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퉁 쳐야지
“정말 고맙네. 자네가 정말 큰일을 해 주었네.”
나스만 영지의 관리인인 베록카 자작은 진혁의 양손을 잡고 수적들로부터 영지를 지켜준 것에 고마움을 전하였다.
뿐만 아니라 함선 10척에서 노를 젓던 노잡이 노예를 500명이나 구했으니 베록카 자작 입장에서는 진혁을 업고 영지를 한 바퀴 돌아도 모자랄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이로 인해서 베록카 자작의 호감도가 크게 오르면서 진혁의 명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스만 영지의 부두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베록카 자작이 진혁에게 고마움을 전하니, 절로 NPC들의 호감도도 올라갔다.
호감도는 명성에 영향을 받지만 자유도가 높은 인더스 세상의 NPC들이었기에 명성과 별개로 호감을 나타내는 정도가 개개인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아니네.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일단 나의 저택으로 가세.”
“감사합니다.”
베록카 자작과 진혁의 모습을 시기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는데 바로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들이었다.
“고생은 우리가 하고 공은 혼자 다 차지하는군.”
부두에서 기사와 병사들을 도와 수적들을 물리친 건 자신들이라 생각한 이들은 베록카 자작의 환대를 받는 진혁이 못마땅하였다.
“그런데 마법사들은 왜, 죽은 거야?”
“몰라. 다크 앰버서더 놈들이 나타났다고 그랬어. 스켈레톤 병사들에게 다구리 당해서 손을 쓸 틈도 없이 당했다고 해.”
“그놈들은?”
“보이지 않았어. 마법사들이 떨어져 서포터를 하니까 그들만 죽인 것 같아.”
“이제 어쩌지?”
“어쩌긴. 마법사들이랑 합류한 후에 저놈 잡아야지. 베록카 자작이 저리 관심을 보일 정도면 메인 퀘스트를 받았을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까.”
“그렇겠지. 우리가 메인 퀘스트를 공유하면 돈이 얼마 들어오지?”
“한 사람당 1억이야.”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장은 메인퀘스트를 받아오는 파티에게는 한 사람 당 1억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1억이라는 돈이 적지 않은 돈이라 그런지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들은 메인퀘스트를 얻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이었다.
이들은 메인 퀘스트가 산적, 수적들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쪽 퀘스트를 하는 플레이어들을 죽여가면서 퀘스트를 공유 받고 있지만 아직 메인 퀘스트를 얻지 못한 상태였다.
“일단 영지로 가서 기다리자. 저놈이 베록카 자작을 만나고 나오면 협박해서 놈이 받은 퀘스트를 공유 받으면 돼.”
이들은 진혁과 베록카 자작이 영지에 있는 저택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본 후에 영지로 돌아갔다.
*
한편 베록카 자작의 집으로 초대를 받은 진혁은 그와 독대를 하였는데 오기 전에 즐거움보다는 분위기가 많이 무거워져 있었다.
“지금 가야 합니다. 놈들의 두목이 저들이 당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다른 곳으로 도망치거나, 혹은 수적들을 모두 데리고 와 영지를 영지민들을 무차별 공격할 것입니다.”
“베르언이 그리하겠는가?”
“그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노잡이 노예들의 말을 들어보니 수적들이 섬에는 많은 노예들이 잡혀있다고 합니다.”
“음······.”
“모르고 있을 때, 놈들을 급습해야 그 효과가 큰 법이니 지금이 적기입니다. 만약 지금 공격을 해서 성공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알겠네. 영지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모두 불러 모우겠네.”
“아니, 아닙니다. 저와 동료 한 명만 갈 것입니다.”
두 사람만 간다는 말에 깜짝 놀라 만류를 하였다.
“그게 무슨 소리인데 수적들이 득실거리는 섬에 단 두 사람만 가다니.”
“혹시 자작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해 보지 않으셨습니까?”
“무슨 생각?”
“수적두목 베르언이 영지에 첩자를 심어 두었다고 말입니다.”
“첩자를?”
“일반 영지민일 수도 있고, 상인을 수도 있고, 병사, 기사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베르언은 영지의 사정에 통달해 있고, 약탈할 시기를 정해서 영지를 침범한다고 말입니다.”
베록카 자작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허면 부두에서 일어난 일도 그들에게 알려졌을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그들이 영지로 나오기 전에 놈들이 섬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전장이 영지가 되면 영지의 시설과 영지민이 피해를 입습니다. 하지만 전장이 놈들의 섬이 되면 영지는 안전할 것입니다.”
