는 그곳에 있는 사령이 깃든 마력을 흡수하였다.
-사령이 깃든 마력이 흡수합니다. 사령이 깃든 마력에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태고의 흑마력이 사령이 깃든 마력의 불순물을 정화합니다. 정화된 마력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어 흡수됩니다.
마력의 양에 있어서는 딱히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니 흡수되는 양은 상관이 없었다.
“쿠오오오오!”
진혁이 사령이 깃든 마력을 흡수를 시작하자, 감옥 안에서 서식하고 있는 스펙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몰려왔다.
스펙터가 이 감옥에서 서식하기 위해서는 사령이 깃든 마력이 필요하였는데 그 마력을 흡수하여 소멸시켜버리니 당연히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진혁은 옥사의 문을 열어 두고 문 앞에 서서는 허공을 날아오는 스펙터를 상대하였다.
스펙터는 사념으로 만들어진 정령이지만 다른 정령들처럼 옥사의 창살을 통과하거나 자신의 존재를 축소, 확대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니 좁은 옥사의 창살을 사이에 두고 진혁과 마주하였는데 한 마리만 통과를 할 수 있을 만큼 좁은 문 앞에 진혁이 서서 버티고 있으니 한 마리를 제외한 다른 놈들은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고객 신세가 되었다.
스펙터는 일종의 정령이기에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지만 진혁은 일반적인 물리공격에도 마력이 깃드는 마나 피스트와 마나 킥을 사용하고 있어 물리 공격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스펙터에게도 대미지를 줄 수가 있었다.
스펙터의 날카로운 칼날 공격을 손목에 찬 방패로 막은 후에 주먹을 뻗어 몸통을 때리자, 대미지를 입고 괴성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다른 놈이 그 자리를 메웠고, 그놈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대미지를 주자, 뒤로 밀려나며 다른 놈이 와서 그 자리를 메웠다.
가끔은 핑커마스터를 이용하여 몸통을 찢어버릴 기세로 할퀴기를 시도하였는데 이게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스펙터가 진혁을 공격하면 이를 막고, 진혁이 반격하여 대미지를 주면 충격에 뒤로 물러나고, 다른 놈이 그 자리를 메운다.
이러한 패턴을 반복하니 스펙터들의 체력이 사이좋게 돌아가면서 깎였고, 결국 진혁의 손에 스펙터들이 소멸되었다.
진혁은 찾아온 스펙터들을 소멸시킨 후에 감옥을 나와, 다른 옥사로 이동하여 사령이 깃든 마력을 흡수하였다.
그러자 또 한 무리의 스펙터들이 날아와 진혁을 공격하였다.
옥사 하나에 여섯, 일곱 마리의 스펙터가 서식하는 듯 하였다.
진혁은 앞서 싸운 것처럼 스펙터들과 싸움을 하였다. 옥사를 옮겨 사령이 깃든 마력을 흡수할 때마다 이런 싸움을 반복하였다.
그렇게 옥사 안에서 사령의 깃든 마력을 흡수하면서 스펙터들과 싸우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발견하였다.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를 발견하였습니다.
진혁은 잠시 머뭇거리다 지하로 내려가기보다는 지상의 옥사 안에 있는 사령이 깃든 마력을 모두 흡수한 후에 지하로 내려가기로 결정을 하고는 지도에서 어두운 곳을 찾아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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