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는 베타 서비스를 거쳐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다중 접속 게임을 표방한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는 1.500만원이라는 고가의 접속기로 인해서 말이 많이 있었지만 가진 자들에게 1.500만원이라는 돈은 남자들에게는 하루 밤 술값이고, 여자들에게는 습관처럼 명품 백을 사는 돈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이 인더스에서 접속하면서 경험한 경험담들이 절로 가상현실게임 인더스에 대한 홍보로 이어졌고, 인터넷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크리에이터를 비롯하여 취미로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는 접속자들로 인해서 인더스의 접속자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금융권에서는 자동차를 살 때, 대출을 끼고 사는 것처럼 인더스의 접속기를 구입할 때, 대출을 해 주는 전문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인더스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속기를 구입하여 가상현실 게임을 즐겼고, 그들이 지인들에게 추천을 해 주면서 글로벌 세계 1위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해 주었다.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의 접속기는 다른 접속기에 달리 캡슐 형으로 갭슐에 누워 접속을 하면 가수면의 상태로 이루어지는 게임이었다.
“이게 가상현실 접속기란 말이지.”
침대가 있던 곳을 치운 뒤에 그 자리에 접속기를 설치한 진혁은 스스로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캐피탈이라는 곳에서 한 달에 44만씩 36개월을 할부로 접속기 대출을 받아 설치를 하였다.
44만원씩 3년을 갚으면 천오백 팔십 사만원이다.
3년 동안 1.500만원을 빌린 돈의 이자로 84만원을 더 줘야 하지만 자동차 대출보다는 싼 편이라 진혁은 크게 생각지 않았다.
“일단 사용설명서부터!”
진혁은 한때, 유도 선수로 세계 챔피언까지 경험을 하였고, 현재는 전업을 하여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진혁은 서두를 것이 없어 천천히 사용설명서를 읽어 보았다.
접속기를 이용하는데 있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꼼꼼히 살핀 후에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상이 있으면 바로 119에 연결되어 최대 10분 안에 구조대원이 온다는 말이지.”
진혁은 혹시 모르니 테스터 버튼을 눌렀다.
삐이익!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소리와 동시에 접속기에서 스피커폰이 켜지더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객 번호 27230237 진혁 고객님!
진혁보다 먼저 접속기를 구매한 사람이 이천칠백만명이 넘는다는 소리였다.
“네에.”
진혁이 대답을 하자, 스피커폰에서 안심하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안전 구조 테스터를 하신 건가요?
“네. 혹시 몰라서 말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저희 인더스에서 출시한 다중접속게임인 인더스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요.”
-네.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접속기로 인해서 일어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아, 정말 대단하네요.”
-그러니 접속기에 대한 두려움은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진혁님께서도 인더스에서 어릴 적 꿈을 꿔왔던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고객센터의 직원과 간단한 대화를 하였지만 왠지 믿음이 생겼다.
“안전에 문제는 없다는 거지.”
진혁은 함께 동봉된 인더스의 설정집을 집어 들었다.
캡술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푹신한 느낌이 전에 있던 침대보다 더 편했다.
“잠은 기가 막히게 오겠구나. 어디 보자.”
진혁은 침대에 누워서 설정집을 읽어 보았다.
초보 마을이 있고, 그곳에서 어떻게 하면 레벨을 올릴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PC게임과 달리 레벨 업을 하는 방법도 다양하네.”
PC게임처럼 전투를 해서 레벨을 올리는 방법도 있고, 퀘스트를 통해서 레벨을 올리는 방법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생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생활, 생산을 하면서도 레벨을 올릴 수가 있었는데 전투를 통한 레벨 업보다는 더디지만 생활 관련 스탯들이 올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해 놓았다.
“재미있겠네.”
다양한 방법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다면 PC게임처럼 사냥터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직업은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2차, 3차, 4차, 5차 전직이 있고, 레벨 업 당 포인트는 2개. 그리고 응? 실시간 성장시스템?”
PC게임과 달리 가상현실 게임에서는 실시간 성장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었다.
“어디 보자.”
실시간 성장 시스템은 캐릭터가 무엇인가를 함에 따라 기본 스탯을 올릴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기본 스탯은 건강 맷집 근력, 민첩, 순발력, 정신력으로 6개가 있었고, 부가 스탯으로 행운과 매력이 따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니까 많이 두들겨 맞으면 맷집이 상승한단 말이지. 당연히 현실에도 많이 맞으면 맷집이 강해지지.”
실시간 성장 시스템이라는 것이 PC게임에서 볼 수 없는 매력적인 시스템인 것 같았다.
이외도 숨겨진 히든 스탯이 있는데 이런 건 플레이어들이 찾아야 했다.
“접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뭔가 조금 더 알고 난 뒤에 접속을 해야겠어.”
진혁이 전 유도 세계 챔피언이고, 현 격투기 선수라고 하지만 그는 항상 두려움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안전한 룰 위에서 진행이 되는 유도나, 격투기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그러한 사고로 크게 다친 사람도 보았고, 자신도 다쳐 보았다.
인더스에 대하여 떠도는 말들이 많으니 이것저것 알아 본 후에 접속을 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일단 훈련 다녀 온 뒤에 너를 완전히 독파 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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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이에요? 가상현실 인더스 게임 안에서 훈련하는 것도 현실에서 도움이 된다는 게?”
진혁은 체육관으로 와서 함께 훈련을 하고 있는 선배들의 대화를 듣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네. 페더급 챔피언 산체스가 그러는데, 자신은 현실에서 훈련을 하는 시간보다 인더스에서 훈련을 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말이야.”
현 UFC 페더급 챔피언 산체스는 진혁과 같은 체급으로 진혁이 극복해야 할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 새끼, 약 파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육체를 움직이는 격투기 선수가 게임을 한다고 그 실력이 늘어날까?