“일리가 있군.”
“그러니 자작님께서 허락을 해 주십시오.”
“내가 도와 줄 일은 없나?”
“혹시 모르니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오늘의 승리에 대한 공으로 술과 고기를 내린다고 하십시오.”
“수적들이 올지도 모르는데.”
“첩자가 있다면 이 소식도 수적들에게 알려질 것입니다. 그럼 그놈들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술이 취한 야밤을 이용해서 공격을 해 올 것입니다.”
“그렇겠군.”
“우리는 시간을 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려 주십시오.”
“그러다 수적들이 영지로 오면?”
“용병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막아 줄 것입니다. 그리고 장담하건데 제가 수적들을 섬 밖으로 내보지 않을 터이니 이번에 수고한 기사들과 병사들의 공로를 치하해 주십시오.”
“하지만······.”
진혁은 인벤토리에서 300골드를 꺼내 베록카 자작에게 주었다.
“이게 뭔가?”
“이 돈으로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사 주십시오.”
“아니네. 내가 돈이 없어 그런가, 영지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영지가 걱정이 되니.”
“영지를 걱정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크신 자작님이라는 건 영지민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저를 믿고 그리하십시오. 소문이 나야 수적들도 방심을 할 것입니다.”
“알겠네. 자네의 말대로 하겠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배를 타고 가려면 노잡이들이 필요하지 않는가?”
“마법으로 배를 움직이면 됩니다. 그러는 편이 배를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가 있고 말입니다.”
“알겠네. 자네의 뜻대로 하게.”
“감사합니다. 오늘이 가기 전에 놈들을 일망타진하고, 섬에 갇힌 영지의 사람들을 구해서 돌아오겠습니다.”
“부탁하네.”
진혁은 수적들이 있는 섬으로 가기 위해서 베록카 자작의 저택을 나섰다.
“어디야?”
진혁은 프라다에게 시스템 메시지를 보내었다.
-나, 시원한 바람이 머무는 곳이란 여관에 있어.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곧 갈 테니까.”
진혁이 베록카 자작의 저택을 나와 얼마가지 못해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들을 만났다.
피란체바는 평소에는 빛을 반사시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다녔기에 케빌로스 길드원들을 진혁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피란체바를 볼 수가 없었다.
-허공에 있어.
-알았어.
피란체바의 몸에서 날개가 생겨나더니 허공으로 떠올렸다.
진혁은 인벤토리에서 자신의 아이템을 꺼내어 풀 착용을 한 후에 모른 척 걸어갔다.
아이템 기본모드를 해 놓았기에 아이템을 착용하나 하지 않으나 상대에게는 똑같은 모습으로 보였기에 이들은 진혁이 어떤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였다.
“잠시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하는데.”
그들은 진혁의 앞길을 막으며 말하였다. 죽은 마법사들도 함께 있는 것을 본 진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무슨 말.”
“다른 건 아니고, 네가 받은 퀘스트를 공유 좀 해 줬으면 해서 말이야.”
“내가 받은 퀘스트를 왜, 공유해야 하지?”
“혼자 하지 말고 같이 하자는 거지.”
“아, 너희들이 그놈들인가 보네. 퀘스트 공유 받은 후에 플레이어를 죽여 버린다는 그놈들. 케빌로스 애들인가?”
탱커로 보이는 플레이어의 볼이 씰룩였다.
“그럼 알고 있겠네. 괜히 고생하지 말고 퀘스트를 우리에게 넘겨. 그럼 너도 편하고, 우리도 편하고 그럴 테니까.”
“너희 길드장은 너희들이 이렇게 하는 거 알고는 있냐?”
“뭐?”
“길드 이름 먹칠하지 말고 그냥 가라.”
“이 새끼가 좋게 말로 끝내려고 하니까.”
탱커로 보이는 플레이어가 진혁의 멱살을 잡고 힘을 주었다.
-플레이어 체크메이트 님에게 선제공격을 받으셨습니다. 정당방위가 성립이 됩니다.
친절하게 정당방위가 성립이 된다는 시스템 알림이 진혁에게 전달되는 순간 그에게 말했다.
“지금 내가 너 공격하면 정당방위라고 하는데, 너 혹시 아이템 좋은 거 가지고 다니냐? 그리고 누군가가 나 멱살 잡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거 놓아라.”
