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아 마르틴과의 시합
라스베이거스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대회의 열기는 다른 대회보다 더 뜨거웠다.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헤비급 챔피언십을 비롯하여 미들급, 플라이급, 그리고 여성 페더급 챔피언십이 열렸고, 3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 아레나에 빈자리가 없어 계단을 비롯한 빈 공간에 임시 좌석을 만들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함성을 가득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UFC에서 열리는 시합은 모두 열 개로 이 중 3개의 시합은 방송 없이 진행이 되었고, 7개의 시합은 세계로 방송이 되었다.
진혁의 페더급 시합은 방송에 포함이 되어 있었는데 UFC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현 페더급 챔피언 루아 산체스의 버프를 받았기에 가능하였다.
챔피언 루아 산체스의 장기 집권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그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 혹은 차세대 스타가 등장할지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이었다.
진혁의 시합은 여성 페더급 챔피언십이 끝난 후에 진행이 되었다.
진혁은 대기실에서 긴장을 풀고 있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함성에 진혁의 몸이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었다.
강한 자와 싸우고 싶어 하는 진혁의 본능으로 인해서였다.
“후우.”
“너도 긴장되지?”
“아니요. 긴장보다는 그냥 싸우고 싶어서 그런 건데요.”
최달수의 말에 진혁은 건성으로 대답을 하였다.
“하여간 영감님은, 진혁이는 이런 일로 긴장 안하는 스타일이니 옆에서 괜히 긴장하고 그러지 마세요. 진혁에게 옮긴다니까요.”
최상호의 한 소리에 최달수가 꼬리를 내렸다.
“진혁아, 서두르지 말자. 알았지. 지난번에는 운이 좋았던 거야. 그러니 천천히 계획대로 가는 거야.”
“형님, 배팅이 7:3인데요. 누비아 마르틴에게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인데요.”
봉수가 말하자, 진혁이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걱정 마세요. 누비아 마르틴에게는 진 생각이 없으니까요.”
5분 5라운드로 진행이 되는 페더급 경기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일어났다. 전문가들 중에서는 이 변수를 줄일 수 있는 선수가 시합을 지배한다고 말을 하는 이들도 있을 만큼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서 반전의 묘미가 생기곤 한다.
“그래. 난 너에게 걸었다. 이기면 한국에 돌아가서 삼겹살 20인분 사 줄 테니까, 애매한 판정 말고 화끈한 KO로 가자. 그래서 KO보너스도 받고, 화끈하게 경기해서 나이트 오브 매치에도 선정되고 하면 좋지.”
봉수의 말대로 이루어진다면 이번 시합을 통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KO보너스는 몰라도 나이트 오브 매치는 힘들 것이다. 여성 챔피언십을 제외하고도 3개의 챔피언십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나이트 오브 매치는 세 개의 챔피언십 중 하나가 선정되지 않을까 하였다.
똑똑똑!
“경기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진행 요원이 다음 대회를 위해서 경기장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알려왔다.
“후우.”
진혁은 심호흡과 함께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철썩.’ 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때린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르틴을 잡으러 가 볼까요.”
진혁이 자신감에 찬 발걸음으로 방을 나와 복도를 걸었고, 그 뒤를 스태프들이 함께 하였다.
기다란 원형 복도의 끝, 터널에 도착하여 잠시 대기하였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곳에만 서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구나.’
언제나 그랬다. 그런데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여서였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로 페더급 경기가 시작이 되었다.
“다음 경기는 페더급 경기입니다. 챔피언 루아 산체스를 비롯하여 안토니 반데라, 리틀 좀보아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신성들이 등장하여 그들의 아성을 넘보고 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말에 사람들이 환호를 하였고, 곧이어 선수를 소개하였다.
“레드 코너의 3전 2승 1패의 누비아 마르틴!”
아나운서 특유의 이름을 길게 빼는 소개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UFC에서는 다른 대회의 전적을 언급하지 않고 오직 UFC 대회만을 언급하기에 UFC 전적이 없어도 격투기 팬이라면 출전하는 선수가 어느 단체에서 경기를 했고, 몇 승을 했고, 몇 패를 했는지는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회장에 들어올 때, 나누어 주는 팸플렛에 선수의 소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저 선수가 어떤 단체에서 경기를 하고 UFC에 픽업이 되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누비아 마르틴이 소개되자, 그가 등장 음악과 함께 터널을 나와 파이팅 라인을 따라 걸어 내려왔다.
그가 심판에게 몇 가지 점검을 받은 후에 경기장인 케이지 안으로 들어서자, 관중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다음은 블루 코너의 1전 1승의 코리아 몬스터 진혁!”