“이미지 트레이닝이랑 비슷한 계념인가 봐. 그런데 단순히 머리로 이미지를 그려서 싸우는 것보다 게임 속에서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 더 확실한 느낌이 오는 것이겠지.”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졌다.
“근력운동이나 유연성 운동은 현실에서 해야 하겠지만 스파링은 가상현실로 대신하는 거 봐. 물론 시합이 잡히면 대비해서 실전 스파링도 하겠지만 그게 아니면 인더스에게 훈련을 대체한다고 하네.”
진혁은 오늘 설치한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의 접속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하지만 그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되는 건 부정할 수가 없지.’
실제로 상대와 싸울 때, 상대를 분석하고 그 분석을 토대로 상대의 공격 루트, 방어 방법을 계산하여 스파링을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큰 도움이 된다.
‘투자를 잘 한 것 같은데.’
1.500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었지만 선배들의 대화를 들으니 그 선택이 그리 잘못된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봉수 선배도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를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는 라이트 헤비급 선수로 몇 번의 국제대회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선수이다.
“하고 있지. 나는 용돈벌이로 하고 있으니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끔 순간적인 반응 같은 건 나도 모르게 나오곤 해.”
“그래요?”
“게임 속에서 수십 번, 수백 번을 반복한 것인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해.”
“그렇구나. 그런데 선배, 용돈벌이도 되요?”
“그럼, 아이템 거래를 통해서 돈을 버는데 실제로 대박 아이템을 습득하지 않는 이상은 큰돈은 못 벌어.”
진혁은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알아야 할 것이 더 많아졌음을 알게 되었다.
‘일단 훈련을 마친 후에 이것저것 알아보자.’
진혁은 아직 대회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지만 훈련을 하루도 그르지 않았다.
훈련을 할 때는 다른 생각은 일체 하지 않고 훈련에만 집중을 하는데 그게 진혁의 큰 장점이기도 하였다.
‘대단한 집중력이야.’
지켜보는 체육관의 관장 역시 진혁의 집중력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러니 유도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겠지.’
집중력이 뛰어난 만큼 기술 습득 능력도 뛰었다.
종합격투기는 유도와 많이 다른 운동이었다. 괜히 종합이란 말이 붙는 것이 아니듯 보통은 한 선수가 몇 가지 운동을 능숙하게 풀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선수들마다 다르겠지만 주짓수를 베이스로 킥복싱이나 무에타이와 같은 타격기를 익히거나 혹은 권투, 태권도, 등등의 무술을 익힌다.
진혁 역시 마찬가지로 유도를 베이스로 권투와 무에타이를 집중적으로 익혔고, 간혹 태권도에서 사용하는 뒤돌려 차기와 같은 기술들을 배우고 익히는 중이었다.
‘진혁이 집중력도 좋지만 그보다 더 큰 장점은 보기와 달리 맷집이 강하다는 것이다.’
유도를 하면서 육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훈련을 해서인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타고나서인지 몸 자체가 단단하였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만들어 겉으로 단단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지만 그와 스파링을 해 본 이들은 한결 같이 벽을 두드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말을 하였다.
-맞는 훈련도 해야죠. 많이 맞아 봐야 맞는 것도 내성이 생길 테니까요.
진혁은 다른 선수들이 하지 않는 맞는 훈련도 한다.
얼굴은 보호 차원에서 헤드기어를 착용하지만 그 외에는 맨몸으로 스파링 상대에게 두들겨 맞는다. 그렇게 맞는 훈련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
이러한 훈련으로 인해서 국내 대회에서는 제법 승률이 높은 편이었다.
유도를 그만두고 격투기 대회로 전향하여 지금까지 10번을 싸웠고, 8승 2패의 전적을 가지고 있는데 2패가 처음 데뷔해서 얻은 패로 3번째 대회부터는 전승을 하는 중이었다.
‘우리나라에 UFC 챔피언이 나올 날도 머지않았어.’
집중력이 좋고, 기술 습득도 좋고, 맷집도 좋다.
한국에서는 같은 체급에서는 진혁과 싸울 선수는 없다. 곧 아시아 무대로 옮길 생각이었고, 아시아 무대에서 좋은 성적만 거둔다면 세계무대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비틀어야지.”
코치의 말에도 착실하게 수행한다.
성실하기까지 한 진혁의 모습을 보며 체육관의 관장은 자신의 체육관에서도 챔피언을 배출 할 수 있을 것이란 꿈을 꾸곤 하였다.
진혁의 훈련 시간은 4시간으로 시합이 없을 때는 그 이상 훈련을 하지 않았다.
육체를 움직이는 것만큼 휴식도 중요하다 생각하고 있어서였다.
“수고하였습니다.”
“진혁아!”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관장이 최달수가 불렀다.
“네.”
“너랑 시합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선수가 없다. 그래도 실망치 말고 조금만 참고 견뎌 줘. 정 안 되면 내가 외국 선수라고 알아 볼 테니까.”
문제는 진혁이 자신의 체급에서 강자라 소문이 나서 그와 붙으려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챔피언까지 진혁을 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국내에서 시합을 잡는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상관없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저 훈련하는 건 변함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실전 감각이 떨어지면 안 될 텐데.”
“한두 번 싸운 것도 아닌데, 그건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제가 유도 경력까지 더하면 파이팅 경력이 300회가 넘습니다.”
중학교부터 상대와 대련하고, 시합하고, 상대와 싸웠던 진혁은 잠깐 쉽다고 해서 자신의 감각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아닙니다. 그럼 제가 조금 바쁜 일이 있어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진혁이 관장에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
‘가상현실 게임 인더스에서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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