“뭐라고······.”
플레이어 체크메이트 대답을 하려고 하는 순간 진혁은 이마로 그의 얼굴을 강하게 박았다.
빠아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가 얼굴을 잡고 물러나더니 진혁은 주먹으로 놈의 얼굴을 한 번 더 가격을 하였다.
“강력한 일격!”
잠시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스턴 효과가 있는 스킬로 공격한 후에 샌드백을 치듯 놈을 향해 사정없이 주먹과 발을 이용하여 공격을 하였다.
갑작스러운 싸움으로 인해서 케빌로스 길드의 길드원이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 진혁의 주먹과 발이 스턴이 걸린 체크 메이트의 몸을 십 수차례 강타하자, 탱커인 그 조차 버틸 수가 없었다.
“커어억!”
체크 메이트가 쓰러진 후에야 길드원들이 진혁을 향해 움직였다.
“다크니스!”
진혁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에게 다크니스 마법으로 시야를 가린 후에 놈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피란체바, 마법사 두 명을 맡아!”
진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에서 피란체바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다크 스피어로 마법사들을 공격하였다.
퍼억!
진혁의 주먹이 앞을 못 보는 놈의 얼굴을 강타하자, 충격에 뒤로 물러났고, 진혁은 돌려차기로 그런 놈의 턱을 갈겼다.
“커어억!”
몸이 허공으로 뜨며 옆으로 빙글 돌아 바닥으로 떨어지는 놈을 향해 진혁은 도약하여 떨어지면서 무릎으로 가슴을 찍어버리자, 그 역시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허엇!”
그 모습에 놀란 플레이어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너는······.”
그는 진혁이 누구인지 생각이 났다는 듯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진혁이 바닥을 굴려 그를 향해 점프를 하여 양손으로 그의 뒷목을 잡고 내리면서 무릎을 세워 얼굴을 찍어버렸다.
“커어억!”
고개가 크게 뒤로 젖혀지는 놈의 머리잡고 당겨 아래로 끌어 내리며 주먹으로 사정없이 얼굴을 갈려 버렸다.
“퍽··· 퍽··· 퍽······.”
그 역시 진혁의 공격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한 명의 탱커와 두 명의 딜러를 처리한 진혁은 피란체바가 괴롭히고 있는 마법사들을 향해 움직였다.
진혁이 순식간에 그들에게 붙자, 마법사들은 당황하였다.
탱커도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무식한 공격력을 가진 진혁이라 자신들은 제대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레벨 다운은 물론 아이템까지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살려 줘.”
마법사 한 명이 진혁에게 말을 하였지만 대답은 그의 주먹이었다.
주먹에 맞고 나뒹군 마법사를 향해 피란체바가 다크 스피어 십 수개를 만들어 공격하였다.
콰아아아아앙!
전투기가 허공에서 지상을 향해 폭격을 하는 것처럼 쓰러진 마법사의 주변을 초토화시켜버렸다.
마법사 한 명이 죽자, 남은 한 명이 뒷걸음질을 쳤고, 진혁은 그런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결국 그 역시 진혁의 손에 맞아 죽었고,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떨어뜨린 후에 리스폰 포인트로 이동이 되었다.
“길드 가입 조건이 유니크 아이템 이상이라고 하더니 좋은 아이템들을 많이 가지고 있네.”
진혁은 그들이 죽고 떨어뜨린 아이템을 회수하였다.
파티는 연대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라 한 사람이 공격을 해도 파티를 맺은 사람 모두가 정당방위가 성립이 되었다.
정당방위가 성립된 후에 쓰러지면 일반 몬스터에게 죽는 것보다 페널티가 더욱 강력하다. 보통은 2레벨에서 3레벨이 다운이 되고, 아이템은 2개에서 3개가 떨어진다.
여기에 누적이 될 경우 3레벨에서 5레벨이 떨어지고, 아이템은 확정적으로 3개가 떨어진다.
진혁이 이들을 죽이고 회수한 아이템의 갯수는 모두 12개였다.
2개를 떨어뜨린 플레이어도 있고, 3개를 떨어뜨린 플레이어도 있었는데 마법사 두 명의 경우 부두에서 잃어버린 것까지 치면 못해도 4개에서 5개는 잃어버린 것이다.
진혁은 마법사의 아이템을 보고 활짝 웃었다.
“이걸로 프라다에게 신세를 좀 져야겠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