아나운서의 소개를 시작으로 등장 음악이 울렸다.
빰빠밤··· 빠바밤······.
진혁은 음악에 맞추어서 터널을 나와 아래 케이지로 연결된 파이팅 라인을 따라 걸었다.
“통관문 잘 해라.”
진혁은 나름 아시아에서는 제법 인지도가 있었기에 UFC대회에 관람을 하러온 이들 중에서는 알아보는 이들도 몇몇 있었다.
“통관문, 마르틴을 통과시켜 주면 안 되는 거 알지.”
“이제 문지기 그만 하고 너부터 안으로 들어가자.”
진혁은 이 시끄러운 함성 속에서도 이상하게 자신을 응원해 주는 소리만큼은 똑똑하게 들렸다.
‘나는 살아 있다.’
진혁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들려오는 함성과 함께 느낄 수가 있었다.
심판에게 간단한 점검을 받을 후에 케이지 안으로 들어서자, 마르틴이 매서운 눈빛으로 진혁을 노려보았다.
일종의 기선제압이지만 진혁은 주눅 들지 않고 그의 시선을 마주하였다.
진혁은 비록 종목은 달라도 세계 정상까지 올라가 본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눈빛으로 제압하려고 하는 건 우스운 일이기도 하였다.
“양 선수 이쪽으로.”
심판이 양쪽 선수들을 불러 주의사항을 전달하였다.
“후두부 가격은 안 되는 거 알지? 그리고 엉덩이가 바닥에 닿아 있을 때 사커 킥으로 공격해서는 안 되고······.”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 몇 가지 위험한 공격들은 반칙으로 간주하여 주의, 혹은 경고, 심할 때는 실격패까지 처리할 수 있음을 양 선수에게 알려 준 후에 다시 코너로 돌려보냈다.
“진혁에 서두르지 마라.”
최달수는 여전히 진혁이 서둘러 움직이다 낭패를 당할까 싶어 주의를 주었다.
“걱정 마세요.”
심판이 케이지 가운데 서서 양쪽 선수들을 보고 준비가 되었느냐고 물었다.
진혁과 마르틴이 고개를 끄덕이자, ‘파이트.’란 외침과 함께 두 선수가 맞붙었다.
페어 경기를 하자는 의미에서 진혁이 손을 가볍게 앞으로 내밀었고, 마르틴 역시 진혁이 내민 손을 툭 하고 침으로 진혁의 의사에 동의를 하였다.
그 순간 번개처럼 진혁의 하단을 파고 들어오는 마르틴 선수였고, 진혁은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당황하지 않고 양발을 뒤로 빼면서 자신의 상체로 마르틴을 누르며 그의 하단 태클을 방어하였다.
잠깐 동안 그렇게 힘겨루기를 하더니 마르틴 선수가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잡고 있던 진혁의 발을 놓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런 마르틴을 진혁은 중앙에서 서서히 압박하면서 케이지 벽으로 몰아갔고, 마르틴은 진혁이 조금씩 다가오자, 케이지를 넓게 사용하면서 진혁의 압박을 벗어났다.
압박하면 벗어나고, 압박하면 벗어나고를 반복하다 갑작스러운 마르틴의 원투 공격을 진혁은 상체를 뒤로 젖혀 피하자, 허벅지를 노리고 발로 공격해 오는 마르틴의 콤비네이션 공격에 진혁이 당했다.
짜자작!
맞는 소리 자체는 관중들의 함성이 묻혔지만 진혁은 이 공격으로 마르틴의 파워를 가름할 수가 있었다.
‘대미지 자체는 크게 들어오지 않는다. 놈은 타격이 아닌 그래플링으로 갈 생각이야.’
진혁은 이 공격으로 마르틴의 의도를 파악하였다.
진혁은 상대가 그래플링, 즉 그라운드 대결로 끌고 갈 것이라 판단을 하여 방어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한 채, 타격에 의한 경기를 운용해 나갔다.
진혁이 가볍게 잽을 날리자, 기다렸다는 곧바로 반격에 들어오는 마르틴이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마르틴 역시 진혁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하고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진혁은 고개를 숙여 공격을 피한 후에 숨겨 두었던 뒷손을 앞으로 뻗었다.
퍼억!
정확하게 맞지 않았지만 마르틴은 충격을 받았는지 황급하게 케이지를 돌아 물러나며 진혁의 압박을 벗어났다.
“쫄았네. 쫄았어.”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은 야유를 하였고, 마르틴은 그 야유에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하였다.
진혁이 또 다시 마르틴을 압박하자, 마르틴는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더니 진혁이 공격해 올 때, 전광석화처럼 몸을 숙여 공격을 피한 후에 진혁의 다리를 잡고 밀쳤다.
“허엇!”
진혁은 다리를 잡힌 채로 뒤로 밀리다가 케이지 바닥으로 넘어졌다.
-유도를 하였으니 상대의 힘을 잘 이용할 수 있죠. 레슬링도 마찬가지에요.
진혁은 안 넘어지려고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마르틴이 밀고 들어오는 힘을 이용해 몸을 뒤로 누우며, 양팔을 마르틴의 양쪽 겨드랑이 사이로 넣고 허리의 힘을 이용해 살짝 들어 올리며 함께 넘어졌다.
밀고 들어오는 힘에 의해 넘어지면서 바닥에서 한 바퀴를 굴렀고. 두 사람은 케이지의 바닥에 등을 데고 있었는데 유리한 쪽은 진혁이 아닌 마르틴 쪽이었다.
마르틴이 재빠르게 움직여 진혁의 몸 위로 올라타려고 하였지만 진혁 역시 방어를 하기 위해서 몸을 뒤집으며 일어나려고 하였다.
상위 포진션을 잡았지만 어정쩡한 모습이었기에 마르틴은 우선 양발로 진혁이 일어나지 못하게 한쪽 발을 감았다. 그런 후에 양손을 이용해 진혁의 목과 팔을 제압하려고 하였지만 진혁이 팔로 이를 제지하면서 누운 채로 두 사람의 공방이 진행이 되었다.
그래플러인 마르틴이 그라운드 기술은 확실히 뛰어났지만 신체적인 피지컬이나 근력, 완력은 진혁이 더 강했다.
마르틴이 기술로 제압하려고 하면 진혁은 힘으로 그의 기술을 풀어버렸다.
그럼에도 완벽하게 마르틴의 봉쇄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어 한 동안 둘의 공방이 계속해서 지속되었다.
간혹 날아오는 주먹에 진혁이 얼굴을 맞았지만 그리 큰 대미지를 주는 공격이 아니었기에 참을 수가 있었다.
“돌아, 진혁아 돌아!”
케이지 밖에서 최달수가 소리쳤다.
그 소리에 반응하여 진혁은 두 팔로 케이지 바닥을 짚고는 일어나며 몸을 비틀었다.
“어어어어어!”
진혁을 어설프게 잡고 있었던 마르틴이 순간 놀라 당황하였고, 그 순간 몸이 뒤집히면서 전세가 역전이 되어버렸다.
‘이 무작스러운 힘은 뭐지?’
마르틴이 놀랄 틈도 없이 상위포지션을 잡은 진혁이 마르틴의 얼굴을 향해 파운딩을 퍼부었고, 마르틴은 두 팔로 자신의 얼굴을 보호하는 한편 양발로 잡고 있던 진혁의 한쪽 다리를 풀었다.
마르틴은 허리의 힘을 이용해 진혁을 자신의 배가 아닌 가슴쪽으로 이동시킨 후에 내리치는 양팔을 이용해 내리치는 진혁의 주먹의 팔을 잡았다.
팔을 잡아당기자, 진혁의 상체가 앞으로 숙여졌고, 마르틴은 허리를 이용해 발을 높이 들어 올려 진혁의 목을 감으려고 하였다.
트라이앵클 초크!
파운딩을 내리치는 상대를 방어하는 동시에 제압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주짓수라는 근대 무술의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로 많은 격투기 선수들이 익히고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였다.
진혁은 트라이앵클 초크에 걸리지 않게 상체를 완전히 숙여 마르틴의 발이 자신의 목을 감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러자 마르틴은 허리의 힘을 이용해 몸을 비틀자, 진혁의 상체가 들썩이더니 옆으로 조금 움직였다.
진혁은 재빨리 자신의 몸을 움직이려고 할 때, 또 한 번 마르틴의 발이 목을 노리고 넘어왔다.
진혁은 잠깐 생각을 하다 냅다 옆으로 굴러 마르틴의 몸에서 떨어져 일어나며 그에게 일어나라는 수신호를 보내었다.
“하하하하!”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마르틴은 진혁을 보며 천천히 일어났다.
진혁은 그를 향해 좋은 경기를 하자는 의미에서 한손을 내밀자, 마르틴이 진혁의 손을 툭 하고 친 후에 다시 시합을 재개하려고 하는 순간 1라운드가 끝이 났다.
땡땡